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 대통령이 12일 공개한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의 첫 관측 영상. 지구에서 46억광년(1광년은 빛이 1년 가는 거리로 약 9조4600억㎞) 떨어진 SMACS 0723 은하단이다. 이 영상 일부가 131억년 전 초기 우주에서 온 빛으로 밝혀졌다./NASA
우주를 향한 인류의 새로운 눈인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이 지난 6개월 동안 포착한 우주의 모습을 세상에 공개했다. 제임스 웹은 미국과 유럽, 캐나다가 25년간 13조원을 들여 개발한 사상 최대 크기의 우주망원경이다. 올 1월 지구에서 150만㎞ 떨어진 관측 지점에 도착했다.
미 항공우주국(NASA·나사)은 12일 오전 10시30분(미 동부시간 기준, 한국 시각 12일 23시30분)부터 나사 TV를 통해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이 처음 관측한 5가지 천체의 컬러 영상들을 발표했다.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이 처음 관측한 천체들. 윗줄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용골자리 대성운, 남쪽고리성운, SMACS 0723 은하단, 외계행성 WASP-96, 슈테팡 5중 은하. 이 사진들은 기존 허블 우주망원경으로 찍은 것이다./NASA
◇은하부터 외계행성까지 5가지 천체 공개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은 사상 최대의 우주망원경으로 지름 6.5m의 반사거울과 아래쪽에 태양광을 차단하는 테니스장 크기의 차양막을 갖고 있다. 지난해 크리스마스에 유럽의 아리안 로켓에 실려 프랑스령 기아나에서 발사됐다.
웹은 지난 31년 동안 가동된 허블 우주망원경보다 더 먼 우주를 관측할 수 있다. 허블 망원경은 가시광선을 주로 감지하지만 웹은 빛의 영역 중 적외선을 포착해 보다 넓은 영역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가시광선은 별이 탄생되는 우주 먼지와 구름 지역을 통과하기 어렵지만, 파장이 긴 적외선은 이를 통과할 수 있다.
제임스 웹 망원경이 촬영한 용골자리 대성운. 지구에서 7600광년 떨어져 있다. 이곳에서 태양보다 몇 배나 큰 거대한 별들이 탄생하고 있다./NASA
나사는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을 공동 개발한 유럽우주국(ESA), 캐나다우주국(CSA), 미국 우주망원경과학연구소와 함께 제임스 웹의 공식 과학 임무 목록인 첫 관측 천체 5가지를 선정했다. 그 결과가 이날 공개됐다.
제임스 웹 망원경은 먼저 남반구 별자리인 용골자리에 있는 대성운을 촬영했다. 이 성운은 지구에서 7600광년 떨어져 있다. 성운은 별이 탄생하는 곳이다. 용골자리 성운에서는 태양보다 몇 배나 큰 거대한 별들이 탄생하고 있다.
제임스 웹 망원경이 촬영한 외계행성 WASP-96b. 지구에서 1150광년 떨어져 있다. 빛을 내는 항성을 3.4일마다 한 번씩 공전한다./NASA
WASP-96 b는 지구에서 1150광년 떨어진 외계 행성이다. 빛을 내는 항성을 3.4일마다 한 번씩 공전한다. 질량이 목성의 절반 정도로 2014년 처음 발견됐다.
지구에서 2000광년 떨어진 남쪽고리성운(팔렬성운) 사진도 공개됐다. 이 성운은 지름이 0.5광년에 이른다. 슈테팡 5중 은하는 페가수스 별자리에 있으며, 2억9000만광년 거리에 있다. 1877년 처음 발견됐다.
제임스 웹 망원경이 촬영한 슈테팡 5중 은하. 페가수스 별자리에 있으며, 2억9000만광년 거리에 있다./NASA
◇중력렌즈로 빅뱅 직후 우주의 빛 포착
마지막으로 SMACS 0723은 뒤에서 오는 빛을 확대하고 휘게 하는 은하단이다.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이 12일 오전(한국 시각) 백악관 브리핑에서 먼저 공개했다. 이 은하단은 지구에서 46억광년(1광년은 빛이 1년 가는 거리로 약 9조4600억㎞) 떨어져 있다.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 첫 영상 제임스 웹 망원경이 촬영한 남쪽고리성운(팔렬성운). 왼쪽은 근적외선, 오른쪽은 중적외선 파장으로 관측한 영상이다./NASA
아인슈타인은 상대성이론에서 블랙홀이나 은하단처럼 중력이 강한 천체는 뒤에서 오는 빛을 확대하고 휘게 하는 이른바 ‘중력 렌즈’ 현상을 일으킨다고 예측했다. 실제로 나사는 “사진 가장 자리에 보이는 붉은색 빛이 바로 중력렌즈에 의해 증폭되고 휜 것”이라며 “은하보다 훨씬 먼 131억년 전 초기 우주에서 온 빛”이라고 밝혔다.
우주는 138억 년 전 빅뱅으로 시작됐다. 나사는 제임스 웹이 이런 중력 렌즈를 이용하면 빅뱅에서 얼마 지나지 않은 135억년 전 초기 우주에서 나온 빛도 관측할 수 있을 것다고 기대한다.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의 정밀유도센서(FGS)로 찍은 테스트 이미지. /NASA
◇햇빛 방해 없고 중력 균형 이룬 곳서 임무
나사는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의 첫 관측 결과를 발표하기에 지난 8일 테스트 이미지도 공개했다. 별과 은하를 담은 이 이미지는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의 ‘정밀유도센서(FGS)’가 포착한 것으로 전혀 기대하지 않았던 결과물이라고 나사는 밝혔다.
나사는 해당 이미지가 아직 품질이 좋지 않다고 하면서도 지금까지 촬영한 우주 이미지 중 가장 먼 곳을 찍은 이미지라고 밝혔다.
FGS를 개발한 허니웰 에어로스페이스의 닐 로우랜드 박사는 “이 이미지가 찍혔을 때 흐릿한 은하 속의 모든 구조를 볼 수 있어 감격했다”고 밝혔다. 나사 고다드 우주비행센터의 제인 릭비 박사는 “사진에서 흐릿한 점은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이 과학 임무 첫해에 연구할 은하 형태와 일치한다”고 밝혔다.
제임스 웹./조선DB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은 허블 우주망원경보다 먼 곳에 배치됐다. 허블은 지구 상공 약 600㎞ 궤도를 돌며 우주를 관측하고 있지만 제임스 웹은 지구에서 150만㎞ 떨어진 라그랑주 L2 지점까지 이동했다. 지구와 달 사이(38만5000㎞)보다 약 4배 먼 거리다.
라그랑주 L2는 우주 관측에 최적인 지점이다. 이곳은 태양·지구가 물체를 끌어당기는 힘(중력)과 물체가 태양 주위를 돌면서 밖으로 벗어나려는 힘(원심력)이 서로 상쇄돼 중력이 미치지 않는다. 힘이 균형을 이뤄 빛의 왜곡이 없다. 특히 태양이 항상 지구 뒤에 가려져 햇빛의 방해도 받지 않는다.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은 이곳에서 135억 년 전 초기 우주의 빛을 찾고 생명체가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외계 행성도 탐색할 예정이다.
이젠 생명체도 찾을까? ‘외계행성 사냥꾼’ 또 일냈다
입력 2022.09.08 03:00
제임스웹 우주 망원경(JWST)이 태양계 밖의 행성(외계 행성)을 직접 촬영한 첫 사진이 공개되면서 외계 행성(外界行星) 탐사의 새로운 장이 열린다는 기대가 커지고 있다. 외계 행성을 더 자세히 관측할 수 있게 돼 생명체를 찾는 발걸음도 빨라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미 항공우주국(NASA)의 제임스웹 우주 망원경으로 촬영한 ‘HIP65426b’라는 이름의 외계 행성 사진이 지난 1일 공개됐다. 지구에서 385광년(1광년은 빛이 1년 동안 가는 거리로 약 9조4600억㎞) 떨어진 거리에 있는 거대 가스 행성이다. 외계 행성은 워낙 멀리 있는 데다 스스로 빛을 내지 않아 관측되지 않다 1995년에야 처음으로 발견됐다. 외계 행성을 처음 발견한 미셸 마요르 제네바대 교수는 2019년 노벨 물리학상을 받았다.
제임스웹 우주망원경이 촬영한 외계 행성으로는 첫 번째로 포착된 HIP 65426b. 아래 4개 사진 안의 별 표시는 항성(HIP 65426) 위치를 나타낸 것이고, 왼쪽 아래에 반딧불이처럼 보이는 것이 외계 행성 HIP 65426b다. (좌측부터) ①과 ②는 근적외선 카메라로 찍은 사진이고, ③과 ④는 중적외선 측정기로 촬영한 것이다. 동일한 행성인데 색과 모양이 다르게 보이는 이유는 각각 다른 파장대역을 포착하는 필터를 사용해 찍었기 때문이다. /미 항공우주국(NASA)
◇‘외계행성 사냥꾼’ 제임스웹 망원경, 385광년 떨어진 거리의 행성 직접 촬영한 첫 사진 공개
적외선 포착이 가능한 JWST가 이번에 촬영한 외계 행성 ‘HIP65426b’는 앞서 2017년 유럽남방천문대(ESO)의 초거대 망원경이 처음으로 관측했던 것이다. 당시 지상 망원경은 꿈도 못 꿀 해상도로 JWST가 외계 행성을 포착한 비결 가운데 하나는 근적외선 카메라(NIRCam)와 중적외선 측정기(MIRI)가 갖춘 코로나그래프(coronagraph)다. 이를 통해 항성(별)의 빛을 차단할 수 있어 외계 행성을 제대로 담을 수 있었다. 이번에 공개된 사진에서 작은 상자 안의 별 표시는 항성(HIP65426)의 위치를 뜻하고, 그 아래 반딧불이처럼 희미하게 보이는 것이 외계 행성 ‘HIP65426b’다. 천문학자들은 외계 행성 ‘HIP65426b’가 생긴 지 1500만~2000만년쯤 됐고, 질량은 목성의 5~10배라고 추정한다.
385광년에 이르는 먼 거리의 외계 행성을 촬영한 것에 대해 영국 가디언지는 “80㎞ 이상 멀리 있는 밝은 등대 옆에 있는 반딧불이 한 마리를 포착한 셈”이라고 했다. 학술지 ‘네이처’는 “천문학자들이 이번 성과가 태양계 밖 행성 연구에서 노다지를 캐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전했다.
◇‘드레이크 방정식’ 재조명 계기
JWST로 외계 행성들을 더 자세히 관측하면 외계 생명체를 찾을 가능성도 커진다는 전망에 미국의 천문학자 프랭크 드레이크(92)도 다시 주목받고 있다. 지난 2일 세상을 떠난 드레이크는 지구와 교신할 수 있는 외계 문명이 얼마나 있을지 구하는 ‘드레이크 방정식’을 만든 것으로 유명한 인물이다. 그는 ①우리은하에서 1년 동안 탄생하는 별(항성)의 수 ②이 별들이 행성을 갖고 있을 확률 ③이 행성들 중에 생명체가 살 수 있는 행성 수 ④앞의 조건을 충족한 행성에서 생명체가 발생할 확률 ⑤이 생명체가 지적 문명으로 진화할 확률 ⑥이 문명이 지적 생명체가 외계에 신호를 보낼 정도로 발전할 확률 ⑦앞의 조건들을 충족한 지적 문명이 존속할 수 있는 시간 등 항목으로 방정식을 만들었다. 그가 세운 세티(SETI·외계 지적 생명체 탐사) 연구소에 따르면, 드레이크가 이 방정식으로 추정한 외계 문명 수는 1만이다. 드레이크는 1974년 지구에서 미지의 외계 지적 생명체에게 보내는 전파를 보냈고, 천문학자 칼 세이건과도 협업했다. 외계 지적 생명체 탐색의 선구자로 꼽혀온 그는 외계 생명체 탐사를 과학의 영역으로 불러들인 인물로 평가받는다.
JWST의 외계 행성 본격 포착을 계기로 천문학계에서 드레이크 방정식이 회자되는 이유다. 임명신 서울대 교수는 “JWST로 외계 행성을 더 뚜렷이 관측하게 되면 태양계 밖에서 우리와 비슷한 환경을 가진 행성을 찾는 일도 속도가 붙을 것”이라며 “외계에 다른 생명체가 존재하는지 궁금증을 풀어줄 실마리가 될 수도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