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아름다운 문학

<백윤석> 나눔에대하여 / 두물머리에서 / 낙엽 / 담쟁이 / 모란장

이름없는풀뿌리 2024. 2. 29. 04:32
나눔에 대하여 - 백윤석 / 2004/02/10 - 벌이 꽃에서 꿀을 따나, 꿀을 따 가나 영롱한 그 빛이 사그라지지 않는 것처럼 나눔은 늘 베풀어도 채워지는 요술 주머니 두물머리에서 - 백윤석 / 2003/12/08 - 산도 피곤하면 몸을 뉠 줄도 알아 푸른 물 한가운데 이부자릴 펴놓고 물안개, 상념으로 피는 호숫가를 넘나든다 땅거미 뉘엿뉘엿 어둠을 불러내어 노을빛 물가에 담금질로 몸 불리면 술 취해 뒹굴던 하늘도 까무르룩 잠이 든다 씨나락 같은 말들이 치렁치렁 늘어진 버들가지 잔소리에 바람이 휘휘 저여 달 낚는 나그네 삿대, 먼 발길 휘어잡고 하늘이며 산이며 나무며 들꽃이며 드넓은 가슴으로 모두 안아 재우는 밤이어도 아! 나는 두물머리에 찍힌, 잠 못드는 점 하나 낙 엽 - 백윤석 / 2003/11/25 - 빳빳하게 다려진 한여름의 푸른 지폐, 갈바람의 잔기침에 손쉽게 뭉크러져 마침내 공중에 뿌려지는 무용의 부도수표 누구도 줍지 않고 관심조차 갖지 않는 길가에 널브러진 인생의 슬픈 편린, 오늘은 어느 몸 뎁힐 불쏘시개라도 되어볼까 무심한 저 바람은 또 나를 몰아쳐서 정들었던 어밀 떠나 이리 저리 떠돌게 해, 아! 나는 용도폐기된, 부랑하는 노숙자 담쟁이 - 백윤석 / 2003/07/18 - 잡을 곳, 못 칠 곳도 없는 무심한 벽에 막혀 제 살을 꾸겨 이어 자아낸 동아줄로 암벽을 기어 오른다 푸른 수건 적시며 ​ 포연(砲煙)에 일그러진 바그다드 하늘 같은 구겨진 소망 하나 품 속에 거둬두고 원죄의 얼굴을 가린 바위며 벽이며 ​ 비 오면 더 푸르다 지는 푸성귀 잎새같이 눈만 오면 흔들리는 내 마음 중심같이 변심은 있을 수 없다 줄로 꽁꽁 올을 묶고 모란장 - 백윤석 / 2003/05/06 - 입구에 들어서자 햇살도 숨이 차다 뻥튀기 할아버진 꼬마 손님 어디 두고 구경 온 이마의 땀을 "뻥" 소리로 쫓아낸다 ​ 날갯죽지 휘어 잡힌 거위들의 헛된 시위 낮술 취한 객들이 춤사위로 농을 하고 배 갈린 고등어 한 손도 긴장한 듯 찾는 물 ​ 내 행복을 가르치는 배로 걷는 사람들 무관심한 시선에 햇살도 힘을 잃어 봄 나물 파는 할머니도 까무룩 잠이 든다 ​ 풍물만큼 다양한 사람들의 얼굴들 정 많은 세상엔 실랑이도 정겨워 덤으로 한 주먹 퍼주는 인심을 파는 시장. 최근 모란시장(2018. 5. 29 중앙일보) 기러기 산이로 잡아(여창지름시조) / 국립국악원 토요정담 기러기 산이로 잡아 정들이고 길들여서 임의 집 가는 길을 역력히 가르쳐 주고 밤 중만 임생각 날제면 소식전케 하리라 * 작품해설 : 임에게 소식이라도 알고자 하는 소망을 지닌다. 기러기는 다양한 상징이 있는데 여기서 는 부부의 화합이란 상징도 있겠지만 소식을 전하는 의미에 더 부합된다. 임의 소식이라도 전해 받고 픈 심정이다. 기러기를 정 들이고 길들인다는 것은 화자 자신에게 투사를 한 것이다. 그리운 밤에 기 러기를 통해서 소식 전하겠다는 것은 결국은 기러기가 되어 임을 만나겠다는 화자의 욕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