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흔한 꽃 이름 알아가는 재미 쏠쏠… 꽃 공부도 관심 갖는 것이 출발점
'집안'부터 익히고 특징 살피면 수월, 이름 잊는 건 초조하게 생각 말고
식물과 만남에 즐거움 느끼면 그만… 입문서 구해 기본 익히는 것도 좋아
- 김민철 사회정책부 차장
야생화(野生花)에 대해 알고 싶어하는 분이 많습니다. 특히 예닐곱 살 자녀를 둔 부모라면 길을 가다가 "이게 무슨 꽃이야"라는 질문을 받은 경험이 한두 번쯤 있을 겁니다. 꽃 이름이 적힌 팻말이 있으면 다행이지만, 그냥 얼버무리거나 "나중에 알려주마"라고 넘어가는 경우가 많습니다.
제가 꽃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것도 아이들이 어릴 때 아파트 공터에서 흔히 피어나는 꽃을 가리키며 무슨 꽃이냐고 물은 것이 계기였습니다. 그냥 지나가려 했는데 자꾸 물어봐 어쩔 수 없이 초보자용 야생화 책을 사서 공부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렇게 시작한 꽃 공부는 하면 할수록 재미있었습니다. 주변에서 흔히 보았는데 이름을 몰랐던 꽃들을 하나하나 알아가는 재미가 쏠쏠했습니다. 야생화 책에서만 보았던 꽃을 야생 상태에서 처음 보았을 때, 사진을 찍어온 꽃을 도감이나 야생화 사이트에서 찾아 이름을 알아냈을 때 기쁨과 짜릿함은 말로 표현하기 힘들 정도였습니다. 특히 아직 찬 바람이 남아 있는 초봄에 피는 꽃다지·노루귀·얼레지·처녀치마 등과 처음 만난 기억이 생생합니다.
꽃에 대해 알고 싶은데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분들이 많습니다. 꽃 공부도 무엇보다 관심을 갖는 것이 출발점입니다. 도심이든, 산길이든 길을 걸으면서 주변 식물에 관심을 주는 것, 다시 말하면 식물과 눈을 마주쳐보는 것이 시작일 것입니다. 그러면 자연스럽게 상대방 이름이 궁금해질 것입니다. 때로는 휴대폰으로든, 디카로든 찍어 식물도감이나 인터넷에서 이름을 찾아보세요.
- 일러스트=이철원 기자
문제는 꽃이름을 알아도 금방 잊어버린다는 것입니다. 이건 누구나 마찬가지입니다. 저도 돌아서면 잊어버리는 경우가 많아 메모를 해두고 일삼아 다시 봅니다. 국립수목원 이유미 박사는 "이름을 자꾸 잊어버리는 것은 심각하거나 초조하게 생각할 필요가 없다"며 "일단은 식물을 만나는 일에 즐거움을 느끼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한 번에 다 알겠다는 욕심을 버리고 흔히 볼 수 있는 꽃부터 '집안'을 먼저 익히는 것이 좋다"고 합니다. 예를 들어 먼저 이 꽃은 '제비꽃 집안이구나' 하고 알고 나서 노란 꽃이 피면 노랑제비꽃, 잎이 고깔 모양으로 말려나오면 고깔제비꽃, 잎에 알록달록 무늬가 있으면 '알록제비꽃' 식으로 기억하는 것이 좋다는 것입니다.
다만 꽃이름의 유래를 알면 좀 더 오래 기억할 수 있습니다. 씀바귀는 쓴맛이 나서 그렇구나, 노루귀는 잎이 땅에서 올라올 때 모습이 노루의 귀처럼 생겼구나, 생강나무는 잎을 비비거나 가지를 자르면 생강 냄새가 나는구나 하고 알면 기억하기 쉬울 것입니다.
현진오 동북아식물연구소장은 "야생화 사진을 찍어 도감을 찾아보면 빨리 지식이 늘 것"이라고 했습니다. 찍은 사진과 놀라울 정도로 똑같은 사진을 책이나 인터넷 사이트에서 찾아냈을 때 기쁨은 상상 이상입니다. 현 소장은 "되도록 꽃이 많은 야외에 나가보는 것이 좋고, 처음에는 꽃을 좀 아는 사람들을 따라다니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며 "수목원에 가면 이름표가 있기 때문에 혼자 가서도 충분히 공부할 수 있다"고 말합니다.
지금쯤 야생화 입문서를 하나 사서 기본을 익혀두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기왕이면 명아주·질경이·쇠비름·여뀌·괭이밥·까마중·며느리밑씻개·애기똥풀과 같이 산과 들, 길거리에 흔한 우리 풀과 꽃을 따뜻한 시선으로 소개하는 책이면 더 좋을 것입니다. 요즘 나온 책은 대부분 시원한 컬러 사진과 함께 이런 식물들을 소개하고 있으니 이름을 익히는 데 도움을 줄 것입니다.
이런 과정을 거치는 동안 야생화 사이트도 방문해 보시기 바랍니다. 야사모(www.wildplant.kr), 인디카(www.indica.or.kr), 야생화클럽(www.wildflower.kr) 등이 비교적 체계적으로 운영하는 야생화 사이트입니다. 이 사이트들은 대부분 초보자들이 꽃 사진을 올리면 고수(高手)들이 이름을 알려주는 코너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도감이나 인터넷을 뒤져도 이름을 찾지 못할 경우 유용합니다. 또 정기적으로 꽃 탐사도 가는데, 원 없이 꽃을 보면서 고수들로부터 꽃 이야기도 들을 수 있는 좋은 기회입니다.
우리나라에서 꽃이 피는 식물은 대략 3600종입니다. 야생화계에서는 이 중 600개 정도를 알면 '고수'로 쳐줍니다. 열심히 하면 2년 정도 걸린다고 합니다. 그러나 야생화 입문서 하나만 읽어봐도 호기심 많은 자녀들 질문에 체면치레는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정확한 이름은 모르더라도 "무슨 종류 같다"고는 말할 수 있습니다. 꽃 공부로 봄 맞을 준비를 하는 것도 괜찮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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