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sr]우주,지구

지구 같은 행성 361개나 발견…물과 생명체 존재 가능성

이름없는풀뿌리 2022. 3. 18. 18:37

“지구 같은 행성 361개나 발견…물과 생명체 존재 가능성”

[김기훈의 天地人] 안상현 한국천문연구원 선임연구원 ①/③

입력 2022.03.18 12:48
 
태양계가 속해 있는 우리 은하의 상상도. 허블 우주망원경이 관측한 자료를 바탕으로 그렸다./미국항공우주국(NASA)

인구 폭발, 공해, 지구 온난화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우주의 새로운 정착지에 관한 인류의 관심이 날로 뜨거워지고 있다. 미국 전기차업체 테슬라의 일론 머스크 창업자와 전자상거래업체 아마존의 제프 베이조스 창업자는 민간 우주로켓 사업에 뛰어들어 화성 탐사를 계획하고 있다. 한국도 오는 6월에 우리 기술로 만든 우주발사체 ‘누리호’의 2차 발사를 앞두고 있다.

이러한 와중에 지난해 12월 25일에는 역대 최대 규모의 우주관측 장비인 ‘제임스 웹(James Webb) 우주망원경’이 대기권 밖으로 발사 됐고, 지난 3월 11일에 망원경 초점 정렬을 성공적으로 마쳤다. 우주의 구성과 탄생 과정에 관한 비밀을 풀게 해 줄 새로운 발견이 잇따라 나올 전망이다. 인류는 마침내 은하가 처음 탄생하던 순간부터 시작하여 그 진화 과정을 목격하고, 또한 생명체가 존재하는 외계 행성을 발견할 지도 모른다.

우주 연구는 주로 로켓으로 탐사선을 발사하여 태양계를 연구하는 우주과학 분야와, 태양계 바깥의 광대한 우주와 천체를 연구하는 천문학 분야로 크게 나뉜다. 인류가 새로운 정착지를 발견하려면 아직은 직접 탐사선을 보내기는 무리이므로 천체망원경을 이용한 우주 구성원리에 대한 이론적 천문학 연구에 의존할 수 밖에 없다.

천문학자들은 우주의 어떤 점에 대해 관심을 갖고 있을까? 이 관심 분야를 연구하기 위해 어떤 수단과 방법을 사용하고 있을까? 이러한 의문을 갖고, 대통령 선거 이틀 전인 지난 3월 7일 천체물리학자인 안상현 한국천문연구원 선임연구원을 찾았다. 인터뷰는 이날 오후 2시 50분 대전시 유성구 대덕대로 776 한국천문연구원 내 이원철홀 1층 연구실과 2층 회의실에서 진행됐다.

 

안 연구원은 “현대 천문학에서는 외계 행성계의 존재, 우주의 비밀을 전해주는 새로운 관측 수단의 대두, 우주생태계의 종합적 이해 등 3가지 방향으로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며 “현재 인류가 우주에서 발견한 외계 행성계는 약 5000개 정도이고 그 중 생명체가 발생할 조건을 만족하는 것이 361개”라고 말했다. 하지만 “그 행성계가 지구와 같이 산소가 풍부한 대기를 지녀서 생물체가 존재하는지는 지금까지의 기술로는 알 수 없었고, 그런 생명체가 존재하는 이웃 행성계가 발견된다 하더라도 거기까지 여행하는 일은 현재 기술로는 거의 불가능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32년간 천체물리학 연구

—천체물리학을 연구한지 32년이나 됐다. 천체물리학 분야 중에도 여러 세부 분야가 있을 텐데, 박사 학위는 무엇으로 받았나?

“우주에 수소가 가장 많은데, 수소에서 나오는 라이만알파선(Lyman-alpha line)의 복사(輻射) 전달에 관한 연구로 학위를 받았다.”

어려운 용어가 나오기 시작했다. 그래서 최근 이슈가 된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어가는 것이 독자들이 이해하기 쉬울 것 같다고 생각했다.

지난해 12월 25일 우주로 발사된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이 로켓에서 분리되기 직전의 모습. 배경에 지구가 보인다./미국항공우주국(NASA)

—최근 우주로 발사된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은 어떤 의미를 갖고 있나?

“1990년대 초에 미국항공우주국(NASA)에서 허블(Hubble) 우주망원경을 쏘아올렸다. 지구 상공 540km 궤도를 돌면서 우주에서 오는 빛을 감지해 천체의 사진을 찍는다. 망원경의 경우 구경이 그 성능을 좌우하는데, 허블 우주망원경과 같은 반사망원경은 주경(主鏡)이라고 부르는 큰 반사경의 직경이 구경이다. 허블의 반사경은 지름이 2.4m이다.”

 

—허블 망원경 외에 다른 우주 망원경도 있나?

“빛에는 가시광선, 적외선, 자외선, X(엑스)선, 감마선 등 파장별로 다양한 종류가 있다. 미국항공우주국은 1990년대에 각 파장별로 우주망원경을 하나씩 지구 궤도에 쏘아 올렸다. 이 위성망원경 중 주로 가시광선을 담당한 것이 허블 우주망원경이다. 적외선은 미국의 라이만 스핏처 교수 이름을 따서 스핏처 망원경, X선은 찬드라세카의 이름을 따서 찬드라 우주망원경, 감마선은 20세기초 물리학자였던 콤프턴의 이름을 따서 콤프턴 우주망원경이라고 명명했다.

허블 망원경은 원래 10년 정도 쓰려고 하다가 워낙 사랑을 받아 몇 차례 수리를 하면서 30년이나 쓰게 됐다. 이 허블을 대체하게 될 차세대 우주망원경이 2021년 12월에 우주로 발사된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이다.”

미국항공우주국 기술자들이 2017년 4월 미국 메릴린드주 그린벨트의 고다드 우주비행센터에서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의 반사경을 점검하고 있다./미국항공우주국(NASA)

—지상에서 관찰하면 되지 않나? 왜 우주에서 봐야 하나?

“빛의 전 파장대에서 우주를 관찰해야 우주를 더 입체적으로 이해할 수 있다. 지구의 대기는 천체의 빛을 대부분 흡수하고 전파와 가시광선 정도만 통과시킨다. 그러므로 다른 파장대에서는 지상에서 우주의 모습을 온전하게 볼 수 없다. 더군다나 지구의 대기는 밀도가 불균일해서 아지랑이 효과를 일으키므로 별빛이 일렁거려서 상이 또렷하지 못하게 만든다. 이것을 극복하려면 우주로 나가야 한다.”

 

허블 vs 제임스 웹

—허블 우주망원경과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의 특징을 비교하면?

“허블 망원경은 적외선 관측도 가능했지만, 가시광선 위주로 관측했다. 허블 망원경의 구경은 2.4m인데, 제임스 웹 망원경의 구경은 6.5m 정도이다. 넓은 반사경으로 더 많은 빛을 모으기 때문에 훨씬 더 멀리 있는 희미한 천체를 볼 수 있다. 빛의 속도가 유한하기 때문에 더 멀리 본다는 것은 더 오랜 시간 동안 우리에게 달려온 옛날 빛을 본다는 이야기이다. 우주의 더 오랜 옛모습을 본다는 뜻이다.

또 우리 우주 공간은 팽창하고 있으므로 멀리 있는 천체일수록 우리로부터 더 빨리 달아나는 것으로 관측된다. 이것을 허블의 법칙이라고 한다. 멀리 있는 천체에서 나온 빛은 우리 눈에 들어오기까지 파장이 점점 길어지게 된다. 아주 멀리 있는 천체에서 나온 가시광 빛이 우주 공간을 여행해 우리 눈에 들어올 때는 적외선 빛으로 보인다. 그래서 적외선용 망원경을 만들어야 멀리 있는 천체의 모습을 관찰할 수 있다. 이번 제임스 웹 망원경은 적외선 망원경으로 특화했다.”

우주왕복선 아틀란티스호가 찍은 허블 우주망원경./위키피디아

안 연구원이 컴퓨터를 조작해 회의실 중간에 있는 대형 스크린에 두 장의 큰 사진을 띄웠다. 별과 별 사이에 가스와 먼지로 이뤄진 성운(星雲, nebula)을 허블 망원경이 가시광 빛으로 찍은 사진과 적외선으로 찍은 사진이었는데, 모습이 상당히 달랐다.

 

—같은 성운인데도 가시광으로 볼 때와 적외선으로 볼 때 꽤 다르다.

“(왼쪽 사진을 가리키며) 허블 망원경이 가시광선을 사용해 찍은 사진은, 성운 속에 깊숙이 자리잡고 있는 별들은 볼 수 없다. 그 천체에서 나오는 가시광이 성운 속에 들어 있는 먼지에 흡수되어 우리에게 도달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에게는 앞쪽에 있는 별의 모습만 보인다. (오른쪽 사진을 가리키며) 이에 반해 적외선은 먼지도 뚫고 나오므로 적외선 카메라를 쓰면 성운 속에 깊숙이 자리하고 있는 여러 별들이 모습을 드러낸다.”

우리 은하의 한 성운을 가시광선 망원경으로 촬영한 사진(왼쪽)과 적외선 망원경으로 찍은 사진. 적외선 망원경으로 찍을 경우 앞쪽 먼지에 가려져 있는 뒷쪽 별들의 모습도 나타난다./미국항공우주국(NASA)

카메라가 어떻게 가시광선과 적외선을 구별해 내는지 궁금해졌다. 그러자 안 연구원이 스마트폰을 꺼내 카메라 부분을 짚어 보이며 “이 속에 있는 카메라 센서 칩(촬영소자)이 망원경의 초점에 놓여 있다고 생각하면 이해가 쉽다” 고 말했다. 그는 “휴대폰에는 주로 CMOS 칩을 쓰지만 천문학에서는 CCD라는 방식의 칩을 주로 써왔다”며 “그러한 센서 칩을 적외선에 민감한 것으로 만들면 된다”고 했다. 다시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으로 질문을 이어갔다.

 

향후 20년 정도 활동할 듯

—제임스 웹 망원경은 앞으로 얼마나 쓸 수 있나?

“당초 계획상으로는 10년 정도 쓸 수 있게 망원경을 설계했다. 그런데 망원경에서 가장 중요한 반사경의 직경이 6.5m나 되는데, 너무 커서 그 모양 그대로 로켓에 싣고 우주로 보내기가 쉽지 않았다. 그래서 작은 조각거울 18개로 분해해 다른 부품들과 함께 종이접기처럼 구겨 넣은 뒤 우주에서 다시 펼쳐 큰 반사경으로 복구했다.

이 복구 과정에서 태양 전지를 동력원으로 사용하고 망원경의 궤도 미세 조정 및 자세 제어에는 가스를 분사해서 동력을 얻는다. 다행히 목적지까지 가는 도중에 모든 과정이 순조롭게 진행되어 전지와 가스 소모량이 적었다. 그 덕분에 예상 수명이 당초 10년에서 20년으로 늘어났다. 일단 향후 5년 정도는 사전에 계획된 주요 과학 임무를 수행하게 된다.”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이 지난 3월 11일 초점 정렬을 성공적으로 끝내고 보내온 사진. 밝은 별에 초점을 맞추는 작업을 진행했는데 카메라가 워낙 고성능이어서 뒷면에 은하계와 별들의 모습까지 나타났다고 미국항공우주국은 설명했다./미국항공우주국

—반사경 이야기가 흥미롭다. 반사경은 어떻게 만드나?

“앞에서 이야기했듯이 망원경에서는 반사경이 중요하다. 일반적으로 지상에 건설되는 망원경의 반사경은 유리의 재료인 규석으로 만든다. 커다란 돌을 녹이고 연마해서 얇은 오목거울 형태로 만든다. 하나 만드는데 1년씩 걸린다. 그러나 제임스 웹 망원경의 반사경은 베릴륨이라는 금속으로 만들었고, 표면을 금으로 코팅했다. 금이 적외선 빛을 잘 반사하기 때문이다.

제임스 웹 망원경의 주경은 발사할 때 접어야 해서 각각 1.2m 크기의 육각형 조각 거울 18개로 만들어서 세 부분으로 접었다가 우주에서 펼쳤다. 그 후 각각의 조각 거울의 위치를 미세 조정해서 전체가 하나의 오목거울이 되도록 만들었다. 멀리서 온 빛이 주경으로 모인 다음, 반대편에 있는 볼록거울인 부경(副鏡)에서 반사되고, 그 다음에 3차 거울에 의해 보정되어 주경의 가운데 나 있는 구멍을 통해 우리의 눈 역할을 하는 각종 관측장치에서 상을 맺게 된다.”

 
망원경의 반사경은 규석이라는 돌을 갈아서 만든다. 안상현 한국천문연구원 선임연구원이 허블 우주망원경의 반사경 제작 과정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김기훈 기자

—제임스 웹 망원경이 일단 향후 5년 정도는 사전에 계획된 주요 과학 임무를 수행하게 된다고 했다. 그렇다면 그 결과에 대해 과학자들이 어느 정도 예상을 하고 있을 텐데, 왜 이렇게 전세계 천문학자들이 흥분하고 있나?

“관측 결과를 예상하기가 쉽지 않다. 허블 망원경의 경우 처음에 설정한 주요 과학 연구 과제는 세페이드 변광성을 관측하여 허블 상수를 측정하는 것이었다. 허블 상수는 외부 은하의 후퇴 속도가 그것까지의 거리와 비례한다는 것을 보여주는 비례상수인데, 이 수치로 우주의 팽창 속도와 나이를 측정할 수 있다.

그런데 그 주요 과제는 그 이후 허블 망원경이 발견한 것들에 비하면 새 발의 피였다. 허블 망원경은 우리가 처음 보거나 몰랐던 것들을 보여줬다. 정말 뜻밖의 성과였다. 우리가 모르던 자료를 너무 많이 얻게 됐다. 이번 제임스 웹 망원경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새로운 자료들이 무수하게 쏟아져 나올 것이라서 전세계 천문학자들이 흥분하고 있다. 아마 우리의 우주관을 혁신적으로 바꾸게 될 것이다. 어쩌면 모든 것을 바꿔 놓을지도 모른다.”

 

천문학자들의 3대 관심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에 대한 설명을 들으면서 우주망원경을 사용해 과학자들이 알고 싶고 연구하고 싶어하는 것이 무엇인지 궁금해졌다. 인터뷰의 원래 주제인 천문학자들의 관심 사항에 대해 질문을 시작했다.

 

—현대 천문학자들은 주로 어떤 분야에 관심이 있나?

“미국과학재단(NSF)은 천문학자들을 대상으로 매 10년마다 앞으로 10년 동안 어떤 연구를 할 예정인지 연구계획서를 수집하여 보고서를 낸다. 그리고 이 연구계획서를 바탕으로 연구에 필요한 자금을 지원한다. 제임스 웹 망원경도 20여년 전에 이러한 조사를 바탕으로 자금을 배정해 제작했다. 따라서 지난 2010년에서 2020년 사이에 제출된 연구계획서를 보면 천문학자들의 최근 연구 동향을 가늠해 볼 수 있다.”

미국과학재단은 과학자들의 연구 관심 사항을 조사한 뒤 예산을 배정한다. 사진은 미국 버니지아주 알렉산드리아의 미국과학재단 청사./미국과학재단

—어떤 연구를 하고 있나?

“크게 3가지 분야이다.

첫째, 외계 행성계 검출이다. 지구가 속해 있는 태양계 같은 것이 우주에 또 있는지, 또 그 외계 행성계에 인류 외의 다른 생명체도 있는지 알아보는 작업이다.

둘째, 우주의 비밀을 알려줄 새로운 관측 수단이 개발되었고, 이를 확장해 우주를 연구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중력파나 중성미자를 검출해 우주를 들여다보려 한다.

셋째, 우주생태계(cosmic ecosystem)를 일관성 있게 이해하려고 하고 있다. 태양계가 속한 우리 은하를 구성하는 별과 성운의 화학 조성과 분포와 운동 상태 등을 종합적으로 연구하면 이러한 정보를 마치 은하의 진화 역사를 담고 있는 화석처럼 이용할 수 있다. 이러한 정보를 기초로 거시적으로는 은하의 형성과 진화에 대한 통일적인 이론체계를 만들려고 하고, 미시적으로는 별의 형성과 진화 과정 전체를 유기적이고 일관적으로 이해해 보려고 하고 있다.”

3개 분야 각각에 대해 하나씩 물어보기로 했다.

 

이슈 1 : 외계 행성계 발견

—태양계 외에 외계 행성계 존재를 어떻게 파악할 수 있나?

“대체로 4가지 방법을 쓴다.

첫째, 별(스스로 빛을 내는 항성)과 행성이 중력으로 묶여서 서로의 공통 질량 중심을 축으로 공전할 때, 별도 미세하게 앞 뒤로 왔다 갔다 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 사실을 이용하여 별의 미세한 움직임을 측정하여 행성의 존재를 알아내는 방법이 있다. 이러한 움직임을 측정하려면 우주에서 초속 10m 정도의 속력을 측정할 수 있어야 한다. 이러한 초정밀 관측을 구현한 학자들이 노벨물리학상을 받았다.”

 

—두번째 방식은?

“식(蝕, eclipse) 현상이 일어나는지 본다. 예를 들어 금성이 공전하다가 해를 가리면 식 현상이 일어나면서 우리가 관측할 수 있는 태양빛이 아주 조금 어두워진다. 이와 마찬가지로, 멀리 있는 별을 계속 관찰하다가 그 별 둘레를 도는 행성이 별빛을 가려서 별빛이 아주 조금 어두워지는지 관찰해 본다. 그 어두워지는 양상과 주기를 측정하면 그 행성의 궤도, 크기, 질량 등을 구할 수 있다.

케플러 위성을 쏘아 올려 지금까지 53만개의 별을 이런 방식으로 관찰한 결과 2662개의 별이 주변 행성을 갖고 있다는 것을 찾아냈다. 그 후속 위성인 K2와 테스(TESS) 위성 뿐 아니라 지상 관측 사례까지 모두 합하면 지금까지 행성을 거느린 별이 약 5000개 정도 관측됐다.”

우주에서 별들을 관찰하면서 외계 행성계를 찾고 있는 케플러 위성 상상도./미국항공우주국(NASA)

—5000개의 외계 행성계 가운데 지구 같은 행성도 있나?

“500개 정도는 지구만 하거나 지구보다 작다. 다만 크기가 지구만하더라도 수성처럼 태양과 너무 가까우면 뜨거워서 생물체가 살기 어렵고, 화성처럼 너무 멀면 추워서 안된다. 지구처럼 생명이 살만한 행성은 360개 정도이다. 이 안에는 액체가 존재할 수 있다. 액체가 존재할 수 있으면 물이 있을 수 있고 생명체가 살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 지구처럼 산소나 생물체가 존재하는 것 같은 흔적은 없다. 우주에 인류 이외의 또 다른 생명체가 존재한다면 그것은 인류의 가치관을 송두리째 바꿔놓을 대사건이 될 것이다.”

 

빛을 끌어 당기는 중력

—세번째 측정 방법은?

“마이크로렌징(microlensing, 미시중력렌즈) 방식이다. 중력렌즈란 질량을 가진 천체가 근처의 시공간을 휘게 하여 볼록렌즈처럼 빛을 굴절시키는 현상을 말한다. 예를 들어 어떤 별과 지구 사이를 중력을 가진 물체가 지나가면 그 별빛이 점차 밝아졌다가 다시 예전 상태로 돌아간다. 더 밝아지는 이유는 사이를 지나가는 그 물체의 중력이 별빛을 더 많이 끌어당겨서 지구에 있는 우리에게 더 많은 빛을 보내주기 때문이다.”

질량을 가진 행성이 별 주위를 지나가면 행성의 중력이 주변의 빛을 끌어들여 볼록렌즈처럼 별빛을 굴절시킨다. 그 결과 관측자의 눈에 별이 더 밝게 보이는 미시중력렌즈 현상이 나타난다./유럽남방천문대

—그 중력을 가진 물체가 어두운 별이고 그 둘레를 행성이 공전하고 있다면?

“그 행성도 저 멀리 있는 다른 별빛에 미시중력렌즈 현상을 일으킨다. 다만 별빛은 더 짧은 시간 동안 밝아졌다가 어두워진다. 여러 별의 밝기를 계속 관측하다가 어떤 별에서 이러한 미시중력렌즈 현상이 발생했다면 행성의 존재를 확인할 수 있다.”

 

—네번째 관측 방식은?

“행성의 모습을 직접 사진으로 찍는 방법(imaging)이다. 이를 위해서는 지구 대기에 의해 별빛이 깜박거리는 것을 보정해야 한다. 천문학자들으 70km 상공에 나트륨 레이저를 쏘아 인공별을 만들고 그 별을 실시간으로 관측하면서 지구 대기의 굴절을 바로 잡아줌으로써 마치 대기 밖에서 천체를 관측하는 것과 같이 만들었다.

이 기술을 전문용어로 적응광학(adaptive optics)라고 한다. 그러면 별과 바짝 붙어 있어서 사진으로 찍기 어려운 행성을 분해해서 촬영할 수 있다. 현재 전세계 천문대 중에서 하와이의 마우나케와 산에 있는 켁(Keck) 천문대와 칠레의 VLT 천문대 정도만 이런 촬영이 가능하다.”

미국 하와이 마우나케아 산에 있는 켁 천문대. 1993년과 1996년에 지상 4145m에 구경 10m짜리 망원경 2개로 설치될 당시에는 세계 최대 망원경이었다. 현재는 세계 3위와 4위./미국항공우주국(NASA)

빛 분석해 행성의 대기 성분 파악

—이러한 측정 방법이 이미 사용되고 있는데, 제임스 웹 망원경이 외계 행성계 발견에 기여할 수 있는 부분은?

“한 단계 더 나아가려고 한다. 지구의 나이가 대략 46억년 정도 됐다. 지구의 대기에는 원래 메탄과 이산화탄소가 많았다. 목성과 비슷했다고 본다. 그 후 지금으로부터 25억년쯤 전에 생명체가 탄생하면서 메탄과 이산화탄소는 줄어들고 산소와 오존이 많아졌다. 즉 생명체가 행성 대기의 성분을 변화시킨 것이다.

그러므로 외계 행성의 대기를 관찰해 그 성분을 분석해 내면 그 안에 생명체가 있는지 여부를 추정할 수 있다. 메탄이 많은 행성은 생명체가 생기지 않은 것이고, 산소나 오존이 많이 있으면 생명체가 생겨난 행성으로 볼 수 있다.”

우주에서 본 지구. 지구의 대기는 25억년 전에 생명체가 생겨나면서 메탄과 이산화탄소가 줄고 산소와 오존이 증가하는 형태로 획기적으로 변화했다. /미국항공우주국(NASA)

—너무 멀어 가 볼 수도 없는 행성의 대기 성분을 어떻게 분석하나?

“행성은 자기가 공전하는 모(母)항성의 빛을 자신의 표면에 반사해 빛을 낸다. 그 행성에 대기가 있다면 표면에서 반사되는 과정에서 별빛이 대기를 통과해 나오게 된다. 따라서 그 빛을 분석해 보면 대기의 성분과 생명체 존재 가능성을 추정해 볼 수 있다.”

대기를 통과해 나오는 빛을 분석하는 방법에 대해 좀 더 물어 보려다가 너무 깊이 들어가는 듯해 중단했다. 안상현 선임연구원과의 대화는 천문학자들의 두번째 관심사, 즉 우주에서 보내오는 새로운 메신저 찾기로 이어졌다.

 

 

우주에서 보내오는 새 메신저를 찾아라

[김기훈의 天地人] 안상현 한국천문연구원 선임연구원 ②/③

입력 2022.03.18 12:49
 
 
 
 
 
1921년 오스트리아의 빈에서 강의하고 있는 물리학자 알베르트 아인슈타인./페르디난트 슈무처(위키피디아)

☞ ①/③편에서 계속

천문학자들은 새로운 방식으로 우주의 비밀을 탐구하기 위해 우주에서 보내오는 새로운 메신저를 열심히 연구한다. 안상현 천문연구원 선임연구원이 천문학자들의 두번째 관심사인 새로운 우주메신저 두가지에 대해 이야기를 시작했다.

 

이슈 2 : 새로운 우주 메신저

—천문학자들이 관심을 갖고 연구하는 두번째 분야는 어떤 것인가?

“빛이 아닌 다른 신호로 천체를 관측하는 방법을 연구하고 있다. 새로운 신호로는 중력파(gravitational wave)와 중성미자(neutrino)가 대표적이다.”

 

새 메신저 ① 중력파

—중력파가 어떻게 천체 연구에 도움이 되나?

“질량을 가진 물체가 가속운동을 할 때 발생하는 시공간의 일그러짐이 파도처럼 광속으로 퍼져나가는 현상을 중력파(重力波)라고 한다. 아인슈타인이 1916년 자신의 일반상대성이론으로 그 존재를 예측했다.

예를 들어 블랙홀이 2개가 있다고 하자. 멀리 떨어져 있을 때에는 각 블랙홀이 천천히 회전하면서 중력파를 방출한다. 중력파는 두 블랙홀의 공전 각(角)운동량을 빼앗아가므로 두 블랙혹은 서로 가까워진다. 서로 가까워지면 점점 더 빠르게 공전하고 더 많은 중력파가 나오게 되므로 두 블랙홀은 점차 빠르게 다가가게 된다. 그러다가 마침내 두 블랙홀이 서로 합쳐진다.”

 
전세계 천문학자들이 2017년 4월 11일 6개 대륙 지상의 8개 전파망원경을 동원해 찍은 우리 은하계 밖 외부 은하 '메시에 87'에 존재하는 블랙홀의 모습. 사건의 지평 망원경(EHT) 프로젝트로 불린 이 작업에서 빛을 빨아들이는 블랙홀은 검게 보이고, 주변을 지나던 빛이 블랙홀 쪽으로 휘어지면서 블랙홀을 휘감는 것처럼 나타난다. 이 밝은 빛을 블랙홀의 그림자라고 한다./유럽남방천문대

안 연구원이 말을 이어갔다.

“천문학자들은 예전에 전통적인 광학망원경을 통해 이런 블랙홀이 우주에 존재한다는 것은 알고 있었다. 그러나 그러한 블랙홀은 기껏해야 태양 질량의 5~10배 정도 크기였다. 2015년에 처음으로 중력파를 검출함으로써 두 블랙홀이 병합하는 현상이 알려졌다. 그런데 그 블랙홀은 태양 질량의 20~160배에 이르는 엄청나게 무거운 것들이었다. 우주에서는 이러한 무거운 블랙홀 병합 현상이 빈번하게 벌어지고 있는데, 중력파 망원경이 이러한 현상을 알아내는데 큰 기여를 하고 있다.”

 

—블랙홀의 크기는 얼마나 되나?

“태양 질량에 해당하는 블랙홀이 있다면 그 반경은 3km 정도이다. 블랙홀의 반경은 질량에 비례한다. 중성자별(neutron star)은 그 질량이 대개 태양 질량의 1.5~2배 정도이고, 그 반경은 10km 남짓해 서울시보다 약간 작다. 또 별의 진화 마지막 단계인 백색왜성(white dwarf)은 지구만하다고 보면 된다. 우주에서 블랙홀, 중성자별, 백색왜성 등의 병합이 얼마나 많이 일어나는지는 과학자들이 알고 싶어하는 미스테리이다.”

—그런 연구를 통해 천문학자들이 궁극적으로 알고 싶어하는 것은?

“은하가 탄생하던 무렵 언제 처음으로 블랙홀이 만들어졌는지, 그 초기 질량은 얼마나 되었는지, 또한 얼마나 빠르게 회전하고 있었는지, 어떤 메커니즘을 통해 블랙홀이 만들어지며 또 어떻게 진화해 왔는지, 블랙홀의 형성과 진화는 그 모(母)은하의 형성과 진화와 어떤 관련이 있는지 알고 싶어한다.”

 

중력파 망원경

잠시 블랙홀 이야기로 빠졌던 화제를 다시 중력파 망원경으로 돌렸다.

—현재의 중력파 망원경으로 어느 수준까지 관측이 가능한가?

“우리가 지금까지 검출한 중력파는 블랙홀 병합이 대부분이고 중성자별의 병합, 중성자별과 블랙홀의 병합은 매우 드물게 검출됐다. 그러나 백색왜성이 개입된 쌍성(雙星)에서 발생하는 중력파나, 은하 중심부에 존재하는 거대 블랙홀이 개입된 경우에 나오는 중력파를 검출하기 위해서는 신개념의 중력파 검출기가 필요하다. 이를 위해 몇몇 연구개발 프로젝트가 선진국을 중심으로 진행되고 있다.”

 

—예를 들면?

“지상의 중력파 망원경은 지진파의 영향을 받기 때문에 거대중력파 검출 프로젝트인 리사(LISA) 망원경을 우주로 보내는 작업이 진행중이다. 리사 망원경으로 보면 중성자별끼리의 병합도 보다 쉽게 볼 수 있다.”

미국 워싱턴주 핸포드에 있는 라이고(LIGO) 중력파 천문대(위)와 지표면에 90도 각도 두 방향으로 길게 설치되어 있는 망원경 내부 모습(아래). 우주에서 전해오는 중력파를 관측해 블랙홀 등의 움직임을 연구한다./LIGO천문대

—중성자별은 어떻게 관측하나?

“중성자별은 중성자로 이루어진 밀도가 매우 높은 천체이다. 태양 질량의 1.5~2배 정도로 무거운데, 반경은 10여km에 불과하니 그 밀도가 어느 정도일지 짐작할 수 있다. 또한 강한 자기장을 띠고 있는데, 여기에서 전파를 방출한다.

중성자별은 일반적으로 자전하고 있다. 자전하면서 방출되는 전파는 마치 등댓불처럼 깜빡거리는 것으로 관측된다. 이러한 천체를 펄사(pulsar)라고 한다. 1967년 첫 발견 이래 지금까지 2000개 정도의 펄사가 발견됐다. 대부분은 그 박동 주기가 1초 정도인 느린 펄사들이지만 200개 이상의 펄사는 1초에 수백번 이상 깜빡거리는 밀리초 펄사이다. 이렇게 회전하는 중성자별에서는 중력파가 나오며, 천문학자들은 이를 검출하기 위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가로·세로 1km 크기의 망원경

—중력파 이외에 중성자별을 더 효과적으로 관측할 수 있는 다른 방법이 있다면?

“SKA(Square Kilometer Array) 망원경을 들 수 있다. 제곱 킬로미터 전파망원경 배열이라는 뜻인데, 호주의 서부와 남아공에 작은 전파망원경 집단을 배치해 여러 전파 파장에서 우주를 관측하게 된다. 그 전파망원경의 반사경 접시의 면적을 모두 합하면 면적이 가로 세로 1km에 달하므로 이름이 제곱 킬로미터 배열이 됐다.”

—효과가 어느 정도인가?

“천문학자들은 1967년부터 지금까지 펄사를 약 2000개 정도 발견했다. 그런데 이 SKA 망원경을 쓰면 3일만에 이만한 업적을 이룰 수 있을 것이라고 한다. 현재 가로 세로 각각 100m 정도 되는 시험용 망원경 배열을 만들어 가동중인데, 이미 새로운 현상들이 발견되고 있다. 가로 세로 1km인 본 전파망원경이 완성되면 면적이 100배나 커지니, 얼마나 신기하고 새로운 우주의 모습을 보게 될지 벌써 가슴이 두근거린다.”

 
접시들을 모두 모으면 직경 5km가 되는 초대형 SKA(제곱 킬로미터 배열) 전파망원경의 상상도./위키피디아

—망원경이 커지면 그만큼 많은 전파 정보를 처리할 수 있는 장치도 필요하지 않나?

“수퍼컴퓨터가 돌아가야 한다. 예전에는 컴퓨터 용량이 작아 그만한 정보를 처리할 수 없었는데, 이제는 컴퓨터 성능이 좋아져서 가능해졌다. 다만 수퍼컴퓨터를 돌리는데 필요한 막대한 전기를 어떻게 공급할지가 과제이다.”

안 연구원은 이 대목에서 한국 기업들의 참여 가능성을 언급했다.

“전파망원경이 이렇게 거대해져도 이 하나의 전파망원경 제작을 위해 별도의 공장을 설립하기는 어렵다. 그러니 세계 각국의 기업들에 부품을 발주해 조립하는 형태로 이뤄진다. 한국 기업들은 이미 소규모 망원경 제작과 컴퓨터 생산 능력을 갖추고 있으니, 이 프로젝트에 참여할 수 있는 여지가 있지 않을까?”

 

새 메신저 ② 중성미자

—우주의 비밀을 알려주는 새로운 메신저로 중력파 외에 중성미자를 꼽았다. 무슨 뜻인가?

“일본 과학자들이 연구를 해서 2차례에 걸쳐 노벨상을 받았고, 우리 과학자들도 연구에 참여하고 있는 분야다. 중성미자(neutrino)는 우주를 구성하는 기본 입자이다. 전기적으로 중성이고 질량이 매우 가벼우며 물질과 거의 반응을 하지 않는다. 거의 반응을 하지 않는다는 이야기는 중성미자가 드물게 물질과 반응을 하는 경우가 생긴다는 말이다. 이 때 중성미자가 원자핵과 반응을 하면 전자나 뮤온이나 타우온 같은 경입자가 빠른 속도로 튀어나오면서 체렌코프(Cherenkov) 효과에 의해 깔대기 모양으로 빛을 방출한다.

전자가 튀어나오는 반응을 일으키는 중성미자를 전자중성미자, 뮤온이 튀어나오는 반응을 일으키는 중성미자를 뮤온중성미자, 타우온이 튀어나오는 반응을 일으키는 중성미자를 타우온중성미자라고 한다. 이들 세 가지 중성미자에 의해 발생하는 경입자가 방출하는 빛의 형태는 각기 다르다. 이를 이용해 어떤 종류의 중성미자가 어느 방향에서 들어왔는지 알 수 있다.”

 

—구체적으로 어떻게 측정하나?

“지하 1000m에 원통형 방을 만든 뒤, 그 원통형 방의 벽에 광전자증배관(photo multiplying tube, PM 튜브)을 부착해 미세한 빛을 검출해 낼 수 있게 만든다. 그 다음에 원통형 방에 물을 채워서 중성미자가 물을 구성하는 핵자(양성자와 중성자)와 반응해 체렌코프 빛을 내는지 오래오래 관찰한다. 우주에서 지구로 끝없이 내려오는 에너지 입자들을 우주선(cosmic ray)이라고 하는데, 우주선 입자가 지구 대기와 반응할 때 중성미자가 발생하며, 지하의 중성미자 검출기가 이러한 중성미자를 검출해 낸다.”

일본 기후현 카미오카 광산의 지하 1000m에 위치한 중성미자 관측설비 수퍼카미오칸데 내부 모습. 벽에 중성미자에서 방출하는 체렌코프 빛을 감지하는 PM튜브가 가득하다. 가운데는 물로 채워진다./도쿄대학 우주선연구소

—관찰 결과는?

“검출기 상공에서 입사한 중성미자의 종류와, 지구 반대쪽의 대기 상공에서 발생해 지구를 관통해서 검출기에 입사한 중성미자를 조사해 봤더니, 세 종류의 중성미자의 개수 비율이 다름이 발견됐다. 중성미자가 질량을 가질 경우 지구라는 물질을 통과하면서 중성미자의 종류가 바뀐다는 중성미자 진동이론으로 이러한 현상을 설명할 수 있다. 이 현상을 발견한 일본 도쿄대의 가지타 다카아키(梶田 隆章) 교수가 노벨물리학상을 받았다. 중성미자가 아주 작지만 질량을 갖고 있음을 증명한 것이다.”

 

중성미자는 우주 암흑물질 후보

—이 발견이 천체물리학에서 갖는 의미는?

“우주에는 엄청난 개수의 중성미자가 있으므로 만일 중성미자가 충분히 큰 질량을 갖고 있다면 우주 암흑물질(dark matter) 구성 요소의 한 후보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중성미자를 우주 관측에 어떻게 활용하나?

“중성미자는 태양에서도 나온다. 태양의 중심부에서 일어나는 핵융합 과정에서 발생한다. 그러므로 이를 관찰하면 태양에서 일어나는 핵융합 과정을 정확하게 이해할 수 있다.

또한 항성이 진화의 마지막 단계에서 스스로 폭발하면서 매우 밝게 빛나는 것을 초신성(supernova)이라고 하는데, 이 때에도 중성미자를 많이 방출한다. 또는 중성자별이나 백색왜성이 충돌할 때에도 중성미자가 나온다. 그러므로 중성미자 관측을 통해 행성간 충돌이나 병합 같은 이벤트가 우주에서 얼마나 자주 일어나는지 알 수 있다.”

—중성미자를 측정하기 위해 지하 1000m에 원통형 방을 만들려면 비용이 많을 들 것 같은데, 더 저렴한 방법은 없나?

“남극에 깊이가 2~3km에 이르는 얼음층이 있다. 그 속을 뚫어서 광전자증배관을 설치해 중성미자의 변화를 측정하는 방법도 있다. 이것을 아이스큐브(icecube) 프로젝트라고 한다.”

 
남극의 지하 2000m 아래에 관측 튜브를 넣어 중성미자를 관측하는 아이스큐브 프로젝트 개념도./위키피디아.
남극에 있는 아이스큐브 중성미자 관측소의 지상 건물./아이스큐브 중성미자 관측소

안상현 한국천문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우주가 보내주고 있는 2가지 새로운 메신저에 대해 충분히 설명했다. 대화는 우주 전체의 생성과 진화를 다루는 우주생태계 연구와 인류의 화성 이주 가능성으로 이어졌다.

 

 

[이광식의 천문학+] 허블보다 선명..제임스웹 망원경이 포착한 놀라운 첫 이미지

입력 2022. 03. 18. 17:26 수정 2022. 03. 18. 17:26 댓글 31

 

[서울신문 나우뉴스]

이번에 제임스웹 우주망원경이 포착한 별 2MASS J17554042+6551277. 배경은 모두 심우주의 은하들이다.

제임스웹 우주망원경의 주경 정렬이 완전히 마무리되었으며, 원래 설계된 것보다 훨씬 좋은 성능을 발휘한다고 미 항공우주국(NASA) 관리들이 지난 16일(현지시간) 화상 기자회견에서 밝혔다.

18개의 육각형 조각거울로 구성된 지름 6.5m의 주경은 접힌 상태에서 지난해 12월 25일 우주로 발사되어 근무지인 라그랑주2 포인트로 이동하는 중에 전개되었다. 벌집 모양의 18개 조각 거울을 단일 반사경으로 기능하도록 정밀하게 정렬시키는 것이 지상의 웹 팀이 해결해야 했던 주요 작업 중 하나였다. 그것은 각 조각거울들의 위치와 기울기를 나노미터 수준의 정밀도로 미세 조정하는 정교한 프로세스로서, 그 작업이 비로소 완료되었다고 관계자들이 말했다.

아직 망원경이 본격적으로 가동에 들어가지는 않았지만, 지금까지 발사된 우주망원경 중 가장 복잡하고 비싼(한화 약 12조원) 제임스웹이 주경 정렬 후 보내온 첫 심우주 이미지를 본 과학자들은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미국 메릴랜드에 있는 NASA 고다드 우주비행 센터의 웹 운영 프로젝트 과학자인 제인 릭비는 “지금까지 보여준 망원경의 성능은 우리가 감히 기대했던 모든 것을 충족시킨 것”이라면서 “오늘 우리가 본 제임스웹의 이미지는 허블 망원경이 찍은 이미지만큼 선명하지만, 허블이 전혀 볼 수 없는 빛의 파장이라는 것이 다른 점”이라고 밝혔다.

제임스웹 우주망원경이 초점 테스트용으로 촬영한 HD 84406

1월 초 거울 정렬 과정이 시작되었을 때, 지상 팀은 우리 은하계에서 ‘특징없는 별’로 생각되는 HD 84406을 망원경 초점 테스트용으로 선택했다. 육안으로 볼 수 있는 것보다 100배 더 희미한 이 별은 과학적 중요성이 아니라 순전히 밝기와 위치 때문에 선택되었다.

정렬 과정이 시작될 때 망원경은 별에 대한 18개의 개별 이미지를 제공했으며, 각 조각 거울은 자체적으로 하나의 반사경 역할을 했다. 16일 공개된 이미지는 밝게 빛나는 호박색 별이 우주를 가로질러 빛줄기를 발산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그러나 별 자체보다 훨씬 더 흥미로운 것은 그 배경으로, 이전에는 도달할 수 없었던 심우주에서 빛나는 수십 개의 반점과 얼룩들을 보여준다. 이것들은 모두 심우주의 은하들이다.

말하자면 이 심우주의 은하들은 웹이 포착한 최초의 ‘딥 필드'(deep field)라 할 수 있다. 하늘의 작은 부분에 초점을 맞춘 딥 필드 이미지는 우주에서 가장 멀리 있는 물체를 포착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는 원래 허블 우주망원경의 전문 분야였지만 이제는 그 후계자에게 자리를 물려주게 되었다. 심우주를 들여다보는 데는 제임스웹이 단연 앞서는 성능을 가졌기 때문이다.

지구-달 거리의 4배인 150만㎞ 라그랑주2 지점에서 자세를 잡은 제임스웹 우주망원경의 상상도

릭비는 “제임스웹이 하늘의 어느 지점이든 2000초만 들여다본다면 어떤 딥 필드 이미지라도 얻을 수 있다”면서 “이것이 지금부터 우리의 미래가 될 것이다. 어디를 보아도 딥 필드다. 정말 땀 한 방울 흘리지 않고도 우리는 수십억 년을 거슬러올라 먼 과거의 은하들을 볼 수 있게 된 것”이라고 덧붙였다.

NASA의 웹 프로젝트 과학자인 랜디 킴블은 스페이스닷컴과의 인터뷰에서 허블이 최고의 딥 필드 이미지를 얻는 데 몇 주가 걸리는 반면, 웹은 몇 시간 내에 동일한 결과를 얻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두 우주망원경은 동일한 파장대의 우주를 촬영하지는 않는다. 허블이 가시광선 및 자외선 복사의 파장대를 전문으로 하고 있는 데 비해 제임스웹은 적외선 영역 관측에 특화되어 있다.

제임스웹은 허블보다 최대 100배 더 민감하도록 설계되었는데, 그 목표는 달성되었을 뿐만 아니라 초과했다고 NASA 관계자는 브리핑에서 밝혔다.

NASA의 과학담당 부국장인 토마스 주버켄은 “그 동안 숱한 잠 못 이루는 밤과 걱정은 이제 모두 내려놓았다”면서 “앞에 길이 없기 때문이 아니라 아직 넘어야 할 산이 있고, 해야 할 중요한 작업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는 그 산을 잘 올라가고 있다”고 말했다. 

이광식 칼럼니스트 joand999@naver.com

 

인류의 화성이주 꿈, 실현 가능할까?

[김기훈의 天地人] 안상현 한국천문연구원 선임연구원 ③/③

입력 2022.03.18 12:49
 
 
 
 
 
우주 사업을 벌이고 있는 테슬라 창업자 일론 머스크(왼쪽)와 아마존 창업자 제프 베이조스./위키피디아

☞ ②/③편에서 계속

우주의 비밀을 알려주는 새로운 메신저에 대한 질문이 끝났다. 안상현 한국천문연구원 선임연구원에게 우주 전체의 생성과 진화를 다루는 우주생태계 연구와 인류의 화성 이주 가능성에 대해 질문을 시작했다.

 

이슈 3 : 우주생태계 연구

—우주생태계(cosmic ecosystem)라는 말이 다소 생소하다.

“138억년전 우주가 처음 생긴 직후에는 우주의 물질들이 거의 균질하게 퍼져 있었다. 거의 균질하다는 말은 아주 미세한 불균질성이 존재했었다는 말이다. 그 불균질한 물질의 분포가 이후 중력에 의해 모여들어 뭉치면서 지금과 같이 은하나 암흑물질이 마치 거미줄처럼 분포하는 형태로 진화했다. 또한 우리가 속한 은하수와 같은 개별 은하도 이러한 물질 불균일성이 중력 진화를 통해 점점 커가면서 다양한 모양으로 진화한 것이다.

이처럼 우주가 처음 생긴 뒤에 초기 물질들이 모여 별이 되고 은하를 이루면서 현재의 우주 형태로 발전된 과정을 일관적으로 이해하려고 하는 움직임을 우주생태계 연구라고 한다.”

—구체적으로 어떤 연구를 하나? 사례를 들면?

“최근에는 가이아(Gaia) 위성이 별간의 거리를 정밀하게 측정해 내고 있다. 그래서 예컨대 우리가 속한 우리 은하 내에서 원소의 조성, 예컨대 니켈의 분포가 비슷한 별들을 추려내 그 별들의 공간 분포와 운동 상태로부터, 예전에 함께 생겨나 같은 집단에 속했던 별들을 가려낼 수 있다.

그 별들은 우리 은하에 잡아먹힌 위성은하를 구성했던 별로 간주할 수 있다. 즉, 지금은 잡아먹힌 위성은하의 화석을 찾는 셈이다. 이러한 연구를 통해 우리 은하가 다른 위성은하를 병합했다는 사실 뿐 아니라, 병합되기 이전 위성운하의 위치와 모양도 가늠해 볼 수 있다.”

 
지구에서 3억광년 떨어진 머리털자리 성좌에서 두 은하가 병합을 하고 있다. 2004년 촬영된 이 사진에서 두 은하는 긴 꼬리 때문에 '쥐들'이라는 별명을 얻었다./미국항공우주국(NASA)

—사례를 하나 더 들면?

“우리 은하의 중심에 태양 질량의 400만배가 되는 초거대 블랙홀이 있다. 망원경 1개당 건설비용이 1500억원에 달하는 하와이의 켁(Keck) 천문대에서 초거대 블랙홀 주변을 공전하고 있는 별들을 여럿 찾아냈다. 이 별들의 궤도를 가지고 그 초거대 블랙홀의 존재와 질량을 측정했다. 또 일반적으로 대형 은하들은 중심부에 이러한 초거대 블랙홀을 갖고 있다는 사실도 알아냈다.”

—블랙홀은 빛을 빨아들여서 볼 수가 없는데 존재를 어떻게 확인할 수 있나?

“최근 세계 천문학자들이 공동작업으로 ‘사건의 지평 망원경(Event Horizon Telescope)’이라는 프로젝트를 통해 다른 은하의 중심부에 있는 초거대 블랙홀을 직접 촬영하는데 성공했다. 또 그 블랙홀이 자전함도 확인했다. 천문학자들은 왜 큰 은하에는 이러한 초거대 블랙홀이 존재하는지, 그런 초거대 블랙홀은 어떻게 만들어진 것인지, 은하 전체 질량의 1000분의 1 밖에 안되는 이 초거대 블랙홀이 은하 전체의 형성과 발전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등을 연구하고 있다.”

 

우주의 구성

—앞에서도 블랙홀 이야기가 간혹 나왔는데, 블랙홀이란 대체 무엇인가?

“스티븐 호킹 박사는 블랙홀에 대해 3가지 정보 밖에 없다고 했다. 질량, 스핀(회전운동량), 전하량이다. 돌지 않는 블랙홀은 질량 정보만 있다. 도는 블랙홀은 질량과 스핀이 있다. 전하를 갖고 있는 블랙홀은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영국의 천체물리학자 스티븐 호킹. 그는 블랙홀에 대해 질량, 스핀(회전운동량), 전하 등 3가지 정보 밖에 없다고 말했다./미국항공우주국(NASA)

—우주생태계를 연구하는 천문학자들이 알아낸 성과는?

“원-에이(Ia)형 초신성이라고 부르는 특정 종류의 초신성은 최대 밝기가 모두 같다. 이 초신성들의 간격이 서로 멀어지는 것을 관측함으로써 천문학자들은 우리 우주가 가속팽창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또한 은하의 3차원 분포와 우주배경복사를 관측해 종합한 결과 우리 우주에 우리가 아는 보통물질은 5% 뿐이고, 암흑물질(dark matter)이 27%, 암흑에너지(dark energy)가 68%를 차지함을 알게 됐다.”

폭발하면서 강한 빛을 내고 있는 원-에이(Ia) 초신성. 과학자들은 백색왜성이 주변 물질과 핵융합 반응을 일으켜 하나가 되면서 이러한 현상이 나타난다고 보고 있다./미국항공우주국(NASA)

—아직 연구중인 사항은?

“암흑물질과 암흑에너지가 우주의 95%를 구성하고 있지만, 그것이 무엇인지, 처음에 어떻게 생겨났으며, 어떻게 분포했는지 잘 모르는 상태다. 물질의 양과 물리적 성질, 또 우주 시공간의 특성에 따라 물질 진화의 양상도 달라진다. 그래서 암흑물질과 암흑에너지의 정체를 알아내는 것이 중요하다.

우주 전체의 진화 과정을 알아내려면 암흑물질과 암흑에너지의 정체를 알아야 하고, 암흑물질이 블랙홀이 된 것인지, 별이 블랙홀이 되고 그 블랙홀이 병합되어 거대 블랙홀이 된 것인지 등등 아직도 답을 하지 못하는 문제가 부지기수이다.”

—암흑물질과 암흑에너지의 정체를 알아내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정밀하게 측정해 더 많은 정보를 취득해야 한다. 천문학자들은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 SKA, 직경 30m급 차세대 망원경, 베라 루빈 망원경 등이 완공되면 더 많은 정보를 줄 것으로 고대하고 있다.”

 

135억년 전 우주, 어떻게 측정?

—이번에 쏘아 올린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이 우주론 연구에 어느 정도까지 정보를 제공할 수 있나?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은 우주 창생 후 3억년까지 본다. 우주가 138억년 전에 생성됐으니 지금보다 135억년 전의 현상을 본다는 것이다. 현재에서 점점 멀리 있는 우주의 빛을 보게 된다는 것은 점점 과거의 빛을 보는 것이다. 다시 말해 우주의 초기 모습을 보는 것이다. 그러므로 이 망원경으로 별이나 블랙홀이 처음 태어난 시점을 들여다 볼 수 있게 된다.”

—지금 우리에게 도달한 빛이 1년 전에 생긴 빛인지, 135억년 전에 생긴 빛인지 어떻게 알 수 있나?

“앞에서 이야기한 대로 적색이동(red shift) 현상으로 알 수 있다. 우주 공간이 팽창하므로 멀리 있는 물체일수록 우리에게서 멀어지는 것으로 관측된다. 만일 아주 멀리 있는 어떤 천체가 가시광을 방출했다면 팽창하는 우주 공간을 통과해 오면서 점점 그 빛의 파장이 길어지게 되어, 최종적으로 우리가 그 천체의 빛을 볼 때에는 파장이 긴 빛으로 보이게 된다. 이를 적색이동이라고 한다.

그런데 빛은 그 진행속도가 유한하므로 멀리 있는 천체일수록 우리 눈에 보이기까지 시간이 더 오래 걸린다. 즉, 멀리 있는 천체일수록 더 오래전의 우주의 모습을 보는 것이다. 어떤 천체의 적색이동을 측정하면 그 천체가 우리에게서 얼마나 멀리 떨어져 있는지를 알 수 있다. 우리가 지금 보는 그 천체의 모습은 그 거리를 빛이 날아오는데 걸리는 시간만큼 과거의 모습이 된다.”

천체가 관측자에게서 멀어지면 그 천체에서 나오는 빛의 파장이 길어지면서 점점 붉어진다(적색이동). 반대로 천체가 가까워지면 점점 푸른색을 띠게 된다(청색이동). 이를 도플러 효과라고 한다./위키피디아

안 연구원이 자신의 박사 학위 논문 주제였던 수소 이야기를 다시 꺼냈다.

“현재 우리 사무실에서 수소가 내는 라이만알파선 광자(photon)의 파장을 재면 121.567 nm(나노미터, 1나노미터는 10억분의 1미터)이다. 그런데 적색이동이 되어서 그 파장이 10배인 1215.67 nm가 되면 적색이동이 9가 됐다고 말한다.

생성 초기에 뜨거웠던 우주가 3000℃ 정도로 식었을 때 양성자와 중성자가 합해지면서 중성수소가 생기고 빛이 발생했다. 이 때 나와서 우리에게 도달하는, 마이크로파로 관측되는 그 빛을 우리는 우주배경복사라고 한다. 그 빛의 적색이동은 1000쯤 된다.”

—우주론 연구를 하려면 분석해야 하는 데이터 용량이 보통 많지 않을텐데.

“망원경이 커지고 검출장치의 성능이 좋아지고, 또한 넓은 영역에서 여러 천체를 동시에 관측하는 등 관측 기술이 발달함에 따라 방대한 데이터가 생산되게 됐다. 데이터가 너무 방대하기 때문에 일일이 사람이 분석하려면 한계가 있다. 그래서 AI(인공지능)가 필요하다. AI의 기계학습 메커니즘을 활용하는 연구가 시작되고 있다.”

 

화성에서 살 수 있을까?

천문학자들이 우주에 대해 어떤 관심을 갖고 어떤 방식으로 연구하고 있는지는 충분히 들었다. 복잡하고 고단하고 외로운 이 연구의 일차적 목적은 우주의 이해를 통해 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를 더 잘 이해하는 것이다. 한 발 더 나아간다면 인류가 다른 행성에 삶의 터전을 잡을 수 있을지, 다른 행성의 외계인과 교류를 하게 될지 여부도 중요한 목적 가운데 하나일 것이다.

하지만 천문학자들의 이론적 연구가 먼저 이뤄져야 그 바탕 위에서 전기차업체 테슬라의 일론 머스크 창업자나 전자상거래업체 아마존의 제프 베이조스 창업자가 로켓을 발사하며 우주 탐사에 나설 수 있다. 이러한 맥락에서 안 연구원에게 인류의 새로운 정착지에 대한 견해를 물었다.

—우주에 지구와 같은 행성이 또 있을 것이라고 보나?

“우주과학자들이 태양계 안에서 우리가 살만한 대체 행성을 찾고 있는데, 아직 지구만한 행성은 없다. 현재까지의 발견으로 보면 태양계 밖에서는 행성을 거느린 별이 일반적이고, 그 외계 행성 중에는 지구와 비슷한 크기를 가진 것이 있다. 또 그 중에는 생명체가 발생할 몇가지 조건을 만족하는 것도 있음을 확인했다. 거기에 진짜로 생명체가 있는지는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 등으로 확인하려 하고 있다.”

인류가 화성에서 살려면 대기가 지구와 달라서 우주복을 입고 생활해야 한다. 사진은 영화 '마션'의 한 장면./20세기 폭스

—화성은 어떤가? 인류의 새로운 정착지가 될 만한가?

“가까운 미래에는 힘들지 않을까 생각한다. 공기의 양이 지구보다 훨씬 적다. 화성에 산다면 항상 머리에 산소호흡기 헬멧을 쓰고 우주복을 입고 살아야 하는데 쉬울까? 땅 속에 들어가서 지하도시를 건설하는 방법은 통할지도 모르겠다.”

 

프록시마 센타우리

—화성 외의 다른 정착지는?

“사실 적극적으로 우주 개척에 나서는 사람은 외계 행성으로의 이동을 생각하는 사람도 있다. 센타우르스 별자리에 있는 프록시마 센타우리 별은 태양에서 가장 가까운 항성으로 알려져 있다. 거리는 약 4.3광년이다. 거기에 아주 작은 탐사선을 보내 지구 같이 사람이 살 수 있는 행성의 존재 여부를 확인하려는 사람도 있다.”

태양계에서 가장 가까이 있는 외계 행성계 프록시마 센타우리의 행성 프록시마 센타우리 b의 상상도. 지구보다 좀 크다. 표면이 말라 있지만 물이 완전히 없지 않아 인류가 이주할 수도 있을 것으로 과학자들은 추정하고 있다./유럽남방천문대

—4.3광년이면 빛의 속도로 4.3년을 가야 하는데 그 먼 거리를 탐사선이 어떻게 가나?

안 연구원이 스마트폰을 들어 보이며 말했다.

“요만한 우주선에 빛을 반사하는 가벼운 돛을 달고 그 돛에 강력한 레이저 빛을 쏘아 가속을 하면 빛의 10분의 1 속도까지 진행할 수 있다고 한다. 그러면 43년이면 거기에 도달할 수 있다고 한다.”

—43년간 그 먼거리를 이동하면서 사진 등을 보내려면 통신을 유지해야 하는데 가능한가?

“그것도 풀어야 할 기술적 과제이다.”

 

갈 길 먼 한국 천문학

안 연구원과 이야기하고 있는 동안 시간이 광속(光速)으로 지나갔다. 인터뷰 시작한지 3시간이 넘어 시계가 벌써 6시 10분을 지났는데도 아직 이야기가 끝나지 않았다. 그는 인터뷰 내내 회의실 내 대형 프로젝터에 다양한 사진과 그래픽을 띄우고 몸짓으로 행성들의 움직임을 3차원적으로 그려가면서 우주 원리를 흥미진진하게 설명해나갔다.

열정이 넘치는 그의 말을 더 듣고 싶어 부랴부랴 스마트폰을 꺼내 오후 6시 55분에 예정되어 있던 KTX 귀경 열차 예매를 취소했다. 재미있는 우주 이야기를 좀 더 듣고 나서, 인터뷰를 마무리하기로 했다. 인간은 하루가 24시간 밖에 안되는 물리 법칙 속에서 살고 있기 때문이다. 마지막 질문은 한국 천문학 연구의 현실과 개선점을 골랐다.

—천문학 연구를 한지 30년이 넘었다. 한국의 천문학 연구 상황은 어떤가?

“한국은 G10(주요 10개국)이라고 평가 받는다. 이런 국제적인 지위에 비추어 보면 한국의 천문학 연구 수준은 매우 부진한 편이다. 외국의 데이터를 보고 분석하는 것은 하고 있지만, 우리가 직접 우주 데이터를 얻는 수준은 아니다. 예를 들어 미국 워싱턴주와 루이지애나주에 위치해 있는 라이고(LIGO) 중력파 관측소 프로젝트에는 전세계 과학자 1000명이 참여하는데 한국인은 10~20명 정도이다. SKA 전파망원경 프로젝트와 하이퍼 카미오칸데 중성미자 측정 프로젝트에도 그 정도의 비율로 참여하려는 수준이다.

우리 인구가 전세계 인구의 1%도 안되니 어디 가서든 1% 정도만 하면 충분하다고 생각하는 듯 하다. G10 국가에서 과연 이 정도 참여로 만족할만한지 의문스럽다. 1% 지분으로는 노벨상을 못받는다. 우주론도 그렇고, 다른 자연과학 분야도 그렇다.”

대전시 유성구에 위치한 한국천문연구원 본원./한국천문연구원

—외국과 비교하면?

“세계 각국의 GDP(국내총생산)와 인구를 기준으로 우리나라와 다른 나라의 천문학 연구 수준을 비교해 본 적이 있다. 한국의 1인당 GDP가 3만 5000달러 수준이니 우리와 비슷한 나라로 이탈리아를 꼽을 수 있다. 사람들은 일반적으로 이탈리아를 과학강국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사실은 버고(Virgo)라는 중력파 망원경 프로젝트를 주도할 정도의 과학 강국이다. 근대 과학의 창시자인 갈릴레오 갈릴레이의 나라이다.

이탈리아는 천문학 박사 학위자 수가 1000명 정도 된다. 한국의 경우 350명 정도이니 우리 나라의 3배에 이른다. 스페인도 천문학자수가 우리의 2배이다. 영국, 독일, 프랑스와 비교하면 우리 사정은 더 열악하다. 일본도 유럽 강국과 같은 반열이다. 천문학 뿐 아니라 수학과 물리학 같은 기초과학이 모두 그렇다. 한국은 반도체 강국이라고 하지만 기초과학은 아직 이런 수준에 머물러 있다.”

 

이탈리아 따라가려면

—우리나라가 이탈리아 수준이 되려면 인력이 얼마나 늘어야 하나?

“박사 학위 소지자가 현재 350명에서 1000명으로 늘어나야 한다. 그러려면 향후 20년간 1년에 35명씩은 배출이 되어야 한다. 그 동안 정년이 지난 사람이 은퇴하는 것까지 감안하면 향후 20년간 매년 50명 이상의 박사 학위자가 나와야 한다.

그러나 현재 국내 뿐 아니라 해외 유학생까지 포함해도 한해 10명 정도 밖에 배출이 되지 않는다. 이렇게 해서 천문학이 발전하겠는가? 생산인구가 감소하는 인구절벽 현상을 고려하면 천문학 연구가 선진국을 따라갈 수 있을지 의문이다.”

근대 과학의 아버지로 불리는 이탈리아의 갈릴레오 갈릴레이. 1636년에 그려진 초상화이다. 한국은 이탈리아와 경제 규모가 비슷하지만 천문학 분야 인력과 연구 수준은 한참 못미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위키피디아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하나? 예산을 더 늘려야 하나?

“문재인 정부 들어 기초과학 연구비는 크게 늘었다. 그런데 문제는 사람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사람이 부족한데 연구비만 대폭 늘리면 과학자들에게 과로하라는 말이 될 뿐이다. 더군다나 천문학 연구는 점점 대형화 되어가고 있고, 우리가 이러한 프로젝트를 독자적으로 주도하려면 사람이 부족하면 곤란하다.”

안 연구원이 잠시 숨을 멈추더니 대안을 제시했다.

“정부가 정책적으로 투자해서 기초과학 연구소를 추가로 설립하고 연구원을 고용하면 젊은 학생들이 미래를 보고 기초과학을 전공하게 될 것이다. 그러면 자연스럽게 대학의 학생 정원과 교수 채용도 늘어나게 된다. 박사 1명 양성하는데 10년 걸리므로 이런 일을 지금 시작해도 정상 궤도에 오르려면 10년이 걸린다.”

 

기초과학연구소 추가로 세워야

—이미 다양한 정부 연구소가 많아서 예산 문제 때문에 추가로 연구소를 세우기가 쉽지 않을텐데.

“물론 정부 출연 연구소를 하나 세우는 일은 정말 힘든 것이 현실이다. 국회 과학기술위원회 소속 국회의원과 오찬을 하다가 기초과학 연구소를 세워 달라는 요청 또는 민원을 제기했더니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답변만 돌아왔다. 기초과학과 응용과학을 구분하지 못하는 분들은 대덕 과학 연구 단지에 있는 정부 출연 연구소들이 다 기초과학 연구소 아니냐고 말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 연구소들은 정부 정책 실행의 기반이 되는 과학 기술 지식을 제공하는 임무를 맡고 있기 때문에 당연히 공학 또는 응용과학 위주의 연구를 할 수밖에 없다. 그게 나쁘다는 게 아니라 기초과학을 연구하는 연구소도 필요하다는 말이다.”

대전시 대덕 연구단지는 한국의 과학기술 연구소들의 집합지이다. 사진은 대덕 연구단지에 위치한 한국과학기술원./한국과학기술원

—한국에 기초과학 연구소가 몇 개나 되나?

“극히 최근까지도 기초과학 연구소는 사실상 천문연구원이나 고등과학원 등 몇 개에 불과했다. 천문학자들은 그나마 역사적인 이유로 국립천문대에서 시작된 한국천문연구원이 존재하는 덕택에 기초과학을 연구할 수 있어서 다행이라고 다른 분야 학자들이 부러워한다. 그 이후 기초과학원(IBS)이 생겨서 어느 정도 희망의 싹은 틔웠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이곳은 연구 프로젝트를 9년간만 시행하는 9년 일몰형으로 운영된다는 게 문제라고 생각된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하나?

기초과학원에도 대들보 노릇을 하는 물리연구소, 화학연구소, 생물학연구소, 천문학연구소, 수학연구소 등을 설치하여 장기간에 걸쳐 운영을 보장하게 하고, 특정 유망 분야는 지금처럼 9년 일몰형으로 운영한다거나 하는 식으로 체제를 개편하여 안정화하는 게 좋을 것 같다.”

국내에서 순수 기초과학을 연구하는 연구소는 매우 드물다. 사진은 기초과학을 연구하는 한국고등과학원 홈페이지.

—기초과학 연구 인력수를 외국과 비교하면?

“미국의 웬만한 주립대학과 비교해도 한국의 대학들은 물리학, 수학, 생물학 등의 기초과학 학생 수와 교수 수가 턱없이 적다. 가령, 미국의 오하오주립대 물리학과에는 학부생 500명과 대학원생 200명이 재학중인데, 서울대는 그 절반에 불과하다. 대학의 연구 인프라도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열악하다.”

안 연구원이 일본 교토대의 유카와 이론물리학연구소 이야기를 꺼냈다. 유카와 연구소는 원자핵 가운데 중간자의 존재를 입증하고 그 질량을 측정해 2차 대전 후 노벨물리학상을 받은 일본의 유카와 히데키(湯川 秀樹) 교토대 교수를 기념해 설립한 연구소이다.

“유카와 연구소의 천체물리 연구실은 1년 운영비가 30억원인데, 그 지하실에 있는 수퍼컴퓨터는 몇 년 전까지 우리나라의 과학기술정보연구원이 보유하여 전국의 과학자들이 사용료를 지불하고 쓰던 수퍼컴퓨터와 비슷한 성능이었다. 그런 연구 장비를 중성자별 충돌 및 중력파 생성 시뮬레이션을 하는 연구실에서 거의 단독으로 사용하여 계산 코드를 만들고 실제 최종 계산은 세계 제일의 교(京)라는, 그들이 K-컴퓨터라고 부르는 고성능 수퍼컴퓨터에서 수행하고 있었다.”

 

일본 유카와 연구소

—유카와 연구소는 어떻게 설립됐나?

“2차대전 패망 직후 노벨 물리학상을 수상하여 일본 국민에게 희망을 심어준 유카와 히데키 박사를 위해 일본 정부와 국민들이 차려준 연구소이다. 정부의 지원은 물론이고 국민들이 성금을 모은 것으로 안다.

최근 중력파 연구를 하는 국내 천체물리학자들이 서울대에 설립한 중력파 우주연구단이 정부의 과학 난제 도전 융합사업으로 선정되어 첫발을 내딛었다. 이러한 연구소의 연구가 일본의 교토대학 유카와 연구소의 중력파 연구실 수준으로 정상궤도에 오르자면 앞으로 인력과 인프라 지원이 필요할 것이다. 정부의 지원도 물론 필요하지만, 뜻을 가진 개인이 이러한 사업에 기부한다면 피땀 흘려 쌓은 국부를 나라의 미래와 유능한 인력에 투자하는 좋은 사례가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노벨물리학상을 받은 유카와 히데키 교수를 기념해 만든 일본 교토대의 유카와 이론물리학연구소. 풍부한 시설과 자금으로 이론 물리학 연구에서 앞서가고 있다./유카와 연구소

안 연구원이 할 말이 많은 듯 했다. 일본 이야기가 계속 됐다.

“대학의 기초과학 연구 체제를 만드는데 필요한 재원에 대해서도 깊이 숙고해야 할 뉴스가 있다. 장기 불황에 허덕이고 있는 일본이, 더군다나 코로나 사태로 어려운 처지인데도, 2022년부터 대학 기금이란 명목으로 총 1000억달러(약 120조원) 정도의 기금을 조성해 연 3~4%의 운용 수익금으로 대학의 과학연구, 인프라 확충, 박사 학생 지원에 사용한다고 한다.

일본은 지난 10년 동안 과학논문 평가에서 세계 4위에서 11위로 추락했다. 이 때문에 이렇게 거대한 과학 기금을 조성하게 됐다고 일본 문부성이 설명했다. 일본 국민들이 창출해낸 국부의 일부가 미래를 위해 사람에 투자되고 있는 것이다. 한국 국민이 피땀 흘려 창출한 우리의 국부도 미래 인력에 투자되는 제도적 장치가 확고하게 마련된다면 한국이 더 강건한 과학기술 국가가 되지 않겠나?”

인터뷰를 마치고 밖으로 나오니 천지사방에 어둠이 깃들고 있었다. 무량무변(無量無邊)한 우주를 연구하는 한국천문연구원 건물이 다른 국책연구소에 비해 매우 소박하게 느껴졌다.

안상현 한국천문연구원 선임연구원이 지난 3월 7일 대전 한국천문연구원에서 조선일보와 인터뷰를 갖고, 세계 천문학계의 우주 연구 동향에 관해 이야기를 하고 있다./대전=김기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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