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아름다운 문학

<朱文暾> 둘 혹은 하나 / 고요 / 그의 바다 / 어둠

이름없는풀뿌리 2023. 8. 20. 05:52
둘 혹은 하나 - 朱文暾(둘 혹은 하나, 1970) - 기울어진 角度의 몇 모금의 멜러디가 그의 유리컵을 채우고 경사를 바로하는 그의 전신을 향해 고추서는 내 유리컵의 異變. 그를 채우기 위해 기울어졌다가 결국 쏟아놓은 것은 무형의 멜러디 뿐임을 알게되는 뜻밖의 自覺. 기울어졌다가 쏟아받은 진한 체온의 感銘. 눈바람의 海溢 속에 독립하는 두 개의 실루엣으로부터 기울어졌던 만큼의 멜로디가 천천히 안으로 안으로 沈降하는 둘 혹은 하나. ​ ​ 고 요 - 朱文暾(둘 혹은 하나, 1970) - 고요를 길어 올리는 두레박입니다 고요가 고요를 꾸역꾸역 새김질합니다 고요의 가지를 자르던 당신의 가위는 수 없이 녹슬었습니다 고요의 보이지 않는 이마에서 회색의 피가 흐릅니다 가느다랗게 가느다랗게 끝없이 흐릅니다 당신의 裸身이 고요 속에서 자맥질합니다 처음으로 고요의 뿌리가 보입니다 탄생하는 당신의 손아귀에 고요의 머리칼이 한웅큼 쥐어져 있습니다 ​ ​​ 그의 바다 - 朱文暾(둘 혹은 하나, 1970) - 바다를 머리에 이고 다니던 그를 한동안 볼 수 없었다 그의 바다의 파도소리와 그의 바다의 갯냄새만 남아서 회색의 하늘을 떠돌았다 그의 몸 속으로 드나들던 공기가 다시 나타난 그의 심장에 예리한 칼날이 되어 꽂힐 줄은 미처 몰랐다 생애의 최상급과 그의 솜털이 침몰해 간 바다! 쉴새 없이 웃음이 터져 나왔다 머리에 바다를 이고 그가 내 앞을 걸어가고 있었다 ​ ​​​ 어 둠 - 朱文暾(둘 혹은 하나, 1970) - 곡괭이로 어둠을 찍어본 사람은 알 것이다 견고한 어둠의 문짝들이 부서지고 그 뼈마디에 굵은 금이 가는 소리를 들어본 사람은 알 것이다 어둠이 없는 곳이 어디 있는가 어둠은 사물의 절반 혹은 그 이상을 차지하고 어둠은 맑은 피가 고이는 심장의 주위를 맴돌면서 그 순수를 노린다 어둠은 갑자기 벽을 열고 도망치는 수가 있긴 하지만 도무지 참회하는 얼굴이 아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