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아름다운 문학

<이문재> 농담 / 거미줄 / 너는내운명

이름없는풀뿌리 2024. 1. 19. 06:02
농담 - 이문재 / <제국호텔> 문학동네 / 2004년 12월 - 문득 아름다운 것과 마주쳤을 때 지금 곁에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하고 떠오르는 얼굴이 있다면 그대는 사랑하고 있는 것이다. 그윽한 풍경이나 제대로 맛을 낸 음식 앞에서 아무도 생각하지 않는 사람 그 사람은 정말 강하거나 아니면 진짜 외로운 사람이다. 종소리를 더 멀리 내보내기 위하여 종은 더 아파야 한다. 거미줄 - 이문재 / <제국호텔> 문학동네 / 2004년 12월 - 거미로 하여금 저 거미줄을 만들게 하는 힘은 그리움이다 ​ 거미로 하여금 거미줄을 몸 밖 바람의 갈피 속으로 내밀게 하는 힘은 이미 기다림을 넘어선 미움이다 하지만 그 증오는 잘 정리되어 있는 것이어서 고요하고 아름답기까지 하다 ​ 팽팽하지 않은 기다림은 벌써 그 기다림에 진 것, 져버리고 만 것 ​ 터질 듯한 적막이다 나는 너를 잘 알고 있다 너는 내 운명 - 이문재 / <제국호텔> 문학동네 / 2004년 12월 - 예술가란 한 사람만을 사랑할 수가 없어서 인류를 사랑하는 사람이다 지식인이란 인류를 사랑하느라 한 사람을 사랑하지 못하는 사람이다 성인이란 우주 전체를 사랑하기 위해 자기 자신을 없앤 사람이다 나는 나를 사랑하는 법을 몰라서 풀 한 포기조차 사랑하지 못하는 사람이다 * 이문재(1959-) * 1959년 경기도 김포 출생 * 경희대 국문과 졸업 * 1982년 동인지 [시운동] 4집에 시를 발표하며 작품활동 * 수상 : 김달진문학상, 시와시학 젊은시인상, 소월시문학상, 지훈문학상 * 시집으로 『내 젖은 구두 벗어 해에게 보여줄 때』, 『산책시편』, 『마음의 오지』, 『제국호 텔』, 『지금 여기가 맨 앞』, 『혼자의 넓이』 등 * 산문집으로는 『내가 만난 시와 시인』, 『바쁜 것이 게으른 것이다』 등 * 추계예술대 문예창작과 겸임교수, 현재 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에서 강의 농담(이문재) / 시낭송 이경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