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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순옥> 개나리 / 들국화 / 단풍 / 얼음새꽃 / 먼데산이다가와

개나리 - 유하(維夏) 나순옥(羅旬玉) - 살강살강 살얼음 풀리던 그 길목에서 당신을 만나고 가슴 파래지도록 당신을 기다리며 황사의 눈가림도 산들바람의 꼬드김도 견디어 냈습니다 비는 내리는데 젖은 고개 떨구고 지나는 이 마다 당신인 듯하여 곁눈질에 지친 내 얼굴을 그리움의 무게에 짓눌려 지고 말았습니다 꽃 진 자리 파란 잎은 아픔으로 돋고 전설되어 떠 도는 당신 이름에 슬픔은 심장 가득 철썩철썩 파도쳐도 그 길목 노란 등불 밝혀 끝없이 기다립니다 * 살강살강 : 설익은 곡식이나 열매 따위가 자꾸 가볍게 씹히는 소리. 또는 그 느낌 들국화 - 유하(維夏) 나순옥(羅旬玉) - 실핏줄 뒤얽히듯 얽혀버린 그 고리들을 올올이 풀어내고 한짐의 고통 산모롱이에 부려놓은 꽃 ​ 몸에 닿는 실낱 같은 인연마저 다 지우고..

산성길58(아프락사스, 24/03/11, 단공-불망-남문-남옹성-시구문-종로, Tornero / Santo California)

요즈음 – 산성길58(아프락사스) – 아직은 쌀쌀한 봄날 앙상한 숲 속 우듬지 흐르는 물관부에 피톨들 쿵쿵거리고 움트는 아프락사스는 꿈틀대며 엿보고 배달9221/개천5922/단기4357/서기2024/03/11 이름없는풀뿌리 라강하 * 우듬지 : 나무줄기의 끝 부분 * 피톨(phytol) : 혈액의 고체 성분으로 혈장 속에 떠다니는 세포. 적혈구, 백혈구, 혈소판이 있다. * 아프락사스Abraxas : 스위스의 정신의학자 칼 융이 사용한 고대 신의 이름으로, 양극적인 것을 포 괄하는 신성을 말한다. 우주 최초의 에너지는 반드시 상반된 성질을 동시에 갖고 있다. 끌어당기고 뻗어나가는 작용이 바로 그것이다. 동양에서는 이것을 음과 양이라 하며, 자석이 N극과 S극을 동시에 갖고 서로 밀고 당기는 이유가 바로 ..

<나순옥> 새벽공단 / 일기예보 / 윤달 / 9월 / 번개

새벽공단 - 유하(維夏) 나순옥(羅旬玉) / 1994년 《조선일보 신춘문예》 시조 당선작 - 나른한 신새벽 가슴팍 두드리고 종소리 되돌아가는 회색 벽 공단 구역 밤 새운 공적 조서가 철망 위에 걸렸다. 피곤한 시간들이 더께로 엉겨붙어 야적장 포장 아래 선하품을 하고 있다 핏기를 잃은 외등은 잔기침만 해 대고. 등 굽은 소망들이 고철로 쌓인 자리 차라리 용광로를 가슴으로 껴안으면 의지의 굴뚝 끝에서 푸른 연기 뿜을까. * 더께 : ①몹시 찌든 물건에 앉은 거친 때 ② 겹으로 쌓이거나 붙은 것. 또는 겹이 되게 덧붙은 것 일기예보 - 유하(維夏) 나순옥(羅旬玉) - 꽃샘추위 그 기승에 개화, 늦출 수야 있겠지 낮게 낮게 엎드린 가슴마다 불덩인데 온 강토 빙하로 덮은들 화산폭발 막겠는가. 윤달 - 유하(維夏)..

<나순옥> 다시유랑의 / 강가암벽 / 미이라 / 고삐잡혀 / 못2

다시 유랑시대로……? - 유하(維夏) 나순옥(羅旬玉) / 2007/07/12 - 뒤웅박 나무숟가락 이 빠진 막사발까지 다 챙겨 짊어져도 얄팍한 살림살이 허기져 떠돌던 할아버지 질경이처럼 발붙인 곳 ​ 부뚜막 황토맥질 맨손으로 가다듬은 아버지 머물고 싶은 마음, 물 항아리 깊이 묻고 푸성귀 거친 밥일망정 달디달게 받으시며 ​ “등 따시고 배부르면 그로 족하제 암만, 그려” 비바람 스며드는 집 소탈한 웃음 묻어나고 이불 속 달박달박한 자식들 그저, 자랑거린데 ​ 우렁이 새끼 제 어미 살 다 파먹고 기어나가듯 뼛속까지 텅 비어도 내색 한 번 못하고 버겁진 온 몸을 밀어 넓은 세상 길을 트니 ​ 자고나면 껑충 뛰는 부동산 시세 쫓아 철새처럼 무리무리 짐을 싸는 세대들 실뿌리, 그마저 끊겨 道理는 멀고 먼 얘기 ..

<나순옥> 고향 / 귀농일기(눈먼땅, 저런저런) / 사랑으로1 / 어머니

고 향 - 유하(維夏) 나순옥(羅旬玉) - 잉걸불로 펴오르던 그리움도 사위고 미워 할 그 무엇도 남지 않은 세월 밖에서 끝끝내 지우지 못한 종두 자국 같은 것아. * 잉걸불 : ① 불이 이글이글하게 핀 숯덩이 ② 다 타지 아니한 장작불 * 작품해설 / 조옥동 : 이 시조를 읽으면서 나순옥 시인의 꼭 아물은 입술사이로 비집고 나오는 호흡을 느낄 수 있다. 지우고 싶어도 끝내 지우지 못한 종두자국 같은 것아 죽을 때까지 잊지 못할 것 사람이 사람을 만나면 묻고 싶은 그것아 어머니의 품속 체취 같은 시조 「고향」에서 「종두자국 같은 것아」, 「잉걸불로 타오르던 그리움」, 이 몇 마디가 나로 하여 금 한동안 멀리 감춰 둔 '고향'의 이미지에 덮인 고운 먼지를 털어 내게 한다. 너무 안이한 생각으로 풀어 두었던 ..

<이경희>집으로가는길/빈집/글이숨쉬는집/인연/웃어봐/가을날/나들이

집으로 가는 길 - 이경희(李京姬) - 창 너머 흘러가는 흰 구름 조각들은 꿈꾸는 사람들의 소박한 마음자락 지친 몸 추스르면서 신록 한 입 베문다. 천둥과 번개치고 소나기 퍼부어도 묵묵히 두 손 모아 기도하는 낮은 음성 병마와 멀어질 다짐 차돌처럼 여문다. 솔바람 맑은 햇살 온몸을 감싸 안아 하나 둘 씩 내려놓고 집으로 가는 길에 가득한 저 산의 神韻 눈길 오래 머문다. * 신운(神韻) : 신운(神韻)의 뜻을 풀어보면 신비스러우며 고아(高雅)한 운치(韻致), 즉 고상한 품격 (品格)에서 나타나는 풍치(風致)나 멋을 뜻한다. 다시 말해서 인품에 대한 경우에는 수일(秀逸)한 기 개(氣慨)를, 예술에 대한 경우에는 고상한 풍미(風味)를 뜻한다. 중국 당대(唐大)의 시인 사공도(司 空圖)는 에서 “음식에는 신맛..

<권영국> 태백산 / 한강은흐른다 / 횟집 / 첫사랑 / 고추잠자리

태백산 - 권영국 / 2003/02/11 - 바람이 문풍지를 붙들며 구시렁대다 어둠 속 개 짖는 소리로 잠이 들면 새벽 닭 회 치는 소리로 오감은 열리고 ​ 숨차게 발 밑으로 벗기는 산등성이 천만년 세월동안 약속을 기다린 듯 서서히 태백의 자태가 빗장을 풀어내니 ​ 용광로 쇳물을 부은 듯이 이글이글 동해를 박차고 떠오는 붉은 해 영겁의 청년 주목을 벅차게 끌어안는다. ​ 칼바람 물기 빠진 태백의 주목 관목 가지로 피어나던 눈 같은 상고대는 살며시 얼굴 붉히며 이 순간을 함께 하니 ​ 발아래 우뚝 솟는 긴 세월 천년 풍파 온몸에 피돌기가 한없이 되살아나고 웅장한 네 모습으로 장쾌함을 표출한다. 한강은 흐른다 - 권영국 / 2003/03/07 - 금대산 고목 샘아 하얗게 햇살 먹고 한강 길 계곡으로 갈증 난..

<권영국> 백목련 / 비가내리면 / 봄이오는소리 / 봄1 / 봄2

​ 백목련 - 권영국 / 2003/03/11 - 겨우내 진저리친 동면의 가슴앓이 움트는 젖 몽우리 만지작대는 바람 쉼 없이 몸살을 앓는 오금 저리던 가슴 ​ 불 바람 하염없이 닦달하다 비겨대고 뽀로르 달려들어 달게구는 햇살 한 톨 살포시 바리작 대면 수줍음이 보삭보삭 ​ 살 그래 바름바름 가슴 끈 풀어헤치면 치닫는 신음으로 퉁기는 숨찬 절정 툭 터진 달 보드레한 우윳빛 젖가슴 ​ *달게구는 : 붙잡고 매달려 조르다. *보삭보삭 : 살이오르는 모양 *살그래 : 살그머니. *바름바름 : 바라진틈으로 조심스럽게 살피거나 더듬는모양 비가 내리면 - 권영국 / 2003/03/05 - 소주로 헹궈내던 쓰디쓴 그리움이 휘어진 마음 자락 힘겹게 흔들리고 울컥 인 한 줌 눈물로 지울 수 없는 걸까? ​ 청승을 떨고있는 ..

<권영국> 벚꽃/백두옹/세월이라한다네/은빛물고기의비애/뿌리

​ 벚 꽃 - 권영국 / 2003/04/15 - 우르르 구름처럼 하얗게 몰려들어 곤두선 치솟음에 꽃 물을 질금질금 미친 듯 날아다니는 흥분한 웃음 살 ​ 바람에 울먹임을 흥건히 품에 안고 후루룩 사정없이 하얗게 무너지며 까르르 자지러지는 봄눈이 눈물짓다 백두옹白頭翁 - 권영국 / 2003/04/15 - 봄바람 살랑이다 하늘을 비질하면 허공에 매달린 가녀린 구름눈물 뚝 뚝 뚝 봄 언덕길을 적시던 화창한 날 ​ 부서진 햇살 한 톨 한 아름 눈부시면 땅껍질 겨드랑이 간질다 고개 드는 멈춰선 한줄기 꽃자루 무덤 가를 두리번 ​ 온몸을 감아 도는 두루마리 같은 전설 이승의 꽃 향기를 말없이 등 지고 홀로 이 고개 숙이는 붉은 꽃 백두옹 세월이라 한다네 - 권영국 / 2003/04/07 - 핏발이 문신처럼 새겨진 ..

<김회직> 물소리 / 목욕하기 / 바람은춤 / 죽화 / 고향노래

​ 물 소리 [신작시조] 대한민국시조시인 김 회 직 (森木林=sammoglim) *이 글은 지적재산임으로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음* 평생 가꾼 수풀 속에 바람결 찾아 앉아 한 생애 무더위를 세월따라 보내는데 물소리 예 이제 하늘땅을 내일로 이어가네. ​ - 단기 4335(2002). 10.4. 퇴고(推敲). 서울에서 - 목욕하기 [신작시조] 대한민국시조시인 김 회 직 (森木林=sammoglim) *이 글은 지적재산임으로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음* 미스 코리아는 미모를 위해 발가벗고 시인은 시를 위해 속마음을 까발린다. 이 세상 가장 아름다운 목욕은 봄비 마중 새싹 알몸. ​ 진짜 목욕은 몸 보다 마음이다. 마음보다 급한 것은 더러운 영혼이다. 목욕을 안 해도 좋은 것은 동심 천심 그 맑음. ​ - 단기 4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