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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은하, 약 100억년 전 대형은하 흡수하며 몸집 불려

이름없는풀뿌리 2018. 11. 1. 11:37

우리 은하, 약 100억년 전 대형은하 흡수하며 몸집 불려

입력 2018.11.01. 10:33

                
다른 은하 흡수하면서 데려온 '의붓 별' 산재
가이아로 관측한 우리 은하 별의 움직임 [출처: ESA]

(서울=연합뉴스) 엄남석 기자 = 태양계가 속한 우리 은하는 약 100억년 전 다른 대형 은하를 흡수하면서 지금처럼 커지게 된 것으로 밝혀졌다. 네덜란드 흐로닝언대학의 천문학자 아미나 헬미 박사가 이끄는 연구팀은 유럽우주국(ESA)의 가이아(Gaia) 관측 위성이 확보한 자료를 통해 100억년 전 충돌한 다른 은하의 별과 물질이 우리 은하에 남아있는 확실한 증거들을 발견했다고 과학저널 '네이처(Nature)' 최신호에 밝혔다.

가이아로 관측한 우리 은하 별의 움직임 [출처:ESA]

가이아 위성은 반복적 관측을 통해 별의 정확한 위치와 움직임, 밝기 변화 등에 관한 자료를 확보하고 있으며 이를 토대로 약 17억개에 달하는 별의 3D 지도를 만들어 놓고 있다. 연구팀은 지난 4월 공개된 2차 자료를 통해 약 3만개의 별이 우리 은하에서 만들어진 태양을 비롯한 수천억개의 별과는 다른 방향으로 길쭉한 궤도를 그리며 움직이는 것을 확인했다. 이 별들은 우리 은하에 흡수되면서 원반부 밖의 공 모양 영역인 '헤일로(halo)'를 구성하고 있으며 이미 존재하고 있던 원반부 물질도 크게 늘려 놓은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은하 구성도. 태양과 헤일로, 구상성단 위치를 확인할 수 있다. [출처: ESA]

이 별들은 별의 밝기와 색을 비교하는데 이용되는 '헤르츠프렁-러셀 다이어그램'에서도 우리 은하에서 생성된 별 무리와 확연한 차이를 보였다고 한다. 헬미 박사는 가이아 위성의 관측 결과는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통해 두 개의 대형 은하가 충돌할 때 별이 어떻게 되는지를 분석한 이전 연구결과와도 일치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연구팀은 이와 함께 별의 화학적 성분을 비교해 추가 증거도 확보했다.

별은 태어난 은하에 따라 독특한 화학 성분을 갖는데, 이 별들은 우리 은하에 태어난 별과 분명한 차이가 있을 뿐만 아니라 서로 비슷한 성분을 가져 생성된 곳이 같다는 점을 보여줬다.


연구팀은 우리 은하 속에 별을 남기고 소멸한 은하의 이름을 '가이아-엔켈라두스'라고 지었다. 그리스 신화 나오는 지구의 여신 가이아와 하늘의 신 우라노스 사이에서 태어난 거인 엔켈라두스에서 따왔다. 엔켈라두스가 에트나 산에 묻혀 지진을 유발하는 것처럼 가이아-엔켈라두스가 우리 은하에 흡수된 뒤 우리 은하에 격변을 일으켰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연구팀은 수백만개의 별이 서로의 중력에 묶여 함께 움직이는 구상성단(球狀星團·globular cluster) 13개가 가이아-엔켈라두스에서 온 별과 비슷한 궤적을 그리며 움직이고 있는 것도 출생지가 같다는 점을 나타내는 것으로 보고 있다.

우리 은하에 산재한 가이아-엔켈라두스 은하의 별 [출처: ESA]

연구팀은 가이아-엔켈라두스 은하의 크기가 우리 은하의 위성은하인 대·소마젤란은하와 비슷했을 것으로 계산하고 있다. 이는 현재 우리 은하의 10분의 1 정도다. 그러나 우리 은하가 가이아-엔켈라두스 은하를 흡수해 덩치가 커진 점을 고려하면 충돌 당시의 크기는 대략 4대1 정도가 됐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번 연구는 빅뱅으로 우주가 생성되고 약 38억년 뒤인 100억년 전에 우리 은하가 가이아-엔켈라두스 은하와 충돌하면서 살아남아 지금처럼 대형 은하가 됐다는 점을 구체적 증거로 보여줬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는 것으로 받아들여 지고 있다. 지금까지는 우리 은하가 주변의 작은 성단을 수없이 흡수해 몸집이 커졌는지, 아니면 단 한 차례의 대형 은하 흡수에 그쳤는지를 놓고 추측만으로 갑론을박이 이어졌는데 이제 구체적 증거로 이런 논란에 종지부를 찍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