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아름다운 문학

<김동명> 밤 / 내마음은 / 파초(芭蕉)

이름없는풀뿌리 2023. 9. 28. 08:48
- 김동명 / 시집『하늘』, 1948 - 밤은 푸른 안개에 싸인 호수 나는 잠의 쪽배를 타고 꿈을 낚는 어부다. 내 마음은 - 김동명 / 『조광』, 1937. 6 - 내 마음은 호수요 그대 저어 오오 나는 그대의 흰 그림자를 안고 옥(玉)같이 그대의 뱃전에 부서지리다. 내 마음은 촉(燭)불이요, 그대 저 문을 닫아 주오 나는 그대의 비단 옷자락에 떨며, 고요히 최후의 한 방울도 남김없이 타오리다. 내 마음은 나그네요. 그대 피리를 불어 주오 나는 달 아래 귀를 기울이며, 호젓이 나의 밤을 새이오리다. 내 마음은 낙엽(落葉)이요 잠깐 그대의 뜰에 머무르게 하오 이제 바람이 일면 나는 또 나그네같이, 외로이 그대를 떠나리다 심사정 [파초와 잠자리] 파초(芭蕉) - 김동명 / <월광>(1936) - 조국을 언제 떠났노. 파초의 꿈은 가련하다. 남국(南國)을 향한 불타는 향수(鄕愁), 너의 넋은 수녀(修女)보다도 더욱 외롭구나! 소낙비를 그리는 너는 정열의 여인, 나는 샘물을 길어 네 발등에 붓는다. 이제 밤이 차다. 나는 또 너를 내 머리맡에 있게 하마. 나는 즐겨 너를 위해 종이 되리니, 너의 그 드리운 치맛자락으로 우리의 겨울을 가리우자. 강릉 김동명 생가 앞 마당의 파초 * 김동명(金東鳴, 1910-1966) 1910년 강원도 강릉 출생 1921년 함흥 영생학교 졸업, 일본 청산학원 신학과 졸업, 흥남 동진소학교, 평남 강서소학교 교원 1923년 『개벽』에서 시 「당신이 만약 내게 문을 열어 주시면」 등을 발표하여 등단 1945년 함흥 서호중학교 교장 역임 1947년 이화여자대학교 교수 역임 1960년 초대 참의원 의원 1966년 사망 내 마음은 / 소프라노 신영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