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아름다운 문학

<이수복> 봄비 / 꽃씨

이름없는풀뿌리 2023. 11. 27. 08:13
봄비 - 이수복 / <현대문학>(1955) - 이 비 그치면 내 마음 강나루 긴 언덕에 서러운 풀빛이 짙어 오것다. 푸르른 보리밭길 맑은 하늘에 종달새만 무어라고 지껄이것다. 이 비 그치면 시새워 벙글어질 고운 꽃밭 속 처녀애들 짝하여 외로이 서고 임 앞에 타오르는 향연(香煙)과 같이 땅에선 또 아지랑이 타오르것다. 꽃씨 - 이수복 / <현대문학>(2009) - 가장 귀한 걸로 한 가지만 간직하겠소 그러고는 죄다 잊어버리겠소. ​ 꽃샘에 노을질, 그 황홀될 한 시간만 새김질하며 시방은 눈에 숨어 기다리겠소. ​ 손금 골진 데 꽃씨를 놓으니 문득 닝닝거리며 날아드는 꿀벌들... ​ 따순 해 나래를 접고 향내 번져 꿈처럼 윤 흐르는 밤.... 이수복(李壽福, 1924 ~ 1986) 출신지 : 전라남도 함평 전라남도문화상(1955) 현대문학상 신인상(1957) 『이수복 시전집』(장이지 엮음, 현대문학, 2009) 목포시 문태중학교를 졸업한 후 서울대학교 예과(豫科)를 마쳤다. 1950년대 중반 무렵 조선대학교에 서 시간강사로 재직하다가 1963년 조선대학교 국어국문학과 3학년에 편입하여 1965년에 졸업하였다. 광주 수피아여학교, 순천고교, 전남고교 등에서 교직생활을 했다. 1954년 「동백꽃」(『문예』3월 호), 「실솔(蟋蟀)」, 「봄비」(『현대문학』3월호)가 서정주에 의해 추천되면서 등단했다. 서정주는 추천사에서 “상(想)에 헷것이 묻지 않은 게 첫째 좋고 그 배치와 표현에도 성공했으려니와 요즘 시 단 시인의 대부분이 뜻면을 찾다가 시에 감동이나 지혜의 움직이는 모양을 주어야 할 것까지를 잊어 버리고 천편일률로 ‘이다’ ‘이었다’ ‘하였다’만 되풀이하고 있는 실상에 비해 자기 시의 몸놀 림이나마 뜻과 아울러 같이 가져보려고 노력한 점도 요새 일로서는 귀한 작품이다.”라고 하였다. 한 자어 대신 우리말을 실감있게 살려낸 「봄비」의 작품이 가진 음악성을 높이 평가하였다. 그의 작품 세계는 1930년대 시문학파의 순수시의 시적 전통을 계승한다고 평가받았다. 그는 생전에 34편의 시를 묶어 단 한 권의 시집인 『봄비』(현대문학, 1969)를 발간했다. 이후 여러 문예지에 열심히 작품을 발표하였으나 작품집으로 묶지 않았고 장이지가 『이수복 시전집』(현대문학, 2009)을 펴낸 바 있다. 1994년 광주시 사직공원에 그의 대표시 「봄비」가 새겨진 시비가 건립되었다. 이수복 시인은 1930년대 김영랑으로 대표되는 시문학파의 순수시를 계승 발전시켰다는 평가를 받는 다. 그의 시세계가 추구하는 바는 전통적인 서정시의 세계에 맥이 닿아 있는데 특히 조화로운 음조를 고려해 시어를 새롭게 만들어내고 말줄임표를 활용하여 여운을 강조했으며 이런 경향은 시의 음악성 으로 나타났다. 서정주 시인의 추천사에서도 드러나듯 이수복 시의 대표적인 서정성은 리듬감, 율조 감 등이 어우러진 음악성으로 평가할 수 있다. 앞서 김영랑 시인이 보여준 향토언어 특유의 율동과 섬세한 감수성이 이수복에 이르러 시적 정서로 변주되면서 미묘한 정서의 흐름을 포착한 서정시의 세 계로 나타난다. 특히 한국전쟁으로 상처받은 내면이 세계와의 동일시를 추구하는 서정양식을 통해 점 차 회복되는 작품세계를 그려내고 있다. 봄비(이수복) / 시낭송 이서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