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2 23

<김상옥> 백자부 / 옥저 / 사향 / 촉촉한눈길

백자부(白磁賦) - 김상옥 / (1947) - 찬서리 눈보라에 절개 외려 푸르르고 바람이 절로 이는 소나무 굽은 가지 이제 막 백학(白鶴) 한 쌍이 앉아 깃을 접는다. 드높은 부연(附椽) 끝에 풍경 소리 들리던 날 몹사리 기다리던 그린 임이 오셨을 제 꽃 아래 빚은 그 술을 여기 담아 오도다. 갸우숙 바위 틈에 불로초 돋아나고 채운(彩雲) 비껴 날고 시냇물도 흐르는데 아직도 사슴 한 마리 숲을 뛰어 드노다. 불 속에 구워 내도 얼음같이 하얀 살결 티 하나 내려와도 그대로 흠이 지다. 흙 속에 잃은 그 날은 이리 순박(淳朴)하도다. 운보 김기창 作 피리부는 소년 옥저(玉笛) - 김상옥 / (1947) - 지긋이 눈을 감고 입술을 축이시며 뚫린 구멍마다 임의 손이 움직일 때 그 소리 은하 흐르듯 서라벌에 퍼..

<이병기> 파랑새 / 박연폭포 / 처 / 아차산 / 농촌화첩 / 낙화

파랑새 - 이병기 / (1936) - - 파랑새 날아오면 그이도 온다더니 파랑새 날아가도 그이는 아니 온다 오늘도 아니 오시니 내일이나 올는가 기다려지는 마음 하루가 백년 같다 새로 이가 나고 흰 머리 다시 검어라 그이가 오신 뒤에야 나는 죽어 가리라 1750년경 겸재 정선作 박연폭포(개인소장) 박연폭포 - 이병기 / (1936) - 이제 산에 드니 산에 정이 드는구나 오르고 내리는 길 괴로움을 다 모르고 저절로 산인이 되어 비도 맞아 가노라 이 골 저 골 물을 건너고 또 건너니 발 밑에 우는 폭포 백이요 천이러니 박연을 이르고 보니 하나밖에 없어라 봉머리 이는 구름 바람에 다 날리고 바위에 새긴 글발 매이고 이지러지고 다만 그 흐르는 물이 긋지 아니하도다 처 - 이병기 / (1936) - 귀히 자란 몸..

<이병기> 별 / 비 / 냉이꽃 / 풀벌레 / 볕 / 난초

별 - 이병기 / (1936) - 바람이 서늘도 하여 뜰 앞에 나섰더니 서산머리에 하늘은 구름을 벗어나고 산뜻한 초사흘달이 별 함께 나아오더라 달은 넘어 가고 별만 서로 반짝인다 저 별은 뉘 별이며 내 별 또 어느게요 잠자코 홀로 서서 별을 헤어 보노라 비2 - 이병기 / (1936) - 짐을 매어놓고 떠나시려 하는 이 날 어두운 새벽부터 시름없이 내리는 비 내일도 내리오소서 연일 두고 오소서 부디 머나먼 길 떠나지 마오시라 날이 저물도록 시름없이 내리는 비 저으기 말리는 정은 나보다도 더하오 잡았던 그 소매를 뿌리치고 떠나신다 갑자기 꿈을 깨니 반가운 빗소리라 매어 둔 짐을 보고는 눈을 도로 감으오 냉이꽃 - 이병기 / (1936) - 밤이면 그 밤마다 잠은 자야 하겠고 낮이면 세때 밥을 먹어야 하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