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추씨 같은 귀울음소리 들리다 - 박성우 / 창비 / 2007년 03월 - 뒤척이는 밤, 돌아눕다가 우는 소릴 들었다 처음엔 그냥 귓밥 구르는 소리인 줄 알았다 고추씨 같은 귀울음소리, 누군가 내 몸 안에서 울고 있었다 부질없는 일이야, 잘래잘래 고개 저을 때마다 고추씨 같은 귀울음소리, 마르면서 젖어가는 울음소리가 명명하게 들려왔다 고추는 매운 물을 죄 빼내어도 맵듯 마른 눈물로 얼룩진 그녀도 나도 맵게 우는 밤이었다 가뜬한 잠 - 박성우 / 창비 / 2007년 03월 - 곡식 까부는 소리가 들렸다 둥그렇게 굽은 몸으로 멍석에 차를 잘도 비비던 할머니가 정지문을 열어놓고 누런 콩을 까부르고 있었다 키 끝 추슬러 잡티를 날려보내놓고는, 가뜬한 잠을 마루에 뉘였다 하도 무섭게 조용한 잠이어서 생일 밥숟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