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정에게 올리다[奉寄東亭]
계절은 시화(始和)를 당했으나 일기는 아직도 차다. 개연히 탄식하며 소회를 적어 부친다.
하느님이 네 철을 나누어 놓으니 / 皇天分四節
춥고 더움이 제각기 때가 있다네 / 寒暑各有時
정월이라 설도 이미 지나가고 / 原正旣已屆
입춘도 더디지 않건만 / 立春亦不遲
추위는 아직도 위세를 부려 / 寒威尙未收
으시시 살갗에 스며드누나 / 凛冽侵人肌
이역에 막혀 있는 오랜 나그네 / 殊方滯久客
떨어진 옷에 헌 솜이 뭉쳤다네 / 短綿紛敝衣
새벽닭이 좀처럼 울지 않으니 / 晨鷄不肯鳴
밤새도록 부질없이 슬퍼만 하네 / 達夜空悽洏
광산이라 산마루 높고 높은 곳 / 峩峩光山顚
정운(停雲)은 언제나 여기 있구려 / 停雲長在玆
어찌하여 남으로 함께 떨어져 / 如何同落南
왜 서로 추종을 못하는 건지 / 不得相追隨
노정을 헤아리면 얼마나 될까 / 道里能幾許
생각할 때마다 나를 슬프게 하네 / 每憶令人悲
부디 금옥처럼 몸을 아끼어 / 公其自金玉
원대한 기약을 삼아 주소서 / 遠大以爲期
[주]정운(停雲) : 친한 벗을 생각한 시(詩)를 일컫는다. 도연명(陶淵明)의 〈정운〉시에 “머물러 있는 뭉게구름 때맞춘 보슬비 먼 곳 친구 생각하며 서성댄다[藹藹停雲 濠濠時雨 良明悠邈 搔首延佇].” 하였다.
'09 정도전 三峯集' 카테고리의 다른 글
30)정도전 삼봉집 제1권 /오언고시(五言古詩) /차운하여 정달가 몽주 에게 부치다[次韻寄鄭達可 夢周] (0) | 2018.01.19 |
---|---|
29)정도전 삼봉집 제1권 /오언고시(五言古詩) /달밤에 동정을 생각하다[月夜奉懷東亭] (0) | 2018.01.19 |
27)정도전 삼봉집 제1권 /오언고시(五言古詩) /도연명의 시를 베끼다[寫陶詩] (0) | 2018.01.19 |
26)정도전 삼봉집 제1권 /오언고시(五言古詩) /염동정의 시운을 받들어 차운하다[奉次廉東亭詩韻] (0) | 2018.01.19 |
25)정도전 삼봉집 제1권 /오언고시(五言古詩) /자야의 거문고 소리를 듣고 호연의 운을 써서 보이다[聽子野琴用浩然韻示之] (0) | 2018.01.1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