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와 다시 찾은 칼바람의 민주지산(岷周之山)
(1) 산행계획
지난 週 雪花 가득한 童話 속 같은
민주지산의 아름다움을 아내에게 이야기하고 또한 사진을 보여주니
가보고 싶다고 하여 다시 민주지산을 찾게 되었더라.
맑은 날씨여서 민주지산의 자랑이라는 眺望과 상고대가 기대되었더라.
이리하여 아내와의 사소한 冷戰도 봄눈이 되었더라.
(2) 물한리-각호산[09:10-11:10, 120분, 2.95km]
물한리에 도착하니
주차장이 지난주에 비해 한가하더라.
버스는 한 대도 없고 승용차도 두 대만이 주차해 있었는데
그 산으로 둘러싸인 텅 빈 空間에
靜寂만이 감돌더라.
차에서 내리니
하늘은 淸明한데 바람은 날카롭더라.
센 바람에 하늘을 가린 낙엽송의 곧은 가지가
호수에 드리운 낚싯대의 찌처럼 일렁이는 파도에 춤추더라.
그러니까 우리 부부가
파르란 바이칼 호수 속을 걸어가고 있는 느낌이랄까?
숲의 한 가운데서 올려다 보니
뻥 뚫린 호수의 파란 눈동자가 보였더라.
이리저리 옮겨 다니며 먹이를 찾는
박새들은 물고기들 같고
가지를 흔드는 숲의
나뭇가지들은 산호초 같고
센 바람에 일렁이는 바람소리는
호수의 파도 소리 같다고나 할까?
그러한 고즈넉한 오솔길을 30여분 거슬러
올라가니 삼거리가 나왔는데
짐작컨대 한 방향은 각호산정으로 직접 오르는 길인 듯 하고
또 한 방향은 배걸이 봉의 마루금으로 오르는 길로 보이더라.
우리는 우측의 배걸이봉으로 향했는데
예쁜 이름을 가진 배걸이봉은 접근을 쉽게
허용하지 않으려는 듯
가파른 威勢로 거들먹거리더라.
남사면은 눈이 녹아 있고
북사면은 엄청난 積雪量을 보이더라.
마루금에 오르고도(10:10)
또 가파른 비알을 오르니
배걸이봉으로 짐작되는 小峰에 다다를 수 있었고,
거기에 다다르니
상고대와 지난주에 온 눈이 1m가까이 쌓인 곳도 있더라.
바닥에 쌓인 눈이 칼바람에 휘날리는 바람에
나뭇가지에 달라붙어 雪花를 피우고 있더라.
배걸이봉에서 각호봉으로 오르는 안부에서 아이젠을 착용하고
先登者들이 개척해 놓은 럿셀길을 따라 오르니 각호봉이 보이더라.
(3) 각호산-대피소[11:10-12:10, +60=180분, +3.1=6.05km]
뿔 달린 호랑이가
살았다는 傳說을 간직한
각호봉은 2개의 봉으로 되어 있는데
우리는 이정표가 있는 동봉에 올랐더라.
그러나 각호산 정상석은 서봉에 있었더라.
東峯보다도 西峰이 더 높게 보여 가 보려 했는데
엄청난 칼바람은 서봉으로 가길 만류하는지라
그대로 민주지산방향으로 가고 말았더라.
각호산을 내려오며 앞을 보니
민주지산이 3.4km남측에
삼각형의 봉우리를 희미하게 드러내고
그 동측으로 석기봉과 삼도봉이 또한 어서 오라는 듯
엄청난 칼바람에도 자세를 조금도 흩트리지 않고 앉아 있더라.
능선 북사면에는 방금 내린 暴雪처럼 엄청난 두께의 눈이 쌓여있고
이곳은 선등자들이 많지 않은 듯
스팻치를 착용하지 않은 등산화의 틈으로
눈이 스며들어 발이 시리기까지 하더라.
무릎까지 빠지는 눈 속에서도,
그리고 그 눈 위를 매몰차게 몰아치는 칼바람 속에서도
山竹은 그 가냘픈 잎사귀의 푸르름을 잃지 않고 엎드려 있었고
樹木들의 잔가지들은 또한 움틔울 준비를 하고 있더라.
때론 바위 능선과
동앗줄을 부여잡아야지만 오를 수 있는 비알과
쌓인 눈을 흩날려 눈조차 뜰 수 없는 칼바람을 헤치며 나아가니
민주지산이 지척인데 능선 아래 통나무로 지은 대피소가 보이더라.
(5) 대피소-점심-민주지산[12:10-12:40, +30=210분, +0.3=6.35km]
이곳에 대피소가 세워지게 된 由來가 있다고 하더라.
그러니까 1998년 4월 1일 공수 특전사 요원들이
천리행군중 저체온증으로 이곳에서 6명이 숨졌는데
충북 영동군에서 그들의 넋을 달래려
이곳에 잠시나마 산행중 몸을 녹이며 쉴 수 있도록
15~20 명 수용 규모의 대피소를 지어
불을 땔 수 있도록 난로와 땔감을 비치하여 놓고
침상까지 구비하여 놓았는데
오늘처럼 칼바람이 부는 날이면
잠시 휴식하며 식사하기에는 안성맞춤이더라.
다들 호텔방이 부럽지 않다고 한마디씩 하더라.
그들 틈에 끼어 아내와 먹는 점심이 꿀맛이더라.
점심을 먹으며 공수 특전사 요원들의 명복을 빌었더라.
(6) 민주지산-황룡사-물한리[12:40-14:20, +100=310분, +3.6=9.95km]
그렇게 장병들의 넋을 위로하고
민주지산으로 向하니
지난주에는 동물하나 볼 수 없었던 산자락에
까마귀 떼들이 까르륵 까르륵하며 칼바람을 가르고 있었는데
민주지산 정상에 오르니
북으론 추풍령을 발아래 거느린 황악산(1111m)과 막기항산(999m)이
남으론 부항령을 지나 덕유산을 거쳐 지리산으로 가는
대간의 허리에 대덕산(1290m)이 우뚝하더라.
이 모든 산세가 지난주엔 보이지 않더니
그 아래 거느린 각호산, 석기봉, 삼도봉과 더불어
한 눈에 一別되더라.
그렇게 주위를 조망하고 한동안 푹 빠져 있다 보니
아내가 하산을 재촉하더라.
석기봉이 아름다우므로 가자고 권유하니
아내 먼저 석기봉 가는 마루금길로 향하였지만
아무래도 무리일 것 같아 오늘은 이만 돌아가자 하니
역시 아내는 내 말을 그대로 따라주더라.
물한리로 내려가는 쪽새골길은
북사면이어서 눈이 제법 쌓여있는데
아내는 준비해온 비료부대를 엉덩이에 두르더니
그대로 주저앉아
천진한 아이처럼 미끄러져 내려가더라.
완만한 경사길이어서 미끄럼타기엔 안성맞춤이더라.
그렇게 즐겁게 담소하며
긴 계곡의 오솔길을 내려오니
물한리 잣나무 숲이더라.
주차장에는 언제 오셨는지 산악회원들이 타고 온
대형버스들로 가득하더라.
아내와의 민주지산 복습산행은
그렇게 마감하였더라.
배달9204/개천5905/단기4340/서기2007/2/3 이름 없는 풀뿌리 라강하
덧붙임)
1. 각호골 초입의 풍광과 쪽빛 하늘
2. 배걸이봉으로 가는 마루금에 올라서니 훌륭하진 않지만 상고대가
3. 각호봉으로 오르는 급경사의 북사면엔 무릎까지 빠지는 눈길이었다.
4. 각호봉 동봉에서 본 서봉
5. 각호산 동봉에서 내려다 본 물한리 계곡
6. 가야할 이정목과 민주지산 방향
7. 뒤돌아 본 각호봉
8. 각호-민주 마루금에서 본 설경
9. 민주지산 300m 아래 대피소
10. 민주지산 정상에서 본 각호산 방향
11. 백두대간이 지나는 막기항산, 그 뒤로 황악산
12. 동측 석기봉 방향
13. 민주지산 정상
14. 남측 방향
15. 물한리로 내려가는 쪽새골
16. 하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