내주성 남쪽 역관에게 부인이 거문고 타고, 바둑 두고, 글 읽고, 그림 그리는 네 가지 그림이 붙은 병풍이 있으므로 그 위에 희제하다[萊州城南驛館屛有婦人琴碁書畫四圖戲題其上]
동산에 봄이 오니 해도 길어라 / 芳園春到日初長
머릿결 흐트린 채 상에 기댔네 / 懶整雲鬟倚綉牀
거문고 타고 나니 한이 끝없는데 / 彈罷一聲無限恨
뉘라서 봉구황(鳳求凰)을 지을는지 원 / 不知誰賦鳳求凰
또[又]
난간 밖의 꽃가지 낮 그늘 옮기는데 / 檻外花枝轉午陰
바둑돌을 두들기며 젊은 마음을 달리누나 / 閒敲玉子逞芳心
황금 백 냥을 걸고 내기를 하지 마소 / 輸來莫賭黃金百
한 번 웃는 그 값이 백 냥을 당코말고 / 一笑還應直百金
또[又]
옥 같은 미인이 빗질 화장 마치고 / 美人如玉罷粧梳
종일토록 눈을 모아 무슨 글을 읽는 건가 / 盡日凝眸讀底書
하녀들 서로 보며 말 한 마디 없으니 / 下女相看亦不語
가까이 가 경거를 얻어낼 길 없네 / 無由得近遺瓊琚
또[又]
가련하다 운우(雲雨)의 꿈속 사람이 / 可憐雲雨夢中人
경대에 또 이 몸 의탁하다니 / 又向瓊臺寄此身
그림 그려 봐도 끝내 응하지 않으니 / 思入丹靑終不應
부질없는 노고라 진진을 부르노라 / 謾勞心力喚眞眞
【안】 뒷사람의 평에 조안(趙顔)의 일을 인용한 것이라 하였음.
[주1]봉구황(鳳求凰) : 금곡(琴曲)의 이름. 봉황(鳳凰)은 화목한 부부의 상징으로 많이 쓰임.
[주2]운우(雲雨) : 남녀의 교정을 말함. 송옥(宋玉)의 〈고당부서(高唐賦序)〉에 “옛날에 선왕이 고당(高唐)에 노닐 적에 피곤하여 낮잠이 들었는데 꿈에 한 부인이 나타나 말하기를 “첩(妾)은 무산(巫山)의 계집으로 고당의 나그네가 되었는데 임금께서 고당에 노닌다는 말을 듣고서 침석(枕席)을 모시려고 이렇게 왔습니다.’ 하므로 왕이 가까이했다. 이윽고 그녀는 떠나면서 말하기를 “첩은 무산의 양지쪽 고구(高丘)의 외진 목에 있어 아침에는 조운(朝雲)이 되고 저물면 행우(行雨)가 되어 언제나 양대(陽臺) 아래 있습니다.’ 하였다.” 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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