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 사는 평강공주 - 박라연 / 서울에 사는 평강공주 / 문학과지성사 / 2000년 05월 - 동지달에도 치자꽃이 피는 신방에서 신혼일기를 쓴다 없는 것이 많이 더욱 따뜻한 아랫목은 평강공주의 꽃밭 색색의 꽃씨를 모으던 흰 봉투 한 무더기 산동네의 맵찬 바람에 떨며 흩날 리지만 봉할 수 없는 내용들이 밤이면 비에 젖어 울지만 이제 나는 산동네의 인정에 곱게 물든 한 그루 대추나무 밤마다 서로의 허물을 해진 사랑을 꿰맨다 ......가끔...... 전기가...... 나가도...... 좋았다...... 우리는...... 새볔녘 우리 낮은 창문가엔 달빛이 언 채로 걸려 있거나 별 두서넛이 다투어 빛나고 있었다 전등의 촉수를 더 낮추어도 좋았을 우리의 사랑방에서 꽃씨 봉지랑 청색 도포랑 한땀 한땀 땀흘려 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