둔재 선생의 네 수를 얻어 읽으니 그 정대 고명한 학식과 염담 한적한 정을 얻어 볼 수 있으므로 경탄을 이기지 못하여 운에 의해 화답하다[獲奉鈍齋先生四詠有以見正大高明之學恬澹閒適之情不勝景歎依韻和之]
【안】 둔재(鈍齋)는 김광철(金光轍)의 호.
어떤 사람 복희를 만나고 왔나 / 何人親見仗羲來
도야(陶冶)는 한잔 술에 화성된다오 / 陶冶原化酒一盃
고요한 속의 물을 다 보고 나니 / 已向靜中觀物了
천근(天根)이랑 월굴(月窟)이 한때에 열리네 / 天根月窟一時開
【안】 위는 조화(造化)를 읊음.
또[又]
일찌감치 살찐 말 뒤를 따라가 / 早起追隨肥馬來
부잣집 찌끼술 실컷 마시네 / 富家門裏飫殘盃
청컨대 그대는 저 길가 놈 보소 / 請君看取路傍子
이따금 서성대며 눈 흘기는 걸 / 時復逡巡白眼開
위는 경쟁(競爭)을 경계함.
또[又]
북소리 두둥둥 다투어 오락가락 / 簫鼓紛紛競徃來
초형은 상에 가득 술은 잔에 넘실넘실 / 椒馨滿案酒盈杯
부정한 제사란 나중에 복이 없다 말들 하니 / 共言淫祀終無福
큰 도가 열리는 걸 어느 때 얻어 보나 / 得見何時大道開
위는 음사를 단속함.
또[又]
정승님 아침마다 조회하고 물러나면 / 相國朝朝退食來
아름다운 손님 만나 술을 부어 권하누나 / 每逢住客勸深杯
소생에게 응문(膺門)의 대접을 입혀 / 小生得忝膺門接
종일토록 종용히 이야기하네 / 盡日從容談笑開
위는 한적함을 서술함.
[주1]도야(陶冶) : 도(陶)는 기와를 굽는 사람이요 야(冶)는 풀무장이인데 이는 화육(化育) 재성(裁成)의 뜻을 빌어서 표현한 것임. 《회남자(淮南子)》에 “천지를 포괄하고 만물을 도야한다.” 하였음.
[주2]천근 월굴(天根月窟) : 월굴(月窟)은 달 속의 지역을 말한 것이요, 천근(天根)은 저수(氐宿)의 별칭임. 《이아(爾雅)》에 “천근(天根)은 저(氐)별이다.” 하였고, 그 주에 “각(角) 항(亢)이 아래로 저(氐)에 매여 마치 나무의 뿌리가 있는 것과 같다.” 하였음.
[주3]응문(膺門) : 용문(龍門)과 같은 말임. 이응(李膺)은 동한(東漢)양성(襄城) 사람이요, 자는 원례(元禮)인데, 풍재(風裁)가 준정(峻整)하여 “천하의 모해(模楷) 이원례’라는 말이 있었고, 선비가 용접(容接)을 입은 자를 “용문(龍門)에 올랐다.’ 하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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