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아름다운 문학

<나순옥> 개나리 / 들국화 / 단풍 / 얼음새꽃 / 먼데산이다가와

이름없는풀뿌리 2024. 3. 13. 05:34
개나리 - 유하(維夏) 나순옥(羅旬玉) - 살강살강 살얼음 풀리던 그 길목에서 당신을 만나고 가슴 파래지도록 당신을 기다리며 황사의 눈가림도 산들바람의 꼬드김도 견디어 냈습니다 비는 내리는데 젖은 고개 떨구고 지나는 이 마다 당신인 듯하여 곁눈질에 지친 내 얼굴을 그리움의 무게에 짓눌려 지고 말았습니다 꽃 진 자리 파란 잎은 아픔으로 돋고 전설되어 떠 도는 당신 이름에 슬픔은 심장 가득 철썩철썩 파도쳐도 그 길목 노란 등불 밝혀 끝없이 기다립니다 * 살강살강 : 설익은 곡식이나 열매 따위가 자꾸 가볍게 씹히는 소리. 또는 그 느낌 들국화 - 유하(維夏) 나순옥(羅旬玉) - 실핏줄 뒤얽히듯 얽혀버린 그 고리들을 올올이 풀어내고 한짐의 고통 산모롱이에 부려놓은 꽃 ​ 몸에 닿는 실낱 같은 인연마저 다 지우고 아늑함에 몸 맡긴 채 계절 잃고 피어나 불감증 앓는 꽃이긴 싫어 어느 내실 수반 위 헤픈 웃음 흘리는 그런 꽃이긴 더욱 싫어 그렇지, 마흔 살쯤 되는 꽃 찬 서리 속에 벙그는. 단풍 - 유하(維夏) 나순옥(羅旬玉) - 순간이면 어떠리 이리 서로 타는 것을 앞만 보고 달려 와 여기가 끝이라 해도 마지막 한 방울 수액 나눠 마실 너 있음에 얼음새꽃 - 유하(維夏) 나순옥(羅旬玉) / 충북일보 2023/03/13 - 한겨울 추위 쯤야 배밀이로 밀어내고 방긋방긋 노란 웃음 봄햇살 끌어당겨 화들짝 나무들 시샘 연두물감 챙긴다 * 얼음새꽃 : 얼음새출, 복수초’의 방언 (강원) * 배밀이 : ① 배를 바닥에 대고 기어가는 일 ② 씨름에서, 상대편을 배로 밀어 넘어뜨리는 기술. 먼 데 산이 다가와 - 유하(維夏) 나순옥(羅旬玉) - 금빛 아가미 뻐끔거리며 찾아든 봄날 오후 잎새들이 가만가만 하늘 들어 올리자 먼 산이 무릎걸음으로 다가와 마주 앉다 * 무릎걸음 : 다리를 굽혀 무릎을 꿇고 걷는 걸음. A Lover's Concerto / Vocal 빈하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