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아름다운 문학

<이홍섭> 서귀포 / 터미널1

이름없는풀뿌리 2023. 12. 31. 01:24
서귀포(西歸浦) - 이홍섭 / <가도 가도 서쪽인 당신>, 세계사 / 2005년 08월 - 울지 마세요 돌아갈 곳이 있겠지요 당신이라고 돌아갈 곳이 없겠어요 구멍 숭숭 뚫린 담벼락을 더듬으며 몰래 울고 있는 당신, 머리채 잡힌 야자수처럼 엉엉 울고 있는 당신 섬 속에 숨은 당신 섬 밖으로 떠도는 당신 울지 마세요 가도 가도 서쪽인 당신 당신이라고 돌아갈 곳이 없겠어요 터미널 1 - 이홍섭 / <가도 가도 서쪽인 당신>, 세계사 / 2005년 08월 - 젊은 아버지는 어린 자식을 버스 앞에 세워놓고는 어디론가 사라지시곤 했다 강원도하고도 벽지로 가는 버스는 하루 한 번뿐인데 아버지는 늘 버스가 시동을 걸 때쯤 나타나시곤 했다 늙으신 아버지를 모시고 서울대병원으로 검진받으러 가는 길 버스 앞에 아버지를 세워놓고는 어디 가시지 말라고, 꼭 이 자리에 서 계시라고 당부한다 커피 한 잔 마시고, 담배 한 대 피우고 벌써 버스에 오르셨겠지 하고 돌아왔는데 아버지는 그 자리 서 계신다 어느새 이 짐승 같은 터미널에서 아버지가 가장 어리셨다 * 이홍섭 시인, 문학평론가 1965년 강원도 강릉시에서 태어나, 강릉대학교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했다. 2001년 경희대학교 국문과 대학원에서 〈박인환 시 연구〉로 석사 학위를 받았으며, 동국대학교 국문과 대학원 박사 과정을 수 료했다. 1990년 《현대시세계》 공모에 당선되어 시인으로, 2000년 《문화일보》 신춘문예에 당선되 어 문학평론가로 각각 등단했다. 시와시학 젊은시인상, 시인시각 작품상, 현대불교문학상, 유심작품 상, 강원문화예술상, 박재삼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시집으로 《강릉, 프라하, 함흥》, 《숨결》, 《가도가도 서쪽인 당신》, 《터미널》등이 있다. 나그네의 고향, 건달의 길(이홍섭) / 시낭송 문학광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