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9 정도전 三峯集

296)정도전 삼봉집 제4권 /명(銘) /하호보의 자명[河浩甫字銘]

이름없는풀뿌리 2018. 1. 24. 07:57

하호보의 자명[河浩甫字銘]

 

매천(梅川) 하공(河公)의 자가 호보(浩甫)인데, 명(銘)을 삼봉(三峯)은자(隱者)에게 구했다. 은자는 말하기를, ‘천지 사이에 있는 물(物) 치고서 이 기(氣)의 발현하는 바가 아닌 것이 없지만, 그 가장 적절하고도 쉽게 볼 수 있는 것이 물 같은 것이 없다. 물의 흐름은 유통(流通)되어 쉬지 않는다. 그 형세가 도도하고 골골(汨汨)하게 흘러서 그 호연(浩然)함을 막지 못한다. 그 이름에 있어서도 반드시 바다에 도착되어야 그친다. 이는 누가 시켜서 그렇게 하는 것이랴?

《역(易)》에 이르기를, ‘하늘이 일(一)에서 수(水)를 생(生)하는데, 그 생이 가장 먼저이고 그 근본에서도 멀지가 않다.’ 하였는데 이것이 물의 호연(浩然)한 까닭이며, 곧 기(氣)의 호연한 것이다. 공의 자를 호보(浩甫)라 한 것은 물에서 취한 것인가? 기(氣)에서 취한 것인가? 공의 즐기는 바와 기르는 바를 보면 알 수 있을 것이다.

그리하여 아래와 같이 명(銘)을 짓는다.

 

기는 어째서 기르느냐? 의 때문이며 / 氣烏乎養義也

물은 어째서 즐기느냐? 지 때문이다 / 水烏乎樂智也

지는 둥글고 의는 방정하니 / 智圓而義方

이것이 군자가 된 소이인가 / 斯其所以爲君子也歟

 

 

 

河浩甫字銘 幷序

 

梅川河公字浩甫。求其銘於三峯隱者。隱者曰。物之在天地間。何莫非是氣之所發見。然其至切而易見者莫如水。水之行也。流通而不息。其勢也滔滔汨汨。浩然而莫能禦。其至也必放乎海而後已。是孰使之然歟。易曰天一。生水。其生也最先。其去本也未遠。卽水之所以爲浩然者。乃氣之浩然也。公字浩甫。其取於水歟。取於氣歟。觀公所樂與所養。可知也。銘曰。

氣烏乎養。義也。水烏乎樂。智也。智圓而義方。斯其所以爲君子也歟。