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아름다운 문학

<신석정> 그먼나라를/슬픈구도/작은짐승/들길에서서/차라리한그루푸른대로

이름없는풀뿌리 2023. 10. 18. 05:05
그 먼 나라를 알으십니까 - 신석정 / <촛불> (1939) - 어머니 당신은 그 먼 나라를 알으십니까? 깊은 森林帶를 끼고 돌면 고요한 湖水에 힌물새 날고 좁은 들길에 野薔薇 열매 붉어 멀리 노루새끼 마음 놓고 뛰어 다니는 아무도 살지않는 그 먼 나라를 알으십니까? 그 나라에 가실때에는 부디 잊지마서요 나와 가치 그 나라에 가서 비둘기를 키웁시다 어머니 당신은 그 먼 나라를 알으십니까? 山비탈 넌즈시 타고 나려오면 양지밭에 힌염소 한가히 풀뜯고 길솟는 옥수수밭에 해는 저물어 저물어 먼 바다 물소리 구슬피 들려오는 아무도 살지않는 그 먼 나라를 알으십니까? 어머니 부디 잊지 마서요 그때 우리는 어린洋을 몰고 돌아옵니다 어머니 당신은 그 먼 나라를 알으십니까? 五月 하늘에 비둘기 멀리 날고 오늘처럼 촐촐히 비가 나리면 꿩소리도 유난히 한가롭게 들리리다 서리가마귀 높이 날어 산국화 더욱 곱고 노란 은행잎 한들 한들 푸른 하늘에 날리는 가을이면 어머니! 그 나라에서 양지밭 果樹園에 꿀벌이 잉잉거릴때 나와함께 고 새빩안 林檎을 또옥똑 따지않으렵니까? * 작품해설 : 이 시는 평화와 아름다움으로 가득 찬 이상향에 대한 그리움을 노래한 작품이다. 흔히 전원시인 또는 목가시인으로 불리는 신석정의 초기 시 세계를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는 이 작품은 현 실 저 건너에 존재한다고 믿는 이상향에 대한 동경과 그와 대조되는 어두운 현실에 대한 부정(否定) 을 어머니에게 속삭이는 듯한 경어체로 나직하게 펼쳐 보이고 있다. 전 10연의 형식이지만, ‘어머니, / 당신은 그 먼 나라를 알으십니까?’라는 구절이 나오는 것을 한 단위로 하여 내용상 1~4연, 5~7연, 8~10연의 세 단락으로 나뉘어 진다. 각 단락의 가운데 연 [2·3·6·9연]에서는 이상향의 모습을 구체적으로 제시하고 있으며 마지막 연[4·7·10연]에서는 그 곳에서 어머니와 함께 누릴 평화롭고 자유로운 삶을 이야기하고 있다. 여기에서 ‘어머니’는 현실의 갈등을 벗어난 근원적 평화를 상징하며, 먼 나라인 이상향을 알고 계 신 능력있는 분이자, 화자를 그 먼 나라로 데려다 줄 수 있는 어떤 절대적 대상이다. 그러므로 이 글 이 씌여진 시재적 상황과 결부시켜 보면, ‘나’는 현실이고, ‘어머니’는 ‘구원’의 이미지로 ‘빼앗긴 조국’을 의미한다고 볼 수 있다. 첫째 단락에서 화자가 그리워하는 ‘그 먼 나라’는 ‘산’과 ‘호수’와 ‘들길’이 조화를 이루고 있으며, ‘흰물새’, ‘들장미’, ‘노루새끼’가 자유롭게 살 수 있는 곳이다. 그 곳에서 어머니와 함께 자유를 표상하는 ‘비둘기’를 키우고자 한다. 둘째 단락에서는 ‘흰 염소 한가히 풀 뜯고’, ‘먼 바다 물소리 구슬피 들려오는’ ‘그 먼 나라’ 에서 어머니와 같이 순결과 순종을 의미하는 ‘어린양’을 데려 오고자 한다. 셋째 단락에서 노래되는 ‘그 먼 나라’는 ‘하늘에 비둘기 멀리 날고’ ‘촐촐히 비가 내리며’ ‘꿩 소리도 한가롭게 들리’는 곳으로 ‘산국화’와 ‘은행잎’이 곱게 피어 있는 곳이다. 그 곳에 서 화자는 ‘새빨간 능금’을 수확하기를 바라고 있는데, 이것은 바로 가을의 풍요로움, 즉 진정한 자유에의 해방을 상징하는 것이다. 일제 치하의 암울한 시대 상황속에서 시인은 이렇듯 자유롭고 평 화로운 삶, 순수하고 풍요로움 삶을 꿈꾸며 하루 속히 조국이 해방되기를 간절히 소망하고 있는 것이 라고 볼 수 있다. 슬픈 구도(構圖) - 신석정 / <조광> 1939 - 나와 하늘과 하늘 아래 푸른 산뿐이로다. 꽃 한 송이 피어낼 지구도 없고 새 한 마리 울어줄 지구도 없고 노루새끼 한 마리 뛰어다닐 지구도 없다. 나와 밤과 무수한 별뿐이로다. 밀리고 흐르는 게 밤뿐이오, 흘러도 흘러도 검은 밤뿐이로다. 내 마음 둘 곳은 어느 밤 하늘 별이드뇨. * 작품해설 : 이 기사 발표된 1939년, ‘꽃 한 송이’ · ‘노루 새끼 한 마리’ 살 수 없었던 우리 나라는 오직 ‘나와 / 밤과 / 무수한 별뿐’ 인 ‘검은 밤’의 일제 치하였다. 「그 먼나라를 알으십 니까」와 같은 그의 초기 시에서 노래 부르던 ‘어머니’마저도 상실한 절망적인 어둠 속에서, 그는 어둠이 깊을수록 더욱 선명하게 빛을 발하는 ‘별’을 자신의 이상 세계로 삼고 식민지라는 고통을 견디며 살 수 밖에 없었던 것이다. 이러한 현실 인식은 동시대 작품인 「지도」에서는 ‘오늘 펴 보 이는 지도에는 / 조선과 인도가 왜이리 많으냐?’며 제국주의 강대국에 의해 자유를 잃은 약소민족의 설움으로 나타나 있다. 이것이 바로 「슬픈 구도」로 점철된 당시의 지구 현실이었던 것이다. 전 4연 으로 구성된 이 시는 반복·열거의 수사적 기법이 단순성을 보완해 주고 있다. 1연과 3연의 반복에서 읽을 수 있는 것은 ‘나’의 고독과 절망뿐이다. 왜냐하면 ‘나’와 공존하고 있는 것은 ‘하늘’,‘밤’,‘별’ 뿐으로, 이것은 바로 그것 이외에는 아무것도 없다는 것을 역설적으로 보여 주고 있기 때문이다. 2연 은 앞에서 보여 준 바 있는 ‘불모성’을 ‘지구도 없고’라는 시어의 반복으로 강조하고 있으며, 4연 은 ‘밤’과 ‘검은강’의 이미지의 시어를 통해 시인의 고독과 절망을 형상화하고 있다. 따라서 이 시의 다눈한 구성은 이러한 고독과 절망이라는 주제를 더욱 견고하게 하는데 도움을 주고 있다. 작은 짐승 - 신석정 /『문장』 7호, 1939.8 / <촛불> (1939) - 난(蘭)이와 나는 산에서 바다를 바라다보는 것이 좋았다. 밤나무 소나무 참나무 느티나무 다문다문 선 사이사이로 바다는 하늘보다 푸르렀다. 난(蘭)이와 나는 작은 짐승처럼 앉아서 바다를 바라다보는 것이 좋았다. 짐승같이 말없이 앉아서 바다같이 말없이 앉아서 바다를 바라다보는 것은 기쁜 일이었다. 난(蘭)이와 내가 푸른 바다를 향하고 구름이 자꾸만 놓아가는 붉은 산호와 흰 대리석 층층계를 거닐며 물오리처럼 떠다니는 청자기빛 섬을 어루만질 때 떨리는 심장(心臟)같이 자지러지게 흩날리는 느티나무 잎새가 난(蘭)이의 머리칼에 매달리는 것을 나는 보았다. 난(蘭)이와 나는 역시 느티나무 아래에 말없이 앉아서 바다를 바라다보는 순하디 순한 작은 짐승이었다. * 작품소개 : 이 시는 일체의 간섭이나 구속을 받지 않고 자연 속에 동화되어 살고 싶어 하는 도교적 사상이 간접적으로 표출된 작품으로 ‘난이와 나’라는 순수한 인간의 전형을 ‘작은 짐승’으로 표 현하여 근원적인 평화와 절대 순수의 세계를 동경하는 마음을 그리고 있다. 시인이 그리워하는 것은 세속의 때가 묻지 않은 어린시절이다. 그러므로 전 시행을 ‘-었(았)다’라 는 과거 시제로 씀으로써 시인이 그리워 하고 있는 어린 시절과, 시인이 현재 처해 있는 현실상황과 를 대비시켜 그 동경의 마음을 효과적으로 증폭시키고 있다. 곧 지금의 현실은 ‘난이와 나’ 누리던 평화와 행복이 모두 사라진 고통의 시대요, 따라서 ‘난이와 나’는 더 이상 순하디 순한 ‘작은 짐 승’이 아님을 보여 주는 것이다. 모진 세파 속에서 자신의 순수한 영혼이 세속에 물들어 버렸음에 가슴을 아파하며 높은 산 언덕 느티 나무 아래서 티끌 하나 없는 순진무구함으로 푸른 바다를 바라보던 옛 시절의 아름다운 추억에 잠기 어 다시 한 번 그 때로 돌아가고 싶어 하는 시인의 마음, 바로 그것은 현대인 누구나 꿈꾸는 보수적 향수가 아닐는지, 또한 신석정이 돌아가고 싶어 하는 그 순수한 아름다운 세계는 그가 일제치하에서 줄기차게 추구하던 이상향으로 그것은 다름 아닌 해방된 조국이 아닐까? 들길에 서서 - 신석정 /『문장』 5호, 1939.6 / <슬픈 목가> (1947) - 푸른 산이 흰 구름을 지니고 살 듯 내 머리 위에는 항상 푸른 하늘이 있다. 하늘을 향하고 산삼(山森)처럼 두 팔을 드러낼 수 있는 것이 얼마나 숭고한 일이냐. 두 다리는 비록 연약하지만 젊은 산맥으로 삼고 부절(不絶)히 움직인다는 둥근 지구를 밟았거니……. 푸른 산처럼 든든하게 지구를 디디고 사는 것이 얼마나 기쁜 일이냐. 뼈에 저리도록 생활은 슬퍼도 좋다. 저문 들길에 서서 푸른 별을 바라보자! 푸른 별을 바라보는 것은 하늘 아래 사는 거룩한 나의 일과거니……. * 작품해설 : 해 저문 들길에 선 시작 자아가 자신의 지난 생활을 돌아다보며 새롭게 삶의 의지를 가 슴에 심고, 높은 이상을 추구하고자 하는 내용의 이 작품은, 주제를 효가적으로 전달하기 위하여 시 적 자아가 존재해 있는 현실과, 그가 지향하는 ‘푸른 하늘’과 ‘푸른 별’의 세계를 대립시키는 방 법을 이용하고 있다. ‘뼈에 저리도록’ 현실 세계는 괴롭지만, 시적 자아는 조금도 절망하지 않는 낙천적 모습을 보여 준다. 왜냐하면 그는 ‘내 머리 위에는 항상 푸른 하늘이 있’고, 두 다리는 ‘부절히 움직인다는 둥근 지구를 밟’고 있다는 삶의 숭고함을 자각하면서 둑센 삼삶의 의지로 살아 가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그는 생활이 아무리 슬플지라도 ‘푸른 별’을 바라보는 ‘하늘 아래 사는 거룩한 나의 일과’인 삶의 목표를 확인하는 작업을 게을리 하지 않는다. 그러한 그의 건강한 삶은 ‘푸른 산처럼 든든하게 지구를 디디고’ 있는 것이다. ‘저문 들길’로 상징된 일제 말기의 어 두운 시대적 분위기에서 씌어진 이 자품에는 비록 현실의 괴롭고 모질더라도, 그럴수록 높은 이상과 뜨거운 생의 의지를 불태우며 미래에 다가올 희망찬 새 시대를 갈망하는 시인의 모습이 잘 나타나 있다. 차라리 한 그루 푸른 대로 - 신석정 / 1939년 <슬픈牧歌> - 성근 대숲이 하늘보다 맑어 대잎마다 젖어드는 햇볕이 분수처럼 사뭇 푸르고 아라사의 숲에서 인도에서 조선의 하늘에서 알라스카에서 찬란하게도 슬픈 노래를 배워낸 바람이 대숲에 돌아들어 돌아드는 바람에 슬픈 바람에 나는 젖어 온몸이 젖어...... 蘭(란)아 태양의 푸른 분수가 숨막히게 쏟아지는 하늘 아래로만 하늘 아래로만 흰 나리꽃이 핀 숱하게 핀 굽어진 길이 놓여 있다 너도 어서 그 길로 돌아오라 흰 나비처럼 곱게 돌아오라 엽맥(葉脈)이 드러나게 찬란한 이 대숲을 향하고........ 하늘 아래 새로 비롯할 슬픈 이야기가 대숲에 있고 또 먼 세월이 가져올 즐거운 이야기가 대숲에 있고 꿀벌처럼 이 이야기들을 물어 나르고 또 물어내는 바람이 있고 태양의 분수가 있는 대숲 대숲이 좋지 않으냐 蘭(란)아 푸른 대가 무성한 이 언덕에 앉아서 너는 노래를 불러도 좋고 새같이 지절대도 좋다 지치도록 말이 없는 이 오랜 날을 지니고 벙어리처럼 목놓아 울 수도 없는 너의 아버지 나는 차라리 한 그루 푸른 대(竹)로 내 심장을 삼으리라 □ 한국 신석정 시낭송협회 https://cafe.daum.net/magnolia0815 * 신석정(辛夕汀), 1907-1974) 본명 : 신석정(辛錫正) 출생지 : 국내 전라북도 부안 호 : 석정(夕汀), 석지영(石志永), 호성(胡星), 소적(蘇笛), 서촌(曙村) 데뷔 : 1931. 시문학 동인으로 활동하면서 제3호에 시 「선물」을 발표함으로써 등단 1907년 7월 7일 전북 부안 태생. 보통학교 졸업 후 중앙불교전문강원에서 불전을 연구하기도 하였다. 한국문학상, 문화포상, 한국예술문학상을 수상하였다. 1974년 7월 6일 사망하였다. 1931년 김영랑‧박 용철‧정지용‧이하윤 등과 함께 『시문학』 동인으로 활동하면서 제3호에 시 「선물」을 발표함으로써 등단하였다. 1939년 첫번째 시집인 『촛불』에서는 하늘, 어머니, 먼 나라로 표상되는 동경의 나라를 향한 희구를 어린이의 천진스러운 시선으로 그려내고 있다. 이 시집을 통해 그는 전원시인, 목가시인이라는 평가 를 받았다. 이 시집에는 대표작 「그 먼 나라를 알으십니까」, 「아직은 촛불을 켤 때가 아닙니다」 등이 수록되어 있다. 1947년 두번째 시집인 『슬픈 목가』에서는 어머니라는 상징어에 기댄 유아적, 퇴영적 자아의 모습은 줄어들고 성숙한 현실의 눈으로 돌아온다. 이상향에 대한 천진난만한 시인의 희구는 상실감으로 바뀌 고, 내적 체험의 결여로 인한 공허감이 나타난다. 그후 『빙하』(1956), 『산의 서곡』(1967)에 이르 면서 삶의 체험을 구체적으로 인식하기 시작한다. 역사 의식이 예각화되면서 주제 의식이 문학적 심미성에 선행하게 된다. 마지막 시집인 『대바람 소 리』(1970)에서 다시 초기 서정시의 세계로 복귀하고 있다. 신석정은 노장의 철학과 도연명의 「귀거 래사」, 「도화원기」의 영향을 받았고, 미국의 삼림시인인 소로우(H. D. Thoreau)를 좋아했으며, 한 용운에게서 문학 수업을 받기도 했다. 따라서 반속적(反俗的)이며 자연성을 고조한 동양적 낭만주의에 입각한 시를 썼다는 평가를 받고 있 다. 김기림은 그를 “현대문명의 잡답(雜踏)을 멀리 피한 곳에 한 개의 유토피아를 흠모하는 목가적 시인”이라 평가하였다. 신석정의 시는 암울한 시대상황 속에서 체험의 가능성이 폐쇄된 시인들에게 서 나타나는 문학적 단면을 보여준다. 비참한 현실에 대한 강한 거부로써 초월적이고 본원적인 실재 에 대한 강한 희구가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희구는 전원적, 자연친화적 이상향에 대한 시적 열망으로 그려진다. - 학력사항 : 보통학교, 중앙불교전문강원 - 경력사항 : 시문학 동인으로 활동 - 수상내역 : 한국문학상, 문화포상, 한국예술문학상 - 작시집 : 『촛불』(1939), 『슬픈목가』(1947), 『빙하』(1956), 『산의 서곡』(1967), 『대바람』 (19370), 『난초앞에 어둠이 내리면』(1974) 그 먼 나라를 알으십니까 / 시낭송 오기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