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아름다운 문학

<김상옥> 백자부 / 옥저 / 사향 / 촉촉한눈길

이름없는풀뿌리 2024. 2. 3. 04:00
백자부(白磁賦) - 김상옥 / <초적(草笛)>(1947) - 찬서리 눈보라에 절개 외려 푸르르고 바람이 절로 이는 소나무 굽은 가지 이제 막 백학(白鶴) 한 쌍이 앉아 깃을 접는다. 드높은 부연(附椽) 끝에 풍경 소리 들리던 날 몹사리 기다리던 그린 임이 오셨을 제 꽃 아래 빚은 그 술을 여기 담아 오도다. 갸우숙 바위 틈에 불로초 돋아나고 채운(彩雲) 비껴 날고 시냇물도 흐르는데 아직도 사슴 한 마리 숲을 뛰어 드노다. 불 속에 구워 내도 얼음같이 하얀 살결 티 하나 내려와도 그대로 흠이 지다. 흙 속에 잃은 그 날은 이리 순박(淳朴)하도다. 운보 김기창 作 피리부는 소년 옥저(玉笛) - 김상옥 / <초적(草笛)>(1947) - 지긋이 눈을 감고 입술을 축이시며 뚫린 구멍마다 임의 손이 움직일 때 그 소리 은하 흐르듯 서라벌에 퍼지다 끝없이 맑은 소리 천년을 머금은 채 따스히 서린 입김 상기도 남았거니 차라리 외로울 망정 뜻을 달리 하리요 * 옥저(玉笛) : 신문왕 때 옥으로 만든 피리로 신라의 보물 * 신라삼보(新羅三寶) : 황룡사장륙삼존불상, 황룡사9층목탑, 진평왕의 옥대(玉帶) * 만파식적(萬波息笛) : 세상의 온갖 파란(萬波)을 없애고 평안하게(息) 하는 피리(笛)라는 뜻이다. '적'이 곧 피리이기 때문에 줄여서 '만파식'이라고도 불렀다. 통일신라기 왕실에서, 정치적 불안이나 국난이 진정되고 태평성대가 오기를 염원하는 제례(祭禮)에 사용했던 피리이다. 삼국유사에 만파식적 관련 이야기가 꽤 나온다. 신라 신문왕이 즉위 후 아버지 문무왕을 위하여 동해와 가까운 곳에 감은 사(感恩寺)를 지었다. 신문왕 2년(682)에 해관이 동해안에 작은 산이 감은사로 향하여 온다고 하여 일관으로 하여금 점을 쳐 보니, 해룡이 된 문무왕과 천신이 된 김유신이 수성의 보배를 주려고 하니 나가서 받으라 하였다고 한다. 이에 이견대(利見臺)에 가서 보니, 바다 위에 떠오른 거북 머리 같은 섬에 대나무가 있었는데, 낮에는 둘로 나뉘고 밤에는 하나로 합쳐졌다. 풍우가 일어난 지 9일이 지나 왕이 그 산에 들어가니 용이 검은 옥대(黒玉帶)를 바쳤고, 왕에게 그 대나무로 피리를 만들면 천하가 태평해질 것이라 하여 그것을 가지고 나와 피리를 만들어 보관하였다. 이때 나타난 용에게 왕이 대나 무의 이치를 물으니, 용은 “비유하건대 한 손으로는 어느 소리도 낼 수 없지만 두 손이 마주치면 능 히 소리가 나는지라, 이 대도 역시 합한 후에야 소리가 나는 것이요... 또한 대왕은 이 성음(聲音)의 이치로 천하의 보배가 될 것이다...”라고 예언하고 사라졌다. 왕이 곧 이 대나무를 베어서 피리를 만들어 부니 나라의 모든 걱정 ·근심이 해결되었다고 한다. 만파식적을 한 번 불면 몰려왔던 적군이 물러가고 앓던 병이 나으며 홍수가 나든 가뭄이 오든 해결해주어 신라의 국보로 지정되었으며 특히 일본의 침략을 막는 효능이 있어 일본 사신이 1천 냥을 내고 한번 보려고 했다는 이야기도 전해진다. 특이하게도 조령을 넘으면 소리가 나지 않았다 하여 신라 밖으로 넘어가지 않으려는 정절의 의미로도 해석되었다. 효소왕 때 분실했다가 다시 찾고, 이 만파식적을 찾는 과정에서 말갈족에게 납치된 화랑 부례랑을 되찾아오는 등의 이적을 보여 만만파파식적(萬萬波波息笛)으로 격을 높여 업그레이드 된 이 름을 고쳤다고 하며, 효양의 가문이 대대로 보관하다가 아들 김경신에 물려주었고 김경신이 원성왕으 로 즉위한다. 원성왕 때 일본이 2차례 만파식적을 노려서 왕이 더 창고 깊은 곳에 숨기도록 명했다. 한편 삼국사기 악지에서도 대금의 원류에 관한 이야기로 만파식 설화를 간단히 소개하였으나 김부식 의 사견으로, 이러한 설이 있으나 '괴이하여 믿지 못하겠다'고 부연했다. 김부식은 현실적으로 불가 능한 설화적 기록은 배제하려는 괴력난신 술이부작 원칙을 견지했기 때문에, 악지에서는 어쩔 수 없 이 언급은 했지만 부연설명을 한 것이다. 사향(思鄕) - 김상옥 / <초적(草笛)>(1947) - 눈을 가만 감으면 굽이 잦은 풀밭 길이, 개울물 돌돌돌 길섶으로 흘러가고 백양 숲 사립을 가린 초집들도 보이구요. 송아지 몰고 오며 바라보던 진달래도, 저녁 노을처럼 산을 둘러 퍼질 것을. 어마씨 그리운 솜씨에 향그러운 꽃지짐 어질고 고운 그들 멧남새도 캐어 오리. 집집 끼니마다 봄을 씹고 사는 마을, 감았던 그 눈을 뜨면 마음 도로 애젓하오. 촉촉한 눈길 - 김상옥 / <촉촉한 눈길>(2001) - 어느 먼 창가에서 누가 손을 흔들기에 초여름 나무 잎새들 저렇게도 간들거리나 이런 때 촉촉한 눈길 내게 아직 남았던가. 옥저(김상옥) / 바리톤 윤치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