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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륙 빙하 바다로 끌고 가는 ‘물귀신’…그린란드 호수 ‘온난화 폭탄’ 되나 / 1931년 vs 2021년 스위스 빙하.. '기후 비상' 사라진 만년설

이름없는풀뿌리 2019. 12. 16. 08:00

대륙 빙하 바다로 끌고 가는 ‘물귀신’…그린란드 호수 ‘온난화 폭탄’ 되나

 

지구 운명 쥔 ‘얼음섬’ 무슨 일이…

봄과 여름에 수천개가 생기는 그린란드 빙하 표면의 호수. 호수 바닥에 균열이 생겨 누수된 호숫물이 대륙 빙하를 바다로 밀어낸다. 우즈홀해양연구소 제공

봄과 여름에 수천개가 생기는 그린란드 빙하 표면의 호수. 호수 바닥에 균열이 생겨 누수된 호숫물이 대륙 빙하를 바다로 밀어낸다. 우즈홀해양연구소 제공

눈이 시릴 정도로 파란 ‘터키블루’ 색상의 호수가 새하얀 눈밭을 배경으로 드넓게 펼쳐진다. 동물도 식물도 없는 땅에서 단 두 가지 색으로 이뤄진 생경하며 경이로운 풍경이다. 남한의 22배에 이를 정도로 세계에서 가장 큰 섬이며 이름과는 정반대로 전체 면적의 80%가 얼음으로 뒤덮인 곳, 그린란드다. 올해 8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매입 의사를 강하게 밝혔을 만큼 이 땅은 지하자원이 풍부하고 북미와 유럽, 러시아를 지척에 둔 전략적인 요충지로 평가받는다.

사실 그린란드의 진짜 가치는 다른 데 있다. 기후 변화에 관한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남극과 함께 지구의 운명을 쥐고 있는 곳이기 때문이다. 과학계는 현재 그린란드에서 녹고 있는 빙하 때문에 1년에 1㎜씩 해수면이 높아지는 것으로 진단한다. 언뜻 적어 보이지만 같은 속도로 계속 녹는다면 10년이면 1㎝, 100년이면 1m 수위 상승이 생긴다. 수백만년, 수천만년이 예사로이 언급되는 지질학적 개념으로 본다면 실로 ‘찰나의 순간’에 해수면이 엄청나게 상승하는 셈이다. 만약 그린란드 빙하가 모두 녹는다면 해수면 상승폭은 무려 6~7m에 이를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측한다. 세계 곳곳의 해안 도시가 잠기는 것을 넘어 우리가 아는 세상의 상당수가 사라진다. 

 

그런데 케임브리지대 등으로 이뤄진 영국 연구진이 국제학술지 미국국립과학원회보(PNAS) 최신호를 통해 그린란드에서 우려스러운 사실을 관찰했다고 발표했다. 그린란드 땅 위에 올라와 있는 빙하, 즉 ‘대륙 빙하’를 바다로 떠미는 자연현상을 발견한 것이다. 

 

 

대륙 빙하 바다로 끌고 가는 ‘물귀신’…그린란드 호수 ‘온난화 폭탄’ 되나

대륙 빙하가 바다로 떠밀리는 게 왜 걱정스러운 일일까. 콜라를 가득 채운 유리잔에 얼음을 넣으면 늘어난 부피 때문에 콜라가 잔 밖으로 넘치고 만다. 비슷한 원리로 땅 위에 있던 대륙 빙하가 바다로 새로 유입되면 해수면은 높아진다. 대륙 빙하가 가진 잠재적인 위험성이다. 반면 현재 바다에 떠 있는 빙산은 이미 해수면에 부피가 반영돼 있기 때문에 녹는다고 해도 해수면을 추가로 높이진 않는다.

수영장 2000개에 담을 수 있는 물 
5시간 만에 바닥 틈새로 빠져나가
빙하 흐름에 윤활유…속도 두 배로
 

이런 대륙 빙하를 바다로 끌고 들어가는 ‘물귀신’이 이번에 발견됐다는 것이다. 연구진이 지목한 건 바로 그린란드의 호수 물이다. 그린란드에서는 매년 봄과 여름이 되면 빙하 표면에 호수 수천개가 생긴다. 연구진은 지난해 7월 그린란드 빙하 위에 형성된 여러 개의 호수 가운데 ‘028 호수’에서 벌어진 극적인 사건을 목격했다. 호수 안에 고여 있던 물 가운데 무려 500만㎥가 호수 바닥에 생긴 틈새로 단 5시간 만에 빠져나갔다. 깨진 바가지처럼 원래 고여 있던 호수 물의 60%가 순식간에 사라졌다. 빠져나간 물은 올림픽 규격의 수영장 2000개에 담을 수 있는 양으로 막대했다.

문제는 빠져나간 호수 물이 만든 결과다. 그린란드의 대륙 빙하와 빙하를 머리에 이고 있는 기반암 사이로 호수 물이 비집고 스며들면서 빙하가 하늘 방향으로 살짝 들리는 현상이 나타났다. 빗길을 달리는 자동차가 아스팔트 도로 표면에 완전히 달라붙지 못하고 빗물에 뜨는 수막 현상과 비슷한 일이 그린란드의 빙하 아래에서 생긴 셈이다. 빙하가 ‘공중 부양’한 높이는 무려 50㎝다.

 

위성으로 관찰한 올해 5월 30일(왼쪽)과 6월 1일의 그린란드 ‘028 호수’ 모습. 이틀 만에 현격하게 물이 줄었다.  영국 케임브리지대 연구진 제공

위성으로 관찰한 올해 5월 30일(왼쪽)과 6월 1일의 그린란드 ‘028 호수’ 모습. 이틀 만에 현격하게 물이 줄었다. 영국 케임브리지대 연구진 제공

이 현상은 기반암과 빙하 사이의 마찰을 줄였다는 게 연구진의 분석이다. 바닥으로 새버린 호수 물이 ‘윤활유’ 역할을 하면서 바다 쪽으로 이동하던 빙하의 속도가 갑자기 빨라져 버렸다. 일시적이긴 했지만 하루 2.1m씩 움직이던 주변 빙하의 흐름이 하루 4.9m로 두 배 이상 껑충 뛴 것으로 연구진은 분석했다. 연구를 주도한 토마스 추들리 케임브리지대 연구원은 “기반암 밑에 고속도로가 깔린 것과 비슷한 일이 생겼다”고 미국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말했다. 이준이 부산대 기후과학연구소 교수는 “호수 물이 빙하 아래로 스며드는 일은 10여년 전부터 관찰됐다”며 “이 현상이 꾸준히 가속화되면서 올해에는 굉장히 큰 규모로 발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호수 물이 빙하 아래로 새는 현상은 주변 호수들 사이에서 연쇄반응을 일으키며 발생한다는 점도 문제다. 한 개 호수의 바닥에 금이 가 물이 새기 시작하면 주변 호수에서 비슷한 일이 발생할 가능성이 커진다는 얘기다. 연구진은 무려 100㎞ 떨어진 곳의 호수끼리도 이런 호수 물 누수 현상이 ‘전염’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누수 확산되면 해수면 상승 재촉 
요동치는 그린란드에 ‘조마조마’

그동안 ‘유엔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는 호수 물이 빙하를 바다로 밀어내는 현상이 있긴 하지만 해수면 상승에 큰 영향을 줄 정도는 아니라는 입장이었다. 과학계에선 아직까지 IPCC의 입장을 완전히 뒤집을 정도의 강력한 증거가 제시되진 않았다는 시각이 나온다. 하지만 영국 연구진은 누수된 호수 물의 영향을 IPCC가 과소평가했을 수 있다고 반박했다. 서늘한 아름다움을 지닌 그린란드 호수가 해수면 상승의 변수가 될지에 과학계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원문보기: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912160600005&code=610102#csidxb936dea350a8c75a27746610407415a

 

 

[와우! 과학] 1931년 vs 2021년 스위스 빙하.. '기후 비상' 사라진 만년설

권윤희입력 2022.08.24. 15:27수정 2022.08.24. 19:33

[서울신문 나우뉴스]

1935년과 2022년 스위스 그라우뷘덴주의 말로야구 자메단 마을 알프 오타에서 바라본 피즈 로제그와 치에르바 빙하.

기후 변화로 스위스 빙하가 얼마나 사라졌는지를 사진 분석을 통해 도출한 연구 결과가 공개됐다. 22일(이하 현지시간) AFP통신은 스위스 연구진이 최초로 20세기 스위스 빙하의 표면 지형을 재현해 구체적인 손실 규모를 알아냈다고 보도했다.

같은 날 유럽지구과학연맹(EGU)이 발행하는 동료 심사 저널 ‘빙권’(The Cryosphere, 氷圈)에 실린 논문에서 스위스취리히연방공과대학(ETH취리히)과 스위스연방산림·눈·환경연구소(WSL) 과학자들은 20세기 초 빙하의 사진 측정 자료를 모아 현대적 방법으로 분석, 빙하의 실제 부피 변화를 도출해냈다고 밝혔다. 연구진은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빙하의 변화에 대한 이해가 전무하다시피했다” 면서 “특히 개별 빙하보다 전체 빙하에 대한 연구가 부족했다”고 지적했다. 기후 변화에 빙하가 어떻게 반응하는지 정확히 이해하려면, 추론이 아닌 수치적 결과 도출이 필수적이라고 전했다.

논문 수석저자 에릭 쉬트 매너펠트는 “지금까지 빙하의 변화에 관한 연구는 1960년 이후 촬영된 항공 사진에 주로 의존했다. 그러나 스위스 내에서도 규모가 큰 ‘휘피 빙하’ 같은 일부 빙하만 정기적인 측정 대상이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시대에 따른 스위스 빙하의 변화를 한 눈에 볼 수 있는 자료가 드물었다. 누적된 오류와 부정확하거나 불확실한 측정으로 큰 왜곡이 발생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논문 공동저자 다니엘 파리노티 박사는 “빙하 후퇴가 가속화되고 있다. 이 현상을 면밀히 관찰하고 정량화하는 것은 기후 변화에 대한 빙하의 반응을 추론할 수 있기 때문에 중요하다. 미래의 빙하 변화에 대한 신뢰할 수 있는 시나리오를 개발하는 데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1930년과 2022년 스위스 슈바르츠제 호수에서 바라본 고르너 빙하와 몬테로사 지역.

연구진은 20세기 빙하의 표면 지형을 재현, 현재와 비교해 스위스 빙하 변화를 정량화했다. 매너펠트 박사는 “서로 다른 두 시점에 빙하의 표면 지형이 어땠는지 알면 부피의 차이를 계산할 수 있다. 우리는 사진을 비롯한 과거의 빙하 관측 자료를 종합해 1931년의 빙하 표변 지형을 재현했다”고 밝혔다.

연구진은 스위스국립조사원(오늘날 스위스연방지질청 ‘스위스토포’)이 제1차 세계대전 때부터 1940년대 말까지 관측한 스위스 알프스 산맥 7000곳의 사진을 활용했다. 1916~1947년 사이 촬영된 2만 1703장의 사진을 입체사진측량에 따라 분석했다. 입체사진측량(stereophotogrammetry)은 연속으로 중복 촬영된 2장 이상의 사진을 이용해 위치(2차원) 및 높이(3차원)를 측량하는 기법이다. 연구진이 분석한 사진은 스위스 전체 빙하의 86%를 아우르는 자료였다. 연구진은 자체 개발한 반자동 툴로 사진에 나타난 지형 정보 중 건물, 수목, 인공 구조물 등을 제외한 지형(bare earth) 부분을 표현하는 수치표고모형(DEM: Digital Elevation Model)을 얻었다. 다만 사진 자료가 모두 다른 해에 촬영됐기 때문에, 정확한 비교를 위해 1931년을 기준으로 각 빙하의 부피 규모를 산출했다.

1928년과 2021년 알레취 빙하 가장자리 매릴렌알프에서 본 피셔 빙하.

그 결과 1931년~2016년까지 85년 동안 스위스 빙하 면적은 35.6(±6.5)%, 부피는 51.5(±8.0)%가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대해 연구진은 10년마다 미국 뉴욕 맨해튼(88㎢) 크기만 한 빙하가 없어진 셈이라고 설명했다. 맨해튼은 서울 여의도(2.9㎢)의 30배 크기다.

파리노티 박사는 지난 한 세기 동안 빙하가 지속해서 후퇴만 한 것은 아니고, 1920년대와 1980년대에는 빙하가 대량 성장한 때도 있었다고 말했다. 다만 “큰 그림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최근 85년 사이 상당한 빙하 후퇴가 있었던 것만은 분명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올해는 여름 폭염 등의 상황을 고려했을 때 빙하 손실은 최악의 수준일 것”이라고 우려했다. 파리노티 박사는 “올해 상황은 극단적이었다. 눈이 거의 내리지 않은 겨울과 뜨거운 여름의 조합은 최악의 상황을 초래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올해 스위스 빙하의 후퇴는 역대 최악 수준이었던 2003년보다 더 심각한 수준이 될 것이다”라고 예상했다.

 

연구진에 따르면 2016년~2021년까지 6년 간 스위스 빙하 12%가 추가로 사라졌다. 연구진은 세계 각국이 탄소 배출을 획기적으로 줄이기로 한 2015년 파리협약을 준수한다고 해도 이번 세기 말까지 현 빙하의 60%가 더 사라질 수 있다는 암울한 전망을 했다. 권윤희 기자 heeya@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