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9 정도전 三峯集

294)정도전 삼봉집 제4권 /책제(策題) /전시책(殿試策)

이름없는풀뿌리 2018. 1. 24. 07:55

전시책(殿試策)

 

왕은 말한다. 아는 것이 적고 사물에 어두운 내가 조종의 오래 쌓인 덕을 힘입고 신민들의 추대하는 마음을 받아서 왕위에 오르고 보니, 책임이 중하고 커서 어떻게 해 나갈 바를 모르겠으니 진실로 두렵도다. 우러러 전대(前代)를 본받아 꼭 소강(小康)을 이루려고 생각한다.

《서경》을 상고해 보니 이르기를, ‘문왕(文王)은 아침부터 해가 질 때까지 밥 먹을 여가도 없게 일하여 만민을 다 화평하게 살게 했다.’고 하였고, 또 ‘문왕은 여러 말과 모든 옥(獄)에 대해서 마치 일삼지 않는 것같이 하였다.’고 했는데, 여기에서 ‘여가가 없었다.’고 하는 것은 무엇인가? 예부터 임금이 부지런히 힘써서 나라를 얻었고 편안히 놀다가 나라를 잃지 않는 이가 없다. 그러나 다만 부지런할 줄만 알고 부지런히 해야 하는 까닭을 알지 못하면, 그 폐단이 가찰(苛察)에 그치고 말아 다스림에 도움이 없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임금이 임금으로서 부지런히 해야 할 일은 무엇이란 말인가?

내가 늘 정사를 들어 다스릴 적에는 오직 하나의 일이라도 혹 폐단이 있을까 두려워하지만, 일만 가지 기무가 지극히 번잡하니 어떻게 해야 그 당부(當否)를 분별하여 이것을 처리하는 데에 실수가 없을 것인가? 그리고 부지런히 어진 이를 찾아서 묻지만 오직 민정(民情)이 아래에서 답답할까 두렵다. 어떻게 해야 나의 이목을 더욱 넓혀서 가려지는 것이 없겠는가? 또 명령을 내릴 경우에도 오직 취소되고 행해지지 않을까 두렵다. 어떻게 해야 이것이 공리(公理)에 합하여 백성으로 하여금 복종하게 하겠는가?

그대 대부들은 경학(經學)을 많이 읽어 옛일을 널리 알고 지금의 일에 통달하니 반드시 이 문제를 말할 수 있을 것이다. 범연 소홀하게 여기지 말고 마음을 다하여 대답하라. 내가 앞으로 그를 채택하여 쓸 것이다.

 

 

殿試策

 

王若曰。惟予寡昧。荷祖宗積累之德。膺臣民推戴之心。獲登寶位。任大責重。罔知攸濟。良用愓然。仰惟前代是憲。期致小康。稽之於書。曰文王自朝至于日中昃。不遑暇食。用咸和萬民。又曰。文王罔攸兼于庶言庶獄。則宜若無所事事矣。其日不遑者何歟。自古爲人君者。莫不以勤勞得之。逸豫失之。然徒知其勤。而不知所以爲勤。其弊也失於苛察而無補於治矣。然則人君之所當勤者。抑何事歟。予每當聽政。惟恐一事之或廢。然萬幾至繁。何以辨其當否。而處之無失歟。孜孜訪問。惟恐民情之鬱於下。何以使聰明益廣而無所蔽歟。至於修令。惟恐反汗而不行。何以合於公理而使民懷服歟。子大夫講明經學。博古通今。其必有能言是者矣。毋泛毋略。悉心以對。予將採擇而用之矣。