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로이터 뉴시스
미국항공우주국이 사진 한장을 내놨다. 지구에서 7500광년 떨어진 우주공간의 가스와 먼지기둥을 찍은 것이다<사진>. 1광년(光年)은 빛이 초속 30만㎞로 1년 동안 가는 거리다. 7500광년을 미터법으로 따지려면 1광년에 해당하는 거리 9조4600억km에 7500을 곱하면 된다.
NASA는 허블 우주망원경을 지구 밖으로 쏘아 올린 지 20년째를 맞은 4월 24일을 기념해 이 사진을 공개했다. 구름 기둥처럼 보이기도 하고 뾰족탑처럼 솟아오른 모양새가 하늘을 향해 뻗은 산 같기도 하다.
사진은 붉고 푸른색이 어우러져 '반지의 제왕' 같은 판타지 영화에 나올 법한 배경이다. 사진 속에 나온 것은 무엇이고 이 그림처럼 화려한 장면을 어떻게 찍은 걸까. 사진은 카리나 성운(星雲)을 찍은 것이다.
'별 구름'이라는 뜻처럼 성운은 별과 가스와 티끌로 이뤄진 천체다. 용골자리로도 불리는 카리나 성운은 은하계에서도 크고 밝은 성운이다. 사진에서 삼각뿔처럼 솟아오른 가스기둥의 길이만 3광년이나 된다.
이런 형태는 별의 생성과 소멸과도 관련 있다. 카리나 성운엔 여러 세대의 별이 모여 있다. 1세대 별은 엄청난 빛과 물질을 뿜어내며 다른 쪽으론 가스와 먼지를 밀집시켜 2세대 별이 생성될 조건을 만든다.
별 가운데 질량이 큰 별은 최후에 대폭발한다. 태양이 100억년 동안 방출할 에너지를 한꺼번에 쏟아내 은하를 이루는 별들을 모두 합한 것보다 더 밝다. 죽기 전 '반짝'했다 서서히 어두워지는 것이다. 새 별이 생겼다가 사라지는 것처럼 보여 초신성(超新星·Supernova)이라고 한다.
초신성은 폭발 후 중심핵이 쪼그라들면서 아주 작은 중성자별이나 블랙홀로 변한다. 빈손으로 왔다 가는 인간처럼 별도 소멸 직전 폭발로 일생 동안 쌓아온 각종 물질과 원소를 우주로 되돌려주는 환원의 과정을 밟는 것이다.
우리 은하에서 가장 먼저 초신성 폭발을 일으킬 것으로 예상되는 별이 카리나 성운의 '에타 카리나'다. 질량이 태양의 100~150배나 된다. 과학자들은 이렇게 큰 별이 폭발하면 초신성보다 더 밝은 극초신성(Hypernova)이 될 것으로 본다.
에타 카리나 폭발 시기는 1~2년 후가 될지 수백년 후일지 불확실하다. 그렇지만 불안해할 필요는 없다. 지구와 너무 멀어서 영향이 거의 없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런 까마득한 거리의 성운을 어떻게 사진으로 담을 수 있었을까.
지상의 고성능 망원경보다 최소 10배 이상 해상도와 100배에 달하는 감도를 가진 허블망원경 덕분이다. 허블은 "우주는 팽창 중"이라는 가설을 세운 미국 천문학자 에드윈 허블(1889~1953)을 기려 붙은 이름이다.
1990년 4월 24일 우주왕복선 디스커버리호에 실려 발사된 허블망원경은 지상 500여㎞ 상공에서 초속 8㎞로 지구 궤도를 돈다. 주 거울 지름이 2.5m인 이 망원경은 대기의 영향을 받지 않아 또렷한 사진을 담을 수 있다.
이 망원경은 자외선과 적외선도 관측할 수 있다. 천문학을 허블우주망원경 이전과 이후로 구분하는 이들도 있을 정도로 지난 20년간 허블망원경의 성과는 어마어마했다. 우주의 나이와 블랙홀의 존재 등 우주에 대한 근본적 물음에 해답을 줬고 목성과 혜성의 충돌 장면 등 우주의 경이로움을 깨닫게 했다.
목성 충돌 장면은 지구와 소행성 충돌 가능성을 불러일으켜 "우주와 내 삶은 아무 상관도 없다"고 생각하던 많은 이들을 섬뜩하게 했다. 최첨단 장비로 우주를 깊이 이해하게 된 인류는 이제 외계인까지 찾으려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