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아름다운 문학

<이형기> 낙화 / 폭포

이름없는풀뿌리 2023. 11. 14. 04:06
낙화 - 이형기 / <적막강산>(1963) - 가야 할 때가 언제인가를 분명히 알고 가는 이의 뒷모습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봄 한철 격정을 인내한 나의 사랑은 지고 있다. 분분한 낙화 …… 결별이 이룩하는 축복에 싸여 지금은 가야할 때, 무성한 녹음과 그리고 머지 않아 열매 맺는 가을을 향하여 나의 청춘은 꽃답게 죽는다. 헤어지자 섬세한 손길을 흔들며 아롱아롱 꽃잎이 지는 어느날 나의 사랑, 나의 결별 샘터에 물 고이듯 성숙하는 내 영혼의 슬픈 눈. 폭포 - 이형기 / <적막강산>(1963) - 그대 아는가 나의 등판을 어깨에서 허리까지 길게 내리친 시퍼런 칼자욱을 아는가. 질주하는 전율과 전율 끝에 단말마(斷末魔)를 꿈꾸는 벼랑의 직립(直立) 그 위에 다시 벼랑은 솟는다. 그대 아는가 석탄기(石炭紀)의 종말을 그때 하늘 높이 날으던 한 마리 장수잠자리의 추락(墜落)을. 나의 자랑은 자멸(自滅)이다. 무수한 복안(複眼)들이 그 무수한 수정체(水晶體)가 한꺼번에 박살나는 맹목(盲目)의 눈보라 그대 아는가 나의 등판에 폭포처럼 쏟아지는 시퍼런 빛줄기2억 년 묵은 이 칼자욱을 아는가. * 그대 → 청자, 인간 * 나 → 주체인 산. 의인화된 표현 * 칼자국 → 산의 한부분에서 쏟아져 내리는 폭포의 모습, 날카롭고 섬뜩한 느낌(폭포는 산에게 고통 을 주는 존재), 존재의 고통을 감각적으로 표현함으로써 인간 내면의 비극성을 느끼게 함. * 질주하는 전율 → 전율을 느끼게 해주는 추락(속도감) * 단말마 → 숨이 끊어질 때의 고통 * 벼랑의 직립 → 절벽을 타고 내려오는 폭포 * 석탄기 → 고생대 중엽으로 이 시기 후반에 조산운동이 일어나 파충류가 출현하였음. * 장수잠자리의 추락 → 폭포의 낙하에서 연상된 이미지, 실존적 한계를 인식하면서도 그것을 초월하 고자 하는 인간 존재의 비극적 모습, 2연의 상승적 이미지와 대조되는 하강의 이미지를 통해 비극성 을 강조함. * 나의 자랑은 자멸이다 → 산 스스로가 품고 있는 폭포의 떨어짐을 자멸이라는 비극적 이미지로 표 현함(역설적 표현). * 복안 → 곤충같은 절지 동물의 눈처럼 작은 눈이 여러 개 모여서 된 눈 * 맹목의 눈보라 → 바위에 부딪쳐 떨어지는 폭포의 무수한 물방울을 은유적으로 표현한 구절, 아무 런 목적도 없이 떨어지는 폭포의 이미지를 표현함. 현실적 고통으로 인해 끝없이 절망하는 실존적 존 재인 인간의 삶이 투영됨. * 2억 년 묵은 칼자국 → 2억 년은 폭포의 형성 시기를 의미함. 삶의 역정에 지울 수 없는 상처로 남 은 고통의 멍에, 폭포는 산에게 있어 오래된 상처이자 고통이다.(존재에 대한 시인의 비극적 인식) * 이형기(李炯基), 1933~2005) 출생 – 사망 : 1933. 1. 6. ~ 2005. 2. 2. 출생지 : 국내 경상남도 진주 데뷔 : 1950. 문예에 「비오는 날」로 등단 1933년 1월 6일 경남 진주 출생. 동국대 불교학과를 졸업했다. 『연합신문』, 『동양통신』, 『서울 신문』 기자 및 『대한일보』 문화부장 등을 역임하고 동국대 국문과 교수를 역임하였다. 한국문학가 협회상(1956), 문교부 문예상(1966), 한국시인협회상(1978), 부산시문화상(1983), 대한민국문학상 (1990) 등을 수상했다. 1950년 고교 재학 시절 『문예』에 「비오는 날」 등이 추천되어 문단에 등단 한 이래 1955년 이상로‧김관식 등과 함께 공동시집 『해 넘어 가기 전의 기도』를 간행하였다. 시집 『적막강산』(1963), 『돌베개의 시』(1971), 『풍선심장』(1981), 『알시몬의 배』(1995), 『절벽』 (1998), 『존재하지 않는 나무』(2000) 등과 평론집 『감성의 논리』(1978), 『한국문학의 반성』 (1980) 등을 발간하였다. 그의 시 세계는 3기로 구분된다. 시집 『적막강산』으로 대표되는 제1기는 생의 근원적 고독과 세계 의 공허를 일찍부터 깨달은 한 인간의 정신세계를 펼쳐 보이는 시기이다. 이 시기 시들의 저변에는 생의 허무가 짙게 깔려 있다. 그 생의 허무에 대해 단순히 한스러워하거나 분노하지 않고, 보다 담담 하게 대하는 것이 특징이다. 또한 세속적 계산과 이해를 떠나 존재의 무상한 물결에 그대로 몸을 싣 고, 유유자적하게 삶을 유영하는 초탈의 면모가 돋보인다. 제2기는 이전 시의 투명하고 절제된 서정 에서 벗어난 보다 격렬한 탐미성을 드러내 보인 1970년대 이후의 시기이다. 초기시가 존재의 허무를 내면화시켜 그에 대한 자의식적 반응을 억제하였던 것에 반해, 이 시기에 들 어서면 존재의 허무를 표면화시킴으로써 그에 대한 자의식의 반응을 날카롭게 돌출시킨다. 즉, 제1기 의 시 세계가 음울하기는 하나 담백한 수채화의 형상을 갖고 있다면, 이 시기의 시는 원색적이고 야 수적인 성격을 띤다. 파괴본능과 광기, 살해충동 따위의 모티브가 자주 쓰인다. 그러한 소재들을 통 해 시인이 드러내고자 하는 것은 인간의 본질적인 허무를 표상하는 죽음 앞에서 한 자의식 강한 인간 이 펼쳐 보이는 절망적인 저항의 몸짓, 혹은 강한 생명력이 부정적으로 연소되는 모습이다. 죽음에 의해 그 한계가 명백해진 인간적 삶을 가장 극단적인 방식으로 표출하는 것이 제2기의 주된 특징이다. 따라서 생명의 연소력을 가장 악마적이고도 과격한 형태로 보여주는 탐미적인 성격을 띤 다. 이렇듯 분열되고 기괴한 모습의 의식은 1990년대로 접어들면서 다시 한차례 변모를 겪으며 안정 을 되찾는다. 그 안정은 대체로 세계의 허망함을 한 발자국 비켜선 자리에서 관찰하는 심적 여유에서 비롯된다. 이 시기의 시인의 언어는 충격과 폭력의 방식에만 사로잡혀 있지 않고, 세계의 공포를 다 소 냉정하게 바라보며 그를 담담하게 수용하는 차분함을 띤다. <학력사항> 동국대학교 - 불교학 학사 <경력사항> 연합신문기자, 동양통신기자, 서울신문기자, 대한일보 문화부장, 동국대학교 국어국문학 교수 <수상내역> 1956년 한국문학가협회상, 1966년 문교부 문예상, 1978년 한국시인협회상, 1983년 부산시문화상, 1990년 대한민국 문학상 낙화(이형기) / 시낭송 봉경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