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아름다운 문학

<지석산>콩 / 망둥이 / 솔잎위의눈

이름없는풀뿌리 2023. 8. 14. 06:21
- 2002/8/13 / 지석산 - 꽃이 작아서 알맹이까지 잘까 씨 불려 터뜨린 하늘 초록은 무성하다. 조용한 움직임 소리 없는 창조의 노력 꽃 속에 숨겨 놓은 단단한 알갱이 걱정되어 주머니 속에 담았다. 꽃은 비록 작아도 알맹이는 크다. 눈 여겨 볼 이 없어도 화폭 하나 만든다. 더부룩한 잎새 아래 숨어 있는 자연의 섭리 다만 안고 있어도 좋은 걸. 콩깍지 안에 미래를 담았다. 밭 메는 할머니 옆 조막만한 아이가 저 닮았다고 만지작거리면서 좋아한다. 망둥이 - 2002/8/13 / 지석산 - 제 놈 살 곳이 어딘지 알긴 알아? 뻘 밭에서 눈 두 개 빠꼼 뜨고 어째 그렇게 바라보나. 입까지 벌름벌름 아하, 그렇구나 펄떡대는 네 모습 곰곰 생각하니 나도 살 곳이 어딘지 몰라도 열심히 살자고 통통 뛰어 다녔으니 망둥일 닮았나? 같이 뛰어 볼까나. 펄떡. 솔잎 위의 눈 - 2001/12/27 / 지석산 - 평범한 게 흠이라면 차라리 변신을 꾀하리라. 어느 것을 바꿀 것인가 고민해도 마땅하지 않을 때는 욕심이 지나쳐서일 게다. 눈 내리는 날 하얀 머리 나 몰래 바뀌었건만 불만스러운 듯 눈 바닥에 나동그라진다. 바라본 푸른 솔잎 여전한 소나무도 제 자리에 가만히 있다가 가끔 뭍은 눈만 떨구는데 살짝 변했다가 날씨 풀리면 제 모양으로 돌아간다 해도 온 몸 흔들리도록 좋아 할 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