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3내가본야생화 321

담쟁이(21/02/18, 얼굴 / 윤연선)

요즈음 – 담쟁이 – 과거를 거느리고 엎드려 박박 기어 미래를 바라보며 절망을 부여잡고 넘사벽 올라서서도 수줍어할 뿐이지. 배달9218/개천5919/단기4354/서기2021/02/18 이름없는풀뿌리 라강하 넘사벽 : ‘넘을 수 없는 사차원의 벽’이라는 뜻으로, 매우 뛰어나서 아무리 노력해도 따라잡을 수 없거나 대적할 만한 상대가 없음을 이르는 말. 덧붙임) 담쟁이 (1) 10/23 이성산가는 도중 금암산에서 만난 담쟁이. 미래를 향하여 포기하지않고 천천히 가되 줄지은 따라오는 과거를 버리지 않고 그렇게 미래를 바라기하며 박박 기어 도달한 가을의 절정에서도 부끄럽고 수줍어 빨갛게 물들이고 엎드려 있을 뿐. 어떠한 뽐냄과 으스댐도 없다. (2) 잘났다고 나대는 자기 PR의 시대. 쉽게 과거를 잊고, 내동댕이..

좀작살(21/02/13, 인연 / 이선희)

요즈음 – 좀작살 – 잎사귀 사이 숨어 땡볕을 견디다가 흰 서리 내리던 날 맞이한 찬바람에 단련된 영롱한 구슬 드러내고 말았다 배달9218/개천5919/단기4354/서기2021/02/13 이름없는풀뿌리 라강하 덧붙임) 좀작살 (1) 보잘 것 없는 작은 꽃에 불과한 좀작살꽃은 화려한 봄꽃들에 묻히고 비바람과 땡볕 속 울창한 푸른 잎에 눌리어 꼭꼭 숨어 있는 것이 좋았는데 찬바람 불어올 즈음 견디고 견딘 단련된 영롱한 진주, 마침내 드러내고 말았다. (2) 지금 몰아치는 미친 이 광풍 이 미친 정의를 正意라 강변하는 뭔가 크게 잘못된 땡볕의 가혹. 견디고 견디면 따사로운 단련된 정의가 드러낼 날 오겠지. 배달9218/개천5919/단기4354/서기2021/02/13 이름없는풀뿌리 라강하 1) 08/06/26 ..

미역취(21/02/09, The River In The Pines / Joan Baez)

요즈음 – 미역취 – 뒤로 젖힌 머릿결 해풍에 내맡기고 하얀 이 반짝이며 조개 줍던 지지배의 해넘이 황금 햇살에 반짝이던 종아리 배달9218/개천5919/단기4354/서기2021/11/07 이름없는풀뿌리 라강하 덧붙임) 미역취 (1) 산길 가다보면 환하게 반짝이는 웃음 짓는 아이가 있어 행복인데 바다와 어울릴 이름을 지녔다. 미역-갯가-유년의 추억으로 연결. (2) 시간만 나면 틈틈이 조개 주우러 가던 갯가. 농게는 빨간 집게발을 펼쳐들고 해풍을 맞으며 거품을 피워 올렸다. 그리고 종아리 드러내고 검은 머릿결 뒤로 젖히며 조개 줍던 그 소녀! 배달9218/개천5919/단기4354/서기2021/11/07 이름없는풀뿌리 라강하 1) 유년의 갯가와 농게 2) 갯펄을 비추는 해넘이 햇살은 지지배의 종아리처럼 빛..

산국(21/02/05, Secret of the Wood / Vince Madison)

요즈음 – 산국 – 다 읽은 『자유의벗』 접어 만든 빠치로 온 동네 다 따먹고 즐거웠던 그 시절이 山菊花 송이구름으로 뭉게뭉게 피어나 배달9218/개천5919/단기4354/서기2021/02/05 이름없는풀뿌리 라강하 * 빠치치기 : 아이들 사이에 두꺼운 종이를 오리거나 여러 가지 방법으로 접어 서로 다양한 방법으로 따먹기를 하는데 이를 딱지치기라 한다. 주로 남자 아이들이 많이 가지고 놀았고 전국적인 분포를 보이는 놀이이다. 지 방에 따라서 땅지치기, 또는 때기치기, 빠치치기, 표치기라고 하기도 한다. 덧붙임) 산국 (1) 봄, 여름 꼭꼭 숨어있다가 온 세상을 노오랗게 물들이며 진한 香을 뿌리며 온 성벽길을 점령한 산국. 그 香을 따라가자니 잊고 있던 유년의 모습 출현. (2) 60-70년대 어렵던 시절..

담배풀(21/01/30, Du Warst Da(나를 잊지말아요)/Monika Martin)

요즈음 – 담배풀 – 곰방대 탈탈 털고 시름을 채워넣어 불붙여 태운 궁량 폐부를 맴돌다가 니코틴 그을린 허무 부질없이 뱉는다. 배달9218/개천5919/단기4354/서기2021/01/30 이름없는풀뿌리 라강하 덧붙임) 담배풀 (1) 콜룸부스에 의하여 신천지에서 유럽으로 전파된 담배가 거의 100년 만에 임진왜란을 거치면서 한반도에 도달했으니 그야말로 전광석화와 같이 지구촌 기호품으로 현재까지도 인류를 마약과 함께 병들게 하는 주범. 어릴 적에는 어른들이 곰방대에 봉초를 재워 넣어 피우는 모습을 자주 보았는데 그 곰방대는 이제 자취를 감추었다. (2) 22세의 어린 나이에 공무원 생활을 한 적이 있는데 너무 어려서 남들이 깔 볼까봐 맛도 모르고 뻐끔담배를 피운 적이 있었다. 그리고 군에 가서 전투공병으로 ..

송장풀꽃(21/01/25, The House of the Rising Sun / The Andes)

요즈음 – 송장풀꽃 – 구슬픈 요령소리 꽃상여 떠나던 날 줄 이은 행렬 따라 만장(輓章) 휘날리는 담 너머 슬픈 悲歌에 눈물짓던 할머니 배달9218/개천5919/단기4354/서기2021/01/25 이름없는풀뿌리 라강하 덧붙임) 송장풀꽃 (1) 어릴 적 동네엔 상여집이 있었다. 거기 보관된 상여틀에 死者가 모셔진 꽃상여가 나가던 날, 상여잡이들이 슬픈 저승가를 부르며 요령소리에 깊은 슬픈 울음우는 베옷과 흰옷입은 자손들이 긴 만장이 따라가는 모습을 담장 너머로 지켜보던 할머니는 눈물을 흘리우곤 하셨다. (2) 송장풀은 정작 냄새도 나지 않아 송장과는 무관하고 솜으로 장식한 풀이란 말(솜장풀)이 와전되어 송장풀이라 한다는데 송장풀꽃을 바라보니 어릴 적 보았던 꽃상여가 연상되며 구슬픈 요령 소리와 상여꾼들이 ..

오이풀(21/01/21, This little bird / Marianne Faithfull)

요즈음 – 오이풀 – 하소연 부질없는 피맺힌 응어리들 무게를 견디느라 야윈 가는 허리 흔들며 하늘에 대고 두들기는 난타북 배달9218/개천5919/단기4354/서기2021/01/21 이름없는풀뿌리 라강하 덧붙임) 오이풀 (1) 어릴 적 고향 해창 밭가에서 보았을 땐 이름도 몰랐다. 대전 살 때 자주 갔었던 향적산 능선에서 마주쳤던 아이. 그리고 회사 직원들과 방문했었던 놀뫼의 노성산성에서 보았던 오이풀. (2) 산오이풀의 아종으로 진자주 쵸코렛 색깔의 봉우리. 화상, 지혈, 항암에 탁월한 성능이 있다는 키 큰 아이. 9월의 야생화 천국인 성벽을 배경으로 비온 뒤의 파란하늘은 난타북이고 머리를 흔들며 그 북을 사정없이 두드리는 가는 허리가 휘어지도록 절규하는 갈색의 오이풀. 그 난타 소리에 숲 속에 숨어 ..

기린초(21/01/18, 나의 오랜 연인에게_DAVICHI / 장세희)

요즈음 – 기린초 – 군밤이 익어가며 언 손을 녹여주고 이야기 꽃피우다 슬며시 잠든 雪夜 몸 살라 밤 세워 지킨 화롯 속 잉겅불. 배달9218/개천5919/단기4354/서기2021/01/18 이름없는풀뿌리 라강하 * 잉겅불 : ‘잉걸불’의 방언으로 활짝 피어 이글이글한 숯불, 다 타지 않은 장작불. 덧붙임) 기린초 (1) 솜이불 뒤집어쓰고도 말하면 허연 김 품어나고 문고리 잡으면 짝짝 달라붙던 혹독했던 유년의 겨울, 시멘트 종이로 가오리연 만들어 날리고 동구의 큰 논에 물을 가두어 얼린 썰매장. 아이들의 놀이터였던 그 얼음판. (2) 집에 돌아와 방에 놓여있던 화롯불에 쪼이던 그 느낌. 그 따스한 느낌이 세포에 각인. 밤새워도 불기운이 사그라지지 않아 편안한 잠 잘 수 있었던 기억. 고구마, 밤을 구워 ..

까치수영(21/01/13, 이름에게 / 아이유)

요즈음 – 까치수영 – 리듬이 떠올라서 긁적인 노래 한곡 풀밭이 일렁이는 합창으로 울려 퍼져 장엄한 오케스트라 쩌렁쩌렁 울리다. 배달9218/개천5919/단기4354/서기2021/01/13 이름없는풀뿌리 라강하 덧붙임) 까치수영 (1) 6월부터 7월까지 초원에 피어나는 까치수영의 群舞. 스쳐 지나칠 때는 그저 그렇게 생각했는데... 어느 날 눈에 확 당겨와 포착. (2) 작은 꽃 하나가 한가락이라면 그 가락들이 모이고 모여 한 곡조를 이루듯 까치수영 꽃자루 하나가 되고 그 꽃자루들이 群落을 이루어 바람에 흔들거리며 잔잔한 세레나데 합창을 부르고 하얀 群舞로 춤춘다. 군무와 더불어 장엄한 오케스트라의 선율로 쩌렁쩌렁 울려 퍼지는 환청이 들려왔다. 배달9218/개천5919/단기4354/서기2021/01/13..

까마귀밥나무(20/01/11, Gentle Song 다정한 노래 / Dmitry Krasnoukhov)

요즈음 – 까마귀밥나무 – 주운 돌 씻어보면 어떤 땐 금덩이듯 버려서 얻은 이름 듣기에 앙증맞고 毒舌에 그만이라니 먹일 놈들 게 서라 배달9217/개천5918/단기4353/서기2020/01/11 이름없는풀뿌리 라강하 * 독설(毒舌) : 까마귀밥나무는 옻독에 효능이 있다 함. (여기서는 독설에 비유) 덧붙임) 까마귀밥나무 (1) 20/10/23 아내와 연금이 능선 갔었다. 늦가을 낙엽이 오솔길을 덮은 긴 능선의 종착지, 이성산 능선을 오르는데 길 옆 숲 속에 예쁜 아이가 이마를 반짝이고 있었다. 처음 마주하는 녀석. 돌아와 야사회에 여쭈오니 까마귀밥나무. (2) 아무도 먹지 않는 볼품없는 나무의 열매라서 흉조인 까마귀나 먹으라고 까마귀밥나무 열매라 이름을 지었다는데 주운 돌 씻었더니 금덩이였다는 말처럼 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