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허씨 - 서 벌(서봉섭) - 살그머니 집을 나와 어슬렁거리는 허씨 시청역 지하도에서 웅크린 채 날밤 샌다. 무슨 말 나올 듯하지만 목안 넘지 못한다. 한 때 잘 나가던 가장 허씨 그는 이젠 허기진 아나키스트 가족은 흩어진 구름. 세상을 어떻게 버려야할지 그것조차 모르는 그. 아닌 밤 홍두깨도 마른 하늘 날벼락도 시방은 두렵잖은 사금파리 깔린 마음 허씨는 빈 항아리였다가 어떤 판에 박살났나. 허공, 지하 허공에 한산(寒山)의 달 오르고 습득의 빗자루 떵떵 언 얼음판 쓸어 드디어 허씨는 일어선다 갈 데 가기 위하여 * 작품해설/석야 신웅순 : 중산층에서 갑자기 빈민층으로 추락한 한 노숙자의 실상을 이렇게 고발했 다. IMF사태가 가장을 직장에서 노숙으로 몰아낸 것이다. 노숙자와 다름 없는 시인도 어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