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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기획]두 개의 달이 합쳐져 지금의 달이 됐다?

이름없는풀뿌리 2015. 9. 20. 07:22

[토요기획]두 개의 달이 합쳐져 지금의 달이 됐다?

신선미 동아사이언스 기자 입력 2015-09-19 03:00:00 수정 2015-09-19 10:12:07

 

 

한가위 보름달 ‘신화와 과학’  

한중일 달 이야기  
韓 ‘해님이 된 오빠, 달님이 된 누이’  
中 ‘남편 버린 상아, 달 두꺼비로 변신’  
日 ‘대나무 숲에서 달나라 공주 발견’  

달의 기원, 유력한 학설은  
화성만 한 천체와 지구 충돌… 두 개의 달 생긴 뒤 서로 결합
앞뒤 완전히 다른 모습 갖게 돼
 

아폴로 프로젝트로 달 연구는 진전됐지만 정작 아폴로 프로젝트는 조작됐다는 음모론이 제기됐다. 달에서 별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과 그림자 방향이 서로 다르다는 것 등이 이유였다. 사진 출처 미국항공우주국(NASA)

 

《 “아름다운 것은 영원한 기쁨이다. 그 사랑스러움은 점점 커져 결코 무(無)로 가는 일이 없다.” 
19세기 영국의 시인 존 키츠는 그리스 신화 속 목동 엔디미온의 아름다움을 노래했다. 신화 속에서 목동을 보고 사랑에 빠진 이는 달의 여신 ‘셀레네’. 가냘프고 창백한 이 은백의 여신은 어느 맑고 조용한 밤 잠든 목동에게 내려와 입 맞춘다. 중국에서도 달의 신은 여성이다. 이름은 ‘상아(嫦娥)’로, 최근 중국이 쏘아올린 달 탐사선 창어는 상아의 중국어 발음이다. 전설적인 궁수인 ‘예’는 상아의 남편인데 예가 태양을 화살로 쏴 떨어뜨리는 바람에 부부는 하느님에게 쫓겨나 인간이 됐다. 다시 신이 되기를 원하는 상아를 위해 예는 불사약을 두 개 받아 왔다. 불사약은 둘이 하나씩 먹으면 불로장생하고 혼자 두 개를 다 먹으면 신선이 될 수 있는데, 상아는 이 불사약을 혼자 다 먹고 달로 도망가 버린다. 하지만 남편을 배신한 상아는 아름다운 모습을 잃고 두꺼비로 변해 버린다. 일본에는 대나무 숲에서 발견된 달나라 공주 가구야가 있고 한국에도 ‘해님과 달님’이라는 전래동화가 있다. 호랑이에게 쫓긴 오누이가 동아줄을 타고 하늘로 올라가서 오빠는 해가, 동생은 달이 됐다는 이야기다. 》

 

 

세바스티아노 리치의 1713년 작품 ‘엔디미온과 셀레네’. 그리스 신화 속 잠든 엔디미온을 바라보는 달의 여신 셀레네의 모습을 표현했다. 사진 출처 위키디피아

달은 아름다운 여성 아닌 울퉁불퉁 회색 천체


오래전부터 달은 여성의 이미지를 지녔지만 실제 모습은 여성에 비할 만큼 아름답지 않다. 한가위 하늘을 환하게 밝히는 달은 ‘휘영청 밝은 달’로 보이지만 태양빛을 반사했을 뿐, 실제로는 표면이 울퉁불퉁한 데다 굴곡지기까지 한 회색 천체에 불과하다.

천문학자들은 400년 전부터 망원경으로 달의 표면을 관찰해 왔다. 17세기 초 갈릴레오 갈릴레이는 달이 구 모양이라는 사실을 밝혔고, 산과 계곡 등의 그 나름의 구조도 갖추고 있다고 발표했다. 폴란드의 천문학자 요하네스 헤벨리우스는 17세기 중반 관찰을 토대로 달 표면의 지도를 그리기도 했다. 그의 지도에는 달 표면의 움푹움푹 팬 부분이 주변보다 짙은 회색으로 잘 나타나 있다.  

당시 천문학자들은 파인 부분에 물이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따라서 이 부분을 크기에 따라 ‘바다’나 ‘대양’으로 불렀다.  이는 달이 생성되고 얼마 지나지 않은 무렵 표면이 아직 굳지 않고 걸쭉하게 녹은 상태였을 때 용암이 흘러나와 형성된 평지 부분이다. 하지만 과거 사람들이 본 것은 달의 앞면뿐이었다. 달은 공전주기와 자전주기가 약 27.3일로 같기 때문에 지구에서는 달의 같은 면만 볼 수 있다. 

달의 앞면은 뒷면에 비해서는 아름다운 편이다. 인류가 달의 뒷면을 처음 본 것은 옛 소련의 무인탐사선 루나 3호가 1959년 보낸 사진에서다. 그 뒤 진행된 연구로 달의 뒷면에는 바다 대신 수많은 크레이터(충돌구)로 얼룩진 모습이 확인됐다. 크레이터가 천체와 부딪쳐 생긴 흔적이란 점을 고려해 보면 달의 생이 참으로 기구하게 느껴질 정도다. 가장 오래된 충돌 기록으로는 달 남극의 에이트컨 분지가 꼽힌다. 약 43억 년 전 달 남극 부근에 지름이 수백 m에 달하는 천체가 지나가며 엄청난 충격을 줬고, 그 결과 폭 2500km, 깊이 6km의 거대한 에이트컨 분지를 만들었다. 달이 그야말로 ‘집중 포화’를 당하는 시기도 있었다. 달의 뒷면에는 높은 산지도 많다. 

달과 동생 달 합쳐 현재의 달이 돼
 

앞뒤가 다른 달의 모습은 오히려 달의 기원을 밝히는 실마리가 됐다. 현재 유력한 학설에 따르면 지구 탄생 당시 화성만 한 천체와 지구가 충돌하면서 달과 달 지름의 3분의 1쯤 되는 작은 달이 만들어졌고, 수천만 년 뒤 두 달이 합쳐져 현재의 달이 됐으며 이때 앞뒤가 다른 형상이 됐다고 설명한다. 운석의 경우 매우 빠른 속도로 날아와 커다란 크레이터를 내는 반면 작은 달은 천천히 충돌해 달의 일부가 될 수 있었다. 지금은 달이 된 ‘달의 동생’이 여전히 남아 있었다면 우리는 소원을 두 번 빌 수 있지 않았을까.

달의 기원에 대해 더 알기 위해서는 아직 더 많은 증거가 필요하다. 예를 들면 달의 뒷면에서 가져온 월석이 필요하다. 이 월석을 통해 달 뒷면에서 발견된 물질과 달의 앞면에서 나온 물질을 비교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아직 달 뒷면에서 채취한 월석은 없다.

다행히 달 앞면에서 가져온 월석은 있다. “이것은 작은 발자국이지만 인류에게는 커다란 한 걸음이다”라는 명언으로 잘 알려진 아폴로 우주인의 업적이다. 우주인이 가지고 온 월석을 분석한 결과 달의 산소 동위원소의 비율이 지구와 매우 비슷하게 나오는 등 지구와 유사하다는 사실을 어느 정도 알 수 있었다. 반면 화성 운석이나 소행성 운석과는 다르게 나타났다.  

2000년대 아시아 국가서 달탐사 열기
 

달의 신비를 밝히는 데 큰 업적을 세운 아폴로 프로젝트는 음모론에 휩싸이기도 했다. 달에 직접 가지 않고 할리우드의 한 영화 스튜디오에서 촬영했다는 내용이다. 음모론이 제기된 이유 중 하나는 달에서 찍은 사진의 배경에 별이 없다는 것. 달 표면은 태양광을 고스란히 반사하기 때문에 달의 밤하늘에서는 별이 지구보다 밝게 빛날 수 있는데, 아폴로 탐사선이 보낸 사진을 보면 달의 하늘은 칠흑처럼 까맣다는 주장이다. 여기에 대해서는 카메라의 노출을 줄였기 때문이라는 반박이 있다.  사진에 나타난 그림자의 방향이 제각각이라는 것도 음모론을 주장하는 쪽의 또 다른 이유다. 하지만 달 표면을 덮은 암석가루가 분산반사를 일으키기 때문에 지구와 달리 달에 여러 방향의 그림자가 나타날 수 있다고 설명할 수 있다.

 
아폴로 이후에도 인류는 달에 가기 위한 시도를 계속했다. 2000년대에 들어 아시아 국가들은 잇달아 야심 찬 계획을 내놓았으며 어느 정도 성공을 거두고 있다. 2007년 일본은 달 탐사선 ‘가구야(셀레네) 1호’를, 이듬해인 2008년에는 인도가 달 궤도선 ‘찬드라얀 1호’를 발사했다. 중국은 2007년과 2010년 각각 ‘창어 1, 2호’를 달 궤도에 진입시키는 데 성공한 데 이어 2013년 12월에는 탐사선 ‘창어 3호’를 달 표면에 착륙시키고 월면차량 ‘위투(玉兎, 옥토끼)’를 올려놓는 데 성공해 세계를 놀라게 했다. 중국이 옛 소련과 미국에 이어 3번째 달 착륙 성공국가가 된 것이다. 올해 위투는 달의 북서쪽 ‘비의 바다’에 착륙한 뒤 114m를 이동하면서 달 표면을 꼼꼼히 조사해 지역의 지질 구조가 예상보다 훨씬 복잡하다는 사실을 확인해 ‘사이언스’에 결과를 발표하기도 했다. 

우리 정부도 2013년 11월 26일 달 탐사를 포함한 우주개발 로드맵을 밝혔다. 미래창조과학부가 7개 관계 부처와 함께 마련한 우주개발 중장기 계획에 따르면, 2020년까지 달 탐사선을 발사하고 2030년에는 달 샘플 귀환선 발사, 2040년 소행성 및 심우주 탐사선을 발사할 예정이다. 신선미 동아사이언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