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아름다운 문학

<송수권> 부두로 가는 길목에서

이름없는풀뿌리 2023. 8. 15. 12:44
부두로 가는 길목에서 - 송수권(宋秀權) - 꽃게같은 잔등을 내리어 오늘도 나는 부두로 간다 밟으면 독사 등어리처럼 꾸물거리는 뱀장어처럼 꼬리는 바다로 묻혀있는 簡易店鋪 유리窓마다 비릿한 바람이 떨어지는 귀틀집 窓을 넘어다보는 人形의 눈꺼풀 속으로도 물결은 들어와 길게 찰랑이는 그 눈썹 위에서도 갈매기가 원을 긋는 부두로 가는 길 그 길 위에서 나는 오늘도 너를 생각한다 빨간 여권을 펼쳐 든 外港에는 캐나다의 船舶이 우리들의 항구를 압박하고 있다 트로이의 木馬같은 입을 벌린 기중기가 原木을 토해내고 있다 통나무들은 항구의 길을 넘치고 어깨가 좁아 돌아서는 행인들 그 발길에 까지 통나무들은 더 길을 메워서 우리들의 항구는 더욱 비탈지고 더욱 어두워져서 바다로 기울어진다 통나무를 보면 조국이여 너의 팔다리가 생각나고 통나무를 보면 조국이여 너의 허파가 생각나고 통나무를 보면 조국이여 이 原木더미를 다 씹어 뱉고도 위가 튼튼한 저 선박같은 캐나다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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