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아름다운 문학

<라이나 마리아 릴케> 가을날 / 말테의 수기 일절

이름없는풀뿌리 2023. 8. 29. 07:29
가을날 - 라이나 마리아 릴케 - 주여, 때가 왔습니다. 여름은 참으로 길었습니다. 해시계 위에 당신의 그림자를 얹으십시오. 들에다 많은 바람을 놓으십시오. ​ 마지막 과실들을 익게 하시고 이틀만 더 남국의 햇볕을 주시어 그들을 완성시켜, 마지막 단 맛이 짙은 포도주 속에 스미게 하십시오. ​ 지금 집이 없는 사람은 이제 집을 짓지 않습니다. 지금 고독한 사람은 이후도 오래 고독하게 살아 잠자지 않고, 읽고, 그리고 긴 편지를 쓸 것입니다. 바람에 불려 나뭇잎이 날릴 때, 불안스러이 이리 저리 가로수 길을 헤매일 것입니다. ​ 가을날 원문 -獨語- Herbsttag Herr, es ist zeit! Der Sommer war sehr groβ Leg deinen Schatten auf die Sonnenubren, Und auf den Fluren laβ die Winde los. Befiehl den letzten Fruchten, voll zu sein, Gib ihnen noch zwei sudlichere Tage, Drange sie zur Vollendung hin und jage Die letzte Suβe in den schweren Wein. Wer jetzt kein Hans hat, bant sich keines mehr Wer jetzt allein ist, wird es lange bleiben, Wird wachen, lesen, lange Briefe schreiben Und wird in den Alleen hin und her Unruhig wandern, wenn die Blatter treiben. 가을날 원문 -英語- Autumn Day Rainer Maria Rilke (1875∼1926) Lord: it is time. The summer was immense. Lay your long shadows on the sundials, and on the meadows let the winds go free. Command the last fruits to be full; give them just two more southern days, urge them on to completion and chase the last sweetness into the heavy wine. Who has no house now, will never build one. Who is alone now, will long remain so, will stay awake, read, write long letters and will wander restlessly up and down the tree-lines streets, when the leaves are drifting. ​ 말테의 수기 중에서 - 라이나 마리아 릴케 - 젊어서 시 나부랭이를 써봤자 소용없다. 사실은 좀더 기다려야 한다. 평생 동안, 가능하면 늙을 때까지 긴 평생 동안 의미와 꿀을 모아야 한다. 그런 뒤에야 겨우 10행쯤 되는 좋은 시를 쓸 수 있게 될지 모른다. 시는 감정이 아니라 추억이니까. 라이나 마리아 릴케의 명언 〇 경쟁심이나 허영심이 없이 다만 고요하고 조용한 감정의 교류만이 있는 대화는 가장 행복한 대화이다. 〇 꿈을 지녀라. 그러면 어려운 현실을 이길 수 있다. 〇 명성이란 결국 새로운 이름 주위에 모여든 오해의 총합에 불과한 것이다. 〇 복종은 반항보다도 강하다. 복종은 덤벼드는 폭력을 부끄럽게 만든다. 〇 사랑 받는 일은 불타오름에 지나지 않으나 사랑하는 것은 마르지 않는 기름에 의해 빛남을 말한다. 그러므로 사랑받는 것은 사라져 버리지만 사랑하는 것은 오랫동안 지속한다. 〇 사랑을 받기만 하는 인간은 대개 시시한 방법으로 살아가며 또한 위험하기도 하다. 되도록이면 스스로를 극복하고 사랑하는 인간으로 되어야 한다. 〇 사랑이란 두 개의 고독한 영혼이 서로 지키고 접촉하고 기쁨을 나누는 데 있다. 〇 이 세상의 일은 아무리 사소한 것이라도 예단(豫斷)하고 미리 판단함은 금물이다. 〇 죽음이란 우리에게 등을 돌린 빛이 비치지 않는 생의 한 측면이다. 〇 지금 이 순간에 그대의 행동을 다스려라. 순간의 일이 그대의 먼 장래를 결정한다. 오늘 즉시 한 가지 행동을 결정하라. 〇 희망은 일상적인 시간이 영원과 속삭이는 대화이다. 희망은 멀리 있는 것이 아니다. 바로 내 곁에 있다. 나의 일상을 점검하자. ​ 라이너 마리아 릴케(1875~1926)가 직접 쓴 묘비명 장미여, 오, 순수한 모순이여! 겹겹이 쌓인 눈꺼풀 속에서 아무도 모르는 잠이 되는 그 기쁨이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