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9 정도전 三峯集

28)정도전 삼봉집 제1권 /오언고시(五言古詩) /동정에게 올리다[奉寄東亭]

이름없는풀뿌리 2018. 1. 19. 06:30

동정에게 올리다[奉寄東亭]

 

계절은 시화(始和)를 당했으나 일기는 아직도 차다. 개연히 탄식하며 소회를 적어 부친다.

 

 

하느님이 네 철을 나누어 놓으니 / 皇天分四節

춥고 더움이 제각기 때가 있다네 / 寒暑各有時

정월이라 설도 이미 지나가고 / 原正旣已屆

입춘도 더디지 않건만 / 立春亦不遲

추위는 아직도 위세를 부려 / 寒威尙未收

으시시 살갗에 스며드누나 / 凛冽侵人肌

이역에 막혀 있는 오랜 나그네 / 殊方滯久客

떨어진 옷에 헌 솜이 뭉쳤다네 / 短綿紛敝衣

새벽닭이 좀처럼 울지 않으니 / 晨鷄不肯鳴

밤새도록 부질없이 슬퍼만 하네 / 達夜空悽洏

광산이라 산마루 높고 높은 곳 / 峩峩光山顚

정운(停雲)은 언제나 여기 있구려 / 停雲長在玆

어찌하여 남으로 함께 떨어져 / 如何同落南

왜 서로 추종을 못하는 건지 / 不得相追隨

노정을 헤아리면 얼마나 될까 / 道里能幾許

생각할 때마다 나를 슬프게 하네 / 每憶令人悲

부디 금옥처럼 몸을 아끼어 / 公其自金玉

원대한 기약을 삼아 주소서 / 遠大以爲期

 

[주]정운(停雲) : 친한 벗을 생각한 시(詩)를 일컫는다. 도연명(陶淵明)의 〈정운〉시에 “머물러 있는 뭉게구름 때맞춘 보슬비 먼 곳 친구 생각하며 서성댄다[藹藹停雲 濠濠時雨 良明悠邈 搔首延佇].”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