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3 32

<나순옥> 고향 / 귀농일기(눈먼땅, 저런저런) / 사랑으로1 / 어머니

고 향 - 유하(維夏) 나순옥(羅旬玉) - 잉걸불로 펴오르던 그리움도 사위고 미워 할 그 무엇도 남지 않은 세월 밖에서 끝끝내 지우지 못한 종두 자국 같은 것아. * 잉걸불 : ① 불이 이글이글하게 핀 숯덩이 ② 다 타지 아니한 장작불 * 작품해설 / 조옥동 : 이 시조를 읽으면서 나순옥 시인의 꼭 아물은 입술사이로 비집고 나오는 호흡을 느낄 수 있다. 지우고 싶어도 끝내 지우지 못한 종두자국 같은 것아 죽을 때까지 잊지 못할 것 사람이 사람을 만나면 묻고 싶은 그것아 어머니의 품속 체취 같은 시조 「고향」에서 「종두자국 같은 것아」, 「잉걸불로 타오르던 그리움」, 이 몇 마디가 나로 하여 금 한동안 멀리 감춰 둔 '고향'의 이미지에 덮인 고운 먼지를 털어 내게 한다. 너무 안이한 생각으로 풀어 두었던 ..

<이경희>집으로가는길/빈집/글이숨쉬는집/인연/웃어봐/가을날/나들이

집으로 가는 길 - 이경희(李京姬) - 창 너머 흘러가는 흰 구름 조각들은 꿈꾸는 사람들의 소박한 마음자락 지친 몸 추스르면서 신록 한 입 베문다. 천둥과 번개치고 소나기 퍼부어도 묵묵히 두 손 모아 기도하는 낮은 음성 병마와 멀어질 다짐 차돌처럼 여문다. 솔바람 맑은 햇살 온몸을 감싸 안아 하나 둘 씩 내려놓고 집으로 가는 길에 가득한 저 산의 神韻 눈길 오래 머문다. * 신운(神韻) : 신운(神韻)의 뜻을 풀어보면 신비스러우며 고아(高雅)한 운치(韻致), 즉 고상한 품격 (品格)에서 나타나는 풍치(風致)나 멋을 뜻한다. 다시 말해서 인품에 대한 경우에는 수일(秀逸)한 기 개(氣慨)를, 예술에 대한 경우에는 고상한 풍미(風味)를 뜻한다. 중국 당대(唐大)의 시인 사공도(司 空圖)는 에서 “음식에는 신맛..

<권영국> 태백산 / 한강은흐른다 / 횟집 / 첫사랑 / 고추잠자리

태백산 - 권영국 / 2003/02/11 - 바람이 문풍지를 붙들며 구시렁대다 어둠 속 개 짖는 소리로 잠이 들면 새벽 닭 회 치는 소리로 오감은 열리고 ​ 숨차게 발 밑으로 벗기는 산등성이 천만년 세월동안 약속을 기다린 듯 서서히 태백의 자태가 빗장을 풀어내니 ​ 용광로 쇳물을 부은 듯이 이글이글 동해를 박차고 떠오는 붉은 해 영겁의 청년 주목을 벅차게 끌어안는다. ​ 칼바람 물기 빠진 태백의 주목 관목 가지로 피어나던 눈 같은 상고대는 살며시 얼굴 붉히며 이 순간을 함께 하니 ​ 발아래 우뚝 솟는 긴 세월 천년 풍파 온몸에 피돌기가 한없이 되살아나고 웅장한 네 모습으로 장쾌함을 표출한다. 한강은 흐른다 - 권영국 / 2003/03/07 - 금대산 고목 샘아 하얗게 햇살 먹고 한강 길 계곡으로 갈증 난..

<권영국> 백목련 / 비가내리면 / 봄이오는소리 / 봄1 / 봄2

​ 백목련 - 권영국 / 2003/03/11 - 겨우내 진저리친 동면의 가슴앓이 움트는 젖 몽우리 만지작대는 바람 쉼 없이 몸살을 앓는 오금 저리던 가슴 ​ 불 바람 하염없이 닦달하다 비겨대고 뽀로르 달려들어 달게구는 햇살 한 톨 살포시 바리작 대면 수줍음이 보삭보삭 ​ 살 그래 바름바름 가슴 끈 풀어헤치면 치닫는 신음으로 퉁기는 숨찬 절정 툭 터진 달 보드레한 우윳빛 젖가슴 ​ *달게구는 : 붙잡고 매달려 조르다. *보삭보삭 : 살이오르는 모양 *살그래 : 살그머니. *바름바름 : 바라진틈으로 조심스럽게 살피거나 더듬는모양 비가 내리면 - 권영국 / 2003/03/05 - 소주로 헹궈내던 쓰디쓴 그리움이 휘어진 마음 자락 힘겹게 흔들리고 울컥 인 한 줌 눈물로 지울 수 없는 걸까? ​ 청승을 떨고있는 ..

<권영국> 벚꽃/백두옹/세월이라한다네/은빛물고기의비애/뿌리

​ 벚 꽃 - 권영국 / 2003/04/15 - 우르르 구름처럼 하얗게 몰려들어 곤두선 치솟음에 꽃 물을 질금질금 미친 듯 날아다니는 흥분한 웃음 살 ​ 바람에 울먹임을 흥건히 품에 안고 후루룩 사정없이 하얗게 무너지며 까르르 자지러지는 봄눈이 눈물짓다 백두옹白頭翁 - 권영국 / 2003/04/15 - 봄바람 살랑이다 하늘을 비질하면 허공에 매달린 가녀린 구름눈물 뚝 뚝 뚝 봄 언덕길을 적시던 화창한 날 ​ 부서진 햇살 한 톨 한 아름 눈부시면 땅껍질 겨드랑이 간질다 고개 드는 멈춰선 한줄기 꽃자루 무덤 가를 두리번 ​ 온몸을 감아 도는 두루마리 같은 전설 이승의 꽃 향기를 말없이 등 지고 홀로 이 고개 숙이는 붉은 꽃 백두옹 세월이라 한다네 - 권영국 / 2003/04/07 - 핏발이 문신처럼 새겨진 ..

<김회직> 물소리 / 목욕하기 / 바람은춤 / 죽화 / 고향노래

​ 물 소리 [신작시조] 대한민국시조시인 김 회 직 (森木林=sammoglim) *이 글은 지적재산임으로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음* 평생 가꾼 수풀 속에 바람결 찾아 앉아 한 생애 무더위를 세월따라 보내는데 물소리 예 이제 하늘땅을 내일로 이어가네. ​ - 단기 4335(2002). 10.4. 퇴고(推敲). 서울에서 - 목욕하기 [신작시조] 대한민국시조시인 김 회 직 (森木林=sammoglim) *이 글은 지적재산임으로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음* 미스 코리아는 미모를 위해 발가벗고 시인은 시를 위해 속마음을 까발린다. 이 세상 가장 아름다운 목욕은 봄비 마중 새싹 알몸. ​ 진짜 목욕은 몸 보다 마음이다. 마음보다 급한 것은 더러운 영혼이다. 목욕을 안 해도 좋은 것은 동심 천심 그 맑음. ​ - 단기 43..

[사이언스] 우주의 결말은 '빅 립' 아닌 '빅 크런치'일 수도…

[사이언스] 우주의 결말은 '빅 립' 아닌 '빅 크런치'일 수도… 초신성 1600개 관측한 결과 '가속 팽창' 확인, 암흑 에너지 양은 과거보다 5% 적게 나와 비즈한국 2024.03.04(월) 16:41:48 [비즈한국] 우주는 138억 년 전 빅뱅으로 시작되었다. 그렇다면 우주의 결말은 어떻게 될까? 현재 많은 천문학자들은 우주 팽창이 점점 빨라지는 가속 팽창이 벌어지고 있다고 추정한다. 시간이 흐를수록 우주 팽창을 가속하는 암흑 에너지의 위력은 더 거세지는 것 같다. 결국 우리 우주는 암흑 에너지로 인한 거센 팽창을 견디지 못하고 원자 단위로 산산히 찢어지는 최후를 맞이할 수 있다. 이를 ‘빅 립(Big Rip)’이라고 부른다. 빅 립은 오랫동안 우리 우주의 예정된 결말로 여겨졌다. 그런데 최근 우..

19[sr]우주,지구 2024.03.04

<김회직> 반구의고독 / 검은그림자 / 토끼풀 / 뿌리 / 길만들기 / 햇빛

​ 반구의 고독 [신작시조] 대한민국시조시인 김 회 직 (森木林=sammoglim) *이 글은 지적재산임으로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음* 고독이 나를 안고 반은 깔리고 반은 떴다.​ 만상이 죽은듯이 숨소리도 찌렁 우는 밤 커다랑게 쪼개저 입 벌리고 있는 우주의 중심 너는 발 밑에서 꿈틀대다 작열하여 열망을 불태우는 손끝을 벗어나 머리위에 반짝이는 별이 되고 나는 사위가 절연된 중심에서 허덕이는 일점 혈육 팔다리 휘둘러 아 팔다리 휘둘러 혈관을 퉁겨 먹물을 찍어 원을 그린다 동그래미가 제멋대로 쪼개저 버린 원반 속에 사랑과 미움이 진공이 되어 아귀다툼 삶과 죽음을 가로지르는 이 강물 너는 나의 부름에 하늘에서 무수한 별로 울고 너는 나의 부름에 무수한 비로 울어​ 너와 나 저 깊은 바다 속에서 소금으로 만나랴..

<백윤석> 백자속에뜬달/문장느루/문장느루2/마지막편지/스팸메일

​ 백자 속에 뜬 달 - 백윤석 - 오늘도 어김없이 백자 속에 달이 드네 어머니가 신주 모시듯 정성스레 닦아 놓은 누구도 가져가지 않을 저 백자 저수지. ​ 삼대가 모여사는 인적드문 초가집 새 달을 받기 위해 비워둔 그 속으로 뒤섞인 노오란 달은 경계없이 떠오르고. ​ 어머니는 달빛 뿌려 두엄을 만들어 호박이랑 채소랑을 맛나게 키우시네 빛나는 달빛을 받아 더 싱그런 저 빛깔. 문장부호, 느루 찍다* - 백윤석 * 2016년 경상일보 신춘문예 당선작 - 점 하나 못 챙긴 채 빈 공간에 갇히는 날 말없음표 끌어다가 어질머리 잠재우고 글 수렁 헤쳐 나온다, 바람 한 점 낚고 싶어 ​ 발길 잡는 행간마다 율격 잠시 내려놓고 어머니 말의 지문 따옴표로 모셔다가 들레는 몇 몇 구절을 초장으로 앉혀야지 ​ 까짓것, ..

<백윤석> 밤하늘 / 크레파스 / 도장집박씨 / 그림자 / 낙엽

​ 밤하늘 - 백윤석 - 어슬렁이는 추억을 미끼로 매어 달고 밤하늘에 낚시대를 길게 누워 드리우면 눈 멀은 작은 별 하나 깨작깨작 신호하네. ​ 길가에 나트륨등 드넓게 핀 빛 부러워 온 몸 살라 남늦은 별빛 달빛 흉낼 내다 기어이 제 빛 마져 잃고 달빛에 넘어가네. ​ 낚시 걸린 별을 따다 등불로 매어달고 어린 시절 별 헤던 추억에 잠기노라면 서러운 가슴 달래던 그 별 아직 깜빡이고. 크레파스 - 백윤석 - 색색의 병정들이 갑옷을 두르고 불려갈 날 기다리며 사열하고 서있네 어떤 건 불려 나갔다가 동강나 돌아오고 ​ 아마도 바깥세상은 치열한 전쟁터인듯 불려나간 것들마다 머리를 풀어헤치고 곳곳에 선혈을 묻히고 돌아오는 귀향길 ​ 개중에 온전한 것은 빈자리를 지키고 순국한 동료들을 애도하고 섰는데 그래도 한번..