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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인환> 목마와 숙녀 / 살아있는 것이 있다면 / 검은 강

목마와 숙녀 - 박인환 / (1955) - [1] 한 잔의 술을 마시고 우리는 버지니아 울프의 생애와 목마를 타고 떠난 숙녀의 옷자락을 이야기한다 목마는 주인을 버리고 그저 방울 소리만 울리며 가을 속으로 떠났다, 술병에서 별이 떨어진다 상심한 별은 내 가슴에 가볍게 부서진다 그러한 잠시 내가 알던 소녀는 정원의 초목 옆에서 자라고 문학이 죽고 인생이 죽고 사랑의 진리마저 애증의 그림자를 버릴 때 목마를 탄 사랑의 사람은 보이지 않는다 [2] 세월은 가고 오는 것 한때는 고립을 피하여 시들어 가고 이제 우리는 작별하여야 한다 술병이 바람에 쓰러지는 소리를 들으며 늙은 여류작가의 눈을 바라다 보아야 한다 ---------등대에---------- 불이 보이지 않아도 그저 간직한 페시미즘의 미래를 위하여 우리..

<이상화>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 / 나의 침실로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 - 이상화 / (1926) - 지금은 남의 땅 -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 나는 온 몸에 햇살을 받고 푸른 하늘 푸른 들이 맞붙은 곳으로 가르마 같은 논길을 따라 꿈 속을 가듯 걸어만 간다. 입술을 다문 하늘아 들아 내 맘에는 내 혼자 온 것 같지를 않구나. 네가 끌었느냐 누가 부르더냐 답답워라 말을 해다오. 바람은 내 귀에 속삭이며 한자욱도 섰지 마라 옷자락을 흔들고 종다리는 울타리 너머 아가씨같이 구름 뒤에서 반갑다 웃네. 고맙게 잘 자란 보리밭아 간밤 자정이 넘어 내리던 고운 비로 너는 삼단같은 머리털을 감았구나, 내 머리조차 가뿐하다. 혼자라도 가쁘게 나가자. 마른 논을 안고 도는 착한 도랑이 젖먹이 달래는 노래를 하고 제 혼자 어깨춤만 추고 가네. 나비 제비야 깝치..

<김동환(친일)> 눈이 내리느니 / 북청 물장수 / 산 너머 남촌에는

눈이 내리느니 - 김동환 - 북국에는 날마다 밤마다 눈이 내리느니 회색 하늘 속으로 흰 눈이 퍼부을 때마다 눈 속에 파묻히는 하아얀 조선이 보이느니 가끔 가다가 당나귀 울리는 눈보라가 막북강(漠北江) 건너로 굵은 모래를 쥐어다가 추위에 얼어 떠는 백의인(白衣人)의 귓불을 때리느니 춥길래 멀리서 오신 손님을 부득이 만류도 못 하느니 봄이라고 개나리꽃 보러 온 손님을 눈 발귀에 실어 곱게 남국에 돌려 보내느니 백웅(白熊)이 울고 북랑성(北狼星)이 눈 깜박일 때마다 제비 가는 곳 그리워하는 우리네는 서로 부둥켜안고 적성(赤星)을 손가락질하며 얼음벌에서 춤추느니 모닥불에 비치는 이방인의 새파란 눈알을 보면서 북국은 추워라, 이 추운 밤에도 강녘에는 밀수입 마차의 지나는 소리 들리느니 얼음짱 트는 소리에 쇠방울 ..

<김동환(친일)> 국경의 밤 1부, 2부, 3부(전문)

국경의 밤 - 김동환 / (1925) - 第一部 1 "아하, 無事(무사)히 건넜을까, 이 한밤에 男便(남편)은 豆滿江(두만강)을 탈없이 건넜을까? 저리 國境江岸(국경강안)을 警備(경비)하는 外套(외투) 쓴 검문 巡査(순사)가 왔다--- 갔다--- 오르명 내리명 분주(奔走)히 하는데 發覺(발각)도 안 되고 無事(무사)히 건넜을까?" 소금실이 密輸出馬車(밀수출마차)를 띄워 놓고 밤 새 가며 속태이는 젊은 아낙네 물레 젓던 손도 脈(맥)이 풀려져 파! 하고 붓는 魚油(어유) 등잔만 바라본다. 北國(북국)의 겨울밤은 차차 깊어 가는데. 2 어디서 불시에 땅 밑으로 울려나오는 듯 '어-이' 하는 날카로운 소리 들린다. 저 서쪽으로 무엇이 오는 군호라고 村民(촌민)들이 넋을 잃고 우두두 떨 적에 妻女(처녀)만은 잡..

<주요한(친일)> 불놀이 / 샘물이 혼자서 / 빗소리

불놀이 - 주요한 / (1919) - 아아, 날이 저믄다. 서편(西便) 하늘에, 외로운 강물 우에, 스러져 가는 분홍빗놀 . 아아 해가 저믈면 해가 저믈면, 날마다 살구나무 그늘에 혼자 우는 밤이 또 오건마는, 오늘은 사 월이라 파일날 큰길을 물밀어가는 사람 소리만 듯기만 하여도 흥셩시러운 거슬 웨 나만 혼 자 가슴에 눈물을 참을 수 업는고 ? 아 춤을 춘다, 춤을 춘다, 싯별건 불덩이가, 춤을 춘다. 잠잠한 성문(城門) 우에서 나려다 보니, 물 냄새 모랫 냄새, 밤을 깨물고 하늘을 깨무는 횃불이 그래도 무어시 부족하야 제 몸까지 물고 뜯을 때, 혼자서 어두운 가슴 품은 절믄 사람은 과거(過去)의 퍼런 꿈을 찬 강 물 우에 내여던지나, 무정한 물결이 그 기름자를 멈출리가 이스랴? ---- 아아 꺽어서 시..

홍범도의 고백 “1922년 레닌 만난 건 自由市 참변 보고 위해서였다”

홍범도의 고백 “1922년 레닌 만난 건 自由市 참변 보고 위해서였다” [유석재의 돌발史전] 홍범도에 대한 추가 팩트 세 가지 조선일보 입력 2023.09.15. 00:00업데이트 2023.09.15. 06:48 유석재의 돌발史전 뉴스레터 구독하기 ☞ https://page.stibee.com/subscriptions/179194 레닌이 선물한 권총 찬 홍범도 - 1922년 1월 모스크바에서 열린 코민테른 주최 극동민족대회에 참석한 독립운동가 홍범도. 차고 있는 권총은 레닌이 선물한 것으로 알려졌다. /독립기념관 독립운동가 홍범도(1868~1943) 장군의 흉상을 육군사관학교에서 옮기는 문제로 논란이 일었습니다. ‘도대체 왜 그런 일을 하는가’라는 질문에 제대로 답변조차 하지 못하고 쩔쩔매는 국방부 대변..

17[sr]역사,종교 2023.09.15

<홍사용> 통발 / 나는 왕이로소이다

통 발 - 홍사용 / 1호, 1922년 1월 - 뒷동산의 왕대싸리 한 짐 베어서 달 든 봉당에 일서 잘하시는 어머님 옛이야기 속에서 뒷집 노마와 어울려 한 개의 통발을 만들었더니 자리에 누우면서 밤새도록 한 가지 꿈으로 돌모루[石隅] 냇가에서 통발을 털어 손잎 같은 붕어를 너 가지리 나 가지리 노마 몫 내 몫을 한창 시새워 나누다가 어머니 졸음에 단잠을 투정해 깨니 햇살은 화안하고 때는 벌써 늦었어 재재바른 노마는 벌써 오면서 통발 친 돌성(城)은 다­무너트리고 통발은 떼어서 장포밭에 던지고 밤새도록 든 고기를 다­털어 갔더라고 비죽비죽 우는 눈물을, 주먹으로 씻으며 나를 본다. 나는 왕이로소이다 - 홍사용 / (1923) - 나는 왕이로소이다. 나는 왕이로소이다. 어머님의 가장 어여쁜 아들 나는 왕이로..

<정지용> 향수 / 고향 / 유리창 / 비 / 말

향수(鄕愁) - 정지용 / (1927) - 넓은 들 동쪽 끝으로 옛 이야기 지줄대는 실개천이 휘돌아 나가고 얼룩백이 황소가 해설피 금빛 게으른 울음을 우는 곳 --- 그 곳이 참하 꿈엔들 잊힐리야. 질화로에 재가 식어지면 뷔인 밭에 밤바람소리 말을 달리고 엷은 조름에 겨운 늙으신 아버지가 짚벼게를 돋아 고이시는 곳 --- 그 곳이 참하 꿈엔들 잊힐리야. 흙에서 자란 내 마음 파아란 하늘 빛이 그립어 함부로 쏜 화살을 찾으려 풀섶 이슬에 함초롬 휘적시든 곳. --- 그 곳이 참하 꿈엔들 잊힐리야. 전설 바다에 춤추는 밤물결같은 검은 귀밑머리 날리는 어린 누이와 아무러치도 않고 예쁠 것도 없는 사철 발벗은 안해가 따가운 햇살을 등에 지고 이삭 줍던 곳 --- 그 곳이 참하 꿈엔들 잊힐리야. 하늘에는 성근 별..

<김소월> 진달래꽃 / 산유화 / 가는길 / 길/ 초혼 / 접동새

진달래꽃 - 김소월 / (1924) - 나 보기가 역겨워 가실 때에는 말없이 고이 보내 드리오리다. 영변에 약산 진달래꽃 아름 따다 가실 길에 뿌리오리다. 가시는 걸음 걸음 놓인 그 꽃을 사뿐히 즈려 밟고 가시옵소서. 나 보기가 역겨워 가실 때에는 죽어도 아니 눈물 흘리오리다. 산유화 - 김소월 / (1924) - 산에는 꽃 피네 꽃이 피네 갈 봄 여름 없이 꽃이 피네. 山에 山에 피는 꽃은 저만치 혼자서 피어 있네. 산에서 우는 작은 새여 꽃이 좋아 산에서 사노라네. 산에는 꽃이 지네 꽃이 지네 갈 봄 여름 없이 꽃이 지네. 가는 길 - 김소월 / (1923.10) - 그립다 말을 할까 하니 그리워 그냥 갈까 그래도 다시 더 한 번 저 산에도 가마귀, 들에 가마귀 서산에는 해 진다고 지저귑니다. 앞강물..

<김억(친일)> 봄은간다 / 오다가다 / 비 / 사랑의때

봄은 간다 - 김억 / (1918) - 밤이도다 봄이도다. 밤만도 애닯은데 봄만도 생각인데 날은 빠르다 봄은 간다 깊은 생각은 아득이는데 저 바람에 새가 슬피운다 검은 내 떠돈다 종소리 빗긴다 말도 없는 밤의 설움 소리 없는 봄의 가슴 꽃은 떨어진다 님은 탄식한다. 오다가다 - 김 억 - 오다 가다 길에서 만난 이라고 그저 보고 그대로 갈 줄 아는가. 뒷산은 청청(靑靑) 풀 잎사귀 푸르고 앞바단 중중(重重) 흰 거품 밀려 든다. 산새는 죄죄 제 흥(興)을 노래하고 바다에니 흰 돛 옛 길을 찾노란다. 자다 깨다 꿈에서 만난 이라고 그만 잊고 그대로 갈 줄 아는가. 십리포구(十里浦口) 산(山) 너먼 그대 사는 곳 송이송이 살구꽃 바람과 논다. 수로천리(水路千里) 먼먼 길 왜 온 줄 아나. 예전 놀던 그대를 ..

<진묵대사> 오도송(悟道誦)

​ 오도송(悟道誦) - 진묵대사(震默大師) - 天衾地席山爲枕 (천금지석산위침) 하늘을 이불로, 땅을 자리로, 산을 베게로 삼고 月燭雲屛海作樽 (월촉운병해작준) 달을 촛불로, 구름을 병풍으로, 바다를 술통으로 삼아 大醉居然仍起無 (대취거연잉기무) 크게 취해 거연히 일어나 춤을 추니 却嫌長袖掛崑崙 (각혐장수괘곤륜) 도리어 긴 소매가 곤륜산에 걸릴까 꺼려지네 진묵대사(震默大師)와의 만남과 임란시 처신에 대하여... - 이름없는풀뿌리 라강하 / 2023/08/29 - 생각해보면 진묵대사와의 첫 만남은 2002/03/10 친구들과 부부동반으로 전주 모악산 등정시 구이에서 오른 중턱 대원사에서 잠시 쉬면서 안내판에 나온 진묵의 오도송(悟道頌), 게송(偈頌)을 보고서였다. 하늘을 이불로 삼고 산을 베개로 삼겠다는 저..

<나옹화상> 승원가(僧元歌)

​ 승원가(僧元歌) - 나옹선사(懶翁禪師) - 주인공 주인공아 主人公主人公我 세사탐착 그만하고 世事貪着其萬何古 참괴심을 이와다서 慙愧心乙而臥多西 한층염불 어떠하뇨 一層念佛何等何堯 어젯날 소년으로 昨日少年乙奴 금일백발 황공하다 今日白髮惶恐何多 아침나절 무병타가 朝績那殘無病陀可 저녁나절 못다가서 夕力羅未多去西 손발접고 죽난인생 手足接古死難人生 목전애 파다하다 目前頗多何多 금일이사 무사한달 今日以士無事旱達 명조를 정할손가 明朝乙定爲孫可 고생고생이 주어모아 困困而拾我會我 몇백년 살라하고 幾百年生羅何古 재물 부족심은 財物不足心隱 천자라도 없잔나니 天子羅道無殘難而 탐욕심을 물리치고 貪欲心乙揮耳治古 정신을 떨쳐내여 精神乙振體出餘 기묘한 산수간애 奇妙旱山水間厓 물외인이 되려문다 物外人而道汝文多 사람되기 어렵거던 人道其..

<나옹화상> 浮雲(뜬 구름)

​ 浮雲(뜬 구름) / 나옹선사(懶翁禪師) - 라강하 譯 - 공수래 공수거 시인생(空手來 空手去 是人生) 생종하처래 사향하처거(生從何處來 死向何處去) 생야일편부운기(生也一片浮雲起) 사야일편부운멸(死也一片浮雲滅) 부운자체본무실(浮雲自體本無實) 생사거래역여연(生死去來亦如然) ​ 독유일물상독로(獨有一物常獨露) 담연불수어생사(澹然不隨於生死) 빈손으로 왔다가 빈손으로 가는 것이 인생이다. 어디서 와서 태어나며 죽어 어디로 가는가. 삶이란 한 조각 구름이 일어남인데 그 스러짐을 사람들은 굳이 죽음이라 이름하나니 구름의 일고 스러짐은 무시로 있어온 자연의 현화(顯化)일뿐... 삶과 죽음 또한 이와 같음이여! 사람들아! ​여기 있는 이슬같은 한 물상 생사에 담담하다네. ■ 풍수지리설과 통도사의 大和尙 眞影 고려시대에는..

<나옹화상> 청산가(靑山歌)

청산가(靑山歌) - 나옹화상(懶翁和尙) - 靑山兮要我以無語 (청산혜요아이무어) 청산은 나를 보고 말없이 살라하고, 蒼空兮要我以無垢 (창공혜요아이무구) 창공은 나를 보고 티없이 살라하네. 聊無愛而無惜兮 (료무애이무석혜) 사랑도 벗어 버려, 미움도 벗어버려, (탐욕도 벗어버려, 성냄도 벗어버려) 如水如風而終我 (여수여풍이종아) 물같이 바람같이 살다가 가라 하네 ■ 나옹선사의 시 「청산가(靑山歌)」에 붙여 풀소리 최경순/ 2023/06/08 내가 채송화꽃처럼 조그마했을 때 / 이준관 내가 채송화꽃처럼 조그마했을 때 꽃밭이 내 집이었지. 내가 강아지처럼 가앙가앙 돌아다니기 시작했을 때 마당이 내 집이었지. 내가 송아지처럼 겅중겅중 뛰어 다녔을 때 푸른 들판이 내 집이었지. 내가 잠자리처럼 은빛 날개를 가졌을 때..

<사명대사> 사명대사 유정(四溟大師 惟政) 禪詩

전김홍도필 관서십경도(傳金弘道筆關西十景圖) 中 평양(平壤) 부벽루(浮碧樓), 지본채색, [국립중앙박물관] 평양성도(平壤城圖) 서경전도(西京全圖), 163.5cm*377.5cm, 10폭병풍 中 북성(北城)부분, [국립중앙박물관] 사명대사(四溟大師) 禪詩 - 法名 : 유정(惟政), 號 : 송운(松雲), 사명당(四溟堂) - 浮碧樓用李寒林韻(부벽루용이한림운) - 浮碧樓에서 - 三國去如鴻(삼국거여홍) 삼국시대의 역사는 기러기처럼 자취 없고 麒麟秋草沒(기린추초몰) 기린의 전설은 가을 풀에 묻혔구나 長江萬古流(장강만고류) 긴 강물은 먼 옛날부터 도도히 흐르는데 一片孤舟月(일편고주월) 저 달은 한 조각 외로운 조각배인가 悟道頌(오도송) 一太空間無盡藏(일태공간무진장) 빈 태허공에 한없이 쌓였어도​ 寂知無臭又無聲(적지무취..

동아시아 곳곳 ‘부호 문자’ 사용… 중국만이 한자의 기원 아냐

동아시아 곳곳 ‘부호 문자’ 사용… 중국만이 한자의 기원 아냐 [강인욱 세상만사의 기원] 강인욱 경희대 사학과 교수 동아일보 입력 2023-08-31 23:36업데이트 2023-08-31 23:36 중국 윈난성의 소수민족인 나시족은 지금도 동파문이라는 상형문자를 사용한다. 고대 그림 문자 형태를 온전히 유지하고 있는 이 동파문은 같은 상형문자인 한자의 기원을 연구하는 데 참고가 된다. 강인욱 교수 제공 《한자의 기원은 막연하게 신화 속의 인물로 황제의 사관인 창힐이 새 발자국의 모습을 보고 발견했다고만 알려져 왔다. 최근 중국 곳곳의 약 5000년 전 신석기시대 유적에서 한자와 유사한 글자들이 발견되어서 그 시작이 더 오래되었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중국이 자신만의 최고 자산으로 내세우는 것과 달리 ..

17[sr]역사,종교 2023.09.01

90만 년 전 인류, 1280명만 남아 멸종위기 맞았다

90만 년 전 인류, 1280명만 남아 멸종위기 맞았다 최지원기자 입력 2023-09-01 14:51업데이트 2023-09-01 15:04 90만 년 전 인류가 멸종위기를 맞았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당시 인류는 전체의 1%만 살아남아 1300명이 채 되지 않았던 것으로 추정됐다. 중국과학원(CAS)과 화둥사범대 공동연구팀은 90만 년 전 급격히 인구수가 줄었고, 이런 멸종위기 상태가 10만 년 이상 지속됐다는 연구 결과를 31일(현지시간) 국제학술지 ‘사이언스’에 발표했다. 연구진은 현대 인류의 유전자를 분석해 유전자 변이가 나타난 시기와 당시 인구 규모를 추정하는 통계적 기법을 썼다. 분석에는 현재 아프리카 대륙에 사는 10개 집단과 아프리카 대륙에 살지 않는 40개 집단 총 3154명의 유전자가..

20[sr]인류진화 2023.09.01

<서산대사> 서산대사 휴정(西山大師 休淨) 禪詩

​ 단원 김홍도 作 《금강사군첩(金剛四群帖)》중 [長安寺] 단원 김홍도 作 《금강사군첩(金剛四群帖)》 중 [白華庵浮圖] 1912년 무렵 금강산 유점사(楡岾寺) 전경 – 현재는 6.25 전쟁 중에 소실돼 터만 남은 사찰 (유점사 부속암자 백화암에 서산대사가 居하여 서산대사의 號가 白華道人이다.) 겸재 정선 作 한양도성전도(漢陽都城全圖) - 개미집 같은 도성 서산대사(西山大師) 禪詩 - 法名 : 휴정(休淨), 號 : 청허(淸虛), 백화도인(白華道人) - (1) 萬國都城如蟻蜘(만국도성여의지)​ 千家豪傑若醯鷄(천가호걸약가계)​ 一窓明月淸虛枕(일창명월청허침)​ 無限松風韻不齊(무한송풍운부제) ​ 구름아래 열국(列國)의 도성은 한갓 개미집같고 고금(古今)의 영웅호걸들도 하루살이에 불과하구나. 창가에 명월을 벼개삼아 ..

<김황원> 부벽루에 올라(미완성 시)

모란봉 최승대, 영명사, 부벽루, 전금문, 대동강(좌->우) - 사진으로보는 근대한국[서문당] 김황원(金黃元)의 미완성 시 - 하응백 / 경희대 현대문학 박사 / 문화에디터 - 12세기 초, 그러니까 지금으로부터 약 900년 전, 고려 예종 때 김황원(金黃元)이라는 인물이 있었다. 학문에 힘써 고시(古詩)로 이름을 떨쳐 해동제일이라는 일컬음을 받았다고 하며, 정직하여 권세에 아부하지 않았다. 예종 때 중서사인(中書舍人)으로 요나라에 가는 길에 대기근이 있는 북부지방에서 주군(州郡)의 창고를 열어 백성을 구했다. 귀국 후 예부시랑 · 국자제주(國子祭酒) · 한림학사 · 첨서추밀원사(簽書樞密院事)를 역임했다. 그는 임금이 책을 보다가 의심나는 것이 있어 물으면 대답할 정도로 신임을 받고 있었으나, 청직한 성..

<남이> 북정가(北征歌)

북관유적도첩(北關遺蹟圖帖)중 등림영회(登臨詠懷)[고려대학교 박물관] 中 남이장군 부분도 북정가(北征歌) - 충무공 남이(南怡) 장군/ 백두산 웅시(雄詩) - 白頭山石 磨刀盡 (백두산석 마도진) 豆滿江水 飮馬無 (두만강수 음마무) 男兒二十 未平國 (남아이십 미평국) 後世誰稱 大丈夫 (후세수칭 대장부) 백두산 높은 봉은 칼을 갈아 다 없애고 두만강 깊은 물은 말을 먹여 다 없애리라 남아 이십 세에 나라를 평정 못하면 누가 대장부라 일컬으리. * 위의 시는 인조 때 이조 판서를 지낸 이수광의 「지봉유설」속에 기록되어 전해지는 남이 장군의 4편의 시중 「백두산 웅시(雄詩)」 또는 「북정(北征)」시로 불리우는 대표적인 시로, 젊은 장군의 호방한 기개가 잘 표현되어 있다. 그러나 이 詩는 野史에서는 『未平國』을 『..

<맹자> 대장부(大丈夫)론

대장부(大丈夫) - 孟子(맹자)6권滕文公下(등문공하) 『신음어(呻吟語)』/ 맹자 사람의 길, 도올 김용옥 - 居天下之廣居 立天下之正位 行天下之大道 得志, 與民由之 不得志, 獨行其道 富貴不能淫 貧賤不能移 威武不能屈 此之謂大丈夫 천하의 넒은 자리에 거하고 천하의 가장 바른 자리에 서고 천하의 가장 큰 도를 행한다. 뜻을 얻으면 일반 백성들과 더불어 함께 하고 뜻을 얻지 못하면 그 도를 홀로 행한다. 부귀도 나를 타락시킬 수 없고 빈천도 나를 움직일 수 없고 어떠한 위세와 무력도 나를 굴복시킬 수 없다. 이런 사람을 일컬어 대장부라 한다. 孟子 (BC 372 ~ BC 289) 이 이야기는 《맹자(孟子) 〈등문공 하(滕文公下)〉》에 나온다. 변설로 천하를 누비는 공손연이나 장의와 같은 종횡가들을, 남편의 비위나..

<한희정> 싸락눈 / 자목련이 가는 길 / 맥문동꽃

싸락눈 - 한희정 / 스토리문학관 / 210111 - 생트집 저 성깔 아직 철이 덜 든 거야 젊쟎은 듯 헛기침에 어른흉내 내어봐도 뒤집힌 호주머니 한 쪽 흩어지는 쌀 튀밥 톡톡 튕겨나도 이내 녹는 반절 대답 두 팔을 내밀어도 손길 슬쩍 뿌리치는 간절기 그 사잇길로 왔다가는 아이들 자목련이 가는 길 - 한희정 / 스토리문학관 / 210329 - 봄볕 산란기엔 대지도 아파 온다 며칠째 배란통에 탱탱한 봉오리들 진보라 새틴스티치 손끝에서 아리다​ 눈 감고도 길을 찾는 엄마의 직감 따라 눈 뜨면 잠옷차림 아이자랑 쏟아놓던 늦도록 아파트 공원에 그 친구가 서 있다​ 뜬금없이 왔다가 소리 없이 뜨는 친구 목젖이 보이도록 호탕하게 웃는 저기 미안해, 어깨 툭 치며 자목련이 지고 있다 맥문동꽃 - 한희정 / 스토리문학..

<천상병> 귀천(歸天) / 새

Where did we come from and what are we and where do we go to 『우리는 어디서 왔고 무엇이며 어디로 가는가?』139x375cm, 1897-1898),보스톤 미술관 폴 고갱의 작품으로 오른쪽 아래 아기를 통해 생명의 탄생을 의미한다. 중간에 열매를 따는 장성한 성인의 모습을, 맨 왼쪽 아래에는 삶의 끝자락에서 얼굴을 감싸고 생각하는 노인의 모습이 보인다. 삶의 시작과 중간, 끝의 일생에 대하여 파노라마 형식으로 생각해보게 한다. 귀천(歸天) - 천상병 / (1970) -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새벽빛 와 닿으면 스러지는 이슬 더불어 손에 손을 잡고,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노을빛 함께 단 둘이서 기슭에서 놀다가 구름 손짓하면은,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아름다운 이 ..

<두보, 설도> 春望(춘망) / 春望詞(춘망사) / 時調 春望詞

春望 춘망 - 杜甫 두보(712 ~ 770) - 國破山河在(국파산하재) 나라는 깨졌어도 산하는 남아 있어 城春草木深(성춘초목심) 성안에 봄이 오니 초목이 무성하다. 感時花濺淚(감시화천루) 때를 느꼈는지 꽃도 눈물을 뿌리고 恨別鳥驚心(한별조경심) 이별이 서러운지 새도 놀란 듯 운다 烽火連三月(봉화연삼월) 봉홧불 석 달 동안 연달아 이어지니 家書抵萬金(가서저만금) 집에서 오는 편지는 만금보다 값지네. 白頭搔更短(백두소갱단) 흰머리 긁으니 다시 짧아지고 渾欲不勝簪(혼욕불승잠) 아예 비녀조차 이기지 못하는구나 * 杜甫 두보(712~770) : 이백과 함께 중국의 최고 시인으로 일컬어진다. 두보는 7세 때부터 시를지 었다는 조숙한 소년이었다. 일찍 어머니를 여의고 뤄양의 숙모 밑에서 자랐는데 그의 시에 대한 재능..

<라이나 마리아 릴케> 가을날 / 말테의 수기 일절

가을날 - 라이나 마리아 릴케 - 주여, 때가 왔습니다. 여름은 참으로 길었습니다. 해시계 위에 당신의 그림자를 얹으십시오. 들에다 많은 바람을 놓으십시오. ​ 마지막 과실들을 익게 하시고 이틀만 더 남국의 햇볕을 주시어 그들을 완성시켜, 마지막 단 맛이 짙은 포도주 속에 스미게 하십시오. ​ 지금 집이 없는 사람은 이제 집을 짓지 않습니다. 지금 고독한 사람은 이후도 오래 고독하게 살아 잠자지 않고, 읽고, 그리고 긴 편지를 쓸 것입니다. 바람에 불려 나뭇잎이 날릴 때, 불안스러이 이리 저리 가로수 길을 헤매일 것입니다. ​ 가을날 원문 -獨語- Herbsttag Herr, es ist zeit! Der Sommer war sehr groβ Leg deinen Schatten auf die Sonnen..

<李白> 山中問答(산중문답)

아산 조방원(雅山 趙邦元) ‘산중문답’, 1980-90년대 초, 120×190㎝, 종이에 엷은 색. 개인 소장 山中問答(산중문답) - 李 白 - 問余何事棲碧山 (문여하사서벽산) 그대는 왜 푸른 산에 사는가 묻길래​ 笑而不答心自閒 (소이부답심자한) 웃을 뿐, 답은 않고 마음이 한가롭네. 桃花流水杳然去 (도화류수묘연거) 복사꽃잎 아득히 물에 떠 가는 곳 別有天地非人間 (별유천지비인간) 여기는 별천지라 인간 세상 아니네. ​ 중국 당나라의 시인(701~762). 자는 태백(太白), 호는 청련거사(靑蓮居士)이다. 두보(杜甫)를 시성 (詩聖)이라 칭하는 데 대하여 시선(詩仙)으로 일컬어진다. 정치적 포부가 컸으며 현종(玄宗)의 궁정 시인이 되기도 했으나 대체로 일생을 방랑 속에서 불우하게 보냈다. 성격이 호탕하여..

<번 한> 고려성회고시

고려성회고시(高麗城懷古詩) - 번한(樊漢) / 唐(당)나라 詩人(시인) - 僻地城門啓(벽지성문계) 주인 없는 외딴 곳 성문 활짝 열렸있고 雪林雉堞長(설림치첩장) 눈덮인 숲 속에 긴 성벽(치첩)이 늘어져 있네. 水明留晩照(수명유만조) 맑디맑은 호수에 저녁노을은 붉게 물들어가고 沙暗燭星光(사암촉성광) 호변 모래사장에 어둠이 깔리고 별빛만 반짝이네. ​ 壘鼓連雲起(루고연운기) 쩌렁쩌렁 울리던 북소리에 구름 걷히고 新花拂地粧(신화불지장) 새꽃들 피어나 피맺힌 땅 새단장하니 居然朝市變(거연조시변) 어느덧 시절이 변하여 나라가 바뀌었음을 알겠구나 無復管絃鏘(무부관현장) 땅 울리던 진군소리(관현장) 다시 들을 수 없고 ​ 荊棘黃塵裏(형극황진이) 가시밭우거진 들판엔 누런 흙먼지만 쌓여 있고 蒿蓬古道傍(호봉고도방) 옛 ..

<화엄경>보현행원품에서

​ 감지금니대방광불화엄경보현행원품(紺紙金泥大方廣佛華嚴經普賢行願品) 변상도(變相圖) [국보235호] 박피위지(剝皮爲紙) - 보현행원품(普賢行願品) 중에서 - 復次善男子야 言常隨佛學者는 如此娑婆世界毘盧遮那如來가 부차선남자야 언상수불학자는 여차사바세계비로자나여래가 다시 또 선남자여, 부처님을 따라서 배운다는 것은 이 사바세계의 비로자나부처님께서 從初發心으로 精進不退하사 以不可說不可說身命으로 而爲布施하며 종초발심으로 정진불퇴하사 이불가설불가설신명으로 이위보시하며 초발심부터 정진하여 물러나지 않으시고, 불가설 불가설의 몸과 목숨으로 보시하였으며, 剝皮爲紙하고 析骨爲筆하고 刺血爲墨하야 書寫經典을 積如須彌하시니 박피위지하고 석골위필하고 자혈위묵하야 서사경전을 적여수미하시니 제 몸의 가죽을 벗겨 종이로 삼고, 제 몸의..

<설 직> 추조람경

​ 尹斗緖自畵像. 국보(1987.12.26 지정). 종이 바탕에 담채. 세로 38.5㎝, 가로 20.5㎝. 윤영선 소장. 몸은 완전히 생략하고 얼굴만 확대하여 표현한 특이한 형식의 자화상으로 그 유례가 없다. 예리한 관 찰력을 바탕으로 정기 어린 눈, 적당히 살이 오른 얼굴, 잘 다듬은 수염 등을 정확하고 섬세한 필치 로 표현했다. 이 작품은 윤두서가 인물화에 뛰어난 실력을 가지고 있었음을 증명해주며, 동시에 동양 의 초상화가 추구한 전신의 기품을 가장 잘 보여주는 것으로 평가된다. 추조람경(秋朝覽鏡) 가을아침 거울을 보고 - 설직(薛稷) - 객심경락목(客心驚落木) 나그네 마음 떨어지는 나뭇잎에 놀라 ​ 야좌청추풍(夜坐聽秋風) 밤에 홀로 앉아 가을 바람소리 듣다가 ​ 조일간용발(朝日看容髮) 아침에 일어나..

<이정희> 글을 쓴다는 것, 그것

글을 쓴다는 것, 그것 - 이 정 희 / 2003/08/29 - 글쟁이도 아니면서 때가 지나기 전에 뭔가 또 쓰긴 써야할 텐데, 하고 열 일 제쳐놓고 마음을 다그친다. ​ 무엇을 위해, 누구를 위해 쓰는 글인가. 일상의 리듬을 깨 가면서까지. ​ 일간지로 등단을 해, 문단에 들어서 시대를 빛낸 문인으로 한 획을 긋는, 그런 거창한 꿈 따윈, 나에게 없다. ​ 그저 시나 소설, 수필을 읽는 게 좋아서, 읽고 나면 끝없이 웅웅거리는 내 속 울림, 그것 때문에 한마디 또 배설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