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 - 백윤석 / 2003/05/04 - 온 세상 곳곳으로 흐르던 강물이 높고 낮음 필요 없는 사람들 사이로 흘러 깊고 긴 장벽 쌓으며 서로를 가른다 낮은 데로 향한다는 가증스런 강의 위선 장벽 위에 우뚝 서 바라만 보는 그들 갈수록 더 깊어만 가는 사람 사이 깊은 골 우리는 어찌하여 다리를 놓지 않고 그저 바라만 보고 발만 동동 구르는가 하찮은 징검다리도 놓고 나면 편한 것을. 거미 - 백윤석 / 2003/04/30 - 휘어진 여름의 허리를 감아 감아 열린 하늘 틈새로 새어 나는 물레 소리 조상의 슬픈 전설을 이우며 실을 짠다 흉측한 신의 형벌도 재주는 어쩌지 못해 곱디 고운 은실로 짠 끈적한 삶의 요람 지나는 날벌레들의 영혼을 뒤흔든다 은빛 그네 넋 잃은 너희가 잘못이다 아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