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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들리는 지구… 앞으로 10년간 강진 몰려온다

이름없는풀뿌리 2015. 9. 18. 12:46

'흔들리는 지구… 앞으로 10년간 강진 몰려온다

한국일보 | 입력 2010.04.14 21:53 | 누가 봤을까? 50대 남성, 제주

 

1900년대 이후 주기성 분석
1950~60년대 큰 지진 집중, 최근 비슷한 흐름 보여
태평양·필리핀판, 한반도쪽 이동… 규모 6 이상 대비해야

땅속 움직임이 심상찮다. 아이티와 칠레 터키에 이어 최근 멕시코에서도 다시 땅이 흔들렸다. 지구 역사 전체를 놓고 보면 매년 지진 발생 빈도는 크게 다르지 않다. 규모 7 정도 지진은 세계적으로 매년 약 10회, 6은 100회, 5는 1,000회 일어난다.

↑ 지구촌이 지진으로 신음하고 있다. 전체 지진 발생 빈도엔 큰 변화가 없지만 지금까지 흐름으로 볼 때 2010년대에 강진이 잦을 수 있다는 예측이 나왔다.

그 와중에 '흐름'이 보인다는 주장이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현대적인 지진 관측이 시작된 1900년대부터의 기록을 살펴본 결과 2010년대에 큰 지진이 비교적 잦을 거라는 예측이다.

2000∼2010년대 강진 많을 가능성

올 2월 칠레를 강타한 지진 규모는 8.8. 1900년 이후 일어난 역대 지진 가운데 5번째로 강했다. 역대 최대 규모인 9.5의 강진 역시 1960년 칠레가 겪었다. 두 번째 규모는 4년 뒤 알래스카에서 일어났다. 1900년 이후 일어난 지진을 규모 순서대로 나열하면
에콰도르(1906년, 규모 8.8) 지진 빼고 모두 1950∼60년대와 2000년대에 몰려 있다. 규모 8.5 이상의 강진이 특정 시기에 집중됐다는 얘기다.

지진은 땅이 응력(밀거나 당겨 변형시키는 힘)을 계속해서 받다가 더 이상 견디지 못하게 됐을 때 한꺼번에 분출하면서 일어난다. 이후 다시 응력이 쌓이고 분출되고 하는 과정이 반복된다. 지진이 주기적으로 발생할 거라고 추측되는 이유다.

어마어마한 응력이 쌓여있다가 갑자기 풀리면 다른 지역에까지 연쇄적으로 전파될 수 있다. 홍태경 연세대 지구시스템과학과 교수는 "1950∼60년대 큰 지진이 집중된 이유가 바로 응력의 전파 때문일 수 있다"며 "2004년부터 2005, 2007, 2010년 잇따라 큰 지진이 발생한 걸 보면 앞으로 10∼15년 정도 이런 추세가 지속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현재 과학적 관측자료는 숲이 아닌 나무를 본 수준. 특정 흐름을 단정짓기엔 자료가 부족하다. 1990년 이전 관측자료까지 종합하면 새로운 경향이 보이거나 아예 별다른 추세가 나타나지 않을 수도 있다.

판 내부 지진 vs 판 경계 지진

실제 지진이 발생한 지점은 진원, 이를 지표로 투영한 위치는 진앙이다. 지진이 났을 때 관계기관에서 발표하는 위치는 진앙인 경우가 많다. 그러나 중요한 건 깊이 정보를 포함한 진원이다.

지표를 떠받치고 있는 각 판의 내부에서는 지진이 깊이 5∼25km에서 주로 발생한다. 이보다 위에선 땅이 쉽게 부서지고, 아래에선 흐물흐물하게 움직이기 때문에 응력이 잘 쌓이지 않는다.

보통 판 내부보다 경계 부분에서 생긴 지진일수록 피해가 클 거라고 생각하기 쉬운데, 꼭 그렇진 않다. 규모가 커도 깊이 500km 보다 더 깊은 지점에서 발생한 지진은 지표에 큰 피해를 주지 못하기 때문이다. 판 경계에선 지하 700km에서도 종종 지진이 일어난다. 실제로 판 내부, 깊이 15㎞에서 일어난 1976년 중국 당산 지진(공식 사망 25만명, 비공식 65만명)은 규모 7.5였는데도 인명피해가 2004년 규모 9.1의
수마트라 지진(28만명)과 맞먹었다. 지표 가까이에서 생겨 직접적인 피해를 입혔기 때문이다.

2008년 중국 쓰촨성 지진은 언뜻 판 내부에서 일어난 것처럼 보이지만 실은 두 판의 움직임이 맞물려 발생했다. 약 5,000만년 전부터 인도판이 중국이 속한 유라시아판 밑으로 파고들어오고 있기 때문이다. 인도판이 충돌하면서 생긴 움직임이 유라시아판 내부로 전달돼
티베트고원 가장자리에 응력이 누적됐다 한번에 분출된 것이다.

태평양판 필리핀판 한반도로

이와 비슷한 땅속 움직임이 한반도 주변에서도 일어나고 있다. 4개의 판이 만나는 일본열도 지하에서 태평양판과 필리핀판이 한반도 쪽으로 서서히 밀려들어오는 중이다. 학계에선 일본열도 남부를 떠받치는 필리핀판이 벌써 한반도 동남쪽 끝자락에 거의 이르렀다는 주장도 나왔다. 실제로 일본 난카이해구에서 100∼200년 주기로 지진이 발생해왔고 머지않아 이 근처에 다시 큰 지진이 발생할 거라는 예측이 일본 과학자들 사이에서 설득력을 얻고 있다.

태평양판도 이미 백두산 아래 약 600km까지 파고들어왔다는 분석도 있다. 이 때문에 백두산이 1년에 평균 3mm씩 솟아오르는 중이며, 지하에는 마그마가 계속 채워지고 있다는 것이다. 휴화산인 백두산이 조만간 다시 분출할 거라는 예측도 가능하다.

과거 일본열도는 한반도 동쪽에 붙어 있었다 떨어져 나갔다는 게 지질학계의 가설이다. 최근 판의 움직임은 다시 일본이 한반도 쪽으로 다가오고 있다는 추측을 낳고 있다. 홍 교수는 "한반도에서 지금까지 일어난 지진 가운데 규모 5 이상은 5회뿐이었지만 앞으로는 6 이상도 대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임소형기자 precare@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