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부는 날 - 김종해 / 글빛 / 2004년 05월 - 사랑하지 않는 일보다 사랑하는 일이 더욱 괴로운 날, 나는 지하철을 타고 당신에게로 갑니다. 날마다 가고 또 갑니다. 어둠뿐인 외줄기 지하통로로 손전등을 비추며 나는 당신에게로 갑니다. 밀감보다 더 작은 불빛 하나 갖고서 당신을 향해 갑니다. 가서는 오지 않아도 좋을 일방통 행의 외길, 당신을 향해서만 가고 있는 지하철을 타고 아무도 내리지 않는 숨은 역으로 작 은 불빛 비추며 나는 갑니다. 가랑잎이라도 떨어져서 마음마저 더운 여린 날, 사랑하는 일보다 사랑하지 않는 일이 더욱 괴로운 날, 그래서 바람 부는 날은 지하철을 타고 당신에게로 갑니다. 항해 일지 1 - 무인도를 위하여 - 김종해 / (1984) - 을지로에서 노를 젓다가 잠시 멈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