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그늘 인화印畫 - 서 벌(서봉섭) / 시조집 / 우리시대현대시조 100인선 26 - 적막 엉금엉금 등성이 타고 내려 외딴집 뒷방 들창 간신히 두드린다 여보게 허무 있는가 이러면서 두드린다 아무런 기척없어 머뭇머뭇하는 적막 허허 자네까지 뜨고 없기인가 이러며 징검다리께 가는 허리 구부정한 적막 * 인화(印畫) : 사진(寫眞)의 음화(陰畫)에 인화지(印畫紙)를 겹쳐서 감광(感光)시켜 양화(陽畫)로 만드는 일. 또는 그 양화(陽畫). * 작품해설/김호길 : 적막 산중에 저문날의 산그늘이 내리고 있다. 산그늘이 되어 슬슬 산등성이를 타고 내려 외딴집 뒷방 들창까지 내려온다. 시인은 그 순간을 숨죽여 바라보며 산그늘 적막이 빈집의 허무를 찾는 순간을 맞는다. 이윽고 외딴집에 살고 있는 허무조차 나가고 없..