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9 정도전 三峯集

487)정도전 삼봉집 제14권 조선경국전 하(朝鮮經國典 下) /헌전(憲典) /도적(盜賊)

이름없는풀뿌리 2018. 1. 28. 05:37

도적(盜賊)

 

사람의 성품은 다 착한 것이며, 수오(羞惡)하는 마음은 사람마다 모두 가지고 있는 것이다. 도적이 되는 것은 어찌 인간의 본정이겠는가? 일정한 생업이 없는 사람은 따라서 일정한 마음을 가질 수 없는 것이다. 기한(飢寒)이 몸에 절실해지면 예의를 돌아볼 겨를이 없이 대부분 부득이한 사정에 압박되어 도적이 되는 것일 뿐이다.

그러므로 백성의 장이 되는 사람은 능히 인정을 베풀어서 백성들이 자기의 생업에 안정할 수 있게 해야 한다. 그들을 부릴 때에는 농사 짓는 시기를 빼앗지 않아야 하고, 그들에게 수취할 적에는 그들의 힘을 손상시키지 말아야 한다.

남자에게는 먹고 남은 곡식이 있고, 여자에게는 입고 남은 베가 있어서, 위로는 부모를 섬기기에 풍족하고, 아래로는 처자를 기르기에 풍족하면, 백성들은 예의를 알게 될 것이고, 풍속은 염치를 숭상하게 될 것이므로 도적은 없애지 않아도 저절로 없어질 것이다.

그러나 백성의 욕심은 한량없고 이익을 추구하는 마음은 쉽게 솟구치는 것이다. 만약 형벌을 밝혀서 이를 억제하지 않는다면 역시 금하기 어렵다.

그러므로 《서경》 주서(周書) 강고(康誥)에,

 

“재화로 인하여 사람을 죽이고 넘어뜨리면, 모든 백성들 중에는 이를 미워하지 아니할 사람이 없다.”

고 하였다. 성품의 착한 것을 근본으로 하고 간사한 도적을 징계해야 한다. 도적편(盜賊篇)을 짓는다.

 

 

盜賊

人性皆善。羞惡之心。人皆有之。盜賊豈人之情哉。無恒產者。因無恒心。飢寒切身。不暇顧禮義。多迫於不得已而爲之耳。故長民者。能施仁政。民安其業。使之不奪其時。取之不傷其力。男有餘粟。女有餘布。上足以事父母。下足以育妻子。則民知禮義。俗尙廉恥。盜不待弭而自息矣。然民欲無厭。利心易熾。苟不明刑以制之。亦難禁也。故書曰。殺越人于貨。凡民罔不憝。本性善。懲姦寇。作盜賊篇。