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2 23

<백윤석> 나눔에대하여 / 두물머리에서 / 낙엽 / 담쟁이 / 모란장

​ 나눔에 대하여 - 백윤석 / 2004/02/10 - 벌이 꽃에서 꿀을 따나, 꿀을 따 가나 영롱한 그 빛이 사그라지지 않는 것처럼 나눔은 늘 베풀어도 채워지는 요술 주머니 두물머리에서 - 백윤석 / 2003/12/08 - 산도 피곤하면 몸을 뉠 줄도 알아 푸른 물 한가운데 이부자릴 펴놓고 물안개, 상념으로 피는 호숫가를 넘나든다 땅거미 뉘엿뉘엿 어둠을 불러내어 노을빛 물가에 담금질로 몸 불리면 술 취해 뒹굴던 하늘도 까무르룩 잠이 든다 씨나락 같은 말들이 치렁치렁 늘어진 버들가지 잔소리에 바람이 휘휘 저여 달 낚는 나그네 삿대, 먼 발길 휘어잡고 하늘이며 산이며 나무며 들꽃이며 드넓은 가슴으로 모두 안아 재우는 밤이어도 아! 나는 두물머리에 찍힌, 잠 못드는 점 하나 낙 엽 - 백윤석 / 2003/1..

<이구학> 꽃은/쓴맛을보여주마/대/시조공부/봄의웃음/겨울햇살

꽃은… - 이구학 / 2001/12/17 / 2001년 샘터상 시조부문 장원작 - 꽃은… 피는 게 아냐 그리움이 터진 거지… 내 온몸의 피가 피가 열꽃되어 터진 게야… 꽃비로 당신 적시려 혼(魂)을 활활 태운 게야… ​ 쓴맛을 보여주마 - 이구학 / 2001/12/17 / 열린시조 2001년 겨울호 - 쓴맛을 보여주마 쌉쌀한 맛 보여주마​ 쓴맛은 진정제야, 심장을 안정시키고 피로 회복에 좋으며 입맛이 없을 때 그 맛을 당겨주나니, 열을 내려 염증을 낫게 하고 통변을 돕느니, 발끈 신경질을 잘 내거나 제 뜻대로 안 된다고, 팽그르르 돌아않는 그대여 먹어 보라. 오대 점봉 방태 가리왕 박지 용문 회문 지리산의, 진부 정선 인제 원통 순창 남원 화계 장터에 쓴맛 나는 파 쑥새 씀바귀며 구기자, 상추에 쇠귀나물..

<이구학> 할미꽃 / 예언 / 목욕탕에서 / 맨드라미 /열쇠

할미꽃 - 이구학 / 2002/08/16 - 하고픈 말 하 많아도 내 꾹 눌러 참았다. 머리론 하늘이고 발론 땅 옴키고도... 팽팽한 세월이 조인, 울 할머니 허리여! 예언(豫言) - 이구학 / 2002/07/13 / 열린시조 2002년 여름호 - 휘날리던 태극기가 몸살을 앓고 있네.​ 한 예언자 있었다네, 동방 땅 한 켠에다 상을 하나 차렸다네, 가운데 큰 사발놓 고 수라상을 차렸다네. 사발에 S자 눕혀 굽이굽이강 그린 후에 강북에는 진달래 꽃 강남에는 푸른 하늘 四方의 귀에다는 손님접대 잘하라고 젓가락도 가지런히, 가지런히 놓았다네. 젓가락 들고서 둘러앉은 손님들 어쩌면, 어쩌면 잘도 잘도 차렸구나 한 점이라도 더 먹겠다고 아옹다옹 치고받아 다 먹은 뼈다귀를 슬그머 니 귀에 놓았다네. 서북방엔 긴뼈 ..

<윤성의> 대숲에/백제의/개꿈/탐욕/몸무게/개이야기/이런생각/소금밭/다리

대숲에 서면 - 2004.01.06 / 윤성의 - 객적은 뱃살이 시덥잖아 보이던가​ 무에 그다지 채울 게 많더냐 고​ 가볍게 되도록 가볍게 비워보라 귀띔하네. ​ ​ 백제의 눈빛 1 - 금동용봉봉래산향로- /2003.04.13 / 윤성의 천 몇 백년 그 긴 잠 함묵의 굴속에서 망국 한 곰 삭혀온 금동 용봉봉래산향로 역사를 뛰어 넘어서 어둠 씻고 눈뜬다. ​ 누가 백제를 죽었다 말하는가​ 몸 비록 흩었어도 혼 불은 이었거니 긴 세월 잊혔던 불빛 오늘 다시 비치나니. ​ 왕조는 묻혔건만 그 얼은 되살아서​ 뜸직한 얼굴로 역사 앞에 나앉으며​ 억지에 눈감긴 세월 벗으라 눈짓한다. ​ ​​ 개꿈 - 2003.01.12 / 윤성의 - 나른한 오후 달디단 낮잠에 들다 ​ 한적한 시골 마을, 초가 지붕 위에 박이 지..

<심성보> 어항 / 서시 / 파도지나간자리 / 당신이있어 / 시조한수

어항 - 심성보 / 하늘빛 고운 당신 / 그림공장 / 2004년 10월 - 부릅뜬 퉁망울눈 못생긴 흑붕어 한 놈 뽐내는 금붕어 열 놈 한방에서 해작해작 언제나 기죽지 않고 흑붕어는 씩씩해 * 작품해설 : 아름다운 빛깔과 몸매로 한껏 뽐내는 금붕어들 속에 외양도 빛깔도 섞일 수 없는 흑붕 어, 그러나 주변에 구애받지 않고 자신의 삶을 구가해가는 줏대 있는 삶을 엿볼 수 있는 작품이다. 단순히 아이들 눈에 뵈는 것만 그린 것 같은 동시조이지만 깊은 뜻을 담고 있어 어른 독자들을 불러 모으기에도 부족함이 없다. 어항은 공존과 조화의 장이다. 황금일색의 금붕어만으로 자칫 단조로울 수 있는 어항에 흑붕어 한 마리가 섞여 있어 보기에도 좋다. 열 마리 속에 놓인 흑붕어의 심사는 움 츠리고만 있을까. 그렇지 않다. ..

<이태극> 서해상의낙조/삼월은/산딸기/짝은떠나고/자화상/시조송

서해상의 낙조 - 부제 : 탐라시조기행초 / 월하 이태극, 1957 / (1957) - 어허 저거, 물이 끓는다. 구름이 마구 탄다. 둥둥 원구(圓球)가 검붉은 불덩이다. 수평선 한 지점 위로 머문 듯이 접어든다. ​ 큰 바퀴 피로 물들며 반 남아 잠기었다. 먼 뒷섬들이 다시 환히 얼리더니 아차차, 채운(彩雲)만 남고 정녕 없어졌구나. ​ 구름빛도 가라앉고 섬들도 그림진다. 끓던 물도 검푸르게 잔잔히 숨더니만 어디서 살진 반달이 함(艦)을 따라 웃는고 삼월은 - 1984 중학교 교과서 수록 / 월하 이태극 - 진달래 망울 부퍼 발돋움 서성이고 쌓은 눈도 슬어 토끼도 잠든 산 속 삼월은 어머님 품으로 다사로움 더 겨워. ​ 멀리 흰 산이마 문득 다금 언젤런고 구렁에 물 소리가 몸에 감겨 스며드는 삼월은 젖..

<정완영> 분이네살구나무 / 고향은없고 / 고향생각 / 부자상

분이네 살구나무 - 정완영 / (1969) - 동네서 젤 작은 집 분이네 오막살이 동네서 젤 큰나무 분이네 살구나무 밤사이 활짝 펴 올라 대궐보다 덩그렇다. 고향은 없고 - 정완영 / (1969) - 고향에 내려가니 고향은 거기 없고 고향에서 돌아오니 고향은 거기 있고…… 흑염소 울음소리만 내가 몰고 왔네요 고향 생각 - 정완영 / (1969) - 쓰르라미 매운 울음이 다 흘러간 극락산 위 내 고향 하늘빛은 열무김치 서러운 맛 지금도 등 뒤에 걸려 사윌 줄을 모르네. 동구 밖 키 큰 장승 십리 벌을 다스리고 풀수풀 깊은 골에 시절 잊은 물레방아 추풍령 드리운 낙조에 한 폭 그림이던 곳. 소년은 풀빛을 끌고 세월 속을 갔건마는 버들피리 언덕 위에 두고 온 마음 하나 올해도 차마 못 잊어 봄을 울고 갔더란다..

<정완영> 조국 / 가을아내 / 설화조 / 나무는 / 애모

조국 - 정완영 / (1969) - 행여나 다칠세라 너를 안고 줄 고르면 떨리는 열 손가락 마디마디 에인 사랑 손 닿자 애절히 우는 서러운 내 가얏고여 둥기둥 줄이 울면 초가 삼간 달이 뜨고 흐느껴 목메이면 꽃잎도 떨리는데 푸른 물 흐르는 정에 눈물 비친 흰 옷자락 통곡도 다 못하여 하늘은 멍들어도 피맺힌 열 두 줄은 굽이굽이 애정인데 청산아, 왜 말이 없이 학(鶴)처럼만 여위느냐. 가을아내 - 정완영 / (1969) - 한 잔 술 등불 아래 못 달랠 건 정일레라 세월이란 푸섶 속에 팔베게로 지쳐 누운 당신은 귀뚜리던가 내 가슴에 울어쌓네 저 몸에 목숨 있으면 얼마나를 남았으랴 내 눈길 가다 멎은 갈잎 같은 손을 두고 생각이 시름에 미쳐 길피 못 잡겠고나 젊음은 아예 무거워 형기처럼 마쳤느니 이제는 풀어..

이승만문학2) 이승만의 작시 활동과 한시세계 / 허경진

​ ▲ 제100회 이승만 포럼에서 발표하는 허경진 연세대 객원교수 이승만 시 '고목가'는 최남선 보다 10년 앞선 한국 최초의 신체시(新體詩) - 뉴데일리 / 허경진 교수 2019-06-24 / 제100회 이승만포럼 학술회의 발표문, 2019.6.18 - 이승만의 작시 활동과 한시세계 - 허 경 진 (연세대 객원교수) - 1. 머리말 : 전근대시대 세 가지의 문학 형태 우남(雩南) 이승만(李承晩, 1875~1965)은 타고난 시인이 아니라 정치인이었지만, 젊은 시 절부터 노년에 이르기까지 많은 한시를 지었다. 이승만의 작시(作詩) 활동을 이해하려면 조 선시대 사람들이 문학작품을 향유한 방법과 그 이유를 알아야 한다. 조선시대 사람들은 문 학을 일상생활에서 즐겼는데, 일부 예외는 있지만 대개 신분이나 직업..

이승만문학1) 이승만 작 <고목가>의 문학사적 연구 / 이복규

​ ▲ 제102회 이승만 포럼에서 발표하는 이복규 서경대 문화콘텐츠학과 교수 한국 최초의 '신체시 古木歌' -청년 이승만의 작품을 최초로 연구 발표 - 뉴데일리 / 이복규 서경대교수 2019-08-26 / 제102회 이승만 포럼 발표문 전문, 2019.8.20. - 이승만 작 의 문학사적 연구 - 이복규(서경대 문화콘텐츠학과 교수) - Ⅰ. 머리말 이승만 작 한글 율문 의 문학사적 의의는 무엇일까? 오늘 강연의 주제이다. 이 작품에 대해서는 이미 몇몇 학자가 연구한 적이 있다. 견해 차이가 없는 것도 있고, 대 립되어 있는 것도 있다. 이 강연에서는, 의견이 일치하는 것에 대해서도 말하겠지만, 필자 가 이번에 새로 발견한 사실들에 더 비중을 두려고 한다. 기존에 밝혀진 사실도 필자의 관 점에서 적극 해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