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글 4442

목가시인부록9) 신석정(辛夕汀) 세부 연보와 바로알기

■ 부록9) 신석정(辛夕汀) 세부 연보와 바로알기 □ 부록9-1) 신석정(辛夕汀) 시인 세부 연보(年譜) □ 부록9-2) 신석정(辛夕汀) 시인 탄생과 시집 소개 □ 부록9-3) 신석정(辛夕汀) 주요 작품 감상 □ 부록9-4) 석정(夕汀)의 지조와 사랑 그리고 미당의 처신 □ 부록9-1) 신석정(辛夕汀) 시인 세부 연보(年譜) 한국 시 문학사의 거목 신석정 선생님 바로알기(上) 2018.03.17 석정문학관, 강사: 기세원 시인 부안인터넷신문승인 2019.01.07 17 (편집자 주: 석정문학관 연간 사업계획 '석정이야기 들려주기' 에 기세원 시인(부안농협 백산지점장)이 2018.3.17 특강한 내용을 3회로 나눠 소개합니다.) - 1964년생. 전북 부안군 하서면 출생. - 상서초등학교.하서중학교.부안고..

<신석정> 어느지류에서서 / 전아사 / 꽃덤불 / 등불 / 대바람소리

어느 지류(支流)에 서서 - 신석정 /『문장』, 1941.3 - 강물이 아래로 강물이 아래로 한 줄기 어두운 이 강물 아래로 검은 밤이 흐른다 은하수가 흐른다 낡은 밤에 숨 막히는 나도 흐르고 은하수에 빠진 푸른 별이 흐른다 강물 아래로 강물 아래로 못 견디게 어두운 이 강물 아래로 빛나는 태양이 다다를 무렵 이 강물 어느 지류에 조각처럼 서서 나는 다시 푸른 하늘을 우러러 보리...... 전아사(餞迓詞) - 신석정 / 시집 『산의 서곡』, 1967 - 포옹(抱擁)할 꽃 한 송이 없는 세월을 얼룩진 역사(歷史)의 찢긴 자락에 매달려 그대로 소스라쳐 통곡하기에는 머언 먼 가슴 아래 깊은 계단(階段)에 도사린 나의 젊음이 스스러워 멈춰 선다. 좌표(座標) 없는 대낮이 밤보다 어둔 속을 어디서 음악(音樂) 같..

<신석정> 아직촛불을/임께서부르시면/봄을부르는/지도/망향의노래

아직 촛불을 켤 때가 아닙니다. - 신석정 / (1933) - 저 재를 넘어가는 저녁 해의 엷은 광선들이 섭섭해 합니다. 어머니, 아직 촛불을 켜지 말으셔요. 그리고 나의 작은 명상의 새 새끼들이 지금도 저 푸른 하늘에서 날고 있지 않습니까? 이윽고 하늘이 능금처럼 붉어질 때 그 새 새끼들은 어둠과 함께 돌아온다 합니다. 언덕에서는 우리의 어린 양들이 낡은 녹색 침대에 누워서 남은 햇볕을 즐기느라고 돌아오지 않고 조용한 호수 위에는 인제야 저녁 안개가 자욱히 나려오기 시작하였습니다. 그러나 어머니, 아직 촛불을 켤 때가 아닙니다. 늙은 산의 고요히 명상하는 얼굴이 멀어가지 않고 머언 숲에서는 밤이 끌고 오는 그 검은 치맛자락이 발길에 스치는 발자국 소리도 들려오지 않습니다. 멀리 있는 기인 둑을 거쳐서 ..

<신석정> 그먼나라를/슬픈구도/작은짐승/들길에서서/차라리한그루푸른대로

그 먼 나라를 알으십니까 - 신석정 / (1939) - 어머니 당신은 그 먼 나라를 알으십니까? 깊은 森林帶를 끼고 돌면 고요한 湖水에 힌물새 날고 좁은 들길에 野薔薇 열매 붉어 멀리 노루새끼 마음 놓고 뛰어 다니는 아무도 살지않는 그 먼 나라를 알으십니까? 그 나라에 가실때에는 부디 잊지마서요 나와 가치 그 나라에 가서 비둘기를 키웁시다 어머니 당신은 그 먼 나라를 알으십니까? 山비탈 넌즈시 타고 나려오면 양지밭에 힌염소 한가히 풀뜯고 길솟는 옥수수밭에 해는 저물어 저물어 먼 바다 물소리 구슬피 들려오는 아무도 살지않는 그 먼 나라를 알으십니까? 어머니 부디 잊지 마서요 그때 우리는 어린洋을 몰고 돌아옵니다 어머니 당신은 그 먼 나라를 알으십니까? 五月 하늘에 비둘기 멀리 날고 오늘처럼 촐촐히 비가 나..

<서정주(친일)> 노을/동천/자화상/영산홍/무등을보며/추천사/춘향유문/화사/문둥이

노을 - 서정주 / p83, 1948 - 노들강 물은 서쪽으로 흐르고 능수 버들엔 바람이 흐르고 ​ 새로 꽃이 핀 들길에 서서 눈물 뿌리며 이별을 허는 우리 머리 우에선 구름이 흐르고 ​ 붉은 두볼도 헐덕이든 숨 ㅅ결도 사랑도 맹세도 모두 흐르고 ​ 나무 ㅅ닢 지는 가을 황혼에 홀로 봐야할 연지 ㅅ빛 노을. * 노들 : 예전의 과천 땅으로 지금의 한강 남쪽 노량진동 일대 * 능수버들 : 버드나무과의 낙엽활엽교목, “고려수양”이라고도 함. 동천(冬天) - 서정주 / 『현대문학』 137호, 1966.5 - 내 마음 속 우리 임의 고운 눈썹을 즈믄 밤의 꿈으로 맑게 씻어서 하늘에다 옮기어 심어 놨더니 동지 섣달 나르는 매서운 새가 그걸 알고 시늉하며 비끼어 가네. * 작품해설 : 3음보 율조의 5행 한 문장으..

<서정주(친일)> 꽃밭의독백/귀촉도/국화옆에서/상리과원/견우/신부/해일/부활/다시밝는날에

2023/09/14일 오전 절정을 이루고 있는 전남 영광 불갑사 꽃무릇의 화사한 자태 조선일보/김영근 기자 꽃밭의 獨白 - 娑蘇 斷章 / 서정주 / 『사조(思潮)』 창간호, 1958. 6 / 1961, 정음사 - 노래가 낫기는 그중 나아도 구름까지 갔다간 되돌아오고, 네 발굽을 쳐 달려간 말은 바닷가에 가 멎어 버렸다. ​ 활로 잡은 山돼지, 매(鷹)로 잡은 山새들에도 이제는 벌써 입맛을 잃었다. ​ 꽃아. 아침마다 開闢하는 꽃아. 네가 좋기는 제일 좋아도, 물낯바닥에 얼굴이나 비취는 헤엄도 모르는 아이와 같이 나는 네 닫힌 門에 기대섰을 뿐이다. ​ 門 열어라 꽃아. 門 열어라 꽃아. 벼락과 海溢만이 길일지라도 門 열어라 꽃아. 門 열어라 꽃아.​ ※ 娑蘇는 新羅 始祖 朴赫居世의 어머니. 處女로 孕胎하..

<노천명(친일)> 사슴/자화상/장날/고독/별을/푸른오월/남사당/이름없는/누가

사 슴 - 노천명 / (1938) - 모가지가 길어서 슬픈 짐승이여 언제나 점잖은 편 말이 없구나 관(冠)이 향기로운 너는 무척 높은 족속(族屬)이었다 보다. 물 속의 제 그림자를 들여다 보고 잃었던 전설을 생각해 내고 어찌할 수 없는 향수(鄕愁)에 슬픈 모가질 하고 먼 데 산을 바라본다. 자화상 - 노천명 / 시집 『산호림』, 1938 - 5척 1촌 5푼 키에 2촌이 부족한 불만이 있다. 부얼부얼한 맛은 전혀 잊어버린 얼굴이다. 몹시 차 보여서 좀체로 가까이하기 어려웠다. 그린 듯 숱한 눈썹도 큼직한 눈에는 어울리는 듯도 싶다마는..... 전시대(前時代) 같으면 환영을 받았을 삼단 같은 머리는 크럶지한 손에 예술품답지 않게 얹혀져 가냘픈 몸에 무게를 준다. 조그마한 거리낌에도 밤잠을 못 자고 괴로워하는..

<김해강(친일)> 출범/봄을폐허/새날기원/산상고창/가던길/국경/슬픔/학으로만

1903년 4월 15일 대한제국 고종 황제가 발주하고 일본의 미쓰이물산합명회사가 납품한‘군함’이 인천항에 모습을 드러낸다. 고종 황제는 이 배에‘양무’(揚武)라는 이름을 붙인다. 일본에 속아 55만원에 사서 고 물처럼 방치되다가 1909년 일본에 다시 4만여 원에 매각. 일본의 수송선으로 이용되다가 1960년 철광석을 싣고 싱가포르로 가던 중 침몰하여 그 운명을 다한다. 고종 황제는 배 한 척을 더 들여왔었다. 이름하여 광제호. 이 배는 상선을 개조한 배 아닌 진짜 군함이었지만 이 배 역시 침략자를 향해 대포 한 번 못 쏴보고 일본 해군으로 편입됐고 끈질기게 살아남아 해방까지 보게 되는데, 그때 일본인들의 철수선으로 이용된다. 출범(出帆)의 노래-계유원단(癸酉元旦)에 - 김해강 / 1926, [조선 지광..

목가시인부록8) 신석정(辛夕汀)을 왜 저항시인이라 하는가?

■ 부록8) 신석정(辛夕汀)을 왜 저항시인이라 하는가? □ 부록8-1) 신석정(辛夕汀) 시인은 누구인가? □ 부록8-2) 신석정(辛夕汀)-“韓醫와 佛典 버리고 詩의 길 열어” □ 부록8-3) 친일에 빠진 서정주, 그를 걱정한 선배 시인 신석정 □ 부록8-1) 신석정(辛夕汀) 시인은 누구인가? 신석정(1907-1974) 시인의 본명은 석정錫正, 관향은 영월寧越이고, 아호는 석정夕汀을 주로 썼다. 구 한말 간재艮齋 전우田愚문하에서 유학을 닦으신 신기온辛基溫과 이윤옥李允玉의 차남으로 1907년 7월 7일 전라북도 부안군 동중리에서 태어났다. 부안보통학교를 졸업한 뒤 향리에서 한문을 수학하였다. 일찍이 망국의 한에 젖은 시인은 명리보다 시문의 길을 걸었다. 1924년 조선·동아·중앙의 지상에 시를 발표하였다. ..

친일시인부록7) 김동환과 노천명의 친일을 어떻게 볼 것인가?

『사진작가 육명심(陸明心)의 작품을 통해 본 그 때 그 시절』에서■ 부록7) 김동환과 노천명의 친일을 어떻게 볼 것인가?□ 부록7-1) 파인 김동환, 일제에 엎드려 ‘웃은 죄’□ 부록7-2)‘부친의 친일 죄과 민족 앞에 사죄’김동환 3남 김영식씨□ 부록7-3) 노천명, 여성 화자를 앞세운 친일시들□ 부록7-4)‘사슴의 시인’노천명은 왜 그토록 구차했을까?□ 부록7-5) 盧天命과 趙敬姬 兩人에 死刑求刑□ 부록7-1) ‘파인 김동환, 일제에 엎드려 ‘웃은 죄’이 풍진 세상에 / 친일문학 이야기 / by 낮달2018 2020. 12. 16.서사시 ‘국경의 밤’과 ‘산 넘어 남촌에는’의 시인 김동환의 친일 부역이 글은 2019년 5월에 출판된 단행본『부역자들-친일 문인의 민낯』(인문서원)의 초고임.[관련 기사 ..

친일시인부록6) 김해강의 친일을 어떻게 볼 것인가?

하루 아침에 사라진 김해강 '친일 단죄비'…'누가 이런 짓을?'(2021/07/01 연합뉴스) ■ 부록6) 김해강의 친일을 어떻게 볼 것인가? □ 부록6-1) 전북출신 문인들의 친일논란 새전북신문 - 2003.08.14 지금으로부터 꼭 1년전 국회 의원회관에서는 선배들의 과오를 사죄한다는 문인들의 선언이 있었다. 민족문학작가회의와 민족문제연구소·계간 실천문학 등이 중심이 된 이들은 친일문학인 42명의 명단 을 발표하는 침통한 뉴스를 전했다. 문단의 친일시비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지만 이날의 선언이 관 심을 모은 것은 42명의 문인을 엄선(?)하여 발표함으로써 그간 분분하게 진행돼온 친일문학인의 범주 를 일정부분 규정했기 때문이다. 마지막까지 남은 이들 중에 도내 출신은 시인 서정주와 김해강, 소 설가 ..

친일시인부록5) 김억과 주요한의 친일을 어떻게 볼 것인가?

『사진작가 육명심(陸明心)의 작품을 통해 본 그 때 그 시절』에서 ■ 부록5) 김억과 주요한의 친일을 어떻게 볼 것인가? □ 부록5-1) ‘안서(岸曙) 김억, 친일부역도 ‘오뇌의 무도’였나 □ 부록5-2) ‘주요한, ‘야스쿠니의 신’이 되도록 천황을 위해 죽으라 □ 부록5-1) ‘안서(岸曙) 김억, 친일부역도 ‘오뇌의 무도’였나 이 풍진 세상에 /친일문학 이야기 / by 낮달2018 2021. 1. 29. 조선 최초의 번역시집과 창작시집을 낸 소월의 스승 안서 김억 이 글은 2019년 5월에 출판된 단행본『부역자들-친일 문인의 민낯』(인문서원)의 초고임. [관련 기사 : 30년 문학교사가 추적한 친일문인의 민낯] ▲ 김억(1896~ ? ) ⓒ 민족문화대백과사전 우리나라 신문학의 첫 장을 연 사람들이 대부..

친일시인부록4) 이광수와 최남선의 친일을 어떻게 볼 것인가?

▲ 반민특위에 체포된 친일파의 재판 장면 9월 22일은 67년 전인 1948년 친일파의 반민족 행위를 처벌할 수 있도록 한 반민족행위처벌법(이하 반민법)이 공포된 날이다. 또 정확히 1년 뒤 반민족행위특별조사위원회(이하 반민특위) 폐지법안이 국회에서 가결된 날 이기도 하다. 그러나 친일파를 처단하면 공산당이 활개를 칠 것이라는 주장까지 나왔다. 당시 이승만 대통령도 시기상조론과 훈련된 인재가 필요하다는 이유를 들어 친일파를 비호했다.(아시아경제 2015/09/22) ■ 부록4) 이광수와 최남선의 친일을 어떻게 볼 것인가? □ 부록4-1)‘친일문학’ 이야기 - 글머리에 □ 부록4-2)‘춘원과 육당의 문학상 제정? 뜬금없고 생뚱맞다 □ 부록4-3) 이광수, 피와 살과 뼈까지 일본인이 되려 했건만 □ 부록4-..

친일시인부록3) 서정주 생애의 친일행위와 변명 그리고 정치 편승

■ 부록3) 서정주 생애의 친일행위와 변명 그리고 정치 편승 나무위키 / 최근 수정 시각: 2023-08-25 21:50:18 서정주(徐廷柱, Seo Jeong-ju) - 출생 1915년 5월 18일 전라북도 고창군, 본관 달성 서씨 - 사망 2000년 12월 24일 (향년 85세), 서울특별시 서초구 강남성모병원 - 학력 중앙고등보통학교 (졸업), 혜화전문학교 (국어국문학 / 중퇴) - 창씨개명 다쓰시로 시즈오(達城 静雄), 호 미당(未堂) - 가족 배우자 방옥숙, 슬하 2남 5녀 여동생, 남동생 서정태(시인. 1923년생. 2020년 3월 11일 별세) 스물세 해 동안 나를 키운 건 팔할이 바람이다. 세상은 가도 가도 부끄럽기만 하드라. 어떤 이는 내 눈에서 죄인을 읽고 가고 어떤 이는 내 입에서 천..

친일시인부록2) 미당 서정주를 왜 친일 시인이라 하는가?

■ 부록2) 미당 서정주를 왜 친일 시인이라 하는가? □ 부록2-1) 친일파 ‘민족시인’ 서정주 □ 부록2-2) '서정주'를 제대로 알자! □ 부록2-3) 서정주, 친일은 하늘뜻에 따랐다? □ 부록2-4) 서정주(徐廷柱)-“시를 안 쓸 수 없는 운명을 타고났어” □ 부록2-5) 미당이 석정을 살리다 □ 부록2-1) 친일파 ‘민족시인’ 서정주 글: 서일환 (역사 칼럼니스트) 서정주는 동백꽃으로 유명한 천년고찰 선운사 인근에서 태어났다. 아버지는 2대 부통령을 역임한 친 일파 김성수 집안의 마름이었다. 서정주는 14세에 서울로 상경하여 중앙고보 재학 중에 광주학생독립 운동에 참여하여 구속되어 퇴학을 당했다. 18세에 성북구 개운산 대원암에서 석전 스님 밑에서 수학 했고 동아일보에 시 ‘그 어머니의 부탁’으로..

친일시인부록1) 친일문학의 태동과 반민족 행위의 기록

■ 부록1) 친일문학의 태동과 반민족 행위의 기록 □ 부록1-1) 친일 문학이란? □ 부록1-2) 친일문학인의 문학상은 폐지해야 한다 □ 부록1-1) 친일 문학이란? ▶ 친일 문학의 시작 친일문학이란 1937년 5월 조선문예회(친일문예단체)의 결성에서 시작되어 학무국 사회 교육과가 주동 하여 조선총독부와 함께 일제강점기의 일본 침략 전쟁이나,황민화 정책 등을 찬양하고 이를 격려하기 위해 시작한 문학이다. ▶ 친일 문학의 성격 자발성, 적극성, 중복성으로 첫째, 일본 정신을 기본으로 한다 (일왕을 중심으로 국가조직을 격려하고 찬양하는 것. 둘째, 스스로 일본 국민이라 긍지를 가지고 일본에 감사 하는것을 내용으로 한다. 셋째, 일본어로 창작한다. 사례) 1) 1940년대 김억의 “종군간호부의 노래” 2) 1..

미당(未堂)과 석정(夕汀)의 경우를 통해 본 친일문학에 대한 시각

미당(未堂)과 석정(夕汀)의 경우를 통해 본 친일문학에 대한 시각 - 이름없는풀뿌리 라강하 / 2004.8.14 『역사를 바라보는 시각』중에서 편집 - 역사도 사상도 종교도 문학도 민족도 승리만을 위해서 존재할 때 하늘은 가차 없이 철퇴를 내려 멸(滅)하였다. 즉 역사 하나만을 보더라도 박식한 역사가가 되기 이전에 사람이 되어야 한다고 본다. 나는 한때 미당 서정주를 좋아했다. 그의 [귀촉도, 꽃밭의 독백, 푸르른 날, 국화 옆에서, 질마재 신화]등 미당의 시를 줄줄 외우고 다녔다. 그러나 그가 친일 부역 작가였고, 징용을 찬양 독려하고, 천황찬가를 짓고, 해방후에도 집권 정치 시류에 편승했다는 사실을 알고, 그리고 무엇보다도 훗날 그의 친일 행적에 대한 변명이 『일본이 그렇게 쉽게 항복할 줄은 꿈에도 ..

<김현승> 가을의기도/아버지의마음/눈물/파도/플라타너스

가을의 기도 - 김현승 / (1957) - 가을에는 기도하게 하소서 … 낙엽들이 지는 때를 기다려 내게 주신 겸허한 모국어로 나를 채우소서. 가을에는 사랑하게 하소서 … 오직 한 사람을 택하게 하소서 가장 아름다운 열매를 위하여 이 비옥한 시간을 가꾸게 하소서. 가을에는 호올로 있게 하소서 … 나의 영혼, 굽이치는 바다와 백합(百合)의 골짜기를 지나, 마른 나뭇가지 위에 다다른 까마귀 같이. 아버지의 마음 - 김현승 / (1970) - 바쁜 사람들도 굳센 사람들도 바람과 같던 사람들도 집에 돌아오면 아버지가 된다. 어린 것들을 위하여 난로에 불을 피우고 그네에 작은 못을 박는 아버지가 된다. 저녁 바람에 문을 닫고 낙엽을 줍는 아버지가 된다. 세상이 시끄러우면 줄에 앉은 참새의 마음으로 아버지는 어린 것..

<변영로> 논개(論介) / 봄비

논개 - 변영로 / 『신생활』 3호, 1923. 4 - 거룩한 분노는 종교보다도 깊고 불붙는 정열은 사랑보다도 강하다 아! 강낭콩꽃보다도 더 푸른 그 물결 위에 양귀비꽃보다도 더 붉은 그 마음 흘러라. 아리땁던 그 아미(蛾眉) 높게 흔들리우며 그 석류 속 같은 입술 '죽음'을 입맞추었네! 아! 강낭콩꽃보다도 더 푸른 그 물결 위에 양귀비꽃보다도 더 붉은 그 마음 흘러라. 흐르는 강물은 길이길이 푸르리니 그대의 꽃다운 혼 어이 아니 붉으랴 아! 강낭콩꽃보다도 더 푸른 그 물결 위에 양귀비꽃보다도 더 붉은 그 마음 흘러라. * 논개(論介, ?~1593) 성은 주씨(朱氏)이고, 본관은 신안(新安:중국)이며, 전북 장수(長水)에서 태어났다. 원래 양반가의 딸이었으나 아버지가 사망하고 집안에 어려움이 겹쳐 가산을..

<김광균> 설야 / 추일서정 /성호부근/와사등/외인촌/은수저/데생

설야(雪夜) - 김광균 / (1938) - 어느 머언 곳의 그리운 소식이기에 이 한밤 소리없이 흩날리느뇨. 처마 끝에 호롱불 여위어가며 서글픈 옛 자췬 양 흰 눈이 내려 하이얀 입김 절로 가슴이 메어 마음 허공에 등불을 켜고 내 홀로 밤 깊어 뜰에 내리면 머언 곳에 여인의 옷 벗는 소리 희미한 눈발 이는 어느 잃어진 추억의 조각이기에 싸늘한 추회(追悔) 이리 가쁘게 설레이느뇨. 한 줄기 빛도 향기도 없이 호올로 차단한 의상(衣裳)을 하고 흰 눈은 내려 내려서 쌓여 내 슬픔 그 위에 고이 서리다. * 처마 : 지붕이 도리 밖으로 내민 부분 * 추회 : 지나간 일을 후회함. * 작품해설 : 이 시는 1938년 『조선일보』 신춘문예 당선작이다. 김광균은 1920년 후반부터 이미 여 러비면을 통하여 시를 발표한..

<김동명> 밤 / 내마음은 / 파초(芭蕉)

밤 - 김동명 / 시집『하늘』, 1948 - 밤은 푸른 안개에 싸인 호수 나는 잠의 쪽배를 타고 꿈을 낚는 어부다. 내 마음은 - 김동명 / 『조광』, 1937. 6 - 내 마음은 호수요 그대 저어 오오 나는 그대의 흰 그림자를 안고 옥(玉)같이 그대의 뱃전에 부서지리다. 내 마음은 촉(燭)불이요, 그대 저 문을 닫아 주오 나는 그대의 비단 옷자락에 떨며, 고요히 최후의 한 방울도 남김없이 타오리다. 내 마음은 나그네요. 그대 피리를 불어 주오 나는 달 아래 귀를 기울이며, 호젓이 나의 밤을 새이오리다. 내 마음은 낙엽(落葉)이요 잠깐 그대의 뜰에 머무르게 하오 이제 바람이 일면 나는 또 나그네같이, 외로이 그대를 떠나리다 심사정 [파초와 잠자리] 파초(芭蕉) - 김동명 / (1936) - 조국을 언제 ..

<장만영> 비의 image / 달포도잎사귀

비의 image - 장만영 / (1936) - 병든 하늘이 찬 비를 뿌려...... 장미 가지 부러지고 가슴에 그리던 아름다운 무지개마져 사라졌다. 나의 「소년」은 어디로 갔느뇨. 비애를 지닌 채로 이 오늘 밤은 창을 치는 빗소리가 나의 동해(童骸)를 넣은 검은 관에 못을 박는 쇠마치 소리로 그렇게 자꾸 들린다...... 마음아, 너는 상복을 입고 쓸쓸히 진정 쓸쓸히 누워 있을 그 어느 바닷가의 무덤이나 찾아 가렴. * 동해(童骸) : 어린 아이의 뼈 * 마치 : 못을 박거나 무엇을 두드릴 때 쓰는 연장으로 망치보다 작다. * 작품해설 : 이 시는 이미지스트로서의 장만영의 면모를 잘 보여 주고 있는 작품이다. 전원(田園)의 평화와 동심(童心)의 청순한 시심(詩心)을 간직하고 있던 장만영도 갈수록 혹독해져..

<김상용(친일)> 남으로 창을 내겠소 / 추억

金弘道筆 風俗圖 畵帖, 보물(1970),《단원풍속도첩》밭갈이, 《檀園風俗圖帖》밭갈이 세로 26.8cm, 가로 22.7cm 이 화첩은 김홍도의 풍속도를 엮은 화첩이다. 1918년 조한준(趙漢俊)에게 서 구입했고 모두 27점이었으나 1957년 원 화첩의 수미에 위치한 〈군선도〉2점은 별도의 족자로 만 들고 풍속도 25점만 새롭게 화첩으로 꾸미고 《단원풍속도첩》이란 명칭을 붙였다. 이 화첩에 속한 그림 중 4점이 1934년 간행된 『조선고적도보』에 게재되었다. 이 화첩은 1)서당, 2) 논갈이, 3) 활 쏘기 4) 씨름, 5) 행상, 6) 무동, 7) 기와이기, 8) 대장간, 9) 노상과안, 10) 점괘, 11) 나룻배, 12) 주막, 13) 고누놀이, 14) 빨래터, 15) 우물가, 16) 담배썰기, 17)..

<박용철> 싸늘한 이마 / 떠나가는 배

싸늘한 이마 - 박용철 / 『시문학』 창간호, 1930.3 - 큰 어둠 가운데 홀로 밝은 불 켜고 앉아 있으면 모두 빼앗기는 듯한 외로움 한 포기 산꽃이라도 있으면 얼마나한 위로이랴 모두 빼앗기는 눈 덮개 고이 나리면 환한 왼 몸은 새파란 불 붙어 있는 인광 까만 귀뚜리 하나라도 있으면 얼마나한 기쁨이려 파란 불이 몸을 사르면 싸늘한 이마 맑게 트이어 기어가는 신경의 간지러움 길 잃은 별이라도 맘에 있다면 얼마나한 즐검이랴 * 작품해설 : 이 시는 시적 자아의 견딜 수 없는 외로움을 노래한 작품으로, 2행 1연의 전 3연의 간 결한 구성으로 이루어져 있다. 각 연의 첫째 행은 견딜 수 없는 외로움을, 둘째 행은 그 외로움을 달 래기 위해 벗 삼고 싶은 대상을 보여 준다. ‘-라도 있으면(있다면)’이라는 ..

<김영랑> 모란이피기까지는/돌담에/끝없는강물/오월/내마음을/누이의/북/독

모란이 피기까지는 - 김영랑 / (1934) - 모란이 피기까지는 나는 아직 나의 봄을 기다리고 있을 테요. 모란이 뚝뚝 떨어져 버린 날 나는 비로소 봄을 여읜 설움에 잠길 테요. 오월 어느 날, 그 하루 무덥던 날, 떨어져 누운 꽃잎마저 시들어 버리고는 천지에 모란은 자취도 없어지고, 뻗쳐 오르던 내 보람 서운케 무너졌느니 모란이 지고 말면 그뿐, 내 한 해는 다 가고 말아, 삼백 예순 날 하냥 섭섭해 우옵내다. 모란이 피기까지는, 나는 아직 기다리고 있을 테요, 찬란한 슬픔의 봄을. * 작품해설 : 이 시는 영랑이 남달리 좋아하던 모란을 소재로 하여 한시적(限時的)인 아름다움의 소 멸을 바라보는 시적 자아의 비애감을 표현한 작품으로, ‘모란’은 실재히는 자연의 꽃인 동시에 지 상에 존재하는 모든 아름..

<이육사> 광야 / 청포도 / 교목 / 꽃 / 자야곡 / 절정

광야(廣野) - 이육사 / (1946) - 까마득한 날에 하늘이 처음 열리고 어데 닭 우는 소리 들렸으랴. 모든 산맥(山脈)들이 바다를 연모(戀慕)해 휘달릴 때도 차마 이곳을 범(犯)하던 못 하였으리라. 끊임없는 광음(光陰)을 부지런한 계절이 피어선 지고 큰 강물이 비로서 길을 열었다. 지금 눈 나리고 매화향기(梅花香氣) 홀로 아득하니 내 여기 가난한 노래의 씨를 뿌려라. 다시 천고(千古)의 뒤에 백마(白馬) 타고 오는 초인(超人)이 있어 이 광야(曠野)에서 목놓아 부르게 하리라 * 작품해설 : 윤동주와 함께 일제 암흑기의 2대 민족 시인이다 저항 시인으로 일컬어지는 이육사는 1935년 『신조선』에서 「황혼」을 발표하며 등단한 이후 1937년 신석초, 윤곤강, 김광균과 함께 동 인지 『자오선』을 발간하는..

<오장환> 고향 앞에서 / 병든 서울 / The Last Train

고향 앞에서 - 오장환 / (1940) - 흙이 풀리는 내음새 강바람은 산짐승의 우는 소릴 불러 다 녹지 않은 얼음장 울멍울멍 떠내려간다. 진종일 나룻가에 서성거리다 행인의 손을 쥐면 따뜻하리라. 고향 가까운 주막에 들러 누구와 함께 지난날의 꿈을 이야기하랴. 양귀비 끓여다 놓고 주인집 늙은이는 공연히 눈물지운다. 간간이 잔나비 우는 산기슭에는 아직도 무덤 속에 조상이 잠자고 설레는 바람이 가랑잎을 휩쓸어 간다. 예제로 떠도는 장꾼들이여! 상고(商賈)하며 오가는 길에 혹여나 보셨나이까. 전나무 우거진 마을 집집마다 누룩을 디디는 소리, 누룩이 뜨는 내음새……. * 상고 : 장수 * 작품해설 : 이 시는 라는 제목으로 발표하였다가 로 개제 (改題)한 작품이다. 고향이 있어도 그 품에 안길 수 없는 사람은 ..

<오상순> 허무혼(虛無魂)의 선언(宣言)

허무혼(虛無魂)의 선언(宣言) - 오상순 / 공초오상순시선(空超吳相淳詩選), 자유문화사, 1963 - 물아 쉬임 없이 끝없이 흘러가는 물아 너는 무슨 뜻이 있어 그와 같이 흐르는가 이상스레 나의 애를 태운다 끝 모르는 지경(地境)으로 나의 혼(魂)을 꾀어 간다 나의 사상(思想)의 무애(無碍)와 감정(感情)의 자유(自由)는 실로 네가 낳아준 선물이다 오―그러나 너는 갑갑다 너무도 갑갑해서 못 견디겠다. 구름아 하늘에 헤매이는 구름아 허공(虛空)에 떠서 흘러가는 구름아 형형(形形)으로 색색(色色)으로 나타났다가는 슬어지고 슬어졌다가는 나타나고 슬어지는 것이 너의 미(美)요―생명(生命)이요 멸(滅)하는 순간(瞬間)이 너의 향락(享樂)이다 오―나도 너와 같이 죽고 싶다 나는 애타는 가슴을 안고 얼마나 울었던고 ..

<오상순> 방랑의 마음 / 힘의 동경 / 새 하늘이 열리는 소리 / 첫날 밤

방랑의 마음 - 오상순 / (1923) - 흐름 위에 보금자리 친 오 --- 흐름 위에 보금자리 친 나의 혼(魂). 바다 없는 곳에서 바다를 연모(戀慕)하는 나머지에 눈을 감고 마음 속에 바다를 그려 보다 가만히 앉아서 때를 잃고. 옛 성 위에 발돋움하고 들 너머 산 너머 보이는 듯 마는 듯 어릿거리는 바다를 바라보다 해 지는 줄도 모르고 ……. 바다를 마음에 불러일으켜 가만히 응시하고 있으면 깊은 바닷소리 나의 피의 조류(潮流)를 통하여 오도다. 망망(茫茫)한 푸른 해원(海原) ……. 마음 눈에 펴서 열리는 때에 안개 같은 바다와 향기 코에 서리도다. * 작품해설 : 이 시는 두 편으로 된 연작시로서, 1923년 18호에 실린 작품이다. 하루 200개피 의 줄담배를 피우며 일생을 독신으로 외롭게 살다 ..

<이장희> 봄은 고양이로다

봄은 고양이로다 - 이장희 / (1924) - 꽃가루와 같이 부드러운 고양이의 털에 고운 봄의 향기(香氣)가 어리우도다. 금방울과 같이 호동그란 고양이의 눈에 미친 봄의 불길이 흐르도다. 고요히 다물은 고양이의 입술에 포근한 봄 졸음이 떠돌아라. 날카롭게 쭉 뻗은 고양이의 수염에 푸른 봄의 생기(生氣)가 뛰놀아라. * 작품 해설 : 이 작품은 봄과 고양이의 유사점이 시인의 감각에 의해 한군데 묶여진 작품이다. 고양 이의 털, 눈, 입술, 수염에 각각 봄의 향기, 불길, 졸음, 생기가 연결되어 있다. 완전히 별개의 것으 로 여겨지던 봄과 고양이가 결합되어 완전한 조화를 이루고 있는 것이다. 그것은 우리가 미처 발견하 지 못했던 신선한 감각이다. 그러므로 이 작품은 심오한 의미보다는 그러한 신선한 감각에 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