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딘지 모르는 숲의 記憶
- 朴南秀 / 새의 暗葬 (1970) -
1
어느 날, 나는
어딘지 모르는 숲의 記憶을 더듬고 있었다.
당신의 눈에 낀 안개 같은 것,
새가 죽어, 눈에 끼던 산 안개의 흰 빛이
나의 어두운 거울에 히뜩 지나가는 그 순간에, 나는
어딘지 분명챦은 숲 속을 날고 있었다.
겨울 마른 나뭇가지가 어른거린다.
땅 위에는 흰 눈이 깔리고
다섯 가락의 굳은 발자국이 꽃잎처럼 패인,
긴긴 一直線을 굽어보면서, 나는
끼룩끼룩 가슴의 소리를 뽑아 보았지만,
그것은 발톱이 판 傷痕이 되어
나의 內壁으로 되돌아오는 메아리에 지나지 않았다.
2
어딘지 분명챦은 숲의 記憶이, 지금
나의 겨드랑께서 날개를 돋게 하지만,
나에게는 하늘이 없다. 이 큰 날개를 날릴 하늘이 없다.
그래서
나는
지금 땅 위를 기는 요트처럼,
당신의 原野에 선
한 그루 나무의 둘레를 맴돌며
어딘지 분명챦은 숲의 記憶을
一心으로 뒤적이고 있지만,
그것은 有史以前의 하늘에서 굽어 본 한 폭의 검은 숲,
아니면 나의 가슴 깊이에 되삭여지는 마드레느紀의 記憶, 아니면......
3
사람은 모두 原生의 새.
어느 記憶의 숲을 날며, 가지 무성한 잎 그늘에
잠간씩 쉬어 가는 原生의 새.
地平과 하늘이 맞닿는 곳에서, 새는
땅으로 꺼져들던가, 하늘로 蒸發되어 그 形象을 잃는다.
당신의 눈에 낀 안개 같은 것,
산새가 죽어, 눈에 끼던 흰 안개 같은 것,
- 커어피를 마시며
아침 두 時, 분명 어딘지 모를 어느 숲의 記憶에서
당신은 날아왔다. 나의 內壁에 메아리가 되어.
새
- 朴南秀 / <신태양> (1959) -
1
하늘에 깔아 논
바람의 여울터에서나
속삭이듯 서걱이는
나무의 그늘에서나, 새는
노래한다. 그것이 노래인 줄도 모르면서
새는 그것이 사랑인 줄도 모르면서
두 놈이 부리를
서로의 죽지에 파묻고
따스한 체온(體溫)을 나누어 가진다.
2
새는 울어
뜻을 만들지 않고.
지어서 교태(嬌態)로
사랑을 가식(假飾)하지 않는다.
3
―― 포수는 한 덩이 납으로
그 순수(純粹)를 겨냥하지만,
매양 쏘는 것은
피에 젖은 한 마리 상(傷)한 새에 지나지 않는다.
아침 이미지
- 朴南秀 / <사상계> (1968) -
어둠은 새를 낳고, 돌을
낳고, 꽃을 낳는다.
아침이면,
어둠은 온갖 물상(物象)을 돌려 주지만
스스로는 땅 위에 굴복(屈服)한다.
무거운 어깨를 털고
물상들은 몸을 움직이어
노동의 시간을 즐기고 있다.
즐거운 지상(地上)의 잔치에
금(金)으로 타는 태양의 즐거운 울림.
아침이면,
세상은 개벽(開闢)을 한다.
종소리
- 朴南秀 / <새의 암장> (1970) -
나는 떠난다. 청동(靑銅)의 표면에서,
일제히 날아가는 진폭(振幅)의 새가 되어
광막한 하나의 울음이 되어
하나의 소리가 되어.
인종(忍從)은 끝이 났는가.
청동의 벽에
'역사'를 가두어 놓은
칠흑의 감방에서
나는 바람을 타고
들에서는 푸름이 된다.
꽃에서는 웃음이 되고
천상에서는 악기가 된다.
먹구름이 깔리면
하늘의 꼭지에서 터지는
뇌성(雷聲)이 되어
가루 가루 가루의 음향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