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아름다운 문학

<나순옥> 새벽공단 / 일기예보 / 윤달 / 9월 / 번개

이름없는풀뿌리 2024. 3. 12. 08:50
새벽공단 - 유하(維夏) 나순옥(羅旬玉) / 1994년 《조선일보 신춘문예》 시조 당선작 - 나른한 신새벽 가슴팍 두드리고 종소리 되돌아가는 회색 벽 공단 구역 밤 새운 공적 조서가 철망 위에 걸렸다. 피곤한 시간들이 더께로 엉겨붙어 야적장 포장 아래 선하품을 하고 있다 핏기를 잃은 외등은 잔기침만 해 대고. 등 굽은 소망들이 고철로 쌓인 자리 차라리 용광로를 가슴으로 껴안으면 의지의 굴뚝 끝에서 푸른 연기 뿜을까. * 더께 : ①몹시 찌든 물건에 앉은 거친 때 ② 겹으로 쌓이거나 붙은 것. 또는 겹이 되게 덧붙은 것 일기예보 - 유하(維夏) 나순옥(羅旬玉) - 꽃샘추위 그 기승에 개화, 늦출 수야 있겠지 낮게 낮게 엎드린 가슴마다 불덩인데 온 강토 빙하로 덮은들 화산폭발 막겠는가. 윤달 - 유하(維夏) 나순옥(羅旬玉) / 일간경기 2020/11/12 - 살아실 제 불효한 놈 효자로 만드는 달 들끓던 잡신들도 모두 자릴 피해주어 동티날 걱정 묶어놓고 봉분 헐어제친다 아부지 산속에서 무척 외로우셨지라 이제부터 아파트서 시끌벅적 지내보소 산 팔아 챙겨 달아나는 엉덩이가 벌겋다 * 동티 : ①땅, 돌,나무 따위를 잘못 건드려 地神을 화나게 하여 재앙을 받는 일. 또는 그 재앙 ②건드려서는 안 될 것을 공연히 건드려서 스스로 걱정이나 해를 입음. 또는 그 걱정이나 피해를 비 유적으로 이르는 말. 9월 - 유하(維夏) 나순옥(羅旬玉) / 충북일보 2021/10/17 - 은물결 엉덩이를 톡톡 치는 서늘바람 까르륵 배 뒤집으며 살랑거리는 윤슬 9월은 징검다리 건너 가고 있다, 9월로 * 윤슬 : 햇빛이나 달빛에 비치어 반짝이는 잔물결 번개 - 유하(維夏) 나순옥(羅旬玉) - 전생에 못다한 정 찾고 싶은 열망이 무의식 속에도 타 오르다 서로를 알아본 순간 천지를 단칼에 가를 듯 부딪히는 저 눈빛 번개 (나순옥) / 낭송(이명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