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sr]들꽃세계

박원화백의 인가주위/북한산의가을/태백산금대봉/설악산/장흥

이름없는풀뿌리 2015. 9. 23. 10:35

 

 

장마가 시작되기 전 찍은 사진들입니다.

위는 접시꽃입니다.

꽃 색은 붉은색, 연한 홍색, 노란색, 흰색 등 다양하고, 꽃잎도 겹꽃이 있습니다.

도감에는 2년 초로 분류하고 있지만 관찰한 바로는 심겨진 토양에 따라 여러 해를 살더군요.

이 꽃은 울타리 안에 심으면 큰 키로 자라 담 너머를 내다보고,

담 밖에 심으면 자라서 담장 안을 들여다 봅니다. 

도시로 자녀들을 떠나보내 놓고 담장 모퉁이에 서서 그들이 돌아오기를 기다리는 시골 어머니가 연상되는 꽃입니다.

 

접시꽃 씨앗이 익을 때면 장마가 시작됩니다.

장마가 시작되면 씨앗은 땅에 떨어져 다시 싹이 틉니다.

씨앗을 따서 이듬해 봄에 뿌리면 그 해는 꽃이 피지 않습니다.

배추나 무처럼 싹이 돋고 겨울을 넘겨야 꽃이 핍니다.

 

인위적으로 싹을 틔워서 냉장고에 일정한 기간 보관한 후 그해 꽃을 피우는 방법이 있는데

이를 춘화처리(春化處理)라 합니다.

자연에서 채취한 들꽃씨는 곧바로 뿌려야 제대로 자랍니다.

곡물을 재배하듯 보관했다가 이듬해 봄에 씨앗을 뿌리면 특정 종류의 씨앗은 제때 싹이 나지 않습니다.

씨앗이 자신을 보호하는 기능을 작동시키기 때문입니다. 그런 씨앗을 싹 틔우려면 전문적인 기술이 요구되기도 합니다.

 

 

 

패랭이꽃입니다.

인공의 손길이 전혀 닿지 않은 토종입니다. 요즘은 개량종이 다양하고 자라는 곳을 가리지 않아 개량종인지

외래종인지 구분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꽃대를 무에 꼽아두면 뿌리가 자랍니다.

 

 

 

석잠풀입니다.

요즘 찾아다니는 어떤 들꽃이 있는데 그 꽃은 아직 찾지 못하고 대신 석잠풀을 찾았습니다.

찾는 꽃은 이것보다 더 흔한데 아직 제 눈에 띄지 않았습니다.

이 석잠풀도 그리 흔한 꽃은 아닙니다.

 

 

 

채송화 

장독대 아래나 흙담위에 씨를 뿌려도 잘 자랍니다.

한번만 씨를 뿌리면 이듬해도 그 이듬해도 절로 자라 꽃을 피웁니다.

가지를 꺾어 땅에 꽂아 두면 뿌리가 돋아 자랍니다.

 

 

 기생초

 

 

 주름잎

 

 

 금불초

 

 

딱총나무 열매가 익었습니다.

공원에 정원수로 많이 심고 산에도 많이 자랍니다.  열매는 산새들이 장마철을 넘기는 먹이가 됩니다.

 

 

코스모스입니다.

조생종으로 생각되기도 하지만 이런 꽃은 대체로 일조량에 따라 꽃이 핍니다.

국화꽃이 가을 꽃이지만 재배사에서 일조량을 조절해주면 사시사철 꽃을 피우는 것과 같습니다. 

 

 

능소화

 

 

 도라지

 

 

 

 

 

지난 오월 13일 오후 북한산 기슭 무덤 가장자리 산을 깎은 사면에 자생하는 은방울꽃입니다.

무덤은 북동방향으로 한낮에 잠시 해가 지나는 곳이었지만

이 은방울꽃에는 하루 중 어느 때도 직사광선이 도달하지 않을 위치였습니다.

박완서님의 쓴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라는 자서전적 소설에 이 꽃이 등장하더군요.

자신의 고향마을 얘기 속에 이 꽃을 한참 묘사하는데서 그 존재와 아름다움을 처음 알게 되었답니다.

 

식물원을 돌아다니다 본 적이 있어도 자생하는 꽃을 보았을 때의 기쁨은 특별했습니다.

건강한 생명력이 넘쳐나는 모습이었습니다.

백합과에 속하고 어린잎은 나물로 먹으며 고급향수를 추출하기도 합니다.

이 거칠고 험한 산 멧돼지가 땅을 뒤진 흔적이 흩어진

으스스한 묘터에 이렇게 티없이 흰색으로 곱게 자라는 것도 신기했습니다.

 

무덤은 주위로는 상수리나 나무가 둘러쌓고 있었고 

꽃 위로는 국수나무와 찔레 등의 잡풀이 웃자라고 있었습니다.

손으로 살살 헤쳐가며 찾았습니다. 

 

 

 

8월 19일 장마가 지나고 폭풍도 지나자

봄과 여름 내내 열매를 가리던 잎사귀는 말라버렸습니다..

 

 

 

9월10일 일요일 오전

열매가 익었겠다고 생각하고 산길을 오르고 있었습니다.

어디선가 요란한 모터와 회전톱 돌아가는 소리가 울렸습니다.

무덤가에 도착하니 중년의 남자가 초등학생쯤으로 보이는 사내아이 둘을 데리고 벌초를 하고 있었습니다.

 

가슴이 덜컹 내려않았습니다.

이 무덤가에는 정말 많은 들꽃이 자라고 있기에 한 달에 두세 번은 찾아오던 곳입니다.

제비꽃에서 송이풀 으아리 참으아리 엉겅퀴 은방울꽃 둥글레 오이풀 산부추 층층잔대 등 

특히 매우 보기 어려운 빗자루가 있었습니다. 벌초하는 예리한 예초기 칼날에 무자비하게 잘려나가고 있었습니다.

남의 묘터에 함부로 발을 들여놓기도 뭐하고 안타까운 맘으로 지켜보다가

한참 후에야 그에게 다가가 인사를 건냈습니다.

예초기모터를 끄게 한 후 잠시 사진을 찍을 수 있었습니다.

 

은방울꽃 위로 키가 큰 잡초와 관목 등은 모두 잘려나갔고

땅에 누워있는 열매를 이리저리 일으켜 세웠습니다.

주황색으로 익어가고 있었습니다.

완전히 익으면 붉은색이 될지 알 수 없습니다.

그러나 자연상태에서 온전한 색으로 완성되는 것은 그리 많지 않을 것 같습니다.

다소 미성숙해 보였지만 그 시각 거기를 방문하지 않았다면, 벌초가 끝나고 이런 장면도 찍지 못했을 것 같습니다.

 

 

 

 

삼천사 입구에서 바라본 북한산의 모습입니다.

궂은 장마가 걷히고 대기와 산은 티끌하나 없어 보입니다.

이곳은 산세가 아름다워 자주 찾아와 그림을 그리거나 들꽃을 찾는 장소입니다.

산을 바라보며 맘을 달랠 수도 있지만 산속으로 들어가 바위를 오르며 건강을 다지기도 합니다.

저 속내를 드러낸 암반은 아무리 봐도 지겹지 않습니다.

사시사철 계절 따라 옷을 갈아입습니다.

 

심한 장맛비가 며칠 동안 계속되었습니다.

수재민들에게 끔찍한 피해를 남겼지만 그 속에서도 꽃이 피고 있더군요.

역경 속에 피는 꽃이 대견스럽습니다.

장맛비가 사람에게 끼치는 피해는 저 들꽃이나 곤충이 미치는 것에 비하면 미미한 정도에 지나지 않습니다.

 

빗방울 하나의 크기는 들꽃의 절반만 하고 무게는 꽃보다 무겁습니다.

하늘에서 곧장 떨어져 꽃에 가해지는 충격은 대단할 것입니다.

그런 충격 속에 몇 날 며칠 동안 밤낮없이 당한다고 보면 

장마를 넘긴 들꽃이나 벌 또는 나비가 얼마나 강인한가를 알 수 있습니다. 

 

 

 

조밥나물입니다.

처음에는 사데풀이나 방가지똥, 국화 심지어 민들레와도 구별하기 어려웠습니다.

들꽃 관찰에는 식물도감을 공부하고 관련서적을 많이 보아야 하지만

실물을 직접 체험해야 한다는 생각이 듭니다.

갑자기 날이 개자 그동안 날지도 못하고, 꽃을 찾을 수 없었던 벌들이 몰려와 꿀을 구하고 있었습니다.

 

 

 

비비추입니다. 여름날 오래동안 피는 꽃입니다.

 

 

 

구릿대입니다.

키가 무척 크더군요.

이런 유형의 식물에서 식물의 성에 대해 또 다른 지식을 배우고 있는 중입니다.

이 산형꽃차례의 식물 중에는 처음에 꽃이 수꽃이었다가 나중에는 암꽃이 되는 종류가 있습니다.

수꽃으로 피어 다른 암꽃에 꽃가루를 퍼트리고 자신은 다른 꽃의 수꽃 화분으로

수정을 합니다. 

 

 

 

인가주위에 키우는 플록스입니다. 요즘 만발합니다.

 

 

 

좁쌀풀입니다.

곡물을 가리키는 좁쌀로 밥을 만들면 조밥이 되는데 앞에 나온 조밥나물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어 보입니다.

우리 식물이름은 먹는 것이나 짐승이름이 많이 들어있습니다.

식물명이 전문적인 엘리트에 의해 만들어지지 않고 서민들이 만든 이름이 정리되었음을 알 수 있습니다.

그래서인지 상스럽고 토속적이고 냉소적인 이름도 많습니다.

 

우리민족은 가장 다양한 식물을 먹거리로 찾아내고 요리하는 방법을 개발하지 않았나 생각됩니다.

사계절이 뚜렷하고 삼면이 해안에 접한 이 지역은 사람이 살기에 좋아 인구밀도가 높지만,

여름이면 가뭄이나 장마 같은 자연재해가 잦았습니다.

이런 환경에 생존하기 위해 우리는 풀을 먹거리나 혹은 약초로 이용하는 방법을 찾아낸 것 같습니다.

초근목피(草根木皮)라는 말에도 그런 의미가 들어 있습니다.

심지어 독초나 풋과일도 삶거나 삭혀 독을 우려내고 먹는 법을 알아냈습니다.

오해도 많이 받았지만 이제는 우리가 먹는 식물과 먹는 방법이 건강식품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사랑초입니다.

이 꽃은 외래종인데 화단에 심어가꾸는 꽃입니다. 빗속에 자라는 꽃은 아니라 처마 밑에서 비를 피해 자랍니다.

 

 

 

금마타리입니다.

마타리는 전형적인 가을꽃으로 키도 무척 크고 우리나라 웬만한 산에서는 다 자랍니다.

이 꽃은 일부 제한된 지역에서만 자라는 데 6월부터 피는 귀한 꽃입니다.

북한산에는 높은 지역 바위틈에서 볼 수 있습니다. 

 

 

 

 

북한산을 올랐습니다.

원래는 설악산을 가기로 동료와 약속을 했었는데, 설레는 맘에 새벽 1시가 되도록 잠을 이루지 못했습니다.

소풍가는 아이처럼 들뜬 마음으로 배낭을 챙기다 잠들었는데, 아침에 눈을 뜨니 약속시간이 지나버렸습니다.

분한 생각에 챙겨둔 배낭을 메고  혼자 북한산성 입구로 향했습니다.

 

약속시간을 지킨다고 TV로 알람을 맞춰뒀는 데도 일어나지 못한 게 화가 났지만 몸도 생각하기로 했습니다.

최근 과로로 몹시 지쳐있었고 이번 설악산 산행으로 몸과 맘을 달래려고 한 것은

지나친 욕심이었다고 생각했습니다.

휴일 새벽을 울리는 알람은 가족들도 무시했었나 봅니다.

 

북한산 입구를 출발해서 백운대를 오르고 동장대 대성문 대남문 구기동으로 북한산을 일주했습니다.

 

 

 

백운대의 모습입다.

백운대는 커다란 바위로 약 400m를 좁고 가파른 돌 위를 밧줄을 잡고 올라가야 합니다.

올라가는 사람과 내려오는 사람으로 늘 북적거립니다.

일찍 가서 사람이 적을 때 올라야 빨리 올랐다 내려올 수 있습니다. 

 

 

 

백운대에서 남쪽을 바라보았습니다.

 

 

 

백운대에서 서쪽을 바라본 모습입니다.

 

북한산은 외양도 아름답고 다양한 등산코스가 있으며, 곳곳에는 유서깊은 사찰과 유적지가 남아있습니다.

서울 사람들은 산 하나만으로도 많은 축복을 받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올라볼수록 친근한 산입니다. 산성을 따라가는 등산로는 평탄해서 누구에게도 부담되지 않는 산입니다.

정상부위는 산성으로 둘러쳐져 있습니다.

 

북한산성 소개

백제가 하남위례성(河南慰禮城)에 도읍을 정하였을 때 도성을 지키는 북방의 성으로 132년(개루왕 5)에 축성(築城)되었다. 이때 백제의 주군력(主軍力)이 이 성에서 고구려의 남진을 막았으며, 그뒤 근초고왕의 북진정책에 따라 북벌군의 중심요새가 되었다.

1232년 고려 고종 때는 이곳에서 몽골군과의 격전이 있었고, 현종은 거란의 침입을 피하여 이 성에 태조의 재궁(梓宮)을 옮긴 일도 있는데 이때 성의 중축(重築)이 있었고, 1387년 우왕 때는 개축공사가 있었다.
조선시대에 와서 임진왜란과 병자호란 등 외침을 자주 당하자 도성 외곽성의 축성론이 대두하여, 1711년(숙종 37) 왕명으로 대대적인 축성공사를 시작하여 석성(石城) 7,620보(步)가 완성되었다.

성의 규모를 보면 대서문(大西門) ·동북문(東北門) ·북문 등 13개의 성문과, 자단봉(紫丹峰) 위에 동장대(東將臺) ·나한봉(羅漢峰), 동북에 남장대(南將臺) ·중성문(中城門), 서북에 북장대(北將臺)가 있었고, 1712년에 건립한 130칸의 행궁(行宮)과 140칸의 군창(軍倉)이 있었다. 성내 중흥사(重興寺)는 승군(僧軍)을 배치한 136칸의 대찰이었으며 12개의 사찰이 있었다. 지금은 성곽의 여장(女墻:성위에 낮게 쌓은 담)은 무너졌으나, 대서문이 남아 있으며, 성체(城體)는 완전히 보존되었다. 1990년부터 훼손된 동장대·대남문·대성문·대동문·보국문과 성곽들을 보수·복원하여 거의 완공 단계에 있다.

 

 

대동문 모습

 

 

대성문

단풍도 찍었습니다.

 

 

 

 

그래도 들꽃을 찾는 일이 가장 즐거웠습니다.

머지 않아 들꽃들도 다 사라질 것 같습니다.

 

 

산부추

 

 

구절초입니다.

구절초는 물 빠짐이 좋은 양지바른 곳에 잘 자랍니다.

숲 속에는 자라지 않고 도로를 내기 위해 깎아낸 절개지나 마사토로 된 경사지에 많이 자랍니다.

이 꽃도 산성 돌 사이에서 찾았습니다.

 

 

까실쑥부쟁이

 

 

자주쓴풀입니다.

늦게 피는 꽃입니다. 요즘은 모든 들꽃이 무척 서두르는 모습이더군요.

된서리가 내리면 모두 돌아가야 하니까요..

 

 

사위질빵이 씨를 맺었습니다.

 

 

흰꽃향유입니다.

도감을 찾았더니 최근에 지리산에서 발견된 신품종으로 별도로 정리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이 꽃은 북한산에서 찾았으니 신품종 목록에서 제외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혹시 북한산에 아주 희귀하게 자라는 것이라면 씨앗 많이 맺고 내년에도 널리 번성하길 기대해 봅니다. 

 

 

 

 

범의꼬리

 

태백산 금대봉을 올랐습니다.

등산을 한다기보다는 산속을 어슬렁거리며 산행합니다.

산행을 하는 사람들 중에는 여러 부류의 사람들이 있습니다.

어떤 사람은 산에서도 뭐에 쫓기는지 강행군을 합니다. 하루에 이동하는 거리도 멀고 속도도 빠릅니다.  

이런 일행과 산행은 다녀오고 나면 앞 사람 엉덩이만 쳐다보며 따라다닌 기억밖에는 별로 없습니다.

 

들꽃을 관찰하기 위해서는 느긋하게 산을 돌아다녀야합니다.

새로운 꽃을 보거나 경치가 아름다운 장소에 다다르면 걸음을 멈추고는 오랜시간 즐기다가 다시 걷습니다.

태백산 인근의 금대봉은 해발 1,400여 미터이지만 차량이 산의 정상까지 다다르기에 높다는 생각이 들지 않습니다.

그러나 야산이나 인근에서 보기 어려운 귀한 들꽃을 만날 수 있습니다.

 

동물 이름이 들어가는 식물이 많았습니다. 

많은 식물 이름은 동물 이름이 만들어지고 나중에 생겼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오늘 올린 식물 이름에는 범, 쥐, 노루, 뱀, 꿩,기린, 잠자리라는 동물이 들어있습니다.

 

 

 

 

 

애기앉은부채 

 

들꽃을 공부하기 시작하고 약 4~500여 종의 식물을 알게 된 때였습니다.

그때부터 숲 속에 들어서면 풀과 나무가 매무새를 바로잡으며

우수수 몸을 일으켜 인사한다는 느낌을 받게 되었습니다.

나무는 수런수런, 풀들은 소살소살 자기들끼리 주고받던 얘기를 중단하고

숲에 들어선 사람에게 얼굴을 알아보겠다는 표정으로 말을 걸어오는 듯했습니다. 

거친 바람이나 강한 햇살 혹은 가뭄으로 몸은 지쳐도 손님을 맞는 표정으로 자태를 가다듬으며

어떤 꽃은 향기를 뿜어줍니다.

 

숲을 걸으며 마주치는 나무와 풀 이름을 떠올려 보게 됩니다.

예쁜 꽃을 피운 나무는 좀 더 오래 지켜보고

열매가 맺은 풀에도 시간을 할애합니다.

아직 이름을 모르거나 기억나지 않는 들꽃 앞에서도 머물다 갑니다.

요즘은 숲속에서 꽃과 나무를 보면 그 식물이 지닌 특성과 약리에 대해서도 생각합니다.

풀과 나무가 지니는 약리작용을 본초(本草)라 합니다.

 

이제는 산과 들을 쏘다니며 꽃이나 나무와 많은 얘기를 주고 받는다는 생각이 듭니다.

집에 기르는 개나 고양이와 나누는 대화와는 다른 형태입니다.

의사교환이라기보다는 매우 단순하지만 어떤 공감을 느낍니다.

 

숲과의 대화를 하다보면 흐트러진 마음이 진정되고 가슴에는 평온과 위안이 찾아듭니다.

발끝으로부터 온몸으로 신기한 힘이 생겨나고 머리가 맑아집니다.

갓 피어난 꽃에는 어린아이의 미소를 보는듯하고,

군락을 이룬 꽃 앞에서는 조화로운 합창소리를 들을 수 있습니다.

병이 들거나 시들어가는 나무 앞에서는 소리없이 아파하는 것도 느낄 수 있습니다.

 

그리운 사람처럼 꼭 보고 싶은 꽃이 있습니다.

몇 날 며칠이고 깊은 산 험한 계곡을 찾아다니며 만나고 싶은 꽃이 있습니다.

올해 보지 못하면 내년에 찾아나설 것을 약속하기도 합니다.

얼른 계절이 바뀌어 그 꽃이 피는 시절을 고대해 보게 됩니다.

 

식물 이름을 알고 숲에 들어가는 것은

명동거리나 강남대로를 걸으며 수백 명의 이름을 아는 친구를 만나는 것 같습니다.

일일이 인사를 나누거나, 악수를 하고 몇 마디라도 근황을 물어봐야 합니다.  

이름을 몰랐을 때는

얼굴을 모르는 수백 명의 사람과 마주친 것처럼 무관심하거나 성가신 일이었습니다.

 

남의 사무실을 방문해서 용무를 끝내고 나면

그 사무실에 자라는 식물들의 상태에 대한 느낌이 감지됩니다.

죽어가는 식물이 있는 사무실에서는 기분이 좋지 않습니다.

물을 제 때 주지 않아 말라가는 난초나, 방치된 식물이 있는 곳에서는 뭔가 애원하는 듯한 비명이 들려 옵니다.

그런 사무실에는 미련하고 둔한 사람이 근무한다는 생각이 듭니다.

 

 

 

앉은부채

 

오늘 올린 들꽃도 지난번 대관령에서 선자령을 가며 찾은 꽃입니다.

앉은부채와 애기않은부채 두 종류가 있습니다.

꽃과 잎의 외양은 너무 유사해서 구분할 수 없습니다.

꽃이 피는 시기가 다릅니다. 앉은부채는 초봄에 피지만 애기앉은부채는 8~9월에 꽃이 핍니다.

위의 않은부채는 5월 말경에 찍은 것인데 앉은부채인지 애기앉은부채인지 식별할 수 없습니다.

장마가 지면 앉은부채 잎은 녹아내립니다. 맨 위 사진처럼 잎이 진 후 꽃만 올라오면 애기앉은부채입니다.

이 열매는 겨울을 넘기며 내년 4월에 익게 됩니다. 

 

내년 봄 2월 말쯤이면 앉은부채꽃을 찾아 천마산이나 인근 산을 돌아다닐 것입니다.

그러다가 길을 잃고 여느 때처럼 몇 시간 산속을 헤매기도 할 것입니다.

보고 싶은 들꽃이 필 때쯤 그들의 자라는 서식지를 찾아다니며 그들과 얘기를 나누는 일은 세상 무엇보다 즐겁습니다.

 

 

잔대입니다.

수술이 튀어나오고 꽃이 종모양을 닮았습니다. 

 

 

 모싯대는 대체로 수술이 잘 보이지 않고 꽃이 깔때기 형태입니다.

 

 

위에서처럼 수술이 튀어나오고 꽃과 잎이 층층으로 달리면 층층잔대입니다.

잔대와 모싯대는 도라지와 비슷한 모양과 크기의 두툼한 뿌리가 달리는데 사람이 먹을 수 있습니다.

 

잔대가 도라지처럼 농작물로 개발되지 않은 것은

씨앗의 발아율이 떨어지거나 단위당 수확량의 떨어지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일부 지역에서는 잔대도 도라지처럼 밭에 심어 가꿉니다.

제 어릴 적만 해도 아이들은 산을 돌아다니다 이런 풀 뿌리를 캐먹으며 허기진 배를 채우곤 했습니다.

피치 못할 연유로 산속에 들어간다면 이런 뿌리만 찾아 먹으며 사나흘은 지낼 수 있습니다.   

 

 

 단풍취

 

 

 산층층이

 

 

눈빛승마

이름이 참 어렵습니다.

 

 

쥐오줌풀

 

 

노루오줌풀

꽃향기가 쥐오줌 냄새가 나고 노루오줌 냄새가 나는지 잘 구분되지 않았습니다.

 

 

참배암차즈기

병아리를 물려고 입을 벌린 뱀 같습니다.

 

 

은꿩의다리

 

꿩의다리도 종류가 참 많습니다. 아래는 꿩의다리이고 위에는 은꿩의다리, 지난번 포스트에서 자주꿩의다리, 작년에 금꿩의다리를 올렸으니 벌써 4종류의 꿩의다리를 올렸습니다.

줄기가 가늘고 꿩의다리처럼 생겼다고 그렇게 이름이 지어진 것 같습니다.

 

 

꿩의다리

 

 

태백기린초(草)

어떤 모습이 기린을 닮은건지?

 

 

넓은잎잠자리난

 

 

감자난

감자난은 멧돼지가 좋아합니다. 작은 감자 같은 구근이 달렸습니다.

식물 중에서 난초가 가장 진화한 식물이라고 관련학계의 학자들은 의견이 일치한다고 합니다.

난은 전 세계에 730 속 20,000여 종이 있으며 특히 열대지방에 많이 서식합니다.

우리나라에는 41속 80여 종이 자라고 있습니다. 

 

 

나리난

 

 

 

 

 

박새

 

금대봉의 들꽃 나머지 올립니다.

한꺼번에 너무 많은 사진은 올라가지 않고, 사진을 축소하는데는 시간이 필요했습니다.

퇴근후 작업을 하다보니 도중에 잠에 떨어지고 가족들은 따로 저장하지도 않고 pc를 꺼버리니

여러번 반복 작업을 했습니다.

 

 

자주 여로

 

 

 병조희풀

 

 

 지리터리풀

 

 

뻐국채

 

 

구슬댕댕이

 

 

누른종덩굴

 

 

 요강나물

 

 

개다래

 

 

터리풀

 

 

고광나무 

 

 

지치

 

 

금대봉은 백두대간의 한 줄기로 소등같은 능선을 경계로 인연이 갈라지는 무정한 장소랍니다.

이 산등성을 기점으로 남쪽 또는 동쪽으로 떨어진 빗방울은 낙동강물이 되고 서쪽으로 떨어진 빗물은 한강이 됩니다.

낙동강물이 된 빗방울은 남해에 이르고 한강이 된 빗물은 서해에 다다르게 됩니다.

이들은 어쩜 천 년이 지나 다시 만날 수 있을지 모릅니다.  

 

 

산오이풀

 

지난 10월1일 공룡능선을 넘으며 간간이 찍은 꽃들입니다.

해발 1,000m 이상에서 찍은 꽃들인데 높은 지역이라 이미 몇 번 무서리가 내려 연약한 꽃은 시들고 난 후입니다.

 

우리나라에는 최남단 마라도 해안에서 백두산 천지에 이르기까지 약 3,500종의 식물이 자란다고 합니다.

제주도에는 1,800종이 자라고, 지리산에는 1,300종, 설악산에 1,000종이 자란다고 보고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요즘도 매년 새로운 종이 발견되고 있으니 정확한 종 수는 누구도 알 수 없을 것 같습니다.

변종 정도로 분류하던 것도 새로운 종으로 분류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바람꽃

 

우리나라에는 약 17종의 바람꽃이 있습니다.

이 바람꽃은 설악산 정상 암반 아래 식물이 서식할 수 있는 지반 위에

지배적인 세력을 확보하며 억세게 자라고 있습니다.

 2월경 늦겨울 변산바람꽃을 시작으로 꿩의바람꽃, 너도바람꽃, 만주바람꽃

회리바람꽃은 피는 순서에 따라 이미 이 블로그에 올렸습니다. 

이 바람꽃은 앞에 수식어가 없는 바람꽃입니다. 9월경에 피는데 그날은 거의 지고 일부만 피어있었습니다.

 

 

 삽주

 

 

 산앵도나무

 

우리나라 전국각지 해발 600m 이상에 자랍니다.

붉은 열매는 먹을 수 있지만 따지는 않았습니다. 배고픈 산새가 주인일 것 같습니다.

 

 

 솔채꽃

 

산속 깊은 곳에 납니다. 식물원에서도 보았지만 산속에 자생하는 것이 더 정겹습니다.

 

 

금강초롱입니다.

 

이런 꽃이 피기에는 좀 늦은 시기입니다.

한국에만 자라는 특산종입니다.

중부 이북 고산지역에 자라고 토양이나 여건에 따라 흰색 분홍색 진보라색으로 핍니다.

 

 

바위떡풀

 

 

 

그늘돌쩌귀

 

생물의 분류에는 종 위에 속 과 목 강 문 계라고 근친성이나 진화상의 원근관계로 따져서 분류합니다.

이 들꽃은 초오속에 들어가는데 이 속에는 바꽃,투구꽃, 돌쩌귀, 진교 혹은 진범으로

우리나라에는 18종이 자라고 있습니다.

 

뿌리에는 마늘 같은 것이 달리는데 맹독성을 지니고 있습니다만 

강력한 강심작용을 지니고 있어 매우 소중한 한약재가 됩니다.

옛날에는 화살촉에 묻혀 사냥을 하는 독으로 이용되기도 했습니다.

연구도 무척 많이 이루어진 식물입니다. 기회가 난다면 이 독성분을 좀 더 공부하려고 합니다.

 

 

각시취

 

 

생강나무입니다.

 

이른봄 산에서 가장 빨리 피는 나무꽃입니다.

열매가 검게 익어가고 있습니다.

열매를 짜서 머릿기름을 뽑았다고 합니다.

야산에서는 열매 맺는 것을 잘 볼 수 없습니다. 

 

 

 

지난 일요일 10월 22일 경기도 양주시 장흥에서 단풍이 드는 나무를 그렸습니다.

올해는 심한 가을 가뭄으로 나무들이 바짝 말랐고 나뭇잎은 단풍이 들 새도 없이

말라 떨어져 바스락거리며 바람에 날렸습니다.

아직 단풍이 들기에는 좀 일렀습니다.

가뭄 탓에 들꽃도 잘 자라지 못했고 피운 꽃은 제모습을 갖추지 못했습니다.   

 

그날 단비가 흠뻑 내렸습니다.

동료의 화실 추녀 밑에서 그림을 그려야 했습니다.

캔버스를 펼치고 그림을 그리기에는 추녀가 짧아 절반만 비를 가릴 수 있었습니다.

하반신 바짓가랑이와 캔버스도 물감도 비를 맞았습니다. 그래도 비가 싫지 않았습니다.

굶주린 아기가 어머니의 품에서 젖을 빨듯 소리 내어 비가 내렸고 땅은 달게 받아들였습니다.

실은 온몸이 흠뻑 젖도록 비를 맞고 싶었습니다. 비에 젖어 헝클어진 머리를 쓸어 올리며 먼 길을 가고 싶었습니다.

신발도 양말도 벗어 던지고 논둑길 밭두렁으로 흙을 밟으며 걸어보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포장되고 정해진 길을 따라 가는 게 아니라 발길 내 닿는 곳으로 가고 싶었습니다.

이곳 아닌 다른 곳이면 어디든 좋을 것 같았습니다.

 

 

 

동료의 전원화실은 운치 있는 남포등이 걸려 있었고 낮에도 불이 켜져 있습니다.

그 주위로 풍선초와 조롱박이 익어가고 있습니다.

미풍이 불 때마다 풍선초는 하늘로 날아오르고 싶은 듯 흔들렸습니다.

참 운치 있는 화실 입구입니다.

 

 

 

백일홍이 유난히 붉게 피었습니다.

떠나보내는 가을이 아쉬운가 봅니다.

이제 가을날은 가을 볕처럼 그리 많이 남아 있지 않습니다.

보내고 떠나는 아픔이 배어있습니다.

 

 

 

주위에는 많은 꽃이 자라고 있습니다.

바스라기꽃입니다.

만지면 마른 밀집을 만지듯 바스러질 것 같았습니다.

바스라기 꽃도 색깔이 비교적 다양했습니다.

 

 

 

 

 

 

달맞이꽃도 피어있습니다.

 

 

국화는 종류가 너무 많아 이름을 헤아릴수 없습니다.

 

 

 

 

맨드라미입니다.

참 다양한 모습의 맨드라미가 있습니다. 키나 꽃이 가지각색입니다.

 

 

 

도꼬마리입니다.

열매가 열리고 윗부분에는 꽃이 보입니다. 꽃이라고 하기에는 민망합니다.

처음에는 이게 무슨 꽃일까도 했습니다.

나중에 익은 도꼬마리 씨앗을 열어 보이겠습니다.

저 씨 안에는 크기가 다른 씨앗이 두 개 들어있습니다.

하나는 작고 껍질이 두껍습니다. 같이 땅에 떨어지면 싹이 트는 시기가 다릅니다.

두개의 씨앗이 한꺼번에 싹이 터서 불리한 여건에서 동시에 말라 죽기 보다는

싹트는 시기를 달리해서 생존할 가능성을 높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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