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촌기 뒤에 씀[題漁村記後]
가원 권 선생(可遠權先生)이 공백공(孔伯共)을 어떤 본에는 공(共)이 공(恭)자로 되었음. 아래도 같음. 위하여 기문(記文)을 지었는데 완연히 한 어촌(漁村)을 그려냈다. 공백공은 조정에서 벼슬하는 선비인데 어촌이라고 호한 것은 그 즐김을 표시한 것이다.
공백공은 그를 마음으로만 즐기는 것이 아니라 또 성음으로 나타내어 매양 술이 취하면 어부사(漁父詞)를 노래하는데, 궁상(宮商)도 아니요 율려(律呂)도 아니면서 고하가 서로 응하고 절주가 서로 맞는다. 이것은 대개 자연에서 나오는 것이다.
저 어촌을 즐기는 자는 공백공이요, 공백공의 즐김을 즐거워하는 자는 권가원인데, 도전(道傳)은 백공의 어부사를 듣고 가원의 어촌기를 읽으면서 유연히 마음에 합하는 것이 있으니, 나는 두 사람의 즐거움을 즐거워한다고 할 수도 있을 것이다.
아아! 천지 사이에서 이 몸을 보니 미소하기가 푸른 바다 속의 한 좁쌀이로다. 그러니 이 두 분과 더불어 이 세상을 뜬 구름같이 살고 강호(江湖)에 빈 배처럼 떠돌 것이니, 필경은 즐거운 것이 무엇인지도 알지 못할 것이다. 아! 그 즐거움 은미하도다.
삼봉(三峯) 정도전 종지(鄭道傳宗之 종지는 자임)는 이 글을 강월정(江月亭)에서 쓴다.
題漁村記後 按漁村。孔俯號。
可遠權先生爲孔伯共 一本作恭。下同。 作記。宛然畫出一漁村。伯共以朝士號漁村。志其樂也。伯共不惟樂之於心。而又發之於聲。每酒酣。歌漁父詞。非宮商。非律呂。而高下相應。節奏諧協。蓋出於自然者也。夫樂漁村者伯共也。樂伯共之樂者可遠也。道傳聽伯共漁父詞。讀可遠漁村記。有悠然而會於心者。謂予能樂二子之樂。亦可也。嗟乎。俯仰此身。滄海一粟。當與二子浮雲乎斯世。虛舟乎江湖。竟不知樂之者誰也。嗚呼微哉。三峯鄭道傳宗之。書于江月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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