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아름다운 문학

<정완영> 조국 / 가을아내 / 설화조 / 나무는 / 애모

이름없는풀뿌리 2024. 2. 21. 07:17
조국 - 정완영 / <채춘보>(1969) - 행여나 다칠세라 너를 안고 줄 고르면 떨리는 열 손가락 마디마디 에인 사랑 손 닿자 애절히 우는 서러운 내 가얏고여 둥기둥 줄이 울면 초가 삼간 달이 뜨고 흐느껴 목메이면 꽃잎도 떨리는데 푸른 물 흐르는 정에 눈물 비친 흰 옷자락 통곡도 다 못하여 하늘은 멍들어도 피맺힌 열 두 줄은 굽이굽이 애정인데 청산아, 왜 말이 없이 학(鶴)처럼만 여위느냐. 가을아내 - 정완영 / <채춘보>(1969) - 한 잔 술 등불 아래 못 달랠 건 정일레라 세월이란 푸섶 속에 팔베게로 지쳐 누운 당신은 귀뚜리던가 내 가슴에 울어쌓네 저 몸에 목숨 있으면 얼마나를 남았으랴 내 눈길 가다 멎은 갈잎 같은 손을 두고 생각이 시름에 미쳐 길피 못 잡겠고나 젊음은 아예 무거워 형기처럼 마쳤느니 이제는 풀어 인 회포 용서 같은 백발 앞에 아내여 남은 날들을 서로 비쳐 보잔다 고쳐보니 임자가 늙어 어머님을 닮았구려 가난도 눈물에 실으면 비파일시 분명한데 둥글어 허전한 달이 이 밤 홀로 떠간다 설화조(說話調) - 정완영 / <채춘보>(1969) - 내 만약 한 천년 전 그 세상에 태어 났다면 뉘 모를 이 좋은 가을 날 너 하나를 훔쳐 업고 깊은 산 첩첩한 골로 짐승처럼 숨을 걸 그랬다 구름도 단풍에 닿아 화닥화닥 불타는 산을 나는 널 업고 올라 묏돌처럼 숨이 달고 너는 또 내품에 안겨 달처럼 잠들 걸 그랬다 나는 범 좇는 장한(壯漢) 횃불 들고 산을 건너고 너는 온유의 여신 일월에나 기름 부며 한백년 꿈을 누리어 청산에나 살걸 그랬다 나무는 - 정완영 / <채춘보>(1969) - 사람은 겨울이 오면 옷을 자꾸 껴입는데 나무는 옷을 한 겹씩 자꾸 벗어 내립니다 다 벗고 더 넓고 높은 하늘을 얻어 입고 섰습니다. 애모(愛慕) - 정완영 - 서리 까마귀 울고 간 북천은 아득하고 수척한 산과 들은 네 생각에 잠겼는데 내 마음 나뭇가지에 깃 사린 새 한 마리 ​ 고독이 연륜마냥 감겨오는 둘레 가에 국화 향기 말라 시절은 저물고 오늘은 어느 우물가 고달픔을 긷는가 ​ 일찍이 너와 더불어 푸르렀던 나의 산하 애석한 날과 달이 낙엽 지는 영마루에 불러도 대답 없어라 흘러만 간 강물이여 애모(정완영) / 노래(테너 임응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