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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순옥> 개나리 / 들국화 / 단풍 / 얼음새꽃 / 먼데산이다가와

개나리 - 유하(維夏) 나순옥(羅旬玉) - 살강살강 살얼음 풀리던 그 길목에서 당신을 만나고 가슴 파래지도록 당신을 기다리며 황사의 눈가림도 산들바람의 꼬드김도 견디어 냈습니다 비는 내리는데 젖은 고개 떨구고 지나는 이 마다 당신인 듯하여 곁눈질에 지친 내 얼굴을 그리움의 무게에 짓눌려 지고 말았습니다 꽃 진 자리 파란 잎은 아픔으로 돋고 전설되어 떠 도는 당신 이름에 슬픔은 심장 가득 철썩철썩 파도쳐도 그 길목 노란 등불 밝혀 끝없이 기다립니다 * 살강살강 : 설익은 곡식이나 열매 따위가 자꾸 가볍게 씹히는 소리. 또는 그 느낌 들국화 - 유하(維夏) 나순옥(羅旬玉) - 실핏줄 뒤얽히듯 얽혀버린 그 고리들을 올올이 풀어내고 한짐의 고통 산모롱이에 부려놓은 꽃 ​ 몸에 닿는 실낱 같은 인연마저 다 지우고..

산성길58(아프락사스, 24/03/11, 단공-불망-남문-남옹성-시구문-종로, Tornero / Santo California)

요즈음 – 산성길58(아프락사스) – 아직은 쌀쌀한 봄날 앙상한 숲 속 우듬지 흐르는 물관부에 피톨들 쿵쿵거리고 움트는 아프락사스는 꿈틀대며 엿보고 배달9221/개천5922/단기4357/서기2024/03/11 이름없는풀뿌리 라강하 * 우듬지 : 나무줄기의 끝 부분 * 피톨(phytol) : 혈액의 고체 성분으로 혈장 속에 떠다니는 세포. 적혈구, 백혈구, 혈소판이 있다. * 아프락사스Abraxas : 스위스의 정신의학자 칼 융이 사용한 고대 신의 이름으로, 양극적인 것을 포 괄하는 신성을 말한다. 우주 최초의 에너지는 반드시 상반된 성질을 동시에 갖고 있다. 끌어당기고 뻗어나가는 작용이 바로 그것이다. 동양에서는 이것을 음과 양이라 하며, 자석이 N극과 S극을 동시에 갖고 서로 밀고 당기는 이유가 바로 ..

<나순옥> 새벽공단 / 일기예보 / 윤달 / 9월 / 번개

새벽공단 - 유하(維夏) 나순옥(羅旬玉) / 1994년 《조선일보 신춘문예》 시조 당선작 - 나른한 신새벽 가슴팍 두드리고 종소리 되돌아가는 회색 벽 공단 구역 밤 새운 공적 조서가 철망 위에 걸렸다. 피곤한 시간들이 더께로 엉겨붙어 야적장 포장 아래 선하품을 하고 있다 핏기를 잃은 외등은 잔기침만 해 대고. 등 굽은 소망들이 고철로 쌓인 자리 차라리 용광로를 가슴으로 껴안으면 의지의 굴뚝 끝에서 푸른 연기 뿜을까. * 더께 : ①몹시 찌든 물건에 앉은 거친 때 ② 겹으로 쌓이거나 붙은 것. 또는 겹이 되게 덧붙은 것 일기예보 - 유하(維夏) 나순옥(羅旬玉) - 꽃샘추위 그 기승에 개화, 늦출 수야 있겠지 낮게 낮게 엎드린 가슴마다 불덩인데 온 강토 빙하로 덮은들 화산폭발 막겠는가. 윤달 - 유하(維夏)..

<나순옥> 다시유랑의 / 강가암벽 / 미이라 / 고삐잡혀 / 못2

다시 유랑시대로……? - 유하(維夏) 나순옥(羅旬玉) / 2007/07/12 - 뒤웅박 나무숟가락 이 빠진 막사발까지 다 챙겨 짊어져도 얄팍한 살림살이 허기져 떠돌던 할아버지 질경이처럼 발붙인 곳 ​ 부뚜막 황토맥질 맨손으로 가다듬은 아버지 머물고 싶은 마음, 물 항아리 깊이 묻고 푸성귀 거친 밥일망정 달디달게 받으시며 ​ “등 따시고 배부르면 그로 족하제 암만, 그려” 비바람 스며드는 집 소탈한 웃음 묻어나고 이불 속 달박달박한 자식들 그저, 자랑거린데 ​ 우렁이 새끼 제 어미 살 다 파먹고 기어나가듯 뼛속까지 텅 비어도 내색 한 번 못하고 버겁진 온 몸을 밀어 넓은 세상 길을 트니 ​ 자고나면 껑충 뛰는 부동산 시세 쫓아 철새처럼 무리무리 짐을 싸는 세대들 실뿌리, 그마저 끊겨 道理는 멀고 먼 얘기 ..

<나순옥> 고향 / 귀농일기(눈먼땅, 저런저런) / 사랑으로1 / 어머니

고 향 - 유하(維夏) 나순옥(羅旬玉) - 잉걸불로 펴오르던 그리움도 사위고 미워 할 그 무엇도 남지 않은 세월 밖에서 끝끝내 지우지 못한 종두 자국 같은 것아. * 잉걸불 : ① 불이 이글이글하게 핀 숯덩이 ② 다 타지 아니한 장작불 * 작품해설 / 조옥동 : 이 시조를 읽으면서 나순옥 시인의 꼭 아물은 입술사이로 비집고 나오는 호흡을 느낄 수 있다. 지우고 싶어도 끝내 지우지 못한 종두자국 같은 것아 죽을 때까지 잊지 못할 것 사람이 사람을 만나면 묻고 싶은 그것아 어머니의 품속 체취 같은 시조 「고향」에서 「종두자국 같은 것아」, 「잉걸불로 타오르던 그리움」, 이 몇 마디가 나로 하여 금 한동안 멀리 감춰 둔 '고향'의 이미지에 덮인 고운 먼지를 털어 내게 한다. 너무 안이한 생각으로 풀어 두었던 ..

<이경희>집으로가는길/빈집/글이숨쉬는집/인연/웃어봐/가을날/나들이

집으로 가는 길 - 이경희(李京姬) - 창 너머 흘러가는 흰 구름 조각들은 꿈꾸는 사람들의 소박한 마음자락 지친 몸 추스르면서 신록 한 입 베문다. 천둥과 번개치고 소나기 퍼부어도 묵묵히 두 손 모아 기도하는 낮은 음성 병마와 멀어질 다짐 차돌처럼 여문다. 솔바람 맑은 햇살 온몸을 감싸 안아 하나 둘 씩 내려놓고 집으로 가는 길에 가득한 저 산의 神韻 눈길 오래 머문다. * 신운(神韻) : 신운(神韻)의 뜻을 풀어보면 신비스러우며 고아(高雅)한 운치(韻致), 즉 고상한 품격 (品格)에서 나타나는 풍치(風致)나 멋을 뜻한다. 다시 말해서 인품에 대한 경우에는 수일(秀逸)한 기 개(氣慨)를, 예술에 대한 경우에는 고상한 풍미(風味)를 뜻한다. 중국 당대(唐大)의 시인 사공도(司 空圖)는 에서 “음식에는 신맛..

<권영국> 태백산 / 한강은흐른다 / 횟집 / 첫사랑 / 고추잠자리

태백산 - 권영국 / 2003/02/11 - 바람이 문풍지를 붙들며 구시렁대다 어둠 속 개 짖는 소리로 잠이 들면 새벽 닭 회 치는 소리로 오감은 열리고 ​ 숨차게 발 밑으로 벗기는 산등성이 천만년 세월동안 약속을 기다린 듯 서서히 태백의 자태가 빗장을 풀어내니 ​ 용광로 쇳물을 부은 듯이 이글이글 동해를 박차고 떠오는 붉은 해 영겁의 청년 주목을 벅차게 끌어안는다. ​ 칼바람 물기 빠진 태백의 주목 관목 가지로 피어나던 눈 같은 상고대는 살며시 얼굴 붉히며 이 순간을 함께 하니 ​ 발아래 우뚝 솟는 긴 세월 천년 풍파 온몸에 피돌기가 한없이 되살아나고 웅장한 네 모습으로 장쾌함을 표출한다. 한강은 흐른다 - 권영국 / 2003/03/07 - 금대산 고목 샘아 하얗게 햇살 먹고 한강 길 계곡으로 갈증 난..

<권영국> 백목련 / 비가내리면 / 봄이오는소리 / 봄1 / 봄2

​ 백목련 - 권영국 / 2003/03/11 - 겨우내 진저리친 동면의 가슴앓이 움트는 젖 몽우리 만지작대는 바람 쉼 없이 몸살을 앓는 오금 저리던 가슴 ​ 불 바람 하염없이 닦달하다 비겨대고 뽀로르 달려들어 달게구는 햇살 한 톨 살포시 바리작 대면 수줍음이 보삭보삭 ​ 살 그래 바름바름 가슴 끈 풀어헤치면 치닫는 신음으로 퉁기는 숨찬 절정 툭 터진 달 보드레한 우윳빛 젖가슴 ​ *달게구는 : 붙잡고 매달려 조르다. *보삭보삭 : 살이오르는 모양 *살그래 : 살그머니. *바름바름 : 바라진틈으로 조심스럽게 살피거나 더듬는모양 비가 내리면 - 권영국 / 2003/03/05 - 소주로 헹궈내던 쓰디쓴 그리움이 휘어진 마음 자락 힘겹게 흔들리고 울컥 인 한 줌 눈물로 지울 수 없는 걸까? ​ 청승을 떨고있는 ..

<권영국> 벚꽃/백두옹/세월이라한다네/은빛물고기의비애/뿌리

​ 벚 꽃 - 권영국 / 2003/04/15 - 우르르 구름처럼 하얗게 몰려들어 곤두선 치솟음에 꽃 물을 질금질금 미친 듯 날아다니는 흥분한 웃음 살 ​ 바람에 울먹임을 흥건히 품에 안고 후루룩 사정없이 하얗게 무너지며 까르르 자지러지는 봄눈이 눈물짓다 백두옹白頭翁 - 권영국 / 2003/04/15 - 봄바람 살랑이다 하늘을 비질하면 허공에 매달린 가녀린 구름눈물 뚝 뚝 뚝 봄 언덕길을 적시던 화창한 날 ​ 부서진 햇살 한 톨 한 아름 눈부시면 땅껍질 겨드랑이 간질다 고개 드는 멈춰선 한줄기 꽃자루 무덤 가를 두리번 ​ 온몸을 감아 도는 두루마리 같은 전설 이승의 꽃 향기를 말없이 등 지고 홀로 이 고개 숙이는 붉은 꽃 백두옹 세월이라 한다네 - 권영국 / 2003/04/07 - 핏발이 문신처럼 새겨진 ..

<김회직> 물소리 / 목욕하기 / 바람은춤 / 죽화 / 고향노래

​ 물 소리 [신작시조] 대한민국시조시인 김 회 직 (森木林=sammoglim) *이 글은 지적재산임으로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음* 평생 가꾼 수풀 속에 바람결 찾아 앉아 한 생애 무더위를 세월따라 보내는데 물소리 예 이제 하늘땅을 내일로 이어가네. ​ - 단기 4335(2002). 10.4. 퇴고(推敲). 서울에서 - 목욕하기 [신작시조] 대한민국시조시인 김 회 직 (森木林=sammoglim) *이 글은 지적재산임으로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음* 미스 코리아는 미모를 위해 발가벗고 시인은 시를 위해 속마음을 까발린다. 이 세상 가장 아름다운 목욕은 봄비 마중 새싹 알몸. ​ 진짜 목욕은 몸 보다 마음이다. 마음보다 급한 것은 더러운 영혼이다. 목욕을 안 해도 좋은 것은 동심 천심 그 맑음. ​ - 단기 43..

[사이언스] 우주의 결말은 '빅 립' 아닌 '빅 크런치'일 수도…

[사이언스] 우주의 결말은 '빅 립' 아닌 '빅 크런치'일 수도… 초신성 1600개 관측한 결과 '가속 팽창' 확인, 암흑 에너지 양은 과거보다 5% 적게 나와 비즈한국 2024.03.04(월) 16:41:48 [비즈한국] 우주는 138억 년 전 빅뱅으로 시작되었다. 그렇다면 우주의 결말은 어떻게 될까? 현재 많은 천문학자들은 우주 팽창이 점점 빨라지는 가속 팽창이 벌어지고 있다고 추정한다. 시간이 흐를수록 우주 팽창을 가속하는 암흑 에너지의 위력은 더 거세지는 것 같다. 결국 우리 우주는 암흑 에너지로 인한 거센 팽창을 견디지 못하고 원자 단위로 산산히 찢어지는 최후를 맞이할 수 있다. 이를 ‘빅 립(Big Rip)’이라고 부른다. 빅 립은 오랫동안 우리 우주의 예정된 결말로 여겨졌다. 그런데 최근 우..

19[sr]우주,지구 2024.03.04

<김회직> 반구의고독 / 검은그림자 / 토끼풀 / 뿌리 / 길만들기 / 햇빛

​ 반구의 고독 [신작시조] 대한민국시조시인 김 회 직 (森木林=sammoglim) *이 글은 지적재산임으로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음* 고독이 나를 안고 반은 깔리고 반은 떴다.​ 만상이 죽은듯이 숨소리도 찌렁 우는 밤 커다랑게 쪼개저 입 벌리고 있는 우주의 중심 너는 발 밑에서 꿈틀대다 작열하여 열망을 불태우는 손끝을 벗어나 머리위에 반짝이는 별이 되고 나는 사위가 절연된 중심에서 허덕이는 일점 혈육 팔다리 휘둘러 아 팔다리 휘둘러 혈관을 퉁겨 먹물을 찍어 원을 그린다 동그래미가 제멋대로 쪼개저 버린 원반 속에 사랑과 미움이 진공이 되어 아귀다툼 삶과 죽음을 가로지르는 이 강물 너는 나의 부름에 하늘에서 무수한 별로 울고 너는 나의 부름에 무수한 비로 울어​ 너와 나 저 깊은 바다 속에서 소금으로 만나랴..

<백윤석> 백자속에뜬달/문장느루/문장느루2/마지막편지/스팸메일

​ 백자 속에 뜬 달 - 백윤석 - 오늘도 어김없이 백자 속에 달이 드네 어머니가 신주 모시듯 정성스레 닦아 놓은 누구도 가져가지 않을 저 백자 저수지. ​ 삼대가 모여사는 인적드문 초가집 새 달을 받기 위해 비워둔 그 속으로 뒤섞인 노오란 달은 경계없이 떠오르고. ​ 어머니는 달빛 뿌려 두엄을 만들어 호박이랑 채소랑을 맛나게 키우시네 빛나는 달빛을 받아 더 싱그런 저 빛깔. 문장부호, 느루 찍다* - 백윤석 * 2016년 경상일보 신춘문예 당선작 - 점 하나 못 챙긴 채 빈 공간에 갇히는 날 말없음표 끌어다가 어질머리 잠재우고 글 수렁 헤쳐 나온다, 바람 한 점 낚고 싶어 ​ 발길 잡는 행간마다 율격 잠시 내려놓고 어머니 말의 지문 따옴표로 모셔다가 들레는 몇 몇 구절을 초장으로 앉혀야지 ​ 까짓것, ..

<백윤석> 밤하늘 / 크레파스 / 도장집박씨 / 그림자 / 낙엽

​ 밤하늘 - 백윤석 - 어슬렁이는 추억을 미끼로 매어 달고 밤하늘에 낚시대를 길게 누워 드리우면 눈 멀은 작은 별 하나 깨작깨작 신호하네. ​ 길가에 나트륨등 드넓게 핀 빛 부러워 온 몸 살라 남늦은 별빛 달빛 흉낼 내다 기어이 제 빛 마져 잃고 달빛에 넘어가네. ​ 낚시 걸린 별을 따다 등불로 매어달고 어린 시절 별 헤던 추억에 잠기노라면 서러운 가슴 달래던 그 별 아직 깜빡이고. 크레파스 - 백윤석 - 색색의 병정들이 갑옷을 두르고 불려갈 날 기다리며 사열하고 서있네 어떤 건 불려 나갔다가 동강나 돌아오고 ​ 아마도 바깥세상은 치열한 전쟁터인듯 불려나간 것들마다 머리를 풀어헤치고 곳곳에 선혈을 묻히고 돌아오는 귀향길 ​ 개중에 온전한 것은 빈자리를 지키고 순국한 동료들을 애도하고 섰는데 그래도 한번..

안중식, 그의 붓끝에서 한반도는 호랑이가 됐다

그의 붓끝에서 한반도는 호랑이가 됐다 [아무튼, 주말] [김인혜의 살롱 드 경성] 그림으로 망국의 자존심 지킨 한국 근대미술사 대부 안중식 김인혜 미술사가 조선일보 입력 2024.03.02. 03:00업데이트 2024.03.02. 06:14 한반도 지형은 무엇을 닮았는가. 노인? 토끼? 호랑이? 원래 조선인은 한반도가 노인처럼 생겼다고 생각했다. 허리 굽히고 팔짱 낀 채 중국에 인사하는 형상, 이 생각이 중국을 향한 사대주의가 마땅하다는 주장을 뒷받침했다. 이후 조선의 지형이 토끼를 닮았다는 주장이 일본인 학자 고토 분지로에 의해 제기됐다. 1903년 ‘조선산맥론’에서 전라도는 토끼 뒷다리, 충청도는 앞다리, 황해도·평안도는 머리, 함경도는 귀, 강원도·경상도는 어깨에 해당한다고 했다. 하지만 고작 노인..

17[sr]역사,종교 2024.03.02

<백윤석> 강 / 거미 / 안나를보며 / 마흔의강가에서 / 발자국

​ 강 - 백윤석 / 2003/05/04 - 온 세상 곳곳으로 흐르던 강물이 높고 낮음 필요 없는 사람들 사이로 흘러 깊고 긴 장벽 쌓으며 서로를 가른다 ​ 낮은 데로 향한다는 가증스런 강의 위선 장벽 위에 우뚝 서 바라만 보는 그들 갈수록 더 깊어만 가는 사람 사이 깊은 골 ​ 우리는 어찌하여 다리를 놓지 않고 그저 바라만 보고 발만 동동 구르는가 하찮은 징검다리도 놓고 나면 편한 것을. ​ 거미 - 백윤석 / 2003/04/30 - 휘어진 여름의 허리를 감아 감아 열린 하늘 틈새로 새어 나는 물레 소리 조상의 슬픈 전설을 이우며 실을 짠다 ​ 흉측한 신의 형벌도 재주는 어쩌지 못해 곱디 고운 은실로 짠 끈적한 삶의 요람 지나는 날벌레들의 영혼을 뒤흔든다 ​ 은빛 그네 넋 잃은 너희가 잘못이다 아아! ..

<백윤석> 나눔에대하여 / 두물머리에서 / 낙엽 / 담쟁이 / 모란장

​ 나눔에 대하여 - 백윤석 / 2004/02/10 - 벌이 꽃에서 꿀을 따나, 꿀을 따 가나 영롱한 그 빛이 사그라지지 않는 것처럼 나눔은 늘 베풀어도 채워지는 요술 주머니 두물머리에서 - 백윤석 / 2003/12/08 - 산도 피곤하면 몸을 뉠 줄도 알아 푸른 물 한가운데 이부자릴 펴놓고 물안개, 상념으로 피는 호숫가를 넘나든다 땅거미 뉘엿뉘엿 어둠을 불러내어 노을빛 물가에 담금질로 몸 불리면 술 취해 뒹굴던 하늘도 까무르룩 잠이 든다 씨나락 같은 말들이 치렁치렁 늘어진 버들가지 잔소리에 바람이 휘휘 저여 달 낚는 나그네 삿대, 먼 발길 휘어잡고 하늘이며 산이며 나무며 들꽃이며 드넓은 가슴으로 모두 안아 재우는 밤이어도 아! 나는 두물머리에 찍힌, 잠 못드는 점 하나 낙 엽 - 백윤석 / 2003/1..

<이구학> 꽃은/쓴맛을보여주마/대/시조공부/봄의웃음/겨울햇살

꽃은… - 이구학 / 2001/12/17 / 2001년 샘터상 시조부문 장원작 - 꽃은… 피는 게 아냐 그리움이 터진 거지… 내 온몸의 피가 피가 열꽃되어 터진 게야… 꽃비로 당신 적시려 혼(魂)을 활활 태운 게야… ​ 쓴맛을 보여주마 - 이구학 / 2001/12/17 / 열린시조 2001년 겨울호 - 쓴맛을 보여주마 쌉쌀한 맛 보여주마​ 쓴맛은 진정제야, 심장을 안정시키고 피로 회복에 좋으며 입맛이 없을 때 그 맛을 당겨주나니, 열을 내려 염증을 낫게 하고 통변을 돕느니, 발끈 신경질을 잘 내거나 제 뜻대로 안 된다고, 팽그르르 돌아않는 그대여 먹어 보라. 오대 점봉 방태 가리왕 박지 용문 회문 지리산의, 진부 정선 인제 원통 순창 남원 화계 장터에 쓴맛 나는 파 쑥새 씀바귀며 구기자, 상추에 쇠귀나물..

<이구학> 할미꽃 / 예언 / 목욕탕에서 / 맨드라미 /열쇠

할미꽃 - 이구학 / 2002/08/16 - 하고픈 말 하 많아도 내 꾹 눌러 참았다. 머리론 하늘이고 발론 땅 옴키고도... 팽팽한 세월이 조인, 울 할머니 허리여! 예언(豫言) - 이구학 / 2002/07/13 / 열린시조 2002년 여름호 - 휘날리던 태극기가 몸살을 앓고 있네.​ 한 예언자 있었다네, 동방 땅 한 켠에다 상을 하나 차렸다네, 가운데 큰 사발놓 고 수라상을 차렸다네. 사발에 S자 눕혀 굽이굽이강 그린 후에 강북에는 진달래 꽃 강남에는 푸른 하늘 四方의 귀에다는 손님접대 잘하라고 젓가락도 가지런히, 가지런히 놓았다네. 젓가락 들고서 둘러앉은 손님들 어쩌면, 어쩌면 잘도 잘도 차렸구나 한 점이라도 더 먹겠다고 아옹다옹 치고받아 다 먹은 뼈다귀를 슬그머 니 귀에 놓았다네. 서북방엔 긴뼈 ..

<윤성의> 대숲에/백제의/개꿈/탐욕/몸무게/개이야기/이런생각/소금밭/다리

대숲에 서면 - 2004.01.06 / 윤성의 - 객적은 뱃살이 시덥잖아 보이던가​ 무에 그다지 채울 게 많더냐 고​ 가볍게 되도록 가볍게 비워보라 귀띔하네. ​ ​ 백제의 눈빛 1 - 금동용봉봉래산향로- /2003.04.13 / 윤성의 천 몇 백년 그 긴 잠 함묵의 굴속에서 망국 한 곰 삭혀온 금동 용봉봉래산향로 역사를 뛰어 넘어서 어둠 씻고 눈뜬다. ​ 누가 백제를 죽었다 말하는가​ 몸 비록 흩었어도 혼 불은 이었거니 긴 세월 잊혔던 불빛 오늘 다시 비치나니. ​ 왕조는 묻혔건만 그 얼은 되살아서​ 뜸직한 얼굴로 역사 앞에 나앉으며​ 억지에 눈감긴 세월 벗으라 눈짓한다. ​ ​​ 개꿈 - 2003.01.12 / 윤성의 - 나른한 오후 달디단 낮잠에 들다 ​ 한적한 시골 마을, 초가 지붕 위에 박이 지..

<심성보> 어항 / 서시 / 파도지나간자리 / 당신이있어 / 시조한수

어항 - 심성보 / 하늘빛 고운 당신 / 그림공장 / 2004년 10월 - 부릅뜬 퉁망울눈 못생긴 흑붕어 한 놈 뽐내는 금붕어 열 놈 한방에서 해작해작 언제나 기죽지 않고 흑붕어는 씩씩해 * 작품해설 : 아름다운 빛깔과 몸매로 한껏 뽐내는 금붕어들 속에 외양도 빛깔도 섞일 수 없는 흑붕 어, 그러나 주변에 구애받지 않고 자신의 삶을 구가해가는 줏대 있는 삶을 엿볼 수 있는 작품이다. 단순히 아이들 눈에 뵈는 것만 그린 것 같은 동시조이지만 깊은 뜻을 담고 있어 어른 독자들을 불러 모으기에도 부족함이 없다. 어항은 공존과 조화의 장이다. 황금일색의 금붕어만으로 자칫 단조로울 수 있는 어항에 흑붕어 한 마리가 섞여 있어 보기에도 좋다. 열 마리 속에 놓인 흑붕어의 심사는 움 츠리고만 있을까. 그렇지 않다. ..

<이태극> 서해상의낙조/삼월은/산딸기/짝은떠나고/자화상/시조송

서해상의 낙조 - 부제 : 탐라시조기행초 / 월하 이태극, 1957 / (1957) - 어허 저거, 물이 끓는다. 구름이 마구 탄다. 둥둥 원구(圓球)가 검붉은 불덩이다. 수평선 한 지점 위로 머문 듯이 접어든다. ​ 큰 바퀴 피로 물들며 반 남아 잠기었다. 먼 뒷섬들이 다시 환히 얼리더니 아차차, 채운(彩雲)만 남고 정녕 없어졌구나. ​ 구름빛도 가라앉고 섬들도 그림진다. 끓던 물도 검푸르게 잔잔히 숨더니만 어디서 살진 반달이 함(艦)을 따라 웃는고 삼월은 - 1984 중학교 교과서 수록 / 월하 이태극 - 진달래 망울 부퍼 발돋움 서성이고 쌓은 눈도 슬어 토끼도 잠든 산 속 삼월은 어머님 품으로 다사로움 더 겨워. ​ 멀리 흰 산이마 문득 다금 언젤런고 구렁에 물 소리가 몸에 감겨 스며드는 삼월은 젖..

<정완영> 분이네살구나무 / 고향은없고 / 고향생각 / 부자상

분이네 살구나무 - 정완영 / (1969) - 동네서 젤 작은 집 분이네 오막살이 동네서 젤 큰나무 분이네 살구나무 밤사이 활짝 펴 올라 대궐보다 덩그렇다. 고향은 없고 - 정완영 / (1969) - 고향에 내려가니 고향은 거기 없고 고향에서 돌아오니 고향은 거기 있고…… 흑염소 울음소리만 내가 몰고 왔네요 고향 생각 - 정완영 / (1969) - 쓰르라미 매운 울음이 다 흘러간 극락산 위 내 고향 하늘빛은 열무김치 서러운 맛 지금도 등 뒤에 걸려 사윌 줄을 모르네. 동구 밖 키 큰 장승 십리 벌을 다스리고 풀수풀 깊은 골에 시절 잊은 물레방아 추풍령 드리운 낙조에 한 폭 그림이던 곳. 소년은 풀빛을 끌고 세월 속을 갔건마는 버들피리 언덕 위에 두고 온 마음 하나 올해도 차마 못 잊어 봄을 울고 갔더란다..

<정완영> 조국 / 가을아내 / 설화조 / 나무는 / 애모

조국 - 정완영 / (1969) - 행여나 다칠세라 너를 안고 줄 고르면 떨리는 열 손가락 마디마디 에인 사랑 손 닿자 애절히 우는 서러운 내 가얏고여 둥기둥 줄이 울면 초가 삼간 달이 뜨고 흐느껴 목메이면 꽃잎도 떨리는데 푸른 물 흐르는 정에 눈물 비친 흰 옷자락 통곡도 다 못하여 하늘은 멍들어도 피맺힌 열 두 줄은 굽이굽이 애정인데 청산아, 왜 말이 없이 학(鶴)처럼만 여위느냐. 가을아내 - 정완영 / (1969) - 한 잔 술 등불 아래 못 달랠 건 정일레라 세월이란 푸섶 속에 팔베게로 지쳐 누운 당신은 귀뚜리던가 내 가슴에 울어쌓네 저 몸에 목숨 있으면 얼마나를 남았으랴 내 눈길 가다 멎은 갈잎 같은 손을 두고 생각이 시름에 미쳐 길피 못 잡겠고나 젊음은 아예 무거워 형기처럼 마쳤느니 이제는 풀어..

이승만문학2) 이승만의 작시 활동과 한시세계 / 허경진

​ ▲ 제100회 이승만 포럼에서 발표하는 허경진 연세대 객원교수 이승만 시 '고목가'는 최남선 보다 10년 앞선 한국 최초의 신체시(新體詩) - 뉴데일리 / 허경진 교수 2019-06-24 / 제100회 이승만포럼 학술회의 발표문, 2019.6.18 - 이승만의 작시 활동과 한시세계 - 허 경 진 (연세대 객원교수) - 1. 머리말 : 전근대시대 세 가지의 문학 형태 우남(雩南) 이승만(李承晩, 1875~1965)은 타고난 시인이 아니라 정치인이었지만, 젊은 시 절부터 노년에 이르기까지 많은 한시를 지었다. 이승만의 작시(作詩) 활동을 이해하려면 조 선시대 사람들이 문학작품을 향유한 방법과 그 이유를 알아야 한다. 조선시대 사람들은 문 학을 일상생활에서 즐겼는데, 일부 예외는 있지만 대개 신분이나 직업..

이승만문학1) 이승만 작 <고목가>의 문학사적 연구 / 이복규

​ ▲ 제102회 이승만 포럼에서 발표하는 이복규 서경대 문화콘텐츠학과 교수 한국 최초의 '신체시 古木歌' -청년 이승만의 작품을 최초로 연구 발표 - 뉴데일리 / 이복규 서경대교수 2019-08-26 / 제102회 이승만 포럼 발표문 전문, 2019.8.20. - 이승만 작 의 문학사적 연구 - 이복규(서경대 문화콘텐츠학과 교수) - Ⅰ. 머리말 이승만 작 한글 율문 의 문학사적 의의는 무엇일까? 오늘 강연의 주제이다. 이 작품에 대해서는 이미 몇몇 학자가 연구한 적이 있다. 견해 차이가 없는 것도 있고, 대 립되어 있는 것도 있다. 이 강연에서는, 의견이 일치하는 것에 대해서도 말하겠지만, 필자 가 이번에 새로 발견한 사실들에 더 비중을 두려고 한다. 기존에 밝혀진 사실도 필자의 관 점에서 적극 해석..

<이승만> 고목가外 詩篇들과 건국전쟁

▲ 죄수복을 입은 이승만(왼쪽끝)이 기독교를 전도하여 개종한 전직고관 양반들과 자제들. 앞줄 왼쪽 부터 강원달, 홍재기,유성준, 이상재, 김정식. 뒷줄 왼쪽부터 안명선,김린, 유동근, 이승인(이상재아 들), 무명의 소년(부친대신 복역중).ⓒ연세대이승만연구원. 죄수복을 입고 감옥살이를 하며 - 이승만 - 선비가 궁해지면 독서를 후회하니 벼슬이 빚어낸 삼년간의 감옥살이 쇠줄에 묶여 다니며 새롭게 정들지만 죄인 얼굴을 가린 용수를 쓰니 옛 친구도 낯설구나 예부터 영웅은 옷 속에라도 이가 있다는데 지금은 고기 없이 밥 먹는 나그네 신세 때가 되면 모든 일이 뜻대로 되리니 죽을지언정 장부의 마음 변함이 있으랴 * 우남은 스물 세 살에 한성감옥에 갇힙니다. 감옥에서 그의 몸은 매였지만, 마음은 시의 세계를 자 유롭..

<정인보> 殉國先烈追念文 / 기타추념사碑文 等

1946. 6. 15 부산에서 열린 삼의사 유골 봉환 기념식, 백범(앉은이) 뒤로 정인보 모습 殉國先烈追念文 (순국선열추념문) 대한민국 27년(1945) 12월 23일 임시정부 주석 김구는 순국선열 영령 앞에 아뢰나이다. 정인보 書 / 1945년 12월 23일 - 1945. 12. 23일 오후 2시 서울운동장에서 순국선열 추념행사가 열렸다. 국기게양, 애국가제창, 묵념 에 이어 장중한 아악이 연주되는 경건한 분위기 속에서 위당이 백범의 추념문을 대독하고 난 뒤 백범 이 추념문을 제단에 바치고 배례하니 광복군, 소년군, 각 단체, 군중도 차례로 경건하게 배례를 올렸 다. 다음 식익희 위원장의 추념사, 이화여전 합창단의 추념가 제창, 각 단체 대표의 추념사가 이어졌 고 충정공 민영환의 3자 민광식이 유족대표..

<정인보> 삼일절/광복절/개천절/제헌절/새해의노래/각학교교가

삼일절 노래 - 정인보 - 기미년 삼월 일 일 정오 터지자 밀물 같은 대한 독립 만세 태극기 곳곳마다 삼천만이 하나로 이날은 우리의 의요 생명이요 교훈이다 한강 물 다시 흐르고 백두산 높았다 선열하 이 나라를 보소서 동포야 이날을 길이 빛내자 광복절 노래 - 정인보 - 1 흙 다시 만져보자 바닷물도 춤을 춘다 기어이 보시려던 어른님 벗님 어찌하리 이날이 사십 년 뜨거운 피 엉긴 자취니 길이길이 지키세 길이길이 지키세 2 꿈엔들 잊을 건가 지난 일을 잊을 건가 다 같이 복을 심어 잘 가꿔 길러 하늘 닿게 세계의 보람될 거룩한 빛 예서 나리니 힘써 힘써 나가세 힘써 힘써 나가세 개천절(開天節) 노래 - 작사 정인보 / 작곡 김성태 - 1절 우리가 물이라면 새암이 있고 우리가 나무라면 뿌리가 있다 이 나라 한..

<정인보> 박연행 / 여수옥천사 / 십이애 / 문호암애사

1750년경 겸재 정선作 박연폭포(개인소장) 박연행(朴淵行) - 정인보 / / 제18호, 1931. 02. 01 - 其一 山허리 드믄 丹楓 聖居關이 저기로다 畵幅에 몸이 드니 꿈이란들 안좋으냐 運轉手 車몰지마소 내 興겨워 하노라 其二 한구비 도라들제 晴天風雨 急히 돌려 半空에 걸린 瀑布 눈에 벌써 어리인다 맘아니 바쁘리마는 곧 보일가 저어라 其三 四山*이 물러서니 성낸 물결 壯할시고 百五尺* 검은 石壁 한낮에도 陰森하다 쪽(藍)빛못 깊이 모르니 龍계신가* 하노라 * 金滄江 朴淵詩에 「四山都却立 一水忽飛來」 * 박연폭포의 길이가 105척이다 *「山간데 그늘이요 龍계신데 沼이로다」(崔都統 祠堂巫歌의 一節) 其四 狂風을 불어내고 되불리어 이리저리 어느덧 수정발(水晶簾)이 덩이덩이 눈(雪)이로다 골안에 때없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