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선화 - 김상옥 / , 1939 - 비 오자 장독대에 봉선화 반만 벌어 해마다 피는 꽃을 나만 두고 볼 것인가 세세한 사연을 적어 누님께로 보내자 누님이 편지 보며 하마 울까 웃으실까 눈 앞에 삼삼이는 고향집을 그리시고 손톱에 꽃물 들이던 그날 생각 하시리 양지에 마주 앉아 실로 찬찬 매어주던 하얀 손 가락 가락이 연붉은 그 손톱을 지금은 꿈 속에 본 듯 힘줄만이 서노나 어느날 - 김상옥 - 구두를 새로 지어 딸에게 신겨주고 저만치 가는 양을 물그러미 바라본다 한 생애 사무치던 일도 저리 쉽게 가것네 소망 - 김상옥 - 늙은 두보처럼 꽃 위에 눈물도 뿌리고, 멋있는 젊음과 사귀다가 일부러 가는 귀도 먹고, 떠날 땐 푸른 반딧불 먼 별처럼 사라졌으면… 흔적 - 김상옥 - 저 덩굴 얼룩진 그늘 넌 거기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