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sr]들꽃세계

동강할머니의 꽃

이름없는풀뿌리 2015. 9. 23. 10:39

 

 

 

동강할미꽃을 보겠다고 별러오던 새벽길을 나섰습니다. 

이 할미꽃은 강원도 정선과 영월로 이어지는 남한강 상류인 동강을 따라 

깎아지른 석회암 절벽 바위틈에 뿌리를 내리고 서식하는 한국 특산종 할미꽃입니다.

거칠고 메마른 환경에 적응한 꽃은 일반 할미꽃에 비해 더 아름답고 색깔 또한 곱습니다.

꽃 색은 연보라, 자주, 남보라색으로 다양합니다.

몸과 줄기 전체에는 여느 할미꽃처럼 흰털이 덮여있습니다.

 

지난 일요일 동강에는 하루종일 안개비가 내리더군요.

강에서 솟아오른 물안개와 산을 넘어오는 옅은 비구름은 시야를 흐리게 했습니다.

할미꽃은 해가 뜨는 한낮에는 꽃잎을 열지만 날씨가 흐리거나 해가 지면 꽃잎을 닫습니다. 

활짝 핀 할미꽃은 찾기어려웠습니다.

위의 사진도 빗물과 검은 먼지로 오염된 모습이었지만 포토샵을 이용해 살살 닦아냈습니다.

 

 

 

 

비가 가려지는 바위 한귀퉁이 한송이 핀 꽃이 있었습니다.

 

 

 

 

 

다양한 색깔은 종류가 달라서라기보다는 토양 성분의 차이나 햇살, 수분 공급량 의한

색변이가 아닐까 추측해보기도 했습니다. 

동강할미꽃이 세상에 알려지고 나서 몰지각한 외지인의 남획에 의해 훼손되기도 했답니다.

 

그러나 이 할미꽃은 일반 토양에는 잘 자라지 않고 색도 잘 나오지 않는답니다.

최근 영월 농업기술센터는 동강할미꽃의 재배기술을 확보하여 작은 화분에 키워 판매도 합니다.

남획에 의해 멸종될 걱정은 덜었습니다.

 

 

 

유유히 흐르는 강물을 바라보는 할미꽃은 강 건너로 떠나보낸 손자를 기다리는 것 같았습니다.

이 꽃은 동강할미가 대처로 손자를 떠나 보내고 그 아이가 성장해서 돌아오기를 기다리다 지쳐

벼랑 아래로 굴러 떨어져 죽은 할미의 그리움이 꽃으로 자라났나 봅니다.

 

어딘가 정선 아리랑의 애잔하고 구슬픈 가락이 들려오는 듯도 했습니다. 

뗏목을 타고 하류로 떠내려가는 뗏목군의 서러운 노래가 들리는 듯합니다.

내년에는 제대로 된 장비를 갖추고 맑은 날 찾아가리라 다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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